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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3/24 15:49:48
Name VrynsProgidy
Subject [일반] 침묵하는 비겁한 친구 이야기

-1월 24일, Y 대학교, 학교 건물 안-

"야, 주연아, 좀 도와줘라, 우리 요새 진짜 힘든거 알잖아. 진짜 이렇게 부탁한다. 좀 도와줘."

학교 건물안, 안경을 쓰고 신경질적인 인상을 가진 남자가 일행인듯한 사람을 향해 어떻게 보면 뭔가 절실히 요구하는 듯, 어떻게 보면 사납게 뭔가를 질책하는 듯, 큰 소리로 이야기 한다. 이야기를 들은 일행은 난처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왜 이러냐며 남자를 쳐다볼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야, 대답이라도 해봐 새끼야, 꿀먹은 벙어리처럼 왜 말이 없냐? 너 우리 고생하는거 옆에서 바로 다 지켜봤잖아. 너 혼자 그렇게 도망쳐놓고 이제와서 남 얘기 듣는것처럼 그러지 말고, 좀 도와달라고. 이 비겁자 새끼야!"

야 이 비겁자 새끼야, 치사한 새끼야 하는 욕설이 자리를 떠난 그의 등 뒤로 한발 늦게 날아든다.



-2월 8일, Y 대학교 부속 병원 건물 안-

"와, 강주연, 드디어 왔네 이 비겁자 새끼, 너 때문에 종구 쓰러졌다. 니가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와? 이 치사한 새끼야"

그때의 그 '비겁자'가 문으로 들어오자마자, 사람들을 상대로 무언가를 설파하고 있던 남자는 놓치지 않고 그를 향해 폭언을 쏟아낸다. 비겁자는 또 다시 주위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남자에게 큰 죄라도 지은것일까? 남자의 말 마따나 아무말도 없이 비겁하게 침묵하고  있는 그를 보며, 남자는 이번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여러분, 이 새끼 보세요. 제가 여태까지 얘기하던 비겁자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이새끼에요. 중요할떄는 친구들이고 뭐고 다 버리고 침묵하는 새끼, 여러분은 이렇게 되시면 안됩니다. 이렇게 사시면 안된다구요."

결국 또다시 비겁자는 자리를 견디지 못하고 몸을 돌려 건물 밖으로 나간다. '야, 이거 놓고 갔다, 가져가야지,' 하고 챙겨주듯이 등뒤로 남자의 거친 욕설이 날아오지만 병원 문에 막혀 힘없이 땅에 떨어진다.


-3월 12일, Y 대학교 부속 병원 건물 안, 식당?-

3월 12일, 남자가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발견한것은, 뻘건 국물이 담뿍 담긴 국그릇을 양손에 들고, 분주하게 식탁과 주방을 오가는 '비겁자'의 모습이었다. 순간 남자는 이곳에 온 이유도 잊은채,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친구를 죽인 쓰레기 여기 있었네~ 강주연, 너 진짜 뻔뻔한 새끼구나? 오늘도 한마디도 안하고 도망갈거냐?"

밥을 먹던 식당의 손님들이 일제히 둘을 번갈아 쳐다본다. 십수명이 같은 메뉴를 시켜먹는 통일감이 강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호흡이 척척 맞는다.

"철민이형 여기 계셨네, 형 저새끼한테 뭐라 말 좀 해봐요. 여러분, 제발 제 말 좀 들어주십쇼, 강주연 저새끼덕에 종구가..."

남자가 또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자, '비겁자'는 하던 일을 내팽겨치고 여태까지처럼 출구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보여준 행동은 조금 달랐는데, 그는 여태까지처럼 혼자 문 밖으로 도망치는 대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남자의 손을 휙 잡아채 끌고 나가는것이었다.



-3월 12일, Y 대학교 부속 병원 앞 공원-

"허, 비겁한 새끼, 사람들앞에서 개쪽당하니 쪽팔린건 아냐?"

남자가 비아냥 대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영원히 닫혀있을것만 같던 '비겁자' 의 입이 열린다.

"야, 김봉팔, 아가리 여물어 이 쓰레기 새끼야. 뭐? 친구를 죽여? 침묵해? 비겁해? 니가 그렇게까지 못 살겠다, 도와달라, 살려달라, 죽는 소리해서 난 회사 다니다 짬내서 너랑 같이 도서관도 가고, 종구 쓰러졌다길래 회의중에 박차고 나가서 택시타고 응급실까지 달려가고, 결국 종구 새끼 그렇게 가는 길도 제대로 못 챙겨주면 평생 후회할까봐 오늘 연차내고 와서 하루종일 육개장 퍼다 나르고 조문객들 받고 잠 한잠도 못자고 이러고 있었다.

