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려는 애니메이션은 올해 4월쯤에 방영되 지난주 목요일에 종영한 일본 애니메이션 '사쿠라 퀘스트' 입니다. 국내에서는 애니플러스에서 수입해서 방영중이기도 하죠.
사실 이 애니는 P.A. Works에서 제작된 '일하는 여자아이(働く女の子)' 시리즈 중 3번째 작품입니다. 여기서 일하는 여자아이 시리즈가 무엇인가 하면, P.A.Works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을 배경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처음 제작된 것은 2011년에 만들어진 '꽃이 피는 첫걸음(花咲くいろは, 사진)' 였습니다.
이시카와현의 한 료칸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 오하나를 중심으로 한 이 시리즈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애니의 배경인 가나자와 시 유와쿠(湯涌) 온천과 노토(能登) 철도 니시기시(西岸)역은 성지(聖地)가 되었으며, 애니에서만 나오고 실제 존재하지 않았던 봄보리 마츠리(ぼんぼり祭り)가 실제로 시작되어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3년 뒤인 2014년에 방영된 시로바코(SHIROBAKO)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종사하는 5명의 여성들을 주제로 하여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현장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 6천장이 넘는 성공을 거두었고 2015년 제20회 애니메이션 고베 작품상 수상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물론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실제 애니메이션 제작현장은 애니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으며, 시로바코의 제작사인 P.A WORKS조차 열정페이 논란에 휘말릴 정도로 문제가 많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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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제작된 '사쿠라 퀘스트' 는 두 전작과는 약간 다르게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을 다루고 있는 특이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쇠락해가는 농촌 마을을 위에 나오는 주인공 포함 5인방이 다시 부흥시킨다는 내용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인 코하루 요시노(木春由乃, 사진 가운데)는 시골에서 도쿄로 올라온 사회 초년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구직을 준비하지만 30군데나 넘는 곳에서 낙방하고 부모로부터는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그러던 중 모델 사무소인 '모몽가 프로덕션' 으로부터 미니 독립국인 '츄파카브라 왕국' 의 국왕 역할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되고 기분전환 겸 해서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마노야마(間野山)로 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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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퀘스트의 주 무대인 마노야마의 실제 배경지인 도야마 현 난토 시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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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지에서 원래 부르려고 했던 사람은 츠바키 요시노(椿由乃)라는 사람으로, 60년대 인기 여배우였지만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된지 한참 지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몰랐던 마노야마 관광협회의 회장 우시마츠는 츠바키의 한자인 '椿' 으로 적어서 보냈는데 소속사에서 이를 木春(코하루)로 착각해서 요시노가 가게 되었던거죠. 게다가 그냥 사진만 찍고 가는게 아니라 1년 이상 현지에 상주해야 한다는 계약이었는데 나중에서야 이를 알게된 요시노는 다시 도쿄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더 이상 대안이 없었던 우시마츠 회장과 관광협회 직원들이 어색한 연극으로 붙잡아 결국 이곳에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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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야마 시는 버블경제 시기 당시 유행이었던 '미니 독립국(ミニ独立国, 한국의 나미나라 공화국처럼 관광을 위해 만들어놓은 국가컨셉)' 붐을 타고 츄파카브라 왕국(チュパカブラ王国)을 만들어 전성기 때에는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는 등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완전히 쇠락하여 그저그런 시골 마을이 되었습니다. 이에 다시 지역을 부흥시키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국왕(홍보대사)으로 세우려던 것이었죠.
이후 요시노는 이곳에 만나게 된 관광협회 직원 시오리(맨 위 오른쪽)와 시오리의 친구이자 UMA(미확인생물체) 매니아인 리리코(아래 오른쪽), 그리고 도쿄에서 IT계열 업체에서 일하다 직장생활에 지쳐 시골로 내려왔지만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사나에(아래 가운데), 배우생활을 위해 도쿄로 갔지만 단역만 전전하다 다시 돌아온 마키(아래 왼쪽) 등을 만나게 되고 이들을 각각 직위에 맞게 비서(시오리), IT대신(사나에), UMA 대신(리리코), 노가다 대신(마키)으로 임명해 1년 동안 마을을 부흥시킬 방안을 모색하게 됩니다.
