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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0/19 01:57:37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뭔가 시험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공무원이든, 고시든, 토익이든, 자격증이든, 인적성이든... 뭔가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많은 요즘이다. 수험생활 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있다. 하긴 불안하겠지. 세월은 하릴없이 흘러가는데, 붙는다는 보장은 없으니깐. 자신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시험에 떨어질까 봐 불안해한다. 아주 열심히 불안해한다. 밥 먹고 식후 땡 하는 시간마저 자책할 정도로 불안해한다. 어떤 교수가 그랬다더라. "유리병이 바위와 모래로 가득 차 있어도, 그 안에는 커피 한 잔을 담을 공간이 있습니다. 즉, 아무리 삶에 여유가 없어도 친구와 커피 한잔 할 여유는 있다는 말이죠." 담배 한 까치도 맘 놓고 피우지 못하는 수험생을 보면, 그 교수는 뭐라 말할까? 담배 연기를 담아두기에 수험생의 유리병은 너무 작은 거다. 화장품 샘플만 하달까...

  근데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가 있을까? 자랑은 아니지만... 시험에 열라 많이 떨어져 보니깐. 뭐 XX 별거 없드라. 시험 떨어지면 늘상대로 시궁창 상태 그대로일 뿐이다. 이것은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지지리 궁상 속에서 계속 잘 살지 않았는가. 지지리 궁상 좀 더 길어진다고 뭐 달라지겠는가. 그냥 돈 버는 시기가 늦춰진다 생각하면 된다. 결혼하는 시기가 늦춰진다 생각하면 된다. 시험에 떨어져 봤자, 뭐 그냥 별거 없다.

  차라리 시험에 붙어야 뭐 별 게 있지. 공무원 시험 붙는다고 생각해보자. 일단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면접 보러 갈 옷도 사고. 면접 스터디도 하고. 예상 질문, 예상 답변 준비하고. 그래 봤자 못난이 얼굴이지만 피부 관리도 받아야 하고. 그렇게 면접까지 붙으면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정장은 너무 과하니깐 출근복으로 적당한 세미 정장도 사야 하고. 직장 근처에 살 곳도 구해야 하고. 살 곳을 구하면 작더라도 가구도 사야 하고. 식기도 사야 하고. 하다못해 전기밥솥까지 사야 한다. 그리고 나 같은 등신 뭐가 좋다고, 지가 찼으면서 지가 다시 사귀자고 했던, 예쁜 옷 한 벌 사 줘본 적 없는, 사랑하는 그녀에게 명품백은 아니더라도 백 하나쯤은 사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무릎이고, 허리고 다 나가고, 이제는 냉장고 한 칸을 약봉지로 다 채우신 부모님께 안마의자 하나쯤 사드려야 하지 않을까? 시험 붙으면 이렇게나 걱정거리가 많다. 아마 골이 빠개질 거다.

  그러니깐 떨어질까 봐 불안해하지 말자. 떨어진다고 뭐 큰일 나는 게 아니다. (차라리 붙으면 그게 큰일이다) 길 가다 넘어지면 그냥 털고 일어나면 된다. 혹 피 좀 났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 그러니깐 쫄지 말자. 시험 좀 떨어진다고, 인생 좀 고꾸라졌다고, 완전 끝장나는 건 아니다. 차마 다 잘 될 거라는 소리는 안 할란다. 솔직히 "알이즈웰(All is well)"은 구라다. 노오오오력 해도 안 되는데 잘 되긴 개뿔. 근데 안 된다고 똥 되는 건 아니니깐. 안 되면 다음에 또 하면 된다.

  다만 뒤처지긴 하겠지. 근데 그래서 뭐? 뒤처지면 뭐 나락으로 떨어지나? 뒤에서 티라노사우르스라도 쫓아오나? 그냥 느리면 느린 대로 살면 된다. 남보다 앞서간다고 그게 행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마흔에 결혼하면 그건 장가 아닌가? (근데 정말 그때서야 하는 건 아니겠지? 덜덜;;) 물론 닦달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뒤처지면 안 된다고, 인생에는 때가 있다고, 언제 할 거니? 언제 할 거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을 거다. 그냥 무시해버리자. 뭐 내 인생 지들이 살아줄 것도 아닌데 뭐...

