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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29 20:46:36
Name 서리한이굶주렸다
Subject [일반] 최근 페이스북을 접었습니다.
요즘 사회현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분노'와 '무관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너무 슬프고 무력하고 피로한 기분마저 듭니다. 각종 사회현상을 뒤덮은 분노와 무관용에 무서워 밤잠을 설칠때도 있습니다. 일종의 공포증같은 걸까요.

저는 우리집에선 장남이고, 나름 친척중에서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축에 속하지만 권의의식같은건 일부러라도 경계하는 사람이고, 그냥 내가 잘났든 못났든 사람이 좋고, 사람과 나누는 담소를 좋아합니다. 아 물론 게임도 좋아합니다 :)

인간도 불완전한 동물이기에, 항상 올바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순 없습니다. 이는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완전무결하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겁니다. 하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도 자체가 아름답고, 공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 자체가 멋지며, 그걸 하기에 사람이 다른 동물에 비해 더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여성적 성역할을 강조하며 동생의 진로에 대해 조언하는 부모님과 깊은 대화를 나눈적도 있고, 배우자를 선택할때의 조신함을 강조했던 조모님께도 정중하게 제 반대 의견을 펼쳤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저와의 대화 덕분에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감사를 표하셨고, 전 그 사실 자체가 굉장히 감격스러웠습니다. 제가 뭔가 이루어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기뻤지요.

상대가 약자든 강자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사회적 지위가 높든 낮든 비슷한 상황에선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 만큼의 배려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학원시절 제가 다니던 연구실은 국내 대학원임에도 인종구성이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아프리카쪽, 중동쪽 등등, 혹시나 내가 그들에게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보일만한 짓을 하지 않을까 항상 조심했고, 한국사람을 대할때와 다를바없이 그들을 대하고 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들이 저의 행동에 고맙다고 화답해 줄때에도 정말 기뻤습니다.

비록 작은 노력이라고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제 주위부터 바꿔나가면 세상도 조금씩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완벽하진 않지만 노력하며 살아가는 만큼, 타인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거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관용'이었습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것인지 이해하면 타인의 의도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부터 제 사고방식이 굉장히 급격하게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제 노력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무력감에 빠질때가 잦은 것 같습니다.

우선 저 자체가 완전한 인간이 아닙니다. 기분이 상하면 내키는대로 행동할때도 분명히 있고, 나름의 판단기준이 흐려지기도 합니다. 노력하며 산다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해질 수 없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무력감인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무력감은 굉장히 사소하고, 앞서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보기 때문에 저에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진 않는것 같습니다. 반성할점은 반성한다는 점이 좋다고나 할까요. 사실 더 큰 무력감과 공포는 다른데서 왔다는걸 최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속이 너무 좁은걸까요. 제가 보여준 관용을 상대방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너무 큰 절망감에 빠집니다. 전세계 인구가 70억에 육박하고, 그중 고작 나를 비롯한 소수가 노력해봤자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절망감이랄까요. 실제로 연구실에 있던 외국인 동료 한명이 저에게 '인사를 작게 했다' 는 이유로 저를 몰아붙일때는 굉장히 큰 피로감이 다가오더군요.

위는 단지 실생활의 한가지 예를 든 것이고, 요즘 사회현상에 대한 여러가지 담론이나 인터넷 여론의 대립을 보면 서로 이해하기 위한 결론에 도달하는 논쟁이 아닌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한다는 생각이 너무 자주듭니다. 뭐 이런 현상이 요즘에만 있는건 아니겠지만, 인터넷이란 공간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널리 퍼트릴수 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봅니다만, 그걸 고려하고라도 너무나 그 충돌 규모가 크고 빈번하며, 소모적입니다.

일방적인 이해를 강요하면서, 정작 그쪽의 주장은 편협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 자주 화두가 되는 젠더 평등에 대해서도, 양쪽 모두 다른쪽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자주 접합니다. 싸우지말고 협의점을 찾아봐, 서로 이해해봐 라는 메시지를 던지면 회색분자, 명예 자x, 남꼴페미라고 비하받기 일쑤니까요.

