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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1/29 15:51:03
Name love&Hate
Subject [일반] 선양의 역사. (수정됨)
0. 선양이란?

선양은 황위나 왕위를 '혈연관계가 없는' 덕있는 자에게 물려주는 행위입니다. 덕있는 자라 하면 곧 힘있는 자겠죠. 우리도 힘있는 사람들 앞에선 덕있단 칭찬이 절로 나오듯 뭐 예전에도 그랬겠죠. 군주제의 단점이 혈연을 중심으로 세속되기 때문에, 무능한 군주가 들어설수 있다는 것인데 선양은 이론적으로는 단점을 완벽히 메워줄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특히 유가에서 미담중의 미담, 숭고한 본받아야할 행위로 여겨졌지만,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고 실제로는 찬탈의 다른 모양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근데 중국에서 왕조가 많이 교체되었지만 선양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들어 정복당했을 경우, 정복당하기전 정복하는 쪽에서 이미 칭제를 합니다. 본인도 같이 황제국이어야 황제국 vs 황제국으로 싸움이 되니깐요. 제후국 vs 황제국이면 제후국쪽에서 하극상이 되는거라 굳이 그런 모양새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투를 하기전 정복하려는 쪽도 이미 황제를 자칭하고 나섰기에, 이긴 뒤에도 이미 황제이기에 굳이 망국의 황제위를 선양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선양은 보통 권신(권력있는 신하)이 황제위를 꿀꺽할때 나타납니다. 힘있는 황족이 어린 황제의 제위를 꿀꺽하는 케이스는 너무 많지만, 선양은 혈연관계가 없는 자에게 물려주는거라 선양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혈족에게 주는 것은 양위라고 하는데 그러면 왕조가 안바뀌니깐요.




1. 선양의 시작.

선양의 시작은 신화시대인 요순시대로 거슬러갑니다. 요순시대라 하면 살기좋은 시대를 일컷는 관용어구가 되었을정도로 평화롭고 좋은 시절이었다고 하죠. 흔히 유가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시대인데, 살기에도 좋았지만 마무리까지 완벽합니다. 요와 순이 (덕없는)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는게 아니라, 덕있는 순과 우에게 선양했기 때문입니다. 요는 순에게 순은 우에게 순차선양해서, 아름다운 치세를 이어나갔고 우는 하나라를 개창하면서 왕위를 자신의 자손에게 세습시킵니다. 여튼 요가 순에게 순과 우에게 했던 이 선양이, 이후에 있을 모든 찬탈의 좋은 모범답안이 되게 된겁니다. 다만 이시절의 선양조차도 마냥 순수하진 않지 않느냔 논란이 있습니다.





2. 모방의 시작.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통일 왕조인 한(漢)나라도 결국엔 저물게 되었습니다. 흉노원정으로 유명한 한무제 사후 그런 조짐이 시작되었는데, 결국
시간이 흐른뒤 외척이던 왕망이 한나라의 신하였지만 결국 최고 권력자가 되어 황제에 오를 궁리를 합니다. 그래서 찾아낸게 과거의 선양이죠. 아주 아름다운 행위이던 선양을 통해 황제를 이어받기로 합니다. 정작 선양의식이 시작되자, 왕망은 눈물을 흘리며...거절에 거절을 거듭하면서 겨우 황제위를 받아들이게 되죠. 그러면서 한마디 더 덧붙힙니다. '옛날 주공께서 섭위하셨을때는 끝내 복벽하여 성왕께 제위를 돌려드렸지만, 난 천자의 명이 지엄하니 그럴수도 없구나. 흑흑흑'  주나라가 처음 은나라를 멸하고 통일왕조를 이뤘을때, 주무왕이 죽고나서 주무왕의 동생인 주공 단이 섭정을 하다가 나중에 조카가 장성한 뒤 나라를 돌려준 고사를 차용하며, 고사를 차용할거면 끝까지 해야지 자신은 천자의 명이 지엄해서..지금 받는 제위를 다시 돌려드릴수도 없다라며 안타까워했다는군요... 여튼 선양은 이렇게 다시 부활했지만 아무도 왕망의 선양을 순수한 것으로 믿지 않았습니다. 왕망이 세운 신나라는 얼마가지 않아 한나라의 적통인 유씨들을 내세운 저항세력들에 의해 멸망했으며, 곧 후한이 생기게됐으며 역사의 왕조계보에서도 신나라는 잘 등장하지 않고, 후일 본인 왕망은 망탁조의라해서 역적 F4 로 등재되어 오래된 역적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나머지 셋은 동탁 조조 사마의인 망탁조의.) 본인은 그런 오명을 뒤집어 썼지만, 또한 중국 창업군주 역대 순위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후한의 광무제 유수란 인물을 탄생시켜준 인물이기도 한 그야말로 다크나이트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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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황제 왕망



