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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6/28 22:23:49
Name 사악군
Subject [일반] Congratulations, You Win!

고등학교 친구중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다지 친한 친구는 아니었는데, 나중에 우연히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죠. 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에도 나왔었는데.
여호와의 증인도 아니었어요. 성격도 그렇게 특이할 게 없었는데
제 인상은 조금 꼬장꼬장한 성격이라는 정도? 이것도 굳이
특징을 찾아서 서술해보려니까 나오는 정도였죠.


또 다른 친구는 판사를 하고 있는데,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죄 판결을 꽤 여러번 내렸어요.
위에 올라가서 뒤집혀도 굴하지 않는..크크크 하 이 또라이자식.
아, 얘는 쟤보다는 좀 친합니다.

서로 그 문제에 대해 얘기해본 적은 없어요.
어쩌다 그 판결문 밑에서 아는 이름을 보게 된거죠.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네요.

방금도 말했지만, 그 친구들과 이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눠본 적은 없어요.

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고,
하기 싫은 일이라 해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느정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도
제게 달가운 판결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친구의 존재 덕분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행하는 사람들이
그저 이기적이고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건 잊지 않을 수 있었죠.


저는 여전히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 결정이 가져올 해악이 이익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가 틀릴 수도 있고, 맞더라도 그게 저 개인에게 무언가 크게 다가올 해악이 있지는 않을 것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는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할 커다란 손해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이겠지요.



그래서 의외로, 순순히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할 수 있네요.


축하한다. 너희가 이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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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8 22:30
수정 아이콘
근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왜 [아니 저 군대 진짜 가기 싫어요] 라고 말도 못해봤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김철(33세,무적)
18/06/29 09:03
수정 아이콘
그렇죠.
어릴때부터 너무 세뇌 당했어요.
심지어 저희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 양말 신을 때마다 그렇게 느리게 양말 신으면 군대가서 큰일 난다고 그랬고...
포경수술하기 전에는 지금 안 하면 군대가서 마취도 안하고 짼다고 겁을 주면서 하게 했고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하는 곳이다. 다녀오면 진짜 남자가 된다는 둥 그런 소리를 부모님 포함 주위에서 수도 없이 들었고.
단 한 번도 의심해 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군대가 왜 가야하는 곳인지를...
30대 중반이 된 이제야 좀 위화감을 느끼네요. 나는 왜 의심없이 갔는가...
아점화한틱
18/06/28 22:46
수정 아이콘
견해차이정도야 당연히 있겠습니다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 2등국민이니 뭐니 혐오하는분들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뭐가 그리 못마땅할까 싶습니다. 다 낙인찍어서 범죄자 양성하는 현 시스템이 더 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뭐라고 불러야할까요. 막장같은 전통의 수호자? 대체복무제는 거의 국회 직무유기 수준으로 논의도 안됐었고 이제서야 그나마 헌법불합치로 국회 니들 빨리 법좀만들어 수준인데... win이라는 말이 참 무색하네요. 대체복무로 충분히 해결가능한 문제인데 요즘은 어느포털을 가도 거의 이슬람 난민취급인게 참 웃깁니다. 그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자신이 무슨손해를 보길래 그렇게나 못마땅한건지. 아, 이유가 하나 있다면 나는 다녀왔는데 누군가는 군대에 안간다니 배알꼴리는정도? 거의뭐 전체주의적인 광기로밖에는 안보여서 참 갑갑합니다.
18/06/2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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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지금이니까 이런 예기가 나오는거지 예전에는 이런 예기도 못 꺼냈죠... 진짜 무슨 단체 마조히즘에 걸린 것도 아니고 국가에 자기 자신을 아무 대가없이 바쳐야 하는 현재의 병역 제도를 무슨 신주단지마냥 받드는건지...
foreign worker
18/06/28 23:47
수정 아이콘
전체주의적인 광기 보다는, 편법으로 빠져나가려는 자들에 대한 분노죠.
병역을 신성시하는게 아니라 더럽고 치사하게 강제로 몰아붙여서 어거지로 했는데, 알량한 신념을 얘기하면서 빠져나가려고 드는 사람들을 좋게 보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허구헌날 북한 타령만 하면서 처우 개선에는 모르쇠인 국방부를 먼저 욕해야 하는 게 옳겠지만,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일 뿐이니.
절름발이이리
18/06/28 23:54
수정 아이콘
현재 남한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그 대신 징역을 살고 있는데, 알량한 신념일 수는 있겠지만 편법과는 한참 거리가 멀지요.
18/06/29 00:05
수정 아이콘
군대 2년 다녀오기 vs. 같은 기간 교도소에 다녀오고, 전과자로 평생 살기.
이미 고자되기 급 선택을 한 사람들인데요.
아점화한틱
18/06/29 02:06
수정 아이콘
편법이라뇨. 집총이 불가능하다는걸 그들은 주장했고, 어떠한 제재수단으로도 그들이 집총하도록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가장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형벌로 다스린다고 해도 그걸 받아들이겠다는 사람들이고 실제로 징역살고있거나 징역살고 나온 분들 많습니다. 개인적 광신이야 누가 그걸 옳다고 했겠습니까마는 그들을 꼭 전과자로 만드는게 대체 누구에게 최선입니까?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 지금 하루이틀 얘기합니까? 저사람들은 매일같이 얘기했을겁니다. 국회는 방관하고 시민들은 무관심했습니다. 소수자들이이깐 괜찮나요? 군대의 처우개선은 그거대로 추진할 일이고 그걸 핑계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foreign worker
18/06/29 12:52
수정 아이콘
대체복무제 자체를 반대하는건 아니죠. 단지 대체복무와 현재 병역의 형평성을 따지는 거죠.
휴가있는 감옥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개판인데다가 사고나서 죽거나 다쳐도 신경도 안써주는 막장 병역을 대체할 만한 근무 난이도와 기간+급여가 있어야 납득이 되는데, 그걸 만족할 만한 방안이 있는지도 의심스럽거든요.
더러워서 군대 가고 말지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된 대체복무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대체복무 도입은 반대합니다.
신념이 대단할 수는 있지만, 신념으로 이득을 볼 수 있으면 신념은 악용될 수 있거든요.
Jon Snow
18/06/29 11:59
수정 아이콘
그들의 신념을 알량한 것으로 간주하고, 모두 다 편법으로 군대를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 이런 말이 나오는군요.
그런 사람들이 '생길거라고' 걱정하거나 그것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bemanner
18/06/28 22:49
수정 아이콘
국방 문제-인권 문제는 이뤄지는 동안에는 다같이 이기는 거고 그게 무너지는 순간에는 다같이 지는 건데
너네가 이겼다라는 거는 약간 안 맞는 거 같습니다.