  그러니깐 뭔가 시험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걱정하지 말자. 떨어져도 뭐 없다. 넘어져도 안 죽는다. 그러니깐 쫄지마 XX!






(욕설은 가렸습니다. 나머지는 이름과 견종입니다...)





※ 여담인데 '쫄지마'라는 말을 공석에서 쓴 것은 김어준보다 내가 먼저다. 대학생이 막 되었을때 고등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수련회를 하는 데 후배들한테 조언 한 마디 해주라고. 그래서 연단에 서서 공부를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얘기는... 하나도 안 했다. 대신 입학시험/면접 보러 갔을 때 쫄지 말라고 그랬다. 뭐 교수도 사람인데 별거 없다고. 억지로 잘할려고 하면 주눅들 뿐이라고. 그러니깐 면접 가서 쫄지말고 마음껏 지르라고 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 절반은 좋아하셨고, 절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던 걸로 기억한다.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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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티스
16/10/19 02:02
수정 아이콘
24살에 시험을 붙고자 했지만 못붙어서 25살정도 되서야 이미 속도경쟁은 뒤쳐졌으니 천천히가자고 했다가 3년이나 공부를 더했...
마스터충달
16/10/19 02:04
수정 아이콘
그래도 붙었으니 그게 어딥니까 크크
유스티스
16/10/19 02:08
수정 아이콘
흠... 글의 주제에 대해서도, 내용에 대해서도, 저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카르타고
16/10/19 02:12
수정 아이콘
크 시험준비중인데 글이 확확 들어오네요.
하지만 잠시후 챔스볼준비를 하는 나
래쉬가드
16/10/19 02:25
수정 아이콘
시험은 아니지만 저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데요
사실 주변의 시각이란걸 의식 안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하다못해 진짜 친한, 나를 있는 그대로 생각해줄만한 친구들도
자꾸 제가 먼저 만나기를 꺼리게 되고 만날 자신감이 없어져서 관계가 소원해지고 그럽니다.

빨리 이 터널을 통과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야지
뭔가 금의환향 하겠다기보다는 그냥 정상궤도에 삶을 돌려놓고 싶다는 바람뿐입니다
그런데 터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에서 고립되고 단절된 느낌을 많이 받고 스스로 그렇게 몰아가고, 점점 사람성격이 이상해지는 느낌을 받네요