다만 여기서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될 부분은, 이때는 선양한 이전 군주는 죽지 않았다는겁니다. 멸족도 당하지 않았을뿐더러 본인도 죽지 않았습니다. 지금에서 와서는 선양했으면 그 사람은 적당히 자객을 통해 죽었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이때는 그렇지 않았다는겁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덕이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나와 내 후손의 제위를 양보한건데, 그 덕있는 사람이 양보해준 사람을 죽이는게 더 이상한 일이죠. 그래서 모양새나마 선양을 따르던 이 시대의 전통은 아무도 죽지 않는다입니다. 그래서 조비에게 선양한 후한의 헌제가 연의와는 달리 역사에서는 살아남았고, 사마염에게 선양한 조위의 조환이 살아남은 겁니다. 오히려 이 당시에는 선양한 이전 황제가 죽는게 이상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왕망에게 선양해준 사람(유자영)은 잘 살아남았냐 그건 또 아닙니다. 당시 왕망의 신나라가 들어서자 각 지방에서 저항세력이나 독립세력들이 일어섰는데, 그중 천하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은 유현이었습니다. 그 역시, 한나라의 황족이었고, 세력이 있어서 다시 한나라를 재건할 수 있었지만 한나라를 재건한다면 정통성은 유자영에게 뒷쳐질수 밖에 없었죠. 유자영은 선양해줘버린 왕망에게보다 다시 한을 수복한 유현에게 더 골치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유현에게 죽죠. 그리고 그 유현의 세력은 후에 광무제 유수에게 멸망합니다. 이 유현이 수복했던 한나라를 이름을 따서 현한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현한을 병합한 광무제 유수는 득농망촉이라는 유명한 고사를 남기고, 공손술의 촉까지 병합해 후한을 완성합니다. 여튼 이야기가 샜지만 중요한건 이때는 선양해준 이전 황제가 선양받은 이후 황제에게 죽지 않았다는 겁니다.  




3. 원샷투킬? 아니 1인 2선양?

이런 선양에 특이점이 와버렸습니다. 사마염의 진(晉)나라가 재 통일한 중국은 다시 전란에 휩싸이죠. 바로 영가의난을 시작으로한 5호 16국 시대가 도래합니다. 사마염의 진나라는 강남으로 이사가서 이때부터 동진으로 불리고, 북쪽은 이민족들의 왕조가 난립하게 됩니다. 북방에서 쫓겨나서 강남에 정착하게 된 동진은 시작부터 황권이 미약하여, 여러 호족및 그들이 강해진 권신들의 눈치를 보게되었습니다. 여러 권신들이 있었지만 가장 위협적이었던것은 환온이었습니다. 환온은 강남지역에서 위축되어있던 동진이 다시금 활성화되게 해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성한을 병합하고, 여러 차례 북벌하여 일시적으로 낙양을 수복하는등 동진의 대외원정을 주도했던 사람이었죠. 삼국지 하드코어 팬들에게는 나름 유명한 인물입니다. 위연의 자오곡계책논란에 종종 등장하거든요. 그는 조위가 한을 찬탈하고 서진이 다시 그런 조위를 찬탈했듯, 본인도 바턴을 이어받아 동진에게서 찬탈 아니 선양을 받으려는 야심만만한 인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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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온이 정벌한 성한의 위치와 형세도




