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8/12/02 00:08:57
Name Roger
Subject [일반]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 좋은 음악 셋]삼종삼색의 힙합 스펙트럼. (수정됨)


1. 염따 - 그럼
본래 염따는 뮤지션이라기보다는 방송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정확히는 대중들에게는 무한도전 돌+아이 콘테스트에 출연한, 하하의 푸쉬를 받는 방송인 지망생 중 하나였을 것이고, 힙합팬들에게는 '래퍼'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는데 래퍼라기보다는 방송인에 경도되어 있는 이미지였다. 그리고, 염따는 하하가 되지 못한 채 잊혀지는 듯 보였다. 그런데, 2016년 신보를 들고 온 염따는 그닥 높지 않은 기대치를 고려할 필요조차 없이, 여러 번 돌려도 질리지 않는 담백한 수작을 내놓았다. 힙합의 가장 큰 미덕을 솔직함으로 본다면, 염따는 그 미덕에 매우 충실한 뮤지션이다. 이 곡에서 그는 자신을 과시적으로 포장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높은 자존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뿐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강동'을 빌어서. 유려한 싱잉-랩과 함께 통통 튀는 플럭 신스 루프로 진행되는 음악적인 구성 역시도 매력적이다.  힙합에 대해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아닐까 생각한다.


2. lil peep - life is beautiful
이모 랩의 선두주자이자, 작년 안타깝게 요절한 릴 핍은 일반적인 힙합 뮤지션의 스테레오 타입과는 다른 성장 배경과 음악색깔을 가진 뮤지션이다. 우선, 그는 스웨덴계 백인이다. 힙합에서도 인종을 구분짓는 것은 촌스러운 역차별일 뿐인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어찌됬건 힙합은 아프로-아메리칸 문화적 맥락이 짙게 배어있는 음악이다. 게다가 릴 핍은 에미넴과 같은 흑인들보다도 소외된 화이트 트래시 출신도 아니다. 비록 그의 청소년기에 이혼하긴 했지만, 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대학 교수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심지어 그는 높은 학업 성취도를 자랑하는 학생이었다.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음악에는 '백인갬성'이 짙게 배여있다. 그와 함께 이모 래퍼들 중 가장 돋보였던 XXXTentacion이 거의 모든 주류 장르들과 힙합 사이의 균형점을 절묘하게 찾아냈다면, 릴 핍의 음악은 좀 더 락 사운드에 치중해 있다. 물론, 힙합과 락 사이의 크로스오버는 전혀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릴 핍은 lo-fi를 통해 그 두 사운드를 한데 묶어 가장 유기적인 결합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의 이른 죽음이 너무나 아쉽다.

그는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기까지의 짧은 삶에서, 언제나 우울증이라는 괴물과 맞서야만 했다. 그것은 그 개인에게는 불행이었지만, 그의 음악에 묻어있는 짙은 우울감은 더더욱 그로 인해 설득력을 가진다. 릴 핍의 사후 앨범에 수록된 이 곡에서 릴 핍은 누구에게나 흔하게 닥치는 인생의 비극들에 이야기하면서, '그래도 삶은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담담하게 읊조린다. 그는 과연 자신의 삶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느꼈을까. 이제는 그 누구도 그에 대해 질문할 수 조차 없다. R.I.P.


