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 깐느 광고제의 변신 https://pgr21.com/?b=8&n=66299
광고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2) 카피 앤 아트의 종말 https://pgr21.com/?b=8&n=66299
광고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3) it's time to back to the basic https://pgr21.com/?b=8&n=66401
광고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4) 부제: 바이럴의 명과 암
이전 글에서, 좋은 광고는 눈을 사로잡는 기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의 인사이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좋은 광고 = 조회 수가 높은 광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은 흔히 말하는 '바이럴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1. 바이럴왕과 대바이럴시대
2006년, 유튜브에 재미있는 동영상이 업로드욉니다. 이 영상은 두 명의 청년들이 무려 미국의 체고존엄을 상징하는 에어포스 원(미합중국 대통령 전용기)에 잠입해서 기체에 [Still Free] 라는 낙서를 새기고 도망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 뉴욕에서는 낙서금지법안이 상정되었는데, 뉴욕의 많은 젊은이는 이 법안이 자유를 제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만이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모하고 용감한 두 청년이 저지른 짓(?)이 담긴 이 영상은 한 달여만에 3000만 뷰라는 경이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러나 미 국방성에서 에어포스 원은 낙서 테러를 당한 적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고, 이 영상은 남성 패션 브랜드 에코(Ecko)의 캠페인 슬로건 [still free]를 알리기 위한 광고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광고를 기획/제작한 신생 광고 대행사 [드로가 5]는 그 해 깐느 광고제 사이버 부문 대상을 받으며 일약 광고계의 샛별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이럴왕 [데이비드 드로가]가 광고계 전면에 등장하게 된 사건이며, 아울러 대 바이럴 시대를 열어젖힌 사건이기도 합니다.
말 나온 김에, 바이럴왕 데이비드 드로가의 작품 몇 개를 더 보실까요?
천조국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 시즌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광고비가 필요합니다. 이런 광고비를 지불할 수 없었던 맥주 브랜드 뉴캐슬 브라운 에일은 바이럴왕에게 슈퍼볼 앰부시 마케팅*을 의뢰하게 됩니다.
주1. 앰부시 마케팅 : 스포츠 이벤트등에서 비용을 지불한 메인 스폰서가 아닌 브랜드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하는 마케팅
짜잔- 우리의 바이럴왕님께서는 슈퍼볼 시즌의 과대마케팅을 패러디한 만약 우리가 만든다면(If WE made it) 캠페인을 선보입니다.
다른 슈퍼볼 광고와 마찬가지로, 유명 배우와 전직 미식축구 선수가 등장하죠. 다른 점은 실제 광고를 진행하는 대신 "우린 돈이 없으니까 만약에 우리가 광고비 있었다면 진행했을 광고 콘티만 공개함 크크" 라는 패기를 시전합니다. 물론 비용이 없으니 페이스북에만 공개했죠. 결과는? 미국내에서만 5천만이 넘는 노출을 기록하고 130만 건의 인터렉션을 기록합니다.
뉴욕의 The New Museum에서는 'NYC 1993'이라는 전시회를 기획합니다. 그 동네나 이 동네나 전시회는 입소문이 나지 않으면 폭망하기 십상이죠.
그래서 이들은 바이럴왕을 소환합니다. "우린 돈이 없는데 입소문 좀 내줄 수 있음?"
바이럴왕은 이런 캠페인을 내놓습니다.
recalling 1993, 우리말로 의역하면 응답하라 1993이 되겠네요.
요즘엔 아무도 쓰지 않는, 그러나 전시회의 주제인 1993년에는 누구나 썼던, 공중전화기를 광고 매체로 활용하는 캠페인이죠.
뉴욕 시내의 공중전화 부스에 알 수 없는 번호를 붙여놓습니다.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1993년에 전화를 건 그 장소 근처에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오래된 공중전화기가 마치 시그널의 무전기처럼 시간을 연결하는 타임머신이 되는 거죠!
결과 역시 대박이었죠.
#2. A message to space의 시사점
작년 각종 광고제를 강타했던 광고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이곳 피지알에도 많이 소개되었던 현대자동차의 'A message to space'라는 캠페인입니다.
우주비행사인 아빠가 볼 수 있을만큼 큰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딸을 위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11대가 스턴트 드라이빙으로 새긴 타이어자국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편지를 만들어 보낸 캠페인이었죠.
비록 깐느에서는 브론즈에 그쳤지만, 국내외 크고 작은 광고제에서 많은 수상을 했고, 오랜만에 국내 네티즌들에게도 호평이 이어졌었죠.
이 캠페인이 시사하는 점은 기네스북이 인정한 가장 큰 타이어 자국으로 만든 메시지라는 점도 아니고, 국내 대행사의 작품이 국제 광고제에서 많은 수상을 했다는 점도 아닙니다.
바로 [제작비가 매체비를 초과한 (아마도) 최초의 광고 캠페인]이라는 점이입니다.
현재까지의 광고는 제작이 완료되면, 매체비를 편성하고, 매체비의 일정 퍼센트를 대행사가 가져가는 구조로 진행됐습니다.
즉, 대행사 입장에선 제작비는 적을수록 좋고, 매체비는 많은 수록 좋은 거죠.
그러나,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훌륭한 콘텐츠로 얻는 이득이 광고 매체비를 태운 이득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 되었습니다.
일전에 쓴 글에서 DANKAN님께서 써주신 좋은 댓글의 내용 중에
[광고의 위협은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있다고 봅니다] [광고는 콘텐츠 자체의 매력으로만 따졌을 때 애초부터 1군이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돈을 내고 TV등 매체를 태워서 강제로 노출시키는 거죠. 이에 반해 영화나 드라마, 오락프로 같은 콘텐츠는 사람들이 찾아서 보고요. 지금같이 사람들이 콘텐츠를 찾아보는 시기에, 웬만한 실력과 인사이트가 있는 광고회사가 아니고서는 이런 무한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울거라 봅니다]
라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이 캠페인의 경우 콘텐츠 자체의 매력이 1군급이 되었기 때문에 돈을 태우지 않아도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던 반례가 됩니다.
#3. 콘텐츠 경쟁력의 risk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message to space 캠페인은 대단히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에서 볼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자는 정신 나간 아이디어를 낸 대행사, 수십억을 제작비로 쓸 수 있는 광고주의 자본력, 글로벌에 수천만의 팬을 보유한 브랜드 파워,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길 수 있을만큼 발전한 기술력 등등이 어우러진 작품인 것이죠.
위에 소개해드린 바이럴왕의 몇몇 캠페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비용이라는 점만 빼면 여러 가지 요소가 겹쳐야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인 셈입니다.
게다가, 대 바이럴 시대 이후로, 콘텐츠 경쟁력은 '조회수'로 치환되는 경향도 생겼습니다. 그것이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도움이 되든, 재밌고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를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는 없겠죠.
게다가, DANKAN님도 지적해주셨듯이, [브랜딩]이라는 요소가 들어가야 하는 광고의 특성상, 브랜딩 요소 없이 크레이티브를 뻗어나갈 수 있는 다른 콘텐츠들과의 경쟁력 부분도 생각해야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