하지만 동진에 사람이 아예 없는건 아니었습니다. 조정에서는 사안이 막아섰습니다. 흔히 비수대전하면 '희대의 병크다' 혹은 '부견의 패배다' 까진 기억하지만 이런 대첩이 일어났는데 다른 대첩과는 달리 이상하리만큼 패장은 유명해도 승장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 사안이 바로 비수대전의 동진측 군사 총 책임자 즉 승장입니다. 사안도 절대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서, 조정에서 환온의 야심을 번번히 저지시킵니다. 학계에서는 습착치가 나섰습니다. 습착치는 '한진춘추' 라는 책을 저술해 한나라와 진나라로 이어지는 정통성을 역설합니다. 이게 바로 '촉한정통론'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책이름도 한진춘추입니다. 촉한정통론이 왜 환온의 찬탈을 막는 사상적 배경이 되었냐면, 간단히 말해서 한에게서 선양받은 조위의 행위는 찬탈이고 정통성이 없는 행위라는겁니다. 그래서 조위에겐 정통성이 없으니 그런 찬탈 하지말란겁니다. 조위가 있어도 여전히 촉한에게 한의 정통성이 있다는거고요.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할점이 조위가 정통성이 없으면, 마찬가지로 정통성없는 조위에게 선양받은 서진도 정통성은 없어지겠죠. 이 부분은 서진이 황제국이 된건 정통성이 있는 왕조인 촉한을 정벌해서 얻게되었다로 설명합니다. 한마디로 선양 그거 받아봐야 정통성 없는거니, 환온 너 그짓거리 하지말라는겁니다. '응? 근데 촉한정벌은 사마소때 한거고 그땐 사마소가 조위의 신하였고, 그럼 촉한 정벌은 결국 조위의 신하가 한거니 조위가 한거아니냐?' 라는 질문은 잠시 넣어둡시다. 여튼 이 환온은 이렇게 번번히 저지당하다가 그만 나이가 드셔서 꿈을 못이루시고 죽고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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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보첩도. 비수대전 결과를 기다리며 바둑을 두고있는 사안. 멀리서 승전보를 전할 파발마가 오고있는 그림입니다.


문제는 환온만 죽은게 아니고, 사안도 죽습니다. 환온이 죽고 비수대전일어나고 사안 역시 얼마 안있어 죽습니다. 그래서 환씨집안의 정적이 사라진 틈을타 환온의 아들인 환현이 아버지 환온이 꿈에도 그리던 선양을 받게되죠. 동진의 안제 사마덕종은 환현에게 선양합니다. 이 선양이 남들보기에도 너무 부끄러웠던 이유는 이 동진의 황제가 가장 지능이 떨어지기로 유명한 황제입니다. 이 사람은 그냥 멍청한게 아니라, 배변을 못가리고 더운것과 추운것을 구분못할 정도로 인지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선양을 한다니, 쇼도 이런 쇼가 없습니다. 여튼 이 선양으로 인해 동진이 멸망하고 환현의 초나라가 대체하게 됩니다. 이 나라를 환초라고 부릅니다.