3. Pusha T - Untouchable
한국의 마약왕이 송강호라면, 미국 힙합씬의 '마약왕'은 Pusha T다. 사실 소위 갱스터 기믹은 이제는 말 그대로 그저 클리셰적인 '기믹'이 된 감이 있지만, Pusha T는 진짜다. 실제로 그는 래퍼로 데뷔하기 전, 마약상으로 꽤 짭잘한 수입을 올렸다. 동방예의지국이었으면 당장 너 매장 물론, 그의 그러한 '마약왕' 이미지가 힘을 얻는 이유는 그가 랩이라는 창법이 가진 청각적인 쾌감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능력을 가진 것도 모자라, 그러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뛰어난 비트 초이스 감각을 갖춘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그냥 미친듯이 음악을 잘 한다. 이미 죽은 Notorious B.I.G의 목소리를 빌려 '난 Untouchable'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모습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진짜 힙합'이라는 단어를 붙였을 때, 그 누구도 반박하기는 커녕 고개를 끄덕일 뮤지션이 바로 Pusha T다. 정말로 고순도의 힙합이 무엇인가 느끼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매일푸쉬업
18/12/02 01:02
수정 아이콘
음.. 마약왕은 확실히 괜찮고 나머진 딱히 모르겠네요. 염따라는 분은 쇼미더머니 본선 뚫기도 힘들어보임..
18/12/02 02: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쇼미더머니는 힙합의 일부일 뿐이지, 힙합이라는 장르의 스펙트럼은 그보다 더 넓습니다. 단순히 '경연용 랩'을 잘 한다고 '음악'을 잘 하는 건 아니죠. 일례로 이번 쇼미의 주인공들인 나플라나 루피를 비롯한 메킷레인 맴버들은 랩 실력에 비해 씬에서의 음악적인 평이 상당히 박했습니다.
18/12/02 12:38
수정 아이콘
쇼미 부작용이 이런거군요
루카쓰
18/12/02 02:50
수정 아이콘
한국의 핫라인 블링…그럼이 너무 좋아서 염따 다른 노래들도 다 들어봤는데 그럼말고는 제 취향이 없더군요
캡틴아메리카
18/12/02 03:30
수정 아이콘
클립스 앨범 하나 나왔으면...
1절만해야지
18/12/02 11:52
수정 아이콘
좋은 노래들 잘들었습니다. 이렇게 또 플레이리스트 추가해가네요 흐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127 [일반] 문재인 대통령 세대/성별 지지율 (한국갤럽 11월 조사결과) [243] 킹보검19276 18/12/03 19276 19
79126 [일반] 500년 전 명나라 백성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민가民歌들 [23] 신불해11343 18/12/03 11343 56
79125 [일반] [팝송] 코다라인 새 앨범 "Politics Of Living" 김치찌개4227 18/12/02 4227 1
79124 [일반] 신용카드 혜택 얼마나 누리시나요? [101] 삭제됨13756 18/12/02 13756 2
79123 [일반] 적금만기로 이자 타서 받고왔습니다. [21] style8273 18/12/02 8273 2
79122 [일반] 중국, 공무원 100만명 동원해 위구르족 가정에 강제 홈스테이.jpg [38] 군디츠마라11439 18/12/02 11439 19
79121 [일반] 안테나 뮤직과 샘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27] 227761 18/12/02 7761 16
79120 [일반] 드라마 sky캐슬 보시나요? [48] 윤정11632 18/12/02 11632 5
79119 [일반] 대학가 성(姓)차별의 피해자가 되었던 나, 그리고 소망하는 것. [44] 복슬이남친동동이8656 18/12/02 8656 16
79118 [일반] 이제는 기업 마져도 남자들을 조롱하고 개돼지 취급하는 군요. [217] 마빠이21298 18/12/02 21298 37
79117 [일반] 심상치 않은 파열음을 내고 있는 2030의 여론동향 [211] 루뎅21053 18/12/02 21053 24
79116 [일반] 2018년 즐겁게 들었던 K-POP 노래 - 걸그룹 [10] 1절만해야지7313 18/12/02 7313 5
79114 [일반] [뉴스 모음] No.216. 트러블 메이커 이재명 외 [8] The xian9153 18/12/02 9153 14
79113 [일반]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 좋은 음악 셋]삼종삼색의 힙합 스펙트럼. [6] Roger5701 18/12/02 5701 0
79112 [일반] 영화 후기 - '국가부도의 날' (스포 有) [70] 껀후이13286 18/12/01 13286 4
79111 [일반] 조지 부시(부) 전 대통령 타계 [23] 하심군11453 18/12/01 11453 1
79110 [일반] 아뇨, 운동 안해요. [88] EPerShare16197 18/12/01 16197 27
79109 [일반] [팝송] 레이니 새 앨범 "Malibu Nights" [3] 김치찌개5521 18/12/01 5521 0
79108 [일반] 누리호 시험발사체가 발사 성공하였습니다. [15] 잰지흔8449 18/11/30 8449 16
79107 [일반] dos시절 해봤던 게임들 [108] 사진첩13676 18/11/30 13676 4
79106 [일반] [뉴스 모음] No.215. 국정농단 부역자들의 행복회로. 박근혜 사면설 외 [24] The xian10697 18/11/30 10697 22
79105 [일반] 마약법이 개정되기까지 [7] kurt6508 18/11/30 6508 0
79104 [일반] [알쓸신잡] 레닌이 독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 액수. [27] aurelius11061 18/11/30 11061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