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gr뿐 아니라 많은 커뮤니티에서 청와대 청원과 관련해서 핫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죠. 보통 민감한 주제들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데, 그런 글들을 보다가 "만약 황당한 청원이 올라오고, 많은 이들이 그것에 대한 답변을 원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런 호기심에 이런저런 내용을 찾아봤는데 마침 정부에 대한 공식 청원과 관련되어서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를 발견해 pgr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2012년에 있었던 백악관 데스 스타 건설 청원입니다.
미국 백악관에도 현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비슷한, 아니 모티브로 삼은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이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열린 정부를 표방하며 2011년 9월부터 운영한 사이트로 이곳에 청원을 등록하고 해당 청원에 2만 5천 명이 참여하면 백악관이 공식적인 답변을 해야 합니다. 5년간 수많은 청원글이 올라왔으며, 백악관이 30일 이내 150명 이상이 참여한 4,799건의 청원을 보관했고, 이 중 227건에 대해서 백악관이 답변을 했습니다.(참고로 백악관이 답변한 청원중에는 위안부 소녀상 건설, 사드 배치문제 등 한국과 관련된 안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11월, 위 더 피플에 "2016년 데스 스타 제작에 필요한 재원 확보"라는 제목으로 "미국이 데스 스타를 만든다면 국방력 상승과 엄청난 고용창출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이 황당한 청원에 3만 4천여 명이 참여하면서 백악관이 직접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죠.
2012년 11월 14일, 해당 청원에 3만 4천명이 넘게 참여한 것을 볼수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데스 스타는 미국의 유명 시리즈인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대 행성 파괴무기입니다. 엄청난 크기와 행성 하나를 날려먹을수 있을 정도의 가공할만한 위력을 자랑하는 병기로, 가상의 무기들을 놓고 크기를 비교하는 그림이나 영상에 항상 수위권에 올라오는 병기죠.
영화속에 등장하는 데스스타.
영화 속에서나 제작이 가능할법한 데스 스타를 지어달라니…. 이 황당한 청원에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답변을 하게 됩니다. 답변한 이는 백악관 예산관리국 과학, 우주 분야 고문인 폴 쇼크로스(Paul Shawcross)로, 이 답변이 워낙 유명했는지 구글 검색창에 Paul Shawcross라고만 쳐도 death star가 연관검색어로 올라오네요.
답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우리는 데스스타 건설 계획이 없음.
-첫째로 그거 지으려면 $850,000,000,000,000,000(85경)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됨. 근데 우리는 안그래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인데 힘듬.
-둘째로 오바마 행정부는 행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지지하지 않음.
-셋째로 단 한대의 전투기에 박살날 무기를 소중한 세금을 때려박아 만들어야함?
당시 백악관의 공식 답변.
http://beatles9.egloos.com/5718310
답변 번역문 풀버전은 여기로.
답변에는 오바마 행정부는 데스스타 건설 계획이 없다는 답변과 함께 스타워즈에 나오는 대사들이나, 장면들을 적절히 섞어 넣으며 센스있는 답변을 내놓았고, 청원 답변의 마지막은 그 패러디의 백미였죠.
만약 귀하께서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으신다면, 포스는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행성 하나 내지 항성계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데스 스타의 힘 따위는 포스의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을.
If you do pursue a career in a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or math-related field, the Force will be with us! Remember, the Death Star's power to destroy a planet, or even a whole star system, is insignificant next to the power of the Force.
물론 위 더 피플의 청원이 얼마나 정책에 반영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기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있었지만, 미국인이 아닌 입장에서 이런 에피소드는 꽤나 재밌고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인들의 스타워즈 사랑도 엿볼수 있는 에피소드였구요. 만약 한국에서 이런 청원이 몰린다면? 아이언맨 슈트를 국가차원에서 제작해 달라던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실제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던지...워낙 짖궃은 분들이 많아서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답변이 궁금하기도 하네요 :)
P.S 혹시 미국이 비밀리에 데스스타를 만들고 있다면 어떻하냐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 아무리 데스스타라도 죽창...아니 전투기 한방이면 박살낼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