최근 그래서 페이스북에 코멘트 다는걸 포기했습니다. 주변 타임라인만 봐도 심심하면 젠더평등 이야기를 하는데, '남자들이 왜 이러는지 이해해봐', '여자들이 왜 이러는지 이해해봐' 라는 취지의 장문의 댓글을 달았더니 바로 밑에, 저와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제 의견이 너무 어이털리고 노답이라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말이 짧막하게 달렸기 때문이에요. 그날은 심적으로 굉장한 충격을 받고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심장이 벌렁거리더군요. 제가 죽음과 우주에 대한 공포증 비슷한 증상이 있어서 깊게 우주와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시야가 어두워지고 숨이 가빠오는데 딱 그증상을 느꼈습니다.

물론 저의 이런 의학적 상황까지 이해해달란 말이 아닙니다. 다만, 서로 중재하고 합의점을 찾아보라는 말이 그렇게 잘못됬나 라는 의문에서 온 충격이었던것 같습니다. "싸움을 멈춰주세요!"라는 말이 공허한 외침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발언이 될 정도로 우리가 분노에 가득찼나 라는 생각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좀 이상주의자긴 합니다. 이상을 꿈꾸는 것이 허황된 소리라는 것도 압니다. 다만 이상론 자체를 펼칠수도 없을정도가 되었나 이런 생각이 너무 가슴아픕니다.

일베든 메갈워마드든, 서로 타인의 성과 사고방식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용한다면 그런 언사나 행위는 일어나지 않을것같습니다. 이런 분쟁을 일부러 조장하고 이용해 먹는 자들이 있긴해도, 관용과 이해가 사회 전반의 상식이 된다면 이런 사람들은 알아서 퇴치되겠지요.

물론 저 자신이 이상적인 인간이 아닌데 이상론을 펼치는게 모순된다고 생각하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노력하는 정도는 허용해 주실 수 있으실런지요. 비판도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긴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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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군
16/08/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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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서비스때문에라도 페이스북을 펴야하는데 펴는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해킹을 당해서 안에 이메일이랑 비밀번호가 죄다 바뀐 것 같던데...이놈들이 홈페이지에서 돌려돌려 돌림판을 하니 (...)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13
수정 아이콘
페이스북은 계정 만들기가 워낙 쉬워서 아예 하나 새로 파심이...크크
16/08/29 20:57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것처럼 인터넷 문화가 잡히면 얼마나 좋겠습니다만 실상은 점점 거리가 멀게 흘러가는거 같네요.
인터넷 대로면 벌써 우리나라 선진국에 장난아니겠지만 현실은 그 근처도 못가는 가식 덩어리에 행동력도 없는 사람들이 태반 글쓰는 거니까 신경 안쓰셔도 무관합니다.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14
수정 아이콘
그 웹상의 분노가 사회 현상으로 퍼져나간다고 생각하니 그게 더 무섭더군요. 최근 여러 메갈발 사건들만 봐도 그렇고요...
물론 반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노가 원래 존재하고 있는데 인터넷상에서 표출되고 있는걸수도 있죠.
Operation
16/08/31 05:22
수정 아이콘
인터넷의 반응대로 세상이 굴러가면 이미 한 당은 망했고, 최근 메갈과 절친한 관계를 보여주시는 당은 원내1당이 되어 여메웜을 열심히 키워주고 있겠죠. 하지만 정반대 크크크

댓글 쓰면서 생각해보니까 진짜 메갈과 친구맺은 당이 저 정도 세력을 얻는 데 그쳐서 다행이네요....
16/08/29 20:57
수정 아이콘
애초에 온라인 친분이나 불특정다수를 향한 자체가 큰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얻을수 있는건 자기 만족 뿐이라고 봅니다
그게 자존감에 많이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도 좋다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페이스북은 다들 행복하게 사는거 아니었나요?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15
수정 아이콘
내가 이렇게 행복하다
내가 이렇게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내가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다