제 생각과는 다른 방향이지만 기왕지사 이래된 거 세부정책이 잘 짜여져서 같이 이길 수 있길 바랍니다.
말코비치
18/06/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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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이름부터 조 변경을... 양심이라는 두글자 때문에 오해와 불신이 반복되는게 안타깝네요
아점화한틱
18/06/28 23:00
수정 아이콘
저도 '군대갔다온 나는 양심이 없다는것이냐'라는 글을 볼때마다 고구마 다섯개먹고 물한모금 안마신 기분이 듭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용어는 바꾸는 게 맞는거같아요. 차라리 그냥 심플하게 집총거부나 소집거부 이런식으로 하는것도 나쁘지않을거같구요.
아이오아이
18/06/28 23:15
수정 아이콘
복무기간축소에도 진지하게 억울해서 반대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던만큼 비슷한 심리겠죠.
나도 죽도록 가기싫었지만 갔다왔는데 넌 안간다고? 빼애애애애액
절름발이이리
18/06/28 23:20
수정 아이콘
이길 논리들이 결국 이기게 되죠. 시간이 걸릴 뿐..
18/06/28 23:37
수정 아이콘
2222
세종머앟괴꺼솟
18/06/29 00:11
수정 아이콘
시간이 좀 많이 걸려서요. 어쨌든 감정보다 논리가 이기는건 환영입니다만..
아점화한틱
18/06/29 02:11
수정 아이콘
오히려 어렸을땐 세련된 악이 정의를 이긴다고 생각했지만... 일반 시민들의 건전한 상식, 정의가 결국에는 이긴다고 생각해요. 그나마도 상식적인 국가에 태어났으니 망정이지 저어기 이슬람권에 태어났다면 진작에 참수됐겠죠 저는
18/06/28 23:27
수정 아이콘
그들이 이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글쓴이가 졌다는 건 알겠네요..
우주견공
18/06/28 23:31
수정 아이콘
양심적병역거부 이름이 좀 이상합니다. 저는 비양심적인 걸까요?
이호철
18/06/28 23:46
수정 아이콘
그 양심과 그 양심이 다르다더군요.
참 헷갈리게 왜 똑같이 양심이라고 하는지.
Bluelight
18/06/29 01:33
수정 아이콘
우주견공님의 양심과 그들의 양심이 다른 것 뿐입니다.

