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송한 부산 배산 여대생 살인사건편은 연출도 연출이지만 막판 반전이 워낙 소름돋아서 여러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2001년 2월 4일경 부산광역시 연제구 배산에서 22살 김선희 양(사진)이 잔혹하게 피살된 사건으로, 사건발생시각은 오전 8~9시 사이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목격자도 없고 증거가 없어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하다가 태완이법 시행으로 2000년대 이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장기미제사건이 되었습니다.

당시 피살된 여대생의 상태는 그알에서도 여러번 보여주지만 급소 한군데가 '깔끔하게' 찔렸고, 이후 확인사살을 목적으로 목 부분도 찔렸는데 피해 여대생의 몸에서 어떤 방어흔도 남지 않은 걸로 보아 범인은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고 저항할 틈도 없이 살해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여대생 피살 이전에 배산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납치미수사건이 있었는데 피해자는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고 범인은 지금까지 잡히지 않아 이 사건과의 연관성이 주목받았지만 당시 수사도 그렇고 그알에서도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범인은 누구이며 16년 넘게 잡히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데 그알에서는 김선희 양이 외출했을 당시 집에 있었던 남동생과 유력 용의자로 의심받던 전 남친이 나오는데 남동생은 사실상 마지막 목격자나 마찬가지라서 경찰에서도 용의선상에 놓고 수사를 벌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 중3에 불과한 남동생이 누나를 살해할 특별한 동기가 부족하고, 그알에서도 만약 남동생이 범인이라면 오랜 기간 갈등이 존재하면서 가족들이 뭔가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걸 보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남친의 경우 가족들이 가장 강하게 의심했고, 경찰도 전 남친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수사를 했지만 당시 형 결혼식 문제로 서울에 있었던 알리바이가 확인되어 제외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그알에 나와서 자신도 억울하고 안타깝다며 빨리 범인이 잡혔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또한 당시 여대생이 외출할 때 잠옷에 외투만 걸친 채로 나갔다는 점인데 아무리 전 남친이 아는 사이라곤 해도 이성을 만나는데 이렇게나 편한 복장으로 나갈 가능성은 낮다는 거죠.

그리하여 마지막 목격자인 피해자의 남동생이 그알에 요청해 최면수사를 받는 걸로 분위기는 변합니다. 비록 16년전의 기억이고 최면을 해도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여기서 소름끼치는 반전이 나오는데요. 그날 동생이 누나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피해자를 부르는 목소리는 '여자' 였다는 거죠. 만일 남동생의 진술이 맞다면 피해자는 여자 범인과 함께 배산에 갔다 살해당했다는 말인데 거기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받고 저도 '아'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후 당시 피해 여대생의 키가 140cm대의 단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상 흔적의 위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해자의 키는 지형을 고려해도 최소 150 초반~160대 중반 정도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범인이 여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죠.

당시 경찰의 수사는 결코 허술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가족인 남동생도 용의선상에 놓고 철저하게 수사했고, 전 남친도 유력 용의자로 보고 집요하게 수사했으며, 피해자의 초중고 동창은 물론 대학 시절 호감이 있는 남성들은 거의 고향까지 찾아가면서 수사했지만 단서가 나오지 않아서 자살 이야기까지 나오는 판이었는데 여성이 범인일 거라고는 당시 분위기상 예상하지 못했던 거죠.

결국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은 다양한 관점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멘트를 남기고 끝납니다. 그알을 다시 보면서 이건 생각만 다시 했어도 이렇게 미제사건이 되지 않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선입견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다시 한번 실감하는 화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범인이 급소만 정확하게 노리고 죽인 걸로 봐서 피해자에게 원한이 많았지만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성격일 가능성이 높고, 목격자가 없다는 점으로 보아 범인으로 의심받지 않을 성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아버지가 경비 일로 집을 비우고 어머니가 아침에 외출했을 때를 노려 집에 찾아온 걸 보면 피해자의 집안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집에까지 자연스럽게 올 정도로 친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