셋중 하나더군요 크크
16/08/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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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상처받지 마세요~
SNS는 말하기 위해서 있는거지 듣기위해서 있는건 아닌거 같습니다
늅이는늅늅
16/08/2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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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리얼
16/08/2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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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커뮤니티든 인터넷에서는 이해와 관용, 매너가 철저히 결핍 되어가고 있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문화적인 공통점이 부족한 '낯선 이' 와 소통하려면 아주 작은 부분들에 대한 많은 합의와 공감이 필요한데
소셜미디어에서는 그런것들을 일일이 따지는 사람이 없을겁니다. 결국 자기 감정(지적 허영, 자존감을 충족시키는?)을 위한 자위도구로서 사용되는거겠지요. 글쓴분께서 어떤 댓글에 상처받으셨을지는 대충 알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그런 사람들은 이 세상에 셀 수 없이 널렸으니
그런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에는 귀기울이지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데이터쪼가리 돌을 던진것인데 이 돌조각은
받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따라 정말 돌이 되어 머리를 후려칠 수 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데이터쪼가리에 불과하여 아무 타격이 없을겁니다.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01
수정 아이콘
크크 신경안쓰기가 너무 어렵네요... 아무래도 제가 너무 고민이 많고 세상 모든 문제를 짊어지려는 미련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언감사드립니다.
하이바라아이
16/08/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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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려는 역지사지의 정신과 내 주변의 작고 사소해보이는 일부터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보고자 하는 글쓴분의 자세를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힘든 일을 겪고 페이스북을 접은 일에 대해서는 일단 위로를 드려야 할 것이지만, 조심스럽게 축하를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요, 저도 페이스북에 의견을 개진하기를 즐겼습니다만 어느 순간 SNS 활동을 통해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상식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벌어지고 갈등의 봉합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서로 자기 진영 속에 갇혀서 보고싶은 것만 본 결과 확증편향의 노예가 되어버리거나 서로에 대한 증오만 재생산되어가는 모습이 곧 한국 SNS의 현 세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럴땐 스트레스만 주는 SNS를 멀리하고 한발짝 떨어져보는 자세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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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안하니까 스트레스 안받아서 좋긴합니다. 다만 이놈의 소심쪼잔한 성격때문에 가끔 생각나는건 어쩔수 없네요 크크
사악군
16/08/29 21:06
수정 아이콘
저같은 마음내의 포지션을 잡으면 편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최소한만 기대하고, 나는 내가 기대하는 관용보다 높은 수준의 관용과 배려를 하고, 거기서 역시 내가 남들보다 잘났으니 내게 배려받은 저놈이 내게 배려하지 않아도 그건 내가 저놈보다 잘나서 그런거니까 당연한 일이고 기분나쁠 일이 아닌거다 라고 셀프만족하는거죠. 이걸로 자존감 채우고 있어요 흐흐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08
수정 아이콘
이 댓글을 보니 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전 상대방이 저와 비슷한 정도의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때부터 삐져서 한없이 쪼잔해 지는 경우도 있는것같거든요 크크 그렇게 대인배적 마인드를 가지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발라모굴리스
16/08/29 21:08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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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브론즈테란
16/08/29 21:17
수정 아이콘
1. 페이스북은 애초에 안하는게 나은것인데 늦었지만 끊으신것 축하드립니다.
친목과 소통을 목적으로 한답시고 페이스북 하는거 만큼 낭비가 없죠. 걍 인간 심리 이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거의 대부분 아무짝에 쓸모가 없습니다. 크크
페이스북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몇몇 경우 제외하고 대부분 이거에요.
(나한테 관심좀 가져죠 제발!!! 나좀 봐죠 제발!!! )

