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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7/07 11:40:30
Name 재즈드러머
Subject [일반] 프듀48 일본어 번역 자막에 대해
요즘 pgr을 비롯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핫한 프로듀서48에 관한 글입니다.
다만 방송이나 멤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일본어 번역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스연게시판이 아닌 자유게시판에 올립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프로그램 일본어 번역을 누가했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센스있게 잘 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인데요.
몇가지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번역들을 소개합니다.

1. 悔しい(くやしい) 쿠야시이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해보니 "분하다" 라고 나오네요.
소개해놓은 예문도 남에게 얻어맞고 분한 생각이 들다, 분해 죽겠다 이러한 예문이 나옵니다..
사전만 보면 정말 분한 느낌, 열받는 느낌을 들게 만드는 단어인데요...
이 말은 일본인들이 상당히 자주 쓰는 표현이고,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스포츠 경기나, 경연같은 곳에서, 패배나 탈락한 선수들이 하나같이 인터뷰때 쓰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아사다 마오 선수가 김연아 선수에게 패배했을 때였나요? 한 인터넷 기사가 아사다 마오 선수 인터뷰 번역을 사전 그대로 분하다라고 표현해 더욱더 한국인들의 공분을 산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이 말은 화가나서 분하다, 열받는다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속상하다, 안타깝다, 후회된다, 자기 자신에게 실망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늬앙스를 띄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외부상황에 대한 분노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 이러한 자기자신에 대한 성찰의 뜻이 더 강합니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가 이 말을 쓰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구나, 겸손한 사람이구나, 더 열심히 하겠다는 뜻이구나 등의 좋은 감정을 가집니다. 그런데 이걸, 분하다로 번역해버리면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에게는 뭐야? 지금 져놓고 어디다 화풀이 하는거야?? 라는 아니꼬운 감정이 들기 십상이죠.
프듀48도 승패와 희노애락이 엇갈리는 순간이 많은 관계로 상당히 많은 일본 멤버들이 이 말을 썼습니다.
그런데 자막은 제 기억상으로 한번도 분하다로 번역하지 않았더군요. 전후 시츄에이션에 맞게 "속상하다" "안타깝다" "나에게 화가났다"등으로 번역했습니다. 이런 적절한 번역으로 인해, 설령 일본인 멤버에게 가질수도 있는 편견들이 생기지 않게 잘 번역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2. やばい 야바이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해보니 "[속어](들키거나 잡힐 염려가 있어) 위태롭다; 위험하다."라고 나오네요.
공식석상에서는 쓸 수 없는 속어 맞습니다. 어원까지는 찾아보지 않아 모르겠으나, 이 말이야 말로 천의 의미를 담고 있는 가장 번역하기 껄끄러운 말이라고 봅니다.
일본인들이 정말 자주 쓰는 말이고요. 특히 젊은 세대들이 엄청나게 많이 씁니다. 거의 뭔일만 일어나면 아 야바이!  하고 외치는 경우가 많죠.
가장 대표적인 뜻은 네이버 사전에 소개된 위험해라는 뜻입니다만, 어쩔때는 그냥 의태어 처럼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계단에서 미끄러질때 우리가 어어어! 같이 소리를 내듯이, 야바야바야바! 등으로 짧고 반복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다른 느낌을 내포하기도 하는데요, 예를들면 늦잠을 자서 학교나 회사에 늦을 것같을때, 야바이 라고 하면 위험해라고 번역하는것보다는  (지각할거같으니) x됐다. 망했다. 이런 늬앙스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듯이 이 말은 때로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로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악공연을 보거나 영화의 한장면을 보고 야바이! 라고 외친다면 그건 엄청나게 훌륭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우리말로 굳이 변역하자면 와 나 소름돋았어, 쩐다 이런  뜻으로 쓰이는게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네요.
어제 프듀48을 볼때 대기실에서 무대를 지켜보던 일본인 멤버가 야바이라는 말을 씁니다.