이 선양을 굳이 왜 이야기를 꺼내냐면, 소제목에서도 알수 있겠지만 환현에게 선양한 안제 사마덕종이 신하들에 의해 복원됩니다. 비수대전 이전만해도, 환온의 세력이 가장 컸으며 반대세력이 있긴했지만 동진에서 가장 독보적인것은 환온이었습니다. 하지만, 환온이 죽은뒤에는 비수대전 후에는 사정이 달라진거죠. 큰 외란을 극복하고 나면 극복의 중심세력이 신흥 군벌세력들로 당연히 떠오릅니다. 비수대전의 핵심 군단이던 북부군, 이 당시 이 북부군의 우두머리는 유유였는데, 유유에게 환현이 선양쇼가 반란으로..진압당해버리고 말죠. 그리고 사마덕종은 다시 황제에 복귀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유유는 이제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습니다. 사마덕종은 1인 2선양의 전대미문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4. 살육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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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송의 건국자 유유



유유는 진성 군인 출신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성계와 가장 비슷한 인물이라죠. 유유는 군사적 실력이 뛰어났고 명망도 있고, 그 시점에서는 라이벌도 없었습니다. 선양을 받는건 문제가 아닌데..1인 2선양이라니요. 게다가 그 사람은 백치황제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유유가 봐도 이건 안될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사마덕종을 죽입니다. 죽이고 다음사람에게 선양받기로 결정한거죠. 사마덕종을 죽이고 그 동생 사마덕문을 황제로 세운 뒤 그에게서 선양을 받습니다. 그리고 다시 사마덕문을 죽입니다. 이미 황제 하나 죽였는데 남은 하나를 살려둘 특별한 이유는 더욱 없네요. 거칠 것이 없었죠. 그런 유유가 세운것은 송(宋)나라이고 흔히 유송이라 부릅니다. 유유가 세운건 유송만이 아니었고 선양뒤 죽이는 살육의 전통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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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 당시의 형세도. 위쪽이 북위 아래가 유송





유유는 황제로서 살다 죽지만 유송도 영원하진 않았습니다. 이 시대가 중국역사에서 위진남북조시대라 불리는 시대인데 남쪽의 나라 여섯을 따로 묶어서 육조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손오-동진-송(유송)-제-양-진 이 여섯나라죠. 이 뒤로는 왕위 계승이 아주 개판입니다. 유유는 살육의 전통을 만들었지만, 그건 그대로 제나라의 소도성에게 전승되어 유유의 후손은 그대로 복수당합니다. 소도성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뭐 멸족은 면합니다. 양나라는 제나라 방계왕족이 세운 나라라서, 멸문은 시키지 않고 황제만 죽입니다. 자기네 문중이니 멸문 시킬순 없죠. 이 양나라도 재밌는 나라인데, 세워진지 1대만에 본국이 망합니다. 양나라를 세운 양무제 소연은 왕조를 개창한 사람이므로 나름 이름날린 무관이었는데, (당연히 이런 전란의 시기에는 무관들이 새 왕조를 개창하죠) 1대만에 후경의 공격을 받고 사실상 멸망합니다. 이걸 후경의 난이라 부르죠. 그래서 본국(건업근방)에는 후경의 괴뢰정권이 서게되고, 형주에는 소연의 7남이던 소역이 양나라를 이어받아 즉위합니다. 아주 개판이되죠. 이 소역은 원래 황위와는 관련이 없었던 사람인데 일이 이리되는 마당에, 황제가 되었고, 그가 황제가 되기전 취미가 그림이었는데, 그가 그렸던 그림은 중국황제가 그린 그림중 가장 우리 한국사에 영향을 미친 그림이 되게 됩니다. 뭐 중요한건 이때부턴 죽어나갔다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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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역이 왕자시절 그렸다던 양직공도의 모사. 한국 고대사의 떡밥중 하나였죠.