처음에 요시노와 4인방은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마을을 되살리기 위해 여러가지로 노력하지만 보수적이던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인 요시노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관광협회 회장인 우시마츠와 상인협회 회장이자 리리코의 할머니인 치토세와의 악연으로 인해 갈등하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노력으로 인해 조금씩 마을 주민들도 요시노와 4인방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츄파카브라 왕국 건국기념 행사인 건국제에 맞추어 지역 방송국의 인기 TV 다큐 프로그램인 '방열산맥' 의 제작진을 통해 한창 인기가 오르던 밴드인 '프톨레마이오스' 의 건국제 공연을 성사시키게 됩니다. 이후 요시노와 4인방은 프톨레마이오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마노야마로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되었고 프톨레마이오스의 공연에 맞춰 지역홍보 행사 및 지역상품권 판매를 통한 지역경제 부흥을 모색하게 됩니다.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의 공연에 맞춰 행해질 예정이었던 지역홍보 행사는 여러가지 이유로 모조리 파탄났고, 비록 프톨레마이오스의 인기에 힘입어 지역 상인들도 나름 쏠쏠한 돈벌이를 하게 되었지만 정작 이걸로 인해 마을의 현실(숙박시설 부족, 인프라 부족, 매력적인 요소 부족)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면서 지역경제 부흥을 위해 배부한 지역상품권은 정작 아무도 쓰지 않은 채 버려지게 됩니다. 그나마 실낱같은 기대를 품었던 방열산맥조차 어른의 사정에 의한 소위 '악마의 편집' 으로 마치 5인방이 지역을 살리기 위해 프톨레마이오스를 불렀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지역을 살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식으로 왜곡되면서 주인공은 좌절감을 느끼고 휴가차 잠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간 요시노는 고향의 축제를 보면서 단지 사람만 많이 온다고 해서 지역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고 해당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바탕으로 진정으로 오고 싶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와중에 몇십년 만에 한번 있다는 사쿠라 연못의 물빼기 행사를 보려고 외지에서(심지어 UMA와 관련있다는 소문에 외국에서까지) 많은 관광객이 온 것을 보면서 관광협회 회장 우시마츠와 상인협회 회장 치토세의 사이가 나빠진 계기가 되었던 미즈치 축제를 다시 부활시키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사실 이 축제가 파탄난 이유는 우시마츠, 치토세,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발명가 도쿠가 밴드를 하다 도쿠의 대학진학을 계기로 3인 모두 도쿄로 상경하기로 하고 역에서 기다렸는데 정작 우시마츠는 오질 않았고 도리어 마츠리 현장에 난입해 노래를 부르다 결국 축제를 망치게 되었습니다. 우시마츠가 이런 깽판을 벌인 이유는 도망치기보단 보수적이던 마을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보고 싶어서였기 때문이었죠. 어찌되었건 이미 참가자도 줄고 인기도 없던 축제를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마을 주민들은 이를 빌미로 그냥 축제 자체를 없애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축제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3가지의 제구(칼이 달린 깃대인 켄보코, 가마태고, 황금용)가 필요했는데 이를 찾기 위해 마을을 수색하던 요시노는 인구감소로 인해 버스노선이 폐지될 위기에 처한 와라비야 취락에서 20년 전 이 지역에 정착해 지역문화를 연구하던 교수와 만나게 되었고 버스노선 폐지로 촉발된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해야 지역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마을 사람들이 지자체에서 나누어준 아이패드를 그냥 받침대로만 쓰는 걸 보고 IT 관련자인 사나에의 도움으로 마을과 마을의 문화를 알리는 유튜브 계정을 만들고 마을 주민들고 외부와의 인터넷 소통을 장려함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요시노는 4인방과 함께 2종류의 제구(켄보코와 가마태고)를 찾아내는데 성공했지만 황금용은 찾지 못한 채 모조품으로 대체하여 사라졌던 축제를 다시 되살리는 데 성공하고 마을도 예전보다는 훨씬 활기를 띄게 되었지만 이곳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4인방과는 달리 자신의 길을 찾기로 마음먹고 다른 오지마을로 가서 마노야마처럼 지역을 되살리는 일을 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나름 재미있었고 내용도 공감할 점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거든요. 오히려 한국은 일본보다 수도권 집중화나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편입니다.
하지만 판매량은 일하는 여자아이 시리즈(꽃이 피는 첫걸음, SHIROBAKO, 사쿠라 퀘스트) 중에서 가장 처참... 1,393장대로 거의 폭망수준입니다... 전전작인 꽃이 피는 첫걸음이 8500장대로 대박을 터뜨려 실제 존재하지도 않았던 축제인 봄보리 마츠리를 만들어내는 성과를 거두었고, SHIROBAKO도 나름 6000장대로 준수한 성적을 거둔 점에 비하면 너무 망해도 망했네요..
일단 나무위키에서는 주 수요층인 덕후층이 애니의 주제인 '쇠락하는 농어촌의 부흥' 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전작인 '꽃이 피는 첫걸음' 도 시골을 배경으로 하지만 주 요소는 여관과 같은 접객업이고 SHIROBAKO는 애니제작이라는 배경이라 나름 어필할 점이 많았지만 대도시 거주비율이 높은 애니팬들 입장에서는 좀 생소한 소재라는 거죠. 물론 이를 새롭게 잘 살려낸다면 더 좋았겠지만 너무 교훈적인 요소만 강조한 나머지 다른 매력을 드러내지 못한 것도 실패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찌되었든 사쿠라 퀘스트의 참패로 인해 '일하는 여자아이 시리즈' 자체가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차기작이 제작될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제작된다 하더라도 사쿠라 퀘스트처럼 아주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