이걸 대박이다 라고 아주 자연스럽게 느낌을 살려서 번역한 걸 보고 다시한번 이 프로그램 번역가의 센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속어이긴 해도 우리나라 속어의 x나와 같이 저속한 느낌은 아니고, 남여 불문 많이 쓰는 말입니다)

이것 외에도 보면서 와 센스있네 라고 생각한적이 몇번 더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두 가지를 적어보았습니다.
일본어는 가까운 나라이기도하고 한국어와 어원이 비슷한 단어들이 많기에 번역자들이 많고 그래서 번역이 상대적으로 잘되는 언어이기도 한 반면 제가 겪어본 바로는 오역이나 느낌을 잘 살리지 못하게 번역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런면에서 이 프로그램의 번역가분을 상당히 칭찬해드리고 싶네요.
이상, 프듀48에 빠져있는 한 아재가... 일본어 번역을 무심코 보다가 느낀 뻘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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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7 11:46
수정 아이콘
쿠야시도 좀 늬앙스가 다양하고
야바이는 뭐 거의 감탄사 수준으로 다양해서... 그걸 상황과 장소를 보고 선택해야되는데..
번역이란게 참 어렵습니다. 문맥만 보고 판단할수는 절대 없는 그런거라..
18/07/07 11:46
수정 아이콘
번역가도 대단하지만, 글쓴님도 일본어 내공이 대단하시네요~
아케이드
18/07/07 11: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외국어라는게 우리말과 1:1 등치가 성립될수 없고, 따라서 상황에 따라 적당하게 번역해 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본문에서 쓰신대로 여자애들의 '쿠야시이'는 대체로 '속상하다'로 번역하는게 맞고,
'야바이'는 '쩐다'로 번역하는게 맞을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18/07/07 11:48
수정 아이콘
야바이는 한국말로 하면 헐~! 같은거라고 보면 되겠네요
아케이드
18/07/07 11:50
수정 아이콘
그게 단순히 그렇게 등치되는게 아니라서 어렵지요.
어떨때는 위험하다, 어떨때는 쿨하다, 어떨때는 헐, 어떨때는 쩔어~
18/07/07 11:54
수정 아이콘
X된다(됐다)...정도가 적절할것 같네요..
아라온
18/07/07 12:01
수정 아이콘
클났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더 많은 뜻이 있네요.
ThisisZero
18/07/07 12:05
수정 아이콘
대-박
캠릿브지대핳생
18/07/07 12:32
수정 아이콘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군대에서 사용하는 씨*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어떨때는 좋다, 어떨때는 짜증난다, 어쩔때는 미쳤다 등등으로요
아케이드
18/07/07 12:52
수정 아이콘
그러네요. 정말 비슷하네요.
하지만 번역에 쓸수는 없겠네요.
유열빠
18/07/07 15:47
수정 아이콘
엄청 맛나도 야바이라고 씁니다.
사람마다의 감탄사죠.
18/07/07 11:55
수정 아이콘
야바야바야바~
괄하이드
18/07/07 11:59
수정 아이콘
한국어를 일본어로도 좀 잘 번역해줬으면 좋겠네요. 일본에서 인기 좀 더 끌게..
18/07/07 12:08
수정 아이콘
쿠야시 대부분 '속상하다'의 뉘앙스로 맞게 번역 했는데 1화때 사쿠라만 '분하다'로 번역해서 어그로 오지게 끌었죠...크크
준영이가 이것도 노린거면....
겟타빔
18/07/07 12:12
수정 아이콘
노렸다는데에 방금 빨래하다가 나온 동전들을 걸겠습니다
아케이드
18/07/07 12:13
수정 아이콘
준영이의 캐릭터 만들기 수법이라고 봅니다.
재즈드러머
18/07/07 12:15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본문에 제 기억상으로 분하다로 번역한적이 없다했는데 그 부분을 놓친것 같습니다.