군대를 간다고 양심적, 안간다고 비양심적인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죠.
우주견공
18/06/29 10:17
수정 아이콘
양심이라는게 상대적이라는 건 철학적 견해인가요? 법리적 해석인가요?
Bluelight
18/06/29 10:24
수정 아이콘
법리적 정의로요. “헌법상 보호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한다.”
18/06/29 05:29
수정 아이콘
양심은 각자가 주관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양심을 이유로 병역거부를 할 수도 있고, 양심을 이유로 병역 이행을 할수 도 있겠죠..
세츠나
18/06/29 09:33
수정 아이콘
양심적 병역거부/양심적 병역수행/양심과 상관없는 병역거부/양심과 상관없는 병역수행 네 가지가 있는 겁니다.
foreign worker
18/06/28 23:42
수정 아이콘
그냥 집총거부일 뿐이죠, 양심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오해와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잘못된 단어라고 봅니다.
대체복무제 자체를 반대하는건 아니지만, 감옥 아닌 감옥인 현재의 징병제 병역과 비교할 만큼 힘들고 어려운데다가 기간도 길어야 한다는 것은 필수입니다. 인권도 좋지만 그렇게 안하면 병역 대상 연령 남성은 죄다 특정 종교로 개종해서 상대적으로 '꿀을 빠는' 대체복무로 가는 꼴이 나올테니까요.
의도가 좋다고 해도 악용되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제도나 법률은 여건을 먼저 개선하기 전까지는 보류해야 하는게 당연합니다.

집총거부자의 신념이 순수한지 아니면 그저 병역 회피를 노리는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순수한 신념 아니면 거부하지 않도록 만들어야죠.
세종머앟괴꺼솟
18/06/28 23:57
수정 아이콘
저는 제도 제대로만 만들면 백익무해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악군
18/06/29 00:06
수정 아이콘
그 점을 기대하지 못하는 것이죠..제대로 만드는 것.
18/06/29 00:03
수정 아이콘
1.
적어도 우리나라 헌정질서 아래에서, 전쟁에 기여하는 그 자체를 반대한다는 신념(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모두 전과자로 만드는 길만 남기는 것은 부당하다. (이번 판결)
이는 사회적으로도 손해이며, 정의롭지도 못하다.
전쟁에 대해서 기여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의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대체복무 제도를 남겨야 한다.

2.
그러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 제도가 병역기피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1)따라서 병역거부가 그 사람의 진정한 신념이 맞는지 확인하는 타당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2)또한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근무여건, 근무기간, 업무난이도 등) 병역선택이 더 합리적일 수 있도록 보상구조를 정해야 한다.

3.
하지만 동시에 대체복무는 처벌이나 자비가 아니라 이 나라의 국민으로써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권리이다.
따라서 대체복무의 여건, 기간, 난이도는 병역선택을 합리적인 선택으로 만드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


- - -

대한민국은 이 정도 철학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마련할 능력이 되는 나라입니다.
"전쟁에 대해서 기여하지 않겠다는 형태의 신념은 이 나라에서 그 어떤 형태로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런 신념이 있을 사람이 갈 곳은 감옥 뿐이다."
이런 말은 사실 "우리는 이런 신념을 존중하면서, 신념을 가진 자들을 사회에 기여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군대 시스템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와 같은 말일수도 있네요.
사악군
18/06/29 00:06
수정 아이콘
"우리는 이런 신념을 존중하면서, 신념을 가진 자들을 사회에 기여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군대 시스템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그 말씀이 맞습니다. 과연 그게 될 것인가, 2, 3의 조건이 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것이죠.
홍승식
18/06/29 00:22
수정 아이콘
우리는 이런 신념을 존중하면서, 신념을 가진 자들을 사회에 기여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군대 시스템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이게 사실이라고 봅니다.
군대 시스템이 개차반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대체복무 제도가 처벌이 아니면서 병역기피 수단이 되지 않으려면 병영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데 이건 문화적인 문제보다 비용적인 문제가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런 비용을 부담할 준비가 단 1도 되어 있지 않죠.
18/06/29 00:47
수정 아이콘
두 분의 댓글이 비슷한 맥락이라 동시에 대답하겠습니다. 조금 감성적으로요.

