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 가던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뭔가 그 이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나 화젯거리가 나올 때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나 화젯거리를 던져 주는 원인 제공자가, 정작 그 이슈가 잊히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원하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주말 사이에 있었습니다.


http://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20556

며칠 전, 한 인터넷 신문에서 '혜경궁 김씨'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재명 지사 팬카페에서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내용을 기사화했습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혜경궁 김씨 계정이 활동했던 트위터가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경기남부경찰청의 주장과 달리 이재명 지사의 다음 팬카페를 조사하면 얼마든지 계정주를 특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실제로 넷상에 퍼진 글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 팬카페 운영자는 혜경궁 김씨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정 아이디가 '09__khkim'에서 '08__hkkim'으로 변경된 사실까지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뭐 어차피 혜경궁 김씨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었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그냥 나올 수 있는 주장이었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10398429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시절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에 대한 고발을 지난 13일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14일에 전 의원 측에서 고발 취하장을 팩스로 전달받았다고 밝히면서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전해철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할 상황에 이 문제가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발 취하 결정을 하게 됐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다만 경찰에서는 이 사건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전 의원의 고발 취하와 별개로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5&aid=0001139142

이런 전해철 의원의 행동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고 가는 상황에서, 이미 국내외에 거주하는 1432명의 의뢰를 받아 이재명 지사와 이재명 지사의 아내 김혜경씨 (혜경궁 김씨로 의심받고 있는 분이죠)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고발한 이정렬 변호사는 어제 트위터를 통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고발 취소를 요청했으니 고민이 많이 되셨겠지"라고 밝혔습니다.

즉, 전해철 의원의 고발 취소에 이재명 지사의 개입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정렬 변호사는 전해철 의원에 대해 "행동을 함께할 수 없지만 이제는 마음만이라도 편해지셨으면"이라고 말한 뒤 자세한 정황을 묻는 댓글이 빗발치자 "이재명 지사가 직접 고발 취소를 요청했다는 말씀은 꽤 오래 전에 전해 들었다. 넉 달쯤 됐다"고 덧붙이며 넉 달 동안 전해철 의원도 심사숙고하셨을 것이고, 고발을 취소하시는 경우 제가 대리하고 있는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걱정했다고 말하며 전해철 의원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가 왜 직접 고발 취소를 요청했는지는 모르지만 혜경궁 김씨와 이 지사 사이에 상당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생각은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2428369

한편 한겨레는 '혜경궁 김씨' 사건의 트위터 아이디(@08_hkkim)의 주인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아니라 이재명 지사를 잘 아는 한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는 단독 보도를 냈고, 그러면서 경찰은 이런 진술을 6·13지방선거 직전에 확보하고도 그동안 이 남성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그 배경에 의문이 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는 자신의 보도 근거로 맨 처음 인용된 인터넷 신문 기사에서 나온 이재명 지사 팬카페 운영자와의 전화통화 내역을 실었습니다. 해당 팬카페 운영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28일 "문제의 트위터 아이디는 우리 카페에 가입해있는 50대 후반의 남성의 것"이라는 내용으로 경찰에 진술을 했으며 해당 계정이 문제가 된 뒤 경찰과 두 차례 만나 이런 내용을 확인해준 일이 있고 트위터 계정변경 사실도 진술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79&aid=0003154327

그리고 여기에서 이재명 지사가 끼어듭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고발취하 부탁 아닌 전해철 의원께 드린 충언' 이란 제목의 글을 남기며, 이정렬 변호사가 언급한 것처럼 6.13.지방선거 직후 전해철 의원과 통화 중 트위터 사건 고발취하를 충언한 일이 있다고 스스로 털어놓은 것입니다.

이재명 지사는 당시 전해철 의원에게 "수습 안 하면 당내분란과 지지층 분열의 원인이 된다. 본인에도 안 좋다. 본인(전해철 의원) 말씀처럼 트위터 글은 내 아내와 관계없다. 같은 법률가끼리 얘기지만 정치적 의사표시는 죄가 안되 수사도 어렵다. 당과 전 의원님을 위해 드리는 말씀이다. 선거도 끝났으니 고발취하를 검토 하시라"라고 말했고, 이런 충언을 한 이유는 자신의 책임을 덜기 위한 부탁이 아니라 분열수습을 위한 충언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 이라는 트윗 하나가 전담수사팀 6명을 투입해 6개월이상 수사할 중대사건인가? 내 법률상식으로 그 트윗글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경찰이 대규모 수사력을 동원해 수사할 선거법위반행위가 아니고 비난받을 정치적 의사표현일 뿐" 이라고 경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낸 뒤 "이제 정말 도정에 집중하고 싶다. 이 모두 민주당과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한 열망의 결과이니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10399623

그리고 여기에서 위의 한겨레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경찰의 공식입장이 나옵니다.

경찰은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의 사용자가 5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계정 주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이런 보도내용은 수사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경찰은 한겨레에서 근거로 든 이재명 지사 카페 운영자를 상대로 지난 5월 2차례에 걸쳐 참고인 조사를 했으나, 수사대상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찰은 참고인(카페 운영자)이 수사대상자가 트위터 계정 '@08__hkkim' 또는 '@09__khkim'를 사용하며 50대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남성일 것으로 추측했을 뿐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고 진술했다고 수사 사실을 공표했습니다. 또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 역시 부인하면서 운영자가 문제의 트위터 계정을 회원이 입력하는 '부가정보 기입란'에서 확인했다고 해 포털사이트 측에 확인을 의뢰했지만, 현재 남아 있는 정보에 부합하는 트위터 계정은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한겨레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섣불리 기사화하며 혜경궁 김씨의 정체를 호도한 셈입니다.


지방선거 때 및 그 이전을 돌아보면 이재명 지사는 혜경궁 김씨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신은 혜경궁 김씨와 어떤 관계도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이재명 지사와 그 '혜경궁 김씨'가 별다른 관련이 없다면, 어째서 혜경궁 김씨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 사람이 자신의 아내로 특정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거나, 자신의 아내는 SNS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너무도 구태의연하고, 심지어 후자는 이미 상충되는 부분이 드러난 말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해철 의원의 고발 취소 건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정말로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 이라는 트윗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대규모 수사력을 동원해 수사할 선거법 위반행위가 아니고 그저 정치적 의사표현일 뿐이라면, 고발이 되든 말든 경찰 선에서 정리될 내용일 것입니다. 더욱이 경찰이 발표한 것처럼 이 건은 전해철 의원의 고발이 취소되어도 수사가 중단되지 않습니다. 이재명 지사 자신이 법률가니까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어째서 자신과 관련이 없는, 그저 비난받아 마땅한 트윗을 올린 일개 트위터리안에 대한 '고발 취소'를 전해철 의원에게 이야기했을까요? 그것도 '충언' 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이야기하면서 말이죠. 문제를 봉합시키기는 커녕 다시 이슈화시키는 그 '충언'이 민주당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제가 굳이 말해야 할지 의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리스크를 다른 누구도 아닌, 이 문제가 더 이상 문제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이재명 지사 자신이 되레 확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이재명씨의 입을 통해 이 문제가 이야기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 정작 이재명씨에게는 없는 듯 합니다.

이재명 지사의 '충언'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위한 바른 말[忠言] 인지.
아니면 어떤 벌레만도 못한 작자를 감싸주기 위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팔아먹는 말 [蟲言] 인지.

그 '충언'의 의미가 참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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