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내가 내세울 장점이 무어가 있겠는가. 세상은 넓고 잘난 사람은 많다.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모든 걸 잘하는 천재도 아니다. 늦어도 서른을 넘기면 누구나 깨닫는 진실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장점이 있다. 이것 하나만큼은 세상 누구보다도 잘한다. 그것은 나를 버리는 것이다. 나는 절대 고집부리지 않는다. 자존심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언제든지 변할 준비가 되어있고, 빠르게 변화한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기회주의자로 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줏대 없는 인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자존심도 없고, 줏대도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나는 아직 미생이다. 많은 사람이 그럴듯한 말투로 완생이 무언지 설교한다. 하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해본 적도 없이 말만 앞서는 현학자이며, 그러고 나서 남은 일부만이 이론과 경험을 결합한 근거를 제시한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조차도 완생이라 생각지 않는다. 나에게는 나만의 완생이 있을 테니까. 그러나 그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제자리에 서 있는다면 절대 완생의 길을 찾지 못한다. 일단 걷고, 부딪히고, 깨지고... 그렇게 너덜너덜해지도록 털리고 나면 뒤돌아보았을 때 걸어온 길이 남는다. 완생은 그 길의 끝에 있다.
일단 걸어갈 수 있는 원동력. 그것은 바로 나를 버리는 것이다. 이 길이 나의 길인지, 그 끝에서 내가 웃을 수 있을지, 이런 고민 탓에 걸음을 떼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나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길은 없다. 길을 걷기 전의 나는 그 정도로 대단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걸어라. 아무것도 없는 잡초투성이 황야일지라도 걷다 보면 길이 난다. 걸어야 길이 난다. 그게 나를 위한 길이다.
오늘 나는 또 한 번 나를 내려놓았다. 자존심을 구겨서 잘근 씹어 삼켰다. 그리고 일단 걸어보기로 했다. 그 길은 결코 위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코를 막고, 시선을 돌리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나는 완생이라는 산봉우리가 보이는 언덕 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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