"북한을 조금이라도 옹호하거나 옹호했을 소지가 있는 사람은 이 나라에서 어떤 형태로도 용납할 수 없다. 조그마한 의심이라도 드는 사람은 감옥에 가거나, 사형시키거나, 기타 등등 비난 받아 마땅하다."
대한민국에 아주 깊게 뿌리박혀 있던 명제이지요. 이 명제 역시 전쟁과 분단상황에서 깊게 박혔고, 옹호되었습니다. 실제는 부패한 집단의 권력을 옹호하고, 반민주적인 행위를 가리기 위한 논리로 쓰였습니다.
이 명제를 한 번 부정하기 위해 수많은 피가 흘렀고(민주화운동),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만들기 위해 10년이 더 걸렸으며(김대중 대통령 당선), 그 반동을 극복하기 위해 천운에 가까운 일도 있었지요(최순실 게이트와 촛불혁명).
그 끝에 우리가 얻은 것은? 직접민주주의, 권력견제 시스템, 세 명의 진정성 있고 걸출한 대통령이죠. 또 동북아시아에서 나름 자랑할 만한 정치 시스템이구요.

[그에 비해서 대체복무를 정착시키는 일은 아주 쉽다고 생각합니다]. 고작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원리만으로도 정리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예측 가능한 수준의 부작용이 있고 효과적인 해법이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힘 공군이 있죠. 압도적인 병영문화에, 꿀빠는 훈련량을 자랑하지만 고작 3개월 긴 것만으로도 많이들 선택을 주저하니까요. 대체복무자들에게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고강도 업무를 맡기고, 합숙여건 마련하고, 복무기간 1.5배 정도면 어지간한 선에서 걸러질 겁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좋은 경험입니다. 또한 사회로도 좋은 일입니다. [어떠한 가치라도 대안이나 제한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면 가치가 잘 지켜지는 게 아니라 그냥 사회를 좀먹습니다]. 당장 "전쟁에 대해서 기여하지 않겠다는 형태의 신념은 이 나라에서 그 어떤 형태로도 용납할 수 없다."의 형제격인 "군 기강을 깎아내릴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용납할 수 없다."는 신념 때문에 어떤 일이 생겼습니까? 똥별들이 배를 채우고, 부사관들은 무능해지고, 병영부조리가 뿌리를 내렸죠. 지금에 와서야 간신히 선진병영, 봉급 확대, 위수지역 언급 등등이 논의되고 있지요.
다시 말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정도 철학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마련할 능력이 되는 나라입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마련 건은, 국민 정서가 무작정 반대가 아니라 견제와 비판의 동력으로만 돌아가면, 너무나도 쉬운 사안이고요. 자신을 가져도 된다고 봅니다.
사악군
18/06/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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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하신 명제가 극복된건 피가 흘러서가 아닙니다.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죠.

문제는 병력유지는 꼭 북한만이 아니라 다른 위협을 생각해도 필요한 것이어서 북한과의 체제경쟁 승리, 설령 통일이 된다 해도 필요한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병력가용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는 데 있지요.

말씀대로 이제서야 간신히 선진병영, 봉급 확대등이 논의되는 판인데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이런 논의가 결실을 거둔 후에야 시작되어야 할 논의가 아닌가하는데, 결정이 난 이상 잘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겠지요.
홍승식
18/06/29 14:58
수정 아이콘
1.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고강도 업무가 얼마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고강도 업무를 의무인력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있을까요? 그런 업무는 대부분 공적 고용 영역입니다. 한때 여성 징병의 대안으로 국가 보육원을 만들어 20대 여자들을 징용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러면 그 곳에 아이를 맡기고 싶겠습니까? 병역은 평시에는 사회적으로 의미없는 일이기 때문에 징병을 해도 문제가 없는 거죠. 평시에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의미없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2. 합숙여건을 마련하면 그게 대체복무인가요?
대체복무를 하려면 최소한 출퇴근은 보장을 해줘야죠. 대체복무라면서 합숙하고 강제로 일 시키면 그게 군대, 교도소와 뭐가 다른가요? 그러면 그 대체복무도 양심에 따라 거부하는 사람은 어떡하구요? 단순히 집총을 거부하기 때문에 병역을 거부하는게 아니잖아요. 대체복무라고 하면 업무의 강도와는 상관없이 출퇴근시키고 근무시간 외에는 보장을 해줘야죠.

