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2/12 16:06:03
Name 탕웨이
Subject [일반] 세월이 흐르고 흰머리가 늘었다


아주 옛날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
할아버지는 노인 나이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아빠는 아빠 나이로 태어났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

할아버지와 아빠도 천진난만한
귀여운 유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초등학교 입학 즈음에 깨달았을 때
먼가 가슴 시린듯한 느낌을 처음 받고
갑자기 죽음이 내 바로 앞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

세월이 어느 정도 흘러서
사춘기 즈음 목소리가 굵어지고
수염이 나기 시작하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목 성대를 손으로 자극하고
코밑을 손으로 마사지하곤 했었다. .

세월이 또다시 흘러서
어느 순간 흰머리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
처음에는 당연히 새치라고 생각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뽑았다. .

1-2년이 다시 흘렀을까?
새치가 계속 나기 시작했다..
당혹스러웠다...

새치라고 하기에는
너무 흰머리에 가까웠다.. ..

아직 장가도 안 갔는데... ...
벌써 흰머리가 나는 거야?? ??

이렇게 낳아준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만날 순 없는 노릇이라....

꿈속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어찌나 억울했던지
아버지에게 왜 이렇게 흰머리가 많냐며 따졌지만.. ..

아버지도 할아버지를 원망하며
자신의 무고함을 호소하셨다.. ..

"그래 역시 남 탓이 제일 좋은 방법이야" 라고
또 좋은 삶의 팁을 아버지에게 배우고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고

또다시 세월이 조금 흘러
어느덧 인생선배들의 만류를 뒤로한 결혼과
전쟁 같은 육아의 과정을 지나

저녁에 11시 이후에나
겨우 헌터 팀플 초보아재방에서

실력은 꿀리지만.. ..
나이로는 꿀리지 않을 여유가 생겼을 즈음....

흰머리와의 전쟁은

발견 즉시 뽑던 저항기에서
긴 것만 뽑는 타협기를 거쳐
손을 대지 않는 항복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동안 큰딸이 용돈이 필요한지

갑자기 내 머리를 살피더니
흰머리를 뽑아주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집게를 가져오더니
연이은 채집 불발로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늘 자신의 실수는 관대했지만
오늘은 아빠의 흰머리에도 관대하게

"아빠 머리 흰머리 있어도 괜찮아 지금도 보기 좋아. 출근 잘해~~"
라고 위로(?) 아닌 격려를 해준다. .

"그래 흰머리가 늘면 어떠냐.. 어쩔 수 없지..
아버지도 흰머리가 많았거늘..."

그렇게 완벽히 체념+포기하는 순간
나는 역설적이지만..
흰머리와의 전쟁에서 비로소 첫 승리를 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페로몬아돌
19/02/12 16:08
수정 아이콘
새치입니다. 흰머리 아니고... 새치라고 해줘요. 제발...
Hastalavista
19/02/12 19:22
수정 아이콘
흰머리는 안 나는데 흰수염은 나더군요...ㅠ
불량공돌이
19/02/12 22:22
수정 아이콘
한올한올이 아까운데 흰색이라고 뽑다니요
인종차별.. 아니 모종차별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0067 [일반] 세월이 흐르고 흰머리가 늘었다 [3] 탕웨이3918 19/02/12 3918 3
80066 [일반] 돌아 돌아서 정부와 통신사 엿을 먹여봅시다. [96] 네오바람12425 19/02/12 12425 6
80065 [일반] 구미시민입니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으로 갈겁니다. [23] 잊혀진영혼10059 19/02/12 10059 10
80064 [일반] 저는 결혼 한게 좋은데요... [57] 주워니긔8632 19/02/12 8632 1
80063 [일반] 콜렉팅은 왜 하는 걸까 [12] 기다5621 19/02/12 5621 7
80062 [일반] 결혼해도 별로 안 좋은 이유 [26] 스탱글6710 19/02/12 6710 11
80061 [일반] 사실 결혼하면 아주 안좋습니다 [40] ppyn9263 19/02/12 9263 7
80060 [일반]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 지역균형이라니... [400] 아유17745 19/02/12 17745 20
80059 [일반] 사실 결혼하면 아주 좋습니다. [155] 교육공무원15796 19/02/12 15796 9
80058 [일반] [일상글] 아내에게 파키텍트를 사주었다. [17] Restar7288 19/02/12 7288 14
80057 [일반] 수두 백신의 효과 [19] 여왕의심복9384 19/02/12 9384 22
80056 [일반] [삼국지] 유비와 조조 (1) - 첫 만남 [13] 글곰10026 19/02/12 10026 40
80055 [일반] 결혼 찬성론자의 소소한 일상이야기 [35] Hammuzzi7624 19/02/12 7624 55
80054 [일반] 너무 빡쳐서 처음으로 청와대 청원을 넣어봤습니다. [77] aurelius15999 19/02/12 15999 46
80052 [일반] 청나라 vs 프랑스 [16] 신불해12995 19/02/12 12995 32
80051 [일반] 나의 작년과 좋은 여자는 어디있는가? [8] 깐따삐야7430 19/02/12 7430 9
80050 [일반] 테러방지법과 예타면제로 보는 민주당=자한당 [55] 3.14159211976 19/02/11 11976 34
80049 [일반] 서울시교육청, 평양 수학여행·스포츠 교류 추진 +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추진 [73] 플로렌치8677 19/02/11 8677 10
80047 [일반] 오늘자로 강화되어 논란중인 인터넷 감청과 검열 [97] Complacency15730 19/02/11 15730 35
80046 [일반] 왜 자한당 비판은 하지 않을까 [87] LunaseA15926 19/02/11 15926 15
80045 [일반] 어디까지가 할수있는 표현인걸까요 [37] 하니8813 19/02/11 8813 1
80044 [일반] 40대 중반의 미혼이신 형님들과 술 한잔씩 하는 편입니다. [93] 음냐리13735 19/02/11 13735 3
80043 [일반] 홍카콜라와 알릴레오, 숨지 말고 나오세요. [45] 마담리프10158 19/02/11 10158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