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제 군대 동기(부산싸나이)가 시험 때문에 하루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기왕 올라왔는데 그냥 내려가면 아쉬우니까 중대내 동기중 유일한 서울 사람인 저를 만났습니다.
토요일이면 모르겠는데, 일요일이라서 당일치기 여행 아닌 여행이 된거죠.

남자놈 데리고 경복궁도 가고, 북악스카이웨이도 가고 반포대교도 찍고 반나절이나마 서울 구경 시켜주고
기차시간 3시간 정도 남기고, 서울역에 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래도 술한잔 해야하잖아요?


부산놈이 서울까지와서 회를 먹고 싶다네요. 속으로 '아니 대체 왜 여기까지 와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횟집을 찾아 걷고 걷다 보니 충정로역까지 왔습니다.
횟집 들어와서 주문을 하는데, 이놈아가 "좋은데이 없나" 이러다가 "서울은 무슨 소주 먹어요?" 라고 아자씨에게
물어보니 이때부터 아저씨가 제 동기를 무시하기 시작하는거였습니다.
(제 동기는 딱봐도 억양이 부산사람입니다.)


광어회를 시켰는데, 부산이랑 맛이 다를거라고 부산에서는 못 보는 맛이다.
<- 그냥 평범하던데, 왜 이런 부심이 나왔는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만 패스
매운탕(서더리탕)을 시켜서 라면 사리를 넣었는데, 친구가 부산에서는 사리 같은거 안 넣는다고 놀라더군요.
그러자 아저씨가 뭔가 선진문화를 부산에 전파한다는 느낌으로 거만하게 말을 합니다.
<- 제가 친구에게 보통 라면사리가 감자수제비 사리 이런거 넣어서 먹지 않냐고 물으니까 아저씨가 저를 맛알못
취급하면서 수제비 사리는 넣으면 떡되서 안된다고 가르칩니다. "제가 가는 다른 횟집에서는 수제비 사리도 팔던데요?"
반문하자 거기는 전문점이 아닐꺼라고 크크크크
밑반찬으로 꽁치구이, 기름진 알맹이 하나 없는 김치전, 콘치즈, 미역국 이런게 나왔습니다. 이걸 가지고도 부산이랑은
다르지 부심을 부립니다. <- 그냥 보이는데 들어가서 보니 역시 스끼다시가 엄청난것도 아니던데 왜 이런걸로 부심을 부리지...?


제가 좀 민감한 거일수도 있습니다만 아저씨가 부산에서 왔다고 촌놈이라고, 말끝마다 촌놈, 촌놈 서울의 맛을 보여주마
이러는데, 옆에서 듣기에 민망할정도였고, 동기가 화를 안 내는게 참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물어보니까
서울와서 식당들어가면 자기가 말 한마디 하는 순간 다 쳐다본다고, 뭐 익숙하다는 느낌의 대답이었습니다.


사람들 은연중에 서울말 못하면 놀리고, 서울말만 교양있는 말이고, 나머지 방언은 기품이 떨어지는 말이라고
비하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서울말 해봐" 이런 질문이 나오죠.

표준어 정의가 아마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사용하는 현대 서울말]인걸로 아는데, 그래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