3. 결국 대체복무는 현재의 공익근무요원 같은 형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대체복무로 공익이 될 수 있는데 군대에 가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요? 현재 한국에서 군대를 모병제로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징병제가 유지되는 한 군대를 먼저 개혁하지 않고 대체복무제를 가져오면 부작용이 더 클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군대를 먼저 개혁한 후에 대체복무 논의를 해야죠.
Lord Be Goja
18/06/29 00:38
수정 아이콘
도입후 10년쯤 지나면 필연적으로 모병제 내지 일종의 군포제 논의가 있겠군요.
한데 요즘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집에서 돈 못보태줘서 군대가는 놈들이라고 비웃음당하겠군요.
모 강사말하는 대로 살인기술 배우면서 주거등등의 자유를 박탈당하는게 신념인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아점화한틱
18/06/29 02:20
수정 아이콘
그럴 일이 없도록 사회적으로는 일종의 병역의무에 대한 존중심이 생기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법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적 시선같은 비공식적인 것들도 중요하지요. 아울러 여성의 국방의 의무에 대해서도 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방의 의무가 병역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여성도 국방과 안보라는 가치에 일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동등한 시민이기 때문이죠. 여성도 대체복무나 그에 준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당장 지금만해도 민방위훈련같은거라도 여성들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한초보
18/06/29 01:44
수정 아이콘
이겼어가 아니라 옳았어가 되길 바랍니다.
아직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결정된 건 없으니 틀렸을 수도 있겠죠.
옳길 바라는 것은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니까요.
pppppppppp
18/06/29 01:48
수정 아이콘
제발 군대좀 ;
18/06/29 05:07
수정 아이콘
양심이라는 단어 때문에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단어가 적절한가를 떠나서 헌법재판소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헌법상 보호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한다."

이건 사실 신념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은데... 어쨌든 프레이밍이 이렇게 된 이상 그걸 돌리는건 어렵고, 그렇다면 저 정도는 바탕에 두고 논의를 진행하는게 좋겠죠.
애플망고
18/06/29 07:56
수정 아이콘
공동체의 존속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사악군
18/06/29 08:21
수정 아이콘
비꼬는건지 진심이신지 가늠하기가 어렵군요..요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것 같아서
애플망고
18/06/29 08:25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생각하는 공동체의 범주가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와는 다른 개념이네요. 뻘댓글을 써버렸네.. 저는 인생 최대 스펙이 군대라서 병역거부자들을 보면 불쾌감이 심합니다.
티오 플라토
18/06/29 09:04
수정 아이콘
대체복무를 사회에 도움이 되지만 빡센 곳으로 잡아서 복무기간을 3년이상 잡아놓으면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짜로 신념때문에 병역을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을 위한 복무니까요
다만 상근을 하면 형평성 이야기가 나올테니 근무지에서 숙식하게 해야하는데 이거 체계 잡는게 조금 귀찮긴 하겠네요..
복무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10명뽑는다고 10명 항상 지원할지 안할지 모르니..
초록물고기
18/06/29 09:11
수정 아이콘
양심이라는 단어 자체는 누가 만들어낸게 아니라 헌법에 써있는 단어 그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최초 일본에서 근대 헌법학을 수입할때부터 양심이라고 번역을 해서 제헌헌법에서부터 계속 양심이라고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대체복무제는 결국 비양심(비신념)적 병역거부자들을 걸러내고 징병시스템이 잘 유지될 수 있는 선이 어디인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한편 그 기준은 대다수의 양심적 병역이행자들이 대체복무를 선택하지 않을 정도의 선과도 같다고 보아야겠죠. 개인적으로 저는 만약 어떤 사람이 진심으로 집총거부를 하는것은 아니지만 (비양심적 병역거부) 군대가 너무 싫어서 어떠한 불이익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저는 그 사람이 대체복무로 가는 것은 감수할 수 있는 부작용이라고 봅니다. 군대에서 그런 사람 많이 봐서요, 그런 사람은 차라리 군대에 안오는게 군대에 더 낫지 않나 싶더군요. 솔직히 전쟁나면 총 어디로 쏠지 궁금할 정도라서.
18/06/2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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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으로 대신한다는 게 참 웃기는 얘기지만 어찌보면 일반적으로 바라보는 군인의 처지가 죄수와 다를 게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죠
군인이나 죄수나 사회와 격리되어 일정 기간을 썩어 있다가 나오는 곳 같은 느낌
사람들이 공감하는 대체복무안은 차라리 죄수하겠다 소리가 나올 수준이고
그런 수준의 대체복무안을 만들 수 있을 리 없으니 어떠한 제안이 나와도 대화가 끊어져 버리죠

어차피 이 건은 어떤 정부라도 결판을 내리기 너무너무너무너무 부담이 큰 문제라 끝없이 미루기만 할 거 같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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