  
5. 의리남 조광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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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나가는 전통은 그 이후로 몇백년을 이어갔습니다. 이때는 확실히 '선양=죽음'의 공식이 맞아떨어지는 시기입니다. 수나라든 당나라든 선양받으면 다 죽였습니다. 근데 이 것을 바꿀 남자가 나타납니다. 바로 송태조 조광윤입니다. 한국사에서 배우는 그 이민족에게 두드려맞는 북송 남송 하던 그 송나라 맞습니다. 송나라가 나중에야 많이 두드려 맞았지만, 송태조 조광윤은 그 역시 왕조를 연 사람답게 무골출신입니다. 시작은 그도 절도사 출신입니다. 전장을 누비고 다녔던 사람이죠. 송나라가 가진 이미지와 송태조 조광윤은 좀 다르단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조광윤 이미지가 좀 남자다운 남자, 의리남 이미지에요.후주의 시영이 아끼던 장수였던 조광윤은 시영이 죽고나자, 자신의 군사력에 힘입어 시영의 아들 시종훈에게 왕위를 선양받습니다. 그리고 시종훈 뿐 아니라 남은 시씨 일족을 왕족에 준하게 우대합니다. 조광윤은 이전 황제뿐 아니라 본인이 부리던 개국공신들도 황제에 오른 뒤 숙청하지 않고, 부귀로운 안락한 생활을 약속하며 병권만 놓게 만든 황제입니다. 의리남이죠.




중국 4대기서라는 수호지에 보면, 유독 귀한 사람으로 여겨지며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소설설정상에서는 후주황제 시영의 후손 소선풍 시진입니다. (물론 양산박 도적떼들에겐 그저 같이 도적질할 미래의 동료일뿐이지만요.) 소설상에도 이리 등장하는걸 보면, 이후로도 시씨 일족들이 크게 예우받고 살았단 겁니다. 송태조는 죽기전에 유언을 비석에 남겼는데, 그게 석각유훈이고 이건 황제나 그에 준하는 사람들만 확인할수 있는 기밀로 취급했습니다. 금나라에 의해 개봉이 함락된후 이 석각유훈이 공개됐는데 이 석각유훈에 후대의 황제에게 죽기전에 남긴 글에 '송나라에 황위를 물려준 후주황실 시씨를 자자손손 보호할것' 이라는 유언이 있었음이 공개되게 된거죠. 이 시씨 일족은 추후 최후의 최후까지 몽고의 원에 저항하며 일족의 운명을 남송과 함께했다고 합니다.




마무리는 그래도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이 뒤로는 정복에 정복을 거듭해서 황위의 선양은 없습니다. 정복전쟁 전 이미 황국대 황국의 전쟁이었거든요. 지금 까지 선양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봤습니다. 근데 이대로 마치긴 아쉽네요. 마지막으로 다른 이야기 한번 해보겠습니다.  