코메다
18/07/07 13:16
수정 아이콘
기억력이 점점 퇴보하는 제 기억력으로
1화때 悔しい가 2회 등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름모를 멤버가 자신이 준비한 것을 다 펼쳐놓지 못하고 한 인터뷰에서는 悔しい를 속상하다고 자막을 띄우더니
1화 마지막 즈음 사쿠라가 한국멤버는 A, B가 많은데 일본멤버는 성적이 계속 나쁘니까 그것이 悔しい = 분하다라고 인터뷰를 했죠.

그때 자막을 보고 왜 다르게 번역을 했을까.. 궁금했는데(시청자에게 나쁜 선입견 심어주기 딱 좋죠) 설마 이것마져 노린거라면...
사스가 안준영...
홍승식
18/07/07 12:08
수정 아이콘
그치만 사쿠라의 쿠야시이는 분하다로 번역했죠. 크크크크
Galvatron
18/07/07 12:34
수정 아이콘
패배한 선수가 자기자신한테 분할수도 있는거지 공분까지 살 정도인가싶네요.
아케이드
18/07/07 12:52
수정 아이콘
실력도 없는게 이기려고 든다고 까는 건데, 그냥 깔 사람이 핑계거리 찾은 거죠 크크
18/07/07 13:10
수정 아이콘
야망캐 사쿠라의 진심을 제대로 번역한
초월번역의 일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플망고
18/07/07 14:21
수정 아이콘
이거죠.. 본심을 제대로 읽어낸..
강미나
18/07/08 15:43
수정 아이콘
저도 다시 봤는데 그 자막 나올 때 사쿠라 표정은 아무리 봐도 속상한 게 아니라 분한거였어요.
물론 인터뷰는 따로 하는거라 상관없는거긴 한데.... 표정 디테일까지 맞추는 안준영 당신은 대체....
18/07/07 13:36
수정 아이콘
저도 다른거 다 잘 해놓고 왜 사쿠라의 쿠야시이만 분하다라고 번역했는지 궁금했는데... 크크
단어의 뉘앙스 외에도 전체적으로 번역이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때문에 가위바위보로 센터를 정하자고 했던(!) 마츠오카 나츠미의 묘한 뉘앙스는 너무 순화된 느낌이 있더라구요. 그것까지 살려버렸으면 마츠오카 나츠미는 욕을 두배로 먹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송하나
18/07/07 13:54
수정 아이콘
전 야바이가 '너의 이름'은 에서 동생이 많이 써서 귀에 익숙해져 있었어요.
역시 외국어는 반복인가...
18/07/07 15:56
수정 아이콘
뜬금없이 고등학교 일본어선생님이 일본어는 도조랑 도모 두개만 알면 된다고 했던게 기억나네요
18/07/07 17:17
수정 아이콘
같은학교셨나요 크크크크
개념은?
18/07/07 17:00
수정 아이콘
일본 스포츠선수들 졌을때 인터뷰 들어보면 10에 9은 분하다라고 말해서 얘네는 진것을 인정안하나? 혹은 얘네는 평소에도 이렇게 만화캐릭터 같은 말투를 쓰나? 하고 의구심이 있었는데 오히려 겸손의 표현이었군요
18/07/07 18:02
수정 아이콘
야바위가 야바이인가요?
카랑카
18/07/07 19:27
수정 아이콘
이런점이 사실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죠.
일단 번역이라는 것을 믿을수 없긴 하죠.
사실 번역가에게 저임금으로 인해 돈을 짜게 주서 퀼리티을 망으로 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及時雨
18/07/07 20:33
수정 아이콘
한국어 자막은 멸망...
마파두부
18/07/08 08:53
수정 아이콘
같은 한자문화권에다 어순이 같고 문법도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직역을 하면 뉘앙스도 그렇고 좀 요상한 번역체가 되어버리죠. 일본어야말로 적절한 의역이 꼭 필요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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