2. 사람들한테 기대심을 가지지 마세요. 그러면 맘편해지구요. 기대심을 안가지려하는 법을 생각하세요.
그러면 사람관계가 가벼워지는게 아니라, 도리어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을 얻으실거에요.
도리어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 매끄러워지고 가까워 집니다.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22
수정 아이콘
사실 진짜 거창한 기대도 안하고 서로 조금만 이해했으면 하는건데 그게 처참히 깨지니 좀 슬프더라구요 흑흑.
내가 이해하고 관용할거라해서 상대도 그럴것이라고 단정짓는것 자체가 좀 쪼잔한 마인드인것 같긴 합니다. 손해본다는 심리를 내포하고있는걸까요 흠... 조언 감사드립니다.
브론즈테란
16/08/29 21:26
수정 아이콘
관용이란것도 베풀 생각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도 타인에게 내가 관용을 베풀고 싶다면, 내가 너에게 이만큼을 줄게로 생각하지 마시고,
관용을 베푸는 행동 그 자체만이 내가 원하던 목적이 되야 합니다. 그러면 상대가 내게 무엇을 해줄거라는 보상심리가 꽤 많이 거세되요.
왜냐하면 이미 그 행동자체만으로 내 욕구와 목적은 해결된거거든요.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30
수정 아이콘
베풂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다가 뒷통수 맞은 기억때문에 그러하기가 쉽진 않네요... ㅠㅠ 하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조언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16/08/29 21:19
수정 아이콘
사실 기대를 하니까 배신당하는겁니다. 모든 기대를 내려놓는게 필수인거같아요.
근데도 어느샌가 뒤통수 맞고 아래엔 또 아래가 있구나 하는걸 깨달음. 아니면 지식으로 알던걸 현실로 접하니 충격을 받는다던가(...)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23
수정 아이콘
이정도의 기대조차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도 슬프긴 하네요 ㅠㅠ 조언 감사드립니다.
연필깎이
16/08/29 21:24
수정 아이콘
관용에는 최소한의 여유가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여유를 갖기 힘든 사회환경의 영향이 크겠죠.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26
수정 아이콘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말씀이신것같습니다.
사실 이런 분노로 가득찬 논쟁과 팍팍한 사회분위기를 조장해놓고 꿀빨고있는쪽은 위쪽이죠.

최근 각종 젠더평등 관련 담론에서도 (강남역부터 최근까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의견개진을 해야할 여성부가 이상하리만큼 조용한것도 이유가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인생의 마스터
16/08/29 21:28
수정 아이콘
비록 아주 미미할 지라도 자신이 노력한 만큼은 세상이 변해간다고 생각합니다.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29
수정 아이콘
말 한마디라도 큰 힘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마스터충달
16/08/29 21:39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감정을 토로하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소통의 종착역이 이해와 화합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 종착역은 끼리끼리와 따봉충이더라고요...
이름없는자
16/08/29 21:43
수정 아이콘
모든 이슈가 그렇고 모든 갈등이 그렇죠. 논의를 하면서 화해를 하고 대안을 도출한다는 교과서 속 말씀들이고 실제로는 그냥 서로의 의견을 재확인하고 서로의 논지만 강화한 채로 끝납니다. 그 과정에서 덩어리가 생기고 무리가 생기면서 당파가 되구요.

최근의 일이 아니라 그냥 인간사가 그렇습니다. 젠더 이슈 같은 것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이슈가 비슷하고 남자 여자 늙은이 젊은이 어떤 커뮤니티와 집단이든 다 그래요. 보통 그 대립이 끝나는건 화해나 논의로 끝나는게 아니라 어느 한쪽이 명백한 힘의 우위를 점하면 끝납니다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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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에 대한 무력감이 너무나 큰것같습니다. 저와 비슷한 슬픔을 느끼실거라 생각합니다.
16/08/2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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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너 불구경하는 구경꾼들이 떠드는 이야기에 신경쓸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을 바꾸는것은 현실에서 닥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덕이 조금씩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말이나 댓글이 아닙니다.

온라인상에서 조롱받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의 평소 생활은 참으로 존경받을 만한 경우도 많습니다.

본인의 직업이나 삶의 목적이 아니라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오고 가는 담론 같은 것에 너무 빠져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한 일부분일 뿐입니다.
늘 그렇듯 아름답기도 하고 추악하기도 합니다.