6. 순수한 선양

때는 춘추전국시대, 아직 왕망의 선양이 도입되기전 그보다 한발 앞서 선양을 하신분이 계십니다. 춘추전국시대때의 연왕 쾌 인데요. 그는 옛 성현들의 모범적 행위를 본받아... 성현을 따라하면 본인도 성현이 되는 느낌이되니 신하 자지에게 정말 순수한 의도로 선양을 하려했습니다. 그러니깐 받는쪽에서 내놓아라가 아니라 주는쪽에서 주겠다는 것이었죠. 태자가 가만히 있을까요? 아니죠. 연나라는 분열되고 자지와 태자는 열심히 싸우고 그 틈을 타서 제나라가 쳐들어와서 연나라에게 궤멸적 타격을 줍니다. 궤멸적 타격을 준거 말고 선물도 하나 주는데, 왕위로 싸우는 쾌, 태자, 선양받은 신하 자지 모두 저 세상으로 데려가줍니다. 내란은 덕분에 종결됐죠. 이 내란 종결뒤에 바로 왕위에 오른 사람이 연왕 쾌의 아들 연소왕이고요. 그는 제나라하면 치를떠는 복수심에 불타던 남자였습니다. 연소왕은 곽외에게 자문을 구했고 곽외의 천금매골 고사에 따라 악의를 비롯한 여러 인재들을 고용해서 반대로 제나라를 멸망직전까지 몰고갑니다. 제나라는 전단의 화우지계로 불붙은 소떼를 이용해서 겨우 멸망을 면하고요. 후일담과는 관계없이 연왕 쾌의 신하 자지에 대한 선양은 그 순간만큼은 진정했던 순수한 선양이었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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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하늘
18/01/29 15:56
수정 아이콘
조광윤이 후대에 금언으로 남긴 비문이 있죠
돌에 새겨 황실깁숙히 보관해 역대 새로이 등극하는 황제는
황실깁숙한 이내실에서 일종의 의례를 치르며
태조 조광윤이 남긴 금석비문을 혼자만 읽고 그걸 가슴속에
담아두는
나중 금나라가 개봉을 점령한후 이돌에 새겨진
조광윤의 유훈이 세상에 공개되는데 내용이 두개라고 하죠
후주의 유손들을 후대하라 (시영의 자손들을 잘대해주고 존중하라)
언변가지고 죄를 논하지말라(사관들이나 언관들이 올리는 주청상소가지고 트집잡아 언로를 막지말라)
홍승식
18/01/29 16:14
수정 아이콘
막문단 때문에 위에 내용이 기억이 안나요ㅠㅠㅠ
푸른늑대
18/01/29 17:00
수정 아이콘
신하 누구요? 존슨?
신의와배신
18/01/29 17:15
수정 아이콘
쾌에게 선양받은 그분이 고려조에 환생하여 무장친구를 두게 되는되는데 그 이름이 척준경 더 소드마스터 이더라...
18/01/29 17:41
수정 아이콘
마지막이 하이라이트네요. 쾌,자지가 다 죽다니 ㅠㅠ
영어선생후니
18/01/29 17:54
수정 아이콘
조광윤은 토사구팽을 하지 않고 부하들의 병권을 모조리 받아온 일화도 그렇고...아랫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하게 칭송해야 마땅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후대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단 말이죠....드라마나 픽션에도 잘 등장 안하고. 후대 왕조 황제들이 거의 토사구팽을 할 수 밖에 없어서 칭송하기에 좀 걸리적거렸나
어두운하늘
18/01/29 18:10
수정 아이콘
드라마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송나라자체가 현대중국문화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왕조인데
송왕조가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라서 그렇지 왕조기간이 300년이 넘는
장수왕조입니다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국이기도 한데 이게 송왕조 개국부터가 그랫습니다
즉 백성들 삶이 나쁘지않고 오히려 윤택했다는 거고
그만큼 나라전체가 안정되있어서 딱히 후대에 이목을 끌이슈가 없죠
펠릭스-30세 무직
18/01/29 18:11
수정 아이콘
라이벌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유스티스
18/01/29 20:05
수정 아이콘
광무제가 생각나네요...
Love&Hate
18/01/29 18:21
수정 아이콘
조광윤이 평화적으로 모든걸 잘 해결한것 처럼 보이고 그런 장점이 있는 남자였는데, 그래서 단점이 있어요.
직계후손으로 하여금 황위 세습을 못시켰습니다.
삼국지로 치면 손책롤이죠.
동오의 창업군주는 손책이지만 (이경우 칭제는 손권부터지만 창업은 손책부터죠) 손권 핏줄에서 계속 후계자가 나온것처럼요.
후계문제를 잘 해결못해서 방계후손들이 후속 황제자리를 세습하게된 약점이 있어요.
군주입장에서 그리 본받고 싶진 않았을겁니다.
young026
18/01/29 21:56
수정 아이콘
200여년 후 되돌려받긴 했습니다.^^;
18/01/29 18:3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Love&Hate님은 제 기억속에 연애전문가(?)로 남아있어서 좋은 글귀도 막 개인블로그에 스크랩해놓고 그랬었는데
이 글보고 어 역사쪽 글도 쓰셨나??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꽤 많이 쓰셨네요 흐흐 시간내서 읽어야겠습니다.

