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9/15 17:10:00
Name ohfree
Subject [일반] 서서쏴와 과거 회상

오늘도 졌다. 한타가 시작되자 나의 트리스타나는 2방 쏘고 죽었다.

팀원들의 원성이 들려온다.


야. 트타야. 무빙 좀 해. 서서쏴만 하면 안돼.


아냐. 쓸데 없는 무빙은 딜로스만 가져올 뿐이야
라고 모니터에 대고 속삭였다.



하지만 사실 팀원들 말이 맞았다.

나의 트타는 움직임어 없어서 물리기 쉽상이었고 적들에게는 좋은 1킬 대상이었던 것이었다.

조용히 게임을 끄고 한숨을 쉬었다.
10여년 전에 친구에게 스타를 가르쳐 주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 이게 안돼? 드래군으로 어택 누르고 저글링이 뛰어 들어오면 뒤로 무빙치면서 홀드 한번 누르고 다시 뒤로 무빙하고… 이게 안돼?

그때의 난 드래군 한부대로 저글링 2부대쯤은 쉽게 요리할 수 있었는데…
왜 지금은 어택 누르고 뒤로 한번찍고 다시 어택 누르는게 안될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나도 중얼 거린다.

말이 없던 내가 주절주절 말이 많아진건 나이가 들었다는걸 인지하면서 부터였다.


이렇게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하나씩 더듬다 보니 들추면 안될것 같은 기억들도 만져 질거 같아 회상하는걸 멈췄다.

하이고. 벌러덩 누워 티비를 틀었다.



때마침 시라노 연애 조작단 영화가 나온다.
타이밍 좋다.
과거 떠올리다 티비 틀었더니 회상 영화 전문 감독님의 영화가 나온다.
회상 영화 전문 감독이란건 그냥 내가 갖다 붙인 명칭이었다. 매 영화마다 과거를 떠올리는 장면이 많아서…
(비슷한 예로 사랑 영화 전문 감독 허진호, 지구 파괴 전문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가 있다.)




스카우트란 영화도 좋아하고 시라노 이영화도 재밌게 봤었지만…시라노는 두번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왜 두번 보기 싫지? 라고 생각해 본적 없어서 명확한 이유를 집어 내지는 못했지만… 여튼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타이밍도 좋고 기이한 우연이다 싶어 그냥 보기로 했다.
이민정이 최다니엘과 키스를 하고 엄태웅은 등을 돌리고 영화는 끝이났다.
그리고 이민정이 그 이쁜 얼굴을 자랑하는데도 이 영화를 보기 싫었던 이유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엄태웅의 찌질한 모습에서 나를 봤기 때문이었다.
홍상수 영화속 남자에서도 날 보긴 했지만 그 영화 속 남자들은  웃기기라도 했지. 시라노 속 엄태웅에게서  영화 내내 자기 합리화하고 상대방에게 상처줬던 내 모습이 보여 웃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들추기 싫었던 과거 기억들에 손이 갔다.
한꺼풀, 두꺼풀 벗기자 부끄러움이 돋아났다.

미안해.



나의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과 전화를 할까? 이밤중에? 아냐. 전화하면 싫어할수도 있어. 그럼 내일 낮에 할까? 낮에는 좀 그런데. 지금 하자. 이 밤중에? 그래. 아직 안 잘거야. 아냐. 전화하면 구질구질하다고 할 수 있어. 문자로 할까? 그래. 문자가 좋겠다. 어어…근데 문자로 썼는데 뉘앙스 전달이 안되면 어떡하지? 편지를 쓸까? 편지는 길게 쓸 수 있으니깐 미안한 마음이 다 전달될거 같은데. 그래. 보기 좋게 연필로 쓰자. 아냐아냐. 편지 받으면 소름끼쳐 할 수도 있어. 얘 왜 이러지 하면서. 짧게 간결하게 전화가 낫겠다. 전화가 낫겠지? 에. 그러니까 전화를 하면……


주절주절 말이 많아진건 나이가 들었다는걸 인지하면서 부터였다.