가끔 저는 시지프스의 일화를 생각합니다.
서글픈 일이지만 삶 자체가 그렇게 허망합니다. 그렇기에 존엄한 것이고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것 같은데,
사람이 진심으로 어떤 숙원을 가지게 되면
소통에 대한 갈증이나 세상에 대한 회의감에서 벗어나는데 큰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서리한이굶주렸다
16/08/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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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생각을 다시금 정리할수 있겠습니다.
페스티
16/08/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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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이네요.
엘룬연금술사
16/08/2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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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최근 1~2년 사이 글쓴이분과 유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모르고 넘어갔을지도 모를 수 많은 부조리함들이 SNS를 통해 고발되고, 또 사람들은 이를 마구 퍼나르며 욕하고... 당연히 저도 보고 있으면 화가 나고 같이 욕을 하는데, 이게 계속 쌓이다 보니 언제인가부터 그냥 '아, 세상은 원래 더러운 것이고 인간은 날 때부터 악한 존재인데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것인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또, 누군가의 SNS를 보며 "에이, 그건 너무 나갔네 흐흐"라던가,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지도..."와 같이 댓글을 달았는데 상대가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기라도 하면 '내가 뭐하러 남의 SNS에 댓글을 달고 이리 스트레스를 받나'싶고, 그냥 대화를 단절하고 싶어지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나날이 인간관계가 좁아져가고 있습니다.
중, 고등학교 친구들... 대부분 연락이 안됩니다. 그냥 서로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통하는 1~2명을 제외하면,
평소에 친한척하고 의리있는 척하던 친구들, 다 소용없더라구요.