역사공부한다고 설치고 다니기는 한데,
내가 무엇을 공부하는지, 내가 이걸 왜 공부하는지(=무슨 의미가 있는지)
사람들한테 쉽게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은근히 자주 고민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매우 매우 부럽습니다. 이런 글의 존재가 제가 피지알을 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감사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happyend님은 요즘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자게에서 글을 본 지가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Love&Hate
18/01/29 19:32
수정 아이콘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러나다
18/01/29 18:48
수정 아이콘
신기하게도 유럽사에서는 선양같은 전통을 못본거 같아요. 가문 혈통에 힘이 떨어져서 후사가 없을 때 다른 방계 가문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봤어도.
겨울삼각형
18/01/29 19:0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위대한 군주로 알려진 프랑크왕국의 샤를마뉴의 가문인 카를링가문은 원래 메로빙거 가문이 왕일때 재상을하던 가문입니다.

결국 권력을 독점한 카를링가문의 피핀3세에 의해(샤를마뉴의 아버지) 폐위되고 국왕이 바뀌지요.

이때가 750년대고, 이때의 프랑크왕국이 이후 생긴 서유럽의 대부분왕가의 시작이니..

이때가 마지막 선양이라고 봐야죠.
(크킹을 해보면..)


그리고 이슬람권까지 보면,
정통칼리프시대가 저물고 힘으로 칼리프를 독점한 움마미야 가문이나,
그 움마미야를 또 누르고 칼리프를 차지한 압바스가문이나
모두 힘의논리에 의한 선양과정이라고 해야죠.

움마미야->압바스로 넘어갈때 움마미야 왕족중 한명이 탈출하여 안달루시아로 도망가(스페인) 움마미야 에미르 시대를 열었죠(위 샤를로스와 동시대 사람)
류지나
18/01/29 19:21
수정 아이콘
로마 제국 5현제가 혈통하고 전혀 상관없는 후임을 황제로 지명한 사례 등이 이에 가깝지 않을까요?
홍승식
18/01/29 20:16
수정 아이콘
그때는 사위가 황위를 이어서 혈통은 이어지는거 아니었나요?
담배피는씨
18/01/30 13:10
수정 아이콘
근데 그쪽은 권력을 물려주고 은퇴 하는게 아니라..
공동 통치에 가까운거 같습니다.
Love&Hate
18/01/29 19:22
수정 아이콘
서양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는 잘 없습니다. 중국이 좀 특이하게 많은거라 봐야죠.
선왕이 생존해있을때 형식이나마 자진해서 물려줘서 왕조를 바꿔야하는데 그런 케이스가 어딜가나 드물죠.

유럽에는 스웨덴에서 구스타프 2세의 딸 크리스티나가 사촌이지만 외가쪽이라 다른가문인 칼10세에게 왕위를 물려준게 있습니다.
산수탕
18/01/29 18:52
수정 아이콘
너무나 재밌네요! 전에 쓰시던 오호십륙국 연재 너무 재밌게 봤었는데.. 혹시 다시 쓰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기다리는 열혈 독자들이 많을거에요.
Love&Hate
18/01/2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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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건...역량부족으로 접은건데..
제가 원래 쓰려던건 수,당 교체기 이야기였는데 그걸 하려니 5호 16국 및 남북조시대 좀 알아야 될거같아서
간단하게 앞내용으로 써보려다가 간단하게 못쓰고 실패해서, 수당 교체기 이야기 까지 같이 접은겁니다. 크크

다음에 혹시 다시 쓰게 된다면 사마염의 삼국통일 이후부터 수,당 교체기 까지 한번 써보겠습니다.

근데 기다리시는 분은 정말 없을겁니다 크크
ageofempires
18/09/03 13:38
수정 아이콘
여기 있습니다. 상당히 재미있게 봤어요.
18/01/3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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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은 제 첫 사랑 이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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