내가 침묵한다고? 비겁하다고? 이 병신 머저리야, 1월에 니가 그 개지랄발광하기 시작한 첫 날, 우리가 어딨었냐? 한창 우리 후배들 피곤한 몸 이끌고 그래도 조금이나마 공부하려고 수십명이 모여서 조용히 책 들여다보고 있는 학교 도서관이었지? 2월엔? 옆에 오토바이타다 사고나서  배에서 장기 쏟고 유리병에 맞아 눈 찢어진 사람들 때문에 의사들 간호사들 눈코뜰새 없이 바삐 숨도 못 쉬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응급실이었지? 그리고 오늘? 종구 가는 길 좋게 보내주려고 찾아온 사람들 있는 장례식장이지 침묵했다고? 내가 침묵한게 아니야 병신아. 니가 때랑, 장소 못 가리고 행패부린거지

애초에 김봉팔, 넌 지금 누구한테 대답을 듣고 싶은게 아냐. 그냥 소리 지르고 난동 피우고 싶은거야, 아무도 제대로 대답 못할 환경에서 혼자 맘 놓고 쏘아붙이는게 그냥 기분 좋은거, 그러니까 종일 도서관까지 같이 들어갈동안 한마디도 안하다가 들어가자 마자 지랄발광하고, 2월에도 전화로는 말 한마디 없더니 응급실 들어가자마자 좋다고 나한테 지랄한거지, 아니야 병신아? 약쟁이 마냥 현실도피하고, 어떻게든 우리 애들 조금이나마 더 사람답게 공부하고 밥먹고 살려보겠다고 일자리 구해 나온 나랑 애들한테 비겁자라고 낙인이나 찍고, 언제까지 그렇게 도망다니면서 살거냐?

나 오늘부터 이제 너 안 봐, 이런 말 해봐야 너 또 어차피 니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모르는척 할거 알고, 그러고 싶지도 않은데 마지막으로 옛 정 생각해서, 그리고 종구 그렇게 아파서 끙끙 앓는 와중에 너 챙기는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마지막으로 얘기한다. 모르는 사람들한테 소리 치고 난리칠 시간에 쓰러져 병원에 계씬 너희 부모님 좀 돌봐드려 이 미친새끼야. 이제 더 해드릴 변명도 없어서 내가 얼굴 뵙기 죄송하다.
이 개같은 놈아!"

멍해져 있는 비겁자를 내버려둔채, 정장을 가다듬고서 남자는 자리를 뜬다. 한 20초쯤 걸었을때였을까, 남자의 등 뒤에서 들릴듯 말듯 작아진 외침이 날아온다.

"강주연 이 비겁자 새끼~ 또 한마디도 못하고 도망가네, 그래 도망가라~ 치사한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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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18/03/24 16:03
수정 아이콘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글은 좋은 글이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글루타민산나룻터
18/03/24 16:25
수정 아이콘
글 자주 써주세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18/03/24 16:32
수정 아이콘
흑 왜 저는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릉 못할까요 흑흑
18/03/24 16:35
수정 아이콘
해석영상 없나요
만년실버
18/03/24 16:49
수정 아이콘
???????
18/03/24 16:53
수정 아이콘
챠콜류인가
18/03/24 17:01
수정 아이콘
멍해져 있는 비겁자를 내버려둔채, 정장을 가다듬고서 남자는 자리를 뜬다.
비겁자와 남자를 일부러 바꿔 써두신 건가요?
VrynsProgidy
18/03/24 17:03
수정 아이콘
사실은 누가 비겁자인지 그 시점에선 명확해졌으니까요 : )
18/03/24 17:04
수정 아이콘
하긴 그렇네요.
테네브리움
18/03/24 17:22
수정 아이콘
맥락이 부족해서 재미가 떨어지네요
독한혀들의전쟁
18/03/24 18:09
수정 아이콘
Y대가 핵심이겠죠? 부럽다능
광개토태왕
18/03/24 18:10
수정 아이콘
뭔 소리에요 이게?
아무리 읽어봐도 모르겠네..
삽마스터
18/03/24 18:14
수정 아이콘
뭔가 좀 아쉽네요...
18/03/24 18:14
수정 아이콘
장례식 끝나고 바로 한바탕 싸워주는게 서로 좋았겠죠?
겸손한도마뱀
18/03/24 18:23
수정 아이콘
세번 정독 했는데 글의 맥락과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La La Land
18/03/24 18:25
수정 아이콘
댓글보니 감독판 공개하셔야할듯
VrynsProgidy
18/03/24 18: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모든 이해 안간다는 댓글을 여기다 한꺼번에 피드백할게요.