대학동기들... 그나마 저는 우리 학교 우리 과에 대해 자부심이 큰데(단순히 수능 점수가 높다 이런게 아니라, 정말 똑똑하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해줘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SNS를 방문하거나 댓글을 다는 친구들이 줄어들어 갑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뭐 굳이 나는 나이고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닌척까지 하며 맞춰 주려 노력하나? 그들이 이런 내가 맘에 안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 와중에 이런 나를 편하게 생각하고 맘에 들어하는 사람들과만 어울려도 시간이 아까운데'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원하는 것, 나라는 사람의 가치관, 나라는 사람의 삶의 방식, 즉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 조차 벅찬데,
각자의 개성을 가진 남들 전부를 이해하고, 그들이 변화하도록 이끄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학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내가 관심있는 영역에 대해 지식을 쌓고, 나를 가치있게 생각해주는 영역에서 내 몫을 하고, 그래서 그 댓가로 급여를 받고, 그 급여로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런 시간 속에서 굳건하게 만들어진 '서로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서로 좋은' 소수와의 유대가
그나마 요즘의 저를 살게하는 이유인 듯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관계가 좁아지면서 가족들과의 유대가 한층 더 강화됨을 느낍니다.
요즘에는 부모님과도 동생과도 너무 관계가 좋고 상호간의 배려에 행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이렇게 살려구요. SNS의 팔로워 숫자도 점차 줄어들어 가는데, 오히려 읽을 꺼리는 늘어나는 요즘이
그나마 예전보다 훨씬 스트레스가 덜하네요.
닭장군
16/08/30 09:53
수정 아이콘
저는 결국 전통적인 게시판이 최곱디다.
김성수
16/08/30 14:29
수정 아이콘
오히려 멘탈 강하신 게 느껴집니다. 저는 기대심을 내려놓지 않는 쪽을 권하겠습니다. 서리한이굶주렸다님에게는 더욱 적합한 행동 양식이라고도 보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동력원으로도 작용될 것이라 보거든요. 희생하지 말거나 날카로운 이미지에 올라타거나 본인 신념을 방패로 불관용을 서슴거나 하는 기회를 가져가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자부심을 더 가지셔도 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말이죠. 보통 이러한 테크가 그러한 것 같습니다. 제가 봐왔던 느낌과 추측으로는 말이죠. 어렸을 때는 정의의 사도가 되고자 꿈을 꿨지만 더 알게 될수록 정의의 사도를 빙자한 불관용이 더 무서워지는 겁니다. 그래서 많이들 저마다의 길을 선택합니다. 소수의 억울함을 위해 더욱 통렬히 꼬집거나 중간에서 이도 저도 아니게 욕먹으며 조근조근 설득하거나 말이죠. 제가 봤을 때는 후자의 포지션이 가장 효과가 좋고 멘탈 유지가 쉽다 판단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둘도 아니라 많은 것을 내려놓으셨을 때 그때의 자세가 만족스러우실지는 의문입니다. 기대가 없다는 것은 신뢰의 부족을 양산하고 신뢰가 없다면 낌새에 대해 민감해지고 섣불리 판단하고 비판하기 마련이거든요. 저는 사람들을 더 신뢰해야한다는 쪽임에도 섣부를 때가 많습니다만 만약 반대의 방향성을 갖고 있었다면 앞으로 끊임 없이, 더욱 불관용을 만들어내는 스스로에게 버티지 못하고 멘탈이 터져나갔을 겁니다. 일단 스스로에게 만족을 얻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좋은 영향을 받으셨을 겁니다. 실제로 양쪽에서 공격 받기 쉬운 포지션이지만 그 자체로는 오히려 공격 받기 어려운 포지션입니다. 다만 사안이 사안이라 반작용이 컸지 않나 싶습니다. (사안으로 쉽게 설명하자면 남커뮤에서 지금 까이고 있는 문제를 자극적으로 되풀이 하여 까면 인기 얻기는 쉬울 터이고 혹 그를 비판하지 않고 상당 부분 긍정하는 분이고 그 내용을 직접적으로 이곳에 글을 올리면 많은 반감이 있을 겁니다. 그러면 어려운 말을 섞어 써서 비판을 피해가기 마련인데 그러면 또 이미 생각이 맞는 사람들만 공감하기 마련이죠. 이러한 포지션에 비해서는 훨씬 탄탄하고 실질도 많습니다. 실제로 이해할 부분은 이해할 만한 것이 있고 방향성만은 제대로 잡아야할 필요가 있음은 여지 없는 부분이니깐요.) 만약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마음 맞는 분들 위주로만 대화를 거는 것도 방법이다 싶습니다. 물론 내가 하는 일에 사람을 가리는 게 문제다 싶으실 수는 있지만 오히려 끼리끼리 잘 놀면 옆에서 끌려들 때가 많습니다. 행복하라 말하면 불행을 외면하냐 욕먹지만 행복한 노부부를 보면 동하기 마련이잖아요. 비슷합니다. 외부에는 싸우는 포지션을 만들지 않고 서로 잘 노는 것만으로도 신념이 전해질 거에요. 비슷하게 대화와 설득을 보자면 서로의 다른 생각을 말함에 있어도 그 여유로움과 관용이 흘러 넘쳐야 매력이 느껴지는 것이겠고요. 물론 생각 그 자체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마음가는대로 잘 살아오셨고 본 받을 만한 포지션을 갖고 계신다 봅니다. 향후에 어떤 선택을 하셔도 본인 마음이지만 혹 반대로 살아보시려고 하시다 너무 그르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적습니다.
키이나
16/08/3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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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어도, 플랫폼이 진화해도, 사람들이 늙어가도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다 거기서 거기더라고요. 그냥 인터넷이란 공간에 마음주지 말고 필요한 서비스만 이용하는게 답인 것 같아요.
Operation
16/08/3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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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스타 페북 모두 유지중이지만(트위터는 너는 짖어라 나는 떠들랜다 식의 글이 너무 난무해서 아예 끊어버렸습니다. 페북은 조금이라도 대화를 할 수 있기라도 하지) 가끔 피로할 때 페북 좀 멀리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구요.
특히 내가 상황이 안 좋을 때 다들 잘 살고 있는 거 올리면 묘하게 난감한 기분이 들 때도 있고 그런 거죠.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고, 아니다 싶을 땐 안 하는 게 가장 올바른 사용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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