터널에서 빛을 향해 달려가시는 모든분들 힘내시고 파이팅입니다
러블리너스
16/10/19 02:34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댓글이네요.
아마존장인
16/10/19 03:05
수정 아이콘
저도 공감이 좀 가네요
근데 쪼까 넘어지고나니까 나한테 진짜 소중한 것들이 뭔지 알겠더라구요
딱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만 남았어요
마스터충달
16/10/19 10:04
수정 아이콘
지구는 둥그니깐 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끝은 있겠죠? 어 잠만. 이 커브는 뭐지??
16/10/19 02:38
수정 아이콘
저같은 진성 흙수저는 투자대비효율적인 면에서 10년정도 걸려도 공무원에 붙기만 하면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더라구요.
물론 이게 공부를 소홀히 하는 자기합리화가 되서는 안되지만요.
무릎부상자
16/10/19 02:53
수정 아이콘
20대 후반으로써 뭔가 와닿는 글이네요
오늘도 회식하면서 선임들에게 X같은점 다말하고 왔습니다
내년에 때려칠생각이라 아주 술 술 나오더군요
달토끼
16/10/19 09:18
수정 아이콘
선임들 반응이 궁금하네요. 크크
아마존장인
16/10/19 03:02
수정 아이콘
저도 한 비틀비틀 하는 중이라 남 얘기 같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한 공부 하셨나봐요 수련회에 까지 불려가실 정도면 크크
마스터충달
16/10/19 08:17
수정 아이콘
근데 대학교때 공부를 몬해서 ㅜㅜ 겨우 면고 하며 살다가 3점 겨우 넘겨놨더니 취업이 안 되네요 크크크크흙 ㅜㅜ
16/10/19 03:03
수정 아이콘
좋은글입니다:) 새벽에 읽으니 더 감성 돋네요
취업하고싶어요
16/10/19 03:24
수정 아이콘
이력서 쓴거 다떨어졌습니다. 진짜 죽을것같은데.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스터충달
16/10/19 08:11
수정 아이콘
떨어졌다고 끝은 아니니까요. 같은 조건의 회사는 또 없겠지만, 회사는 세상에 많으니까요. 다른 좋은데 붙으려고 떨어졌다고 생각하세요. 뭐 더 좋은데 아니라도 붙으면 좋은데가 되는 겁니다. 크크크
16/10/19 07:23
수정 아이콘
잔뜩 쫄아있다 올해부터 좀 나아졌죠 힘냅시다 다같이~!
싸이유니
16/10/19 08:55
수정 아이콘
취준도 시험앞둔 고시생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한테도 공감가는글이네요. 아침출근길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인간_개놈
16/10/19 09:21
수정 아이콘
그래도 뭔갈 준비중이면 potential은 있는거잖아요
힘내세요

저는 거하게 한번 망해서... 후후
마스터충달
16/10/19 09:44
수정 아이콘
망해도 이렇게 댓글쓰고 피잘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힘내세요.
인간_개놈
16/10/19 11:44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이제는 이게 내 한계구나 인정하고 살아야죠
마스터충달
16/10/19 11:47
수정 아이콘
아니죠!! 떨어졌다고 그게 한계인갑다 그러지 말고, "또 하면 된다. 끝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시험 떨어진다고 끝이 아니에요!
인간_개놈
16/10/19 12:59
수정 아이콘
아 전 시험은 아니고 벤처.... 거하게.... ㅠㅠ
마스터충달
16/10/19 13:40
수정 아이콘
벤처나 스타트업이 실패했을때 좌절하지 않고 또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ㅜㅜ 사업 망하면 진짜 삶이 휘청휘청하죠;; 힘내세요. 사업은 망해도 삶은 망한 게 아니니까요. 또 뭔가 도전하세요. 꼭!
인간_개놈
16/10/19 13:56
수정 아이콘
다른 거 시작한다고 하면 와이프한테 죽을듯
그냥 저냥 살면서 그냥 저냥 중산층이라고 혼자 믿으며 살다가 인생 마감 예정입니다 흑흑
16/10/19 09:32
수정 아이콘
해보고는 싶은데 부담이 너무 커서 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근데 막상 생각해보니 이거 안하면 할 게 공장밖에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리저리 빙빙 돌아가면서도 시작하게 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안했으면 천추의 한이 되었겠다 싶네요 말하신 것처럼 이거 안돼봤자 원래자리겠죠 크크

그래도 여기에 만족 못하고 이걸로 취직하고 싶은 게 결국 사람입니다만 크크
-안군-
16/10/19 14:26
수정 아이콘
면접 가서, "아... 이 회사 꼭 들어가야 하는데, 면접때는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하는데..." 한건 다 떨어졌고,
"그 회사가 과연 내가 다닐만한 회사인지, 그 사람들이 나랑 같이 일 할만한 사람인지 확인해보겠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갔을때는 다 붙었습니다.

맞아요. 쫄지 마세요.
도들도들
16/10/19 17:52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쫄 필요 없죠.
얻을 것은 온 세계이고 잃을 건 쇠사슬뿐인데요.
앗 쇠사슬마저 없잖아? ㅠㅠ
에바 그린
16/10/20 01:59
수정 아이콘
밖에서 볼때는 볼 수 없는, 수험생활의 의외의 복병이 불안감이죠. 하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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