나이가 들었다는걸 언제부터 인지했냐면……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세인트
17/09/15 17:25
수정 아이콘
너무 잘 쓰셔서 눈물없이 못 읽겠음 ㅠㅠ
카루오스
17/09/15 17:32
수정 아이콘
사람을 미치게 하는 방법이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는 것이고
스테비아
17/09/15 17:43
수정 아이콘
갸아아아아아아악
Janzisuka
17/09/15 17:33
수정 아이콘
저는 원딜하면 사리느라 어물쩡 보다가 스킬 빠지는거 보고 이래저래 재다가 한타 망해요...딜 못넣고..
반대로 듀오하는 원딜러녀석은 딜만 넣고 죽어요..
중간에 없는 녀석들이죠 흑흑
바람이라
17/09/15 18:02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서 미포나 바루스를 합니다 특히 미포...
한타 때 무빙 잘 칠 자신이 없어서 대신 각 보다가 한 번에 스킬로 끝내는 미포가 제일 좋더라고요 그래서 템트리도 방관 미포로...
Janzisuka
17/09/15 18:07
수정 아이콘
그...같이 하는 듀오원딜녀석이...저에게 똥을 줬어요..
쌍관룬(노공격룬)이즈리얼...
여눈-쉰-마관신-삼위 순서로 올려서..멘탈이...
바람이라
17/09/15 18:33
수정 아이콘
영원히 딜이 나오지 않는 템트리군요 오십 분 가야 딜 나오는...
Janzisuka
17/09/15 20:28
수정 아이콘
충분했습니다. 35분 16레벨 분당 4.5cs 2만딜 넥서스 폭파!
변태인게어때
17/09/15 17:43
수정 아이콘
아오오오옥
17/09/15 18:25
수정 아이콘
드라군 무빙 컨트롤은 무빙 홀드 무빙 홀드 아입니까...?
17/09/15 18:30
수정 아이콘
아 저 이 얘기 알아요 이게 그 나폴리탄류 괴담이죠?!
우리는 하나의 빛
17/09/15 18:49
수정 아이콘
극장에서 태권브이가 말합니다.
쏴쏴 쏴쏴. 쏴쏴 쏴쏴쏴 쏴쏴..
버둥버둥
17/09/15 19:30
수정 아이콘
롤을 여유롭게 하시는거보니....후기 들려주시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3808 [일반] 종북과 적폐 [288] 홍승식13434 17/09/17 13434 29
73807 [일반]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철회취소를 다시 취소(...), 18일 정상운영 [60] 삭제됨12613 17/09/17 12613 5
73806 [일반] 10월 금지 제한 리스트 발표로 인한 유희왕 OCG의 상황 분석(부제 : 티어 덱 전부 전멸!(Tier Decks All Eliminate!)) [8] 그룬가스트! 참!5749 17/09/17 5749 3
73805 [일반] 타이거! 타이거! : 게나디 골로프킨-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전에 대해 [36] Danial9113 17/09/17 9113 43
73804 [일반] [뉴스 모음] 빈 손으로 돌아온 자유한국당 특사단 외 [20] The xian11609 17/09/16 11609 40
73803 [일반] 김성주에 대해 전mbc직원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394] 짐승먹이27588 17/09/16 27588 39
73802 [일반]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 추첨 방식이 변경되었네요... [47] Neanderthal11399 17/09/16 11399 0
73801 [일반]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철회취소 , 18일 휴업 [230] 순수한사랑14563 17/09/16 14563 1
73800 [일반] 공기처럼 만연한 미소지니 [57] 삭제됨12117 17/09/16 12117 44
73799 [일반] [뉴스 모음] 자유한국당의 '핵 구걸'에 이은 '핵 땡깡' 외 [27] The xian10857 17/09/16 10857 26
73798 [일반] 북한 ICBM과 지식인 사이트 네티즌의 심리변화 [46] 미사쯔모9709 17/09/16 9709 2
73797 [일반] 한고조 유방이 자신을 암살하려던 관고를 용서하다 [27] 신불해10079 17/09/16 10079 45
73796 [일반] 뜬금없는 타이밍에 PC용 4K모니터 후기입니다. [21] This-Plus11351 17/09/16 11351 0
73795 [일반] 여러분이 목격한 멋진 패배자는 누구신가요? [86] 트와이스정연10743 17/09/16 10743 2
73794 [일반] [뉴스공장] 배우 문성근 MB 블랙리스트 및 국정원 합성사진 유포 피해까지.. 현재 심경은? [40] 삭제됨9490 17/09/16 9490 5
73793 [일반] 청와대는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을 하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95] 홍승식12063 17/09/15 12063 6
73792 [일반] 런던에서 지하철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12] 한국화약주식회사8357 17/09/15 8357 2
73791 [일반] 사무실에 지적장애를 지닌 사람이 돌발행동을 하고 갔습니다. [41] 설이12616 17/09/15 12616 8
73790 [일반] [세월호]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뉴스타파의 특종이 나왔습니다. [36] 하루빨리10939 17/09/15 10939 3
73789 [일반] [암호화폐 뉴스] 중국에서 비트코인 거래소 닫으라는 정식 공고가 뜬 것 같습니다. [54] smilererer10304 17/09/15 10304 2
73788 [일반] 전술핵 재배치 문재인대통령,미국 모두 부정적 [38] 순수한사랑6356 17/09/15 6356 1
73785 [일반]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철회 [35] ㈜스틸야드9006 17/09/15 9006 0
73784 [일반] 서서쏴와 과거 회상 [13] ohfree5737 17/09/15 5737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