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유게에 한솔로:스타워즈 스토리에 대해서 글이 몇개 올라오더군요. 제법 많은 분들이 보신 것 같아서, 이제 스포 달고 한솔로 영화에 대해서 몇가지 좀 적어볼까 합니다.
-몰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너무 뜬금포였죠. 후드를 벗는 순간, 영화 내용을 다 까먹을 정도로 뜬금없고 황당했고 반가웠습니다, 무척이나. 사실 그간 클론전쟁 애니메이션이나 반란군 애니메이션에서 계속 살아있고 활약했던 몰인데, 애니메이션 안 보고 영화만 접하셨던 분들은 정말 당황스러웠을 듯합니다. 지하조직의 수장으로 몰이 나오면서, 몰 이야기를 또 어떻게 풀어나가려나 궁금해지더군요. 이미 결론이 정해진 캐릭터를 이렇게 다시 시리즈 중간에 굳이 왜 끼워넣었지 싶다가도, 이미 결론난 베이더도 로그원에 나오는 마당에 뭐 어떠랴 싶었습니다.
오리지널 트릴로지의 주인공 한솔로를 프리퀄의 악역 몰과 엮으려는 시도가, 오리지널과 프리퀄을 잘 엮어주는 매개가 될지 쓸데없는 사족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몰의 수하로 밝혀지는 키라. 언제 죽나 계속 지켜봤는데 결국 안죽고 도망가네요. 1회용으로 써먹지 않을 캐릭터란 건 알겠습니다. 차후 몰과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점점 더 캐릭터의 살이 붙겠지요.
-드라이덴 보스. 영화의 최종보스가 보스인데 별로 보스같지 않습니다. 희박한 인상에다가, 몰 휘하에 있는 중간관리직의 모습. 하고많은 성 중에 굳이 Vos를 왜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퀸란 보스와 뭔가 연결이 있는건 아니겠죠, 네.
-토바이어스 베킷! 영화 최고의 캐릭터였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바로 이 모습이 4편 이전의 한 솔로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였습니다. 권총 빙빙 돌리면서 내뿜는 폭풍간지는 좀비랜드에서의 우디 해럴슨이 자연스럽게 겹치더라구요. 오라 싱을 잡았다는 말에서, 실력도 보통이 아닌게 암시되죠. 연기도 좋고 캐릭터도 좋고, 한솔로 영화에 등장한 새로운 캐릭터 중 제일 괜찮았습니다.
-랜도 칼리시안. 개봉 전에 유출됐던 솔로와의 브로밴스는 없더군요. 낚시였나봐요. 랜도 캐릭터도 무척 좋았습니다. 능글능글. 오리지널과의 괴리가 제일 적은 느낌? 새로운 모습의 밀레니엄 팔콘도 멋있었습니다.
-팔콘을 내기로 따는 모습이나, 케셀런 12파섹 주파 떡밥이 이제서야 풀렸네요.
-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양팔 뽑아버리는 모습은 무척 좋았구요. 한과 케미를 점점 쌓아가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한 솔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4편의 날라리 밀수꾼 모습만 기억했던 저로서는, 어리숙한 모습의 한이 조금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만, 4편으로부터 10년전의 이야기니까 크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캐릭터 붕괴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구요. 나중에 드라이덴 보스를 배신하고 반란군(?)쪽에 가담하는 것도 뭔가 솔로랑 안 맞는것 같은데...싶다가도. 4편에서 루크 버렸다가 다시 와서 구해줬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 싹수가 여기서 보였구나라고 생각하니 큰 문제 없더군요. 외려 해리슨 포드와 별로 안닮아서 아쉬웠지, 연기나 캐릭터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
[한솔로 영화인데 한솔로가 너무 희박합니다]. 영화를 보고 남는건 몰과 베킷밖에 없어요.
두번째,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너무나도 안전한 영화]입니다. 클리셰 파괴에 너무나도 집중했던 라스트 제다이의 반작용일까요, 정말 뻔하게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그럼 제가 이 영화에 기대했던 건 무엇이었느냐? 바로
[배켓의 캐릭터를 가진 한 솔로의 젊은 시절]이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4편의 한솔로는 배켓의 연장선이에요. 뭐 솔로가 베킷과 다니면서 그렇게 변했다...라고 얘기하고 싶어도, 베킷과 지낸건 아주 잠깐이잖아요. 중간에 새로운 캐릭터를 끼워넣느니, 그 멋진 배드애스한 모습을 바로 솔로에게 심어버리는게 더 맞지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그게 바로 제가 기억하던 한 솔로구요!
-그리고 영화의 타이틀이 무려 한 솔로인데, 이것밖에 못했나 싶은 심정입니다. 한솔로의 젊은 시절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제가 기대했던건 바로
[한과 츄이의 (동등한 비중의) 화끈한 버디 무비]였습니다. 다이하드3 같은 느낌에, 랜도를 좀 끼얹는 정도요. 우직하고 의외로 만능 공돌이 츄이와,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는 비열한 밀수꾼 하지만 그렇게까지 나쁜놈은 아닌 한솔로의 캐릭터로 갔으면, 4편의 모스 아이즐리에서 만났던 그 인상을 느낄 수 있었겠죠.
-한솔로가 나쁘지 않았다는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영화는 웨지 안틸레스나 니엔 넘브가 아니에요. 이건
[한 솔로]라구요!! 이렇게 안전하게 가기는 너무나도 아쉬운 이름값이란 말입니다.
-그리도가 안나온건 이 영화의 세번째로 큰 문제점입니다.
-그래도 초반부의 제국의 압도적인 공포정치의 묘사는 좋았습니다. 공화국 시절보다 더 좋을 것도 없던 부패한 제국의 모습도요. 로그원을 비롯해서, 앤솔로지 시리즈에서는 제국의 폭정이 잘 묘사되서 정말 좋습니다.
-결론을 내볼까요.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한 솔로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겨우 이것밖에 못했냐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스타워즈 시리즈]를 박살내지 않는 선에서 제법 만족스러운 영화이기도 하구요. 8편 라스트 제다이 덕분에 흥행은 폭망 중이지만, 8편만큼 망가지지 않고 스타워즈에 충실했다는 점에선 정말 좋았습니다. 스타워즈는 이런거지요 아무렴요.
[소박하긴 해도, 스타워즈의 귀환]입니다!!
-주관적인 줄세우기로, 6>3>5>4=R>1=2=솔로 입니다. ep1,2 랑 동급이면 망작 아니냐구요? 7,8,9는 여기에 끼지도 못해요!!
바로 이런 느낌의 버디 무비였어야 했다.... 위에 있는 포스터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