일단 그냥 러프 스케치하듯이 생각난 시츄에이션에 이야기가 아슬이슬하게 성립할만한 최소한의 살만 붙인건데... 그냥 먼 소리야 하고 지나가실 분들이 많으실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적극적으로 뭔소리인지 여쭤보시니 일단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이야기는 픽션이고, 그냥 최근의 사회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 방식을 보고 영감을 받아 쓴 글입니다.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데 반응이 시원치 않다면 사람들의 무관심과 비겁함을 탓하기전에 내가 지금 장소와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봤으면 한다는 생각에 움직일 수 있게 팔다리만 달아준거에요.

글 안에서는 마지막 비겁자의 변 이전에는 장소적 배경을 그냥 학교 그냥 병원 그냥 밥먹는곳 이라고 얘기했디만 실제로 도서관 응급실 장례식장이었고, 그곳에서는 어떠한 거시적 명분이 있더라도 당연히 로컬룰이 우선이죠.

근데 이런걸 이렇게 써야지하고 계산하고 쓴 글은 아니고.. 설명을 해드리려면 이렇다는거지 실제로는 계속 반복하지만 드로잉하듯이 쓴 글이에요 .
무가당
18/03/24 18:27
수정 아이콘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이해가 안됩니다. 비겁자와 종구와 나와 후배들이 뭘하는 단체인데 저런 대사가 나오는걸까요?
사악군
18/03/24 18:42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18/03/24 18:48
수정 아이콘
인방갤 가면 저런 사람 차고 넘치니 교보재삼아 둘러보시면 됩니다.
VrynsProgidy
18/03/24 18:59
수정 아이콘
굳이 인방갤이 아니라도 겜방마갤이나 예전 여스마갤 김마갤 트게더등을 생각해보면 요새는 인방관련 게시판이 최고로 막장스럽고 파라노이아의 기운이 충만한 곳인듯

일베 야갤이 우스울정도
이쥴레이
18/03/24 19:11
수정 아이콘
원인에 대한
즉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무런것이 없는지라
강주연과 김봉팔이 왜 이야기가 저렇게 흐르는지 모르겠습니댜.
할러퀸
18/03/24 19:40
수정 아이콘
제가 온전히 이 글을 이해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애초에 김봉팔, 넌 지금 누구한테 대답을 듣고 싶은게 아냐. 그냥 소리 지르고 난동 피우고 싶은거야, 아무도 제대로 대답 못할 환경에서 혼자 맘 놓고 쏘아붙이는게 그냥 기분 좋은거,] 이 부분은 왠지 와닿네요.
-안군-
18/03/24 19:52
수정 아이콘
저렇게 디테일을 감추고 있다가 막판에 팍 터뜨리는게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들의 맛이죠.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포도씨
18/03/24 20:06
수정 아이콘
디테일만 감춘게 아니라 너무 배경이 없이 악다구니만 써대니 공감이 안되는듯합니다.
종구가 왜 쓰러졌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주연이는 거기에 무슨 책임이 얼마나 있는건지. 모두 생략된 상태로 봉팔이가 저러면 그냥 정신병자1일 뿐인거죠. 주변에서 동조하는것도 아니고...
18/03/24 22:09
수정 아이콘
저도 공감합니다.
주연이 말이 다 맞다치면 봉팔이 혼자 너무 정신병자 사이코인 느낌이라...
하고 싶으신 말까지 다 희석되는 느낌이에요.
18/03/24 19:59
수정 아이콘
Y대면 연세대?
포도씨
18/03/24 20:16
수정 아이콘
용인대, 연성대, 영남대?
18/03/24 20:26
수정 아이콘
연변대학교?
윌로우
18/03/24 20:31
수정 아이콘
픽션이긴해도 현실감이 떨어지네요. 사람들 앞에서 비난하는 대사를 좀 더 줄여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VrynsProgidy
18/03/24 20:40
수정 아이콘
그것도 괜찮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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