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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19 18:10
의사들은 요즘이 더 친절해졌는데, 환자-의사 관계는 요즘이 더 안 좋습니다
- 이 문장을 보고 여러 생각이 계속 교차하는데 잘 정리는 되지 않습니다.. 그 '친절' 이 신뢰형성과 관계 없는 방어기제로서의 친절이라 그러한걸까요? 의사의 친절보다 더 큰 사회 전체의 신뢰수준의 하락으로 같이 휩쓸려버린걸까요? 비슷한 맥락에서 의료/건강에 대한 정보의 범람으로 인한 어설픈 자가치료에 대한 확신에 의해 그런걸까요.. 아니면 기타 등등.. ㅡㅡ;; 어쨌든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 소아과.. 어휴.. 토나와..
16/07/19 18:15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변화는 지식수준과 인터넷의 발달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니 의사선생님라고 하면서 전적으로 믿었다면, 요즘은 이상한 진료에 대해서는 어설프게나마 태클을 걸 수준은 되니까요.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안좋은 상황이 빨리 퍼져버리면서 더욱 더 신뢰형성이 힘들어진게 아닌가 싶어요.
16/07/19 18:36
요즘은 이상한 진료에 대해서는 어설프게나마 태클을 걸 수준이 되면 좋은데
문제는 정상적인 진료에 대해서 어디서 잘못 본 지식때문에 어설프게 태클걸때죠...
16/07/20 00:07
사람들이 의학지식을 갖추는 것은 의사로서도 환영입니다.
자신의 상태를 보다 잘 의사에게 설명해줄 수 있고, 때로는 진단에 중요한 키포인트를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동시에 필요한 것이 내 생각과 다르면 전문가를 존중하겠다는 태도입니다. 내 상황은 다른 사람 상황과는 다릅니다. 내가 가진 배경, 서사가 다르니까요. 그런데도 그것을 단편적 지식으로 해석하려 하면, 정작 본인의 상태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인정이 안 되면 다른 전문가에게 secondary opinion을 구해야지, 자기 생각을 관철시키는 것은 도움되지 않습니다.
16/07/19 18:42
더불어서.... 8,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어지간한 동네에는 내과 하나 둘 밖에 없었으니 그 의사 말이 진리요 법칙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의료기관의 절대수가 증가함에 따라 같은 증상으로 2개 이상의 의료기관에 찾아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의외라고 해야할까 당연하다고 해야할까 같은 증상을 같은 시점에 보고도 의사들 사이에서도 진단과 치료법을 다르게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가장 보편적인 예가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어디는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하던데 다른 곳에 가니까 이건 그냥 아플때 물리치료만 받으셔도 충분하다고 하더라 이런 이야기.... 주변에서 상당히 많이 듣습니다. 의학적인 지식은 없습니다만 어쩌면 사실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의 의견도 맞고, 관리만 잘 해도 된다는 의사의 의견도 맞고 둘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하는 말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대부분의 경우에는(물론 물리치료만 받다가 허리가 박살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수술하자는 의사는 믿을 수 없는 의사다'라는 생각을 하게되겠죠. 이런 점들도 예전에 비해서 불신(?)이 커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6/07/19 19:03
타 직종/영역에서도 비슷하게 치루고 있는 일종의 성장통(..두 번 성장하다가 사람 잡겠다 이눔들아;;)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결국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세태를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일' 의 일종이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6/07/19 21:18
라뽀 형성에 요즘 개념의 친절이 필수는 아닙니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친절이 아니더라도 환자가 의사의 전문성에 신뢰를 느끼고, 의사가 그런 환자와 치료적 동맹관계를 형성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좋은 라뽀라 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사 관계가 예전보다 악화된 후 대안으로 의사의 친절이 떠오르면서 친절 교육 등으로 친절도는 향상되었는데, 정작 환자-의사 관계가 좋아졌냐 하면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친절 노력도 안 했다면 환자-의사 관계가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친절이 핵심포인트는 아닌 것 같습니다.
16/07/19 18:11
모든 일은 경향성이라는 게 있죠. 결국 어느 쪽으로 더 추가 쏠려가고 있느냐를 따지는 것인데,
개별적으로는 저도 기분 나쁜 의사들을 만나봤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대인 업무 자체가 서비스로 인식이 되어서인지 좀 더 친절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자주 병원을 안 가서일 수도 있으나 병원을 갈 때마다 요즘 의사 친절하다고 느끼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10년 전보다 확실히 더 친절해졌고, 10년 전에도 더 10년 전보다 친절해졌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요즘 사회 생활 중 스트레스 받을 일이 갈수록 커지다 보니 내가 손해보는 게 싫다는, 아니 손해를 안 보려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 같네요. 내가 뭔가 손해를 본 것 같으면 그에 대해 그게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것일 거고요. 힘든 게 의사 만은 아니지만 의사 분들도 갈수록 힘들어지시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16/07/19 22:20
의사가 힘들어지는 것을 의사들만 감당하면 상관이 없는데,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환자가 같이 겪어야 하니까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환자-의사 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의사는 금전적 손해와 약간의 정신적 타격을 입지만, 환자는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의 손해를 입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다투지 말고, 서로 이해하면서 윈-윈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런 상호 관계는 의사 측만 잘 한다고, 노력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겠죠.
16/07/19 18:23
그렇다기 보다는 질병 앞에서 환자와 의사는 모두 을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합니다. 많은 분들이 간과하시는게, 환자의 쾌유 혹은 삶의 질 향상이 목표라는 데서 환자와 의사는 같은 방향입니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진료과라면 더더욱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주치의로서 맡고 있는 환자가 나빠지거나 사망하면 의사에게도 심적인 타격이 상당히 있습니다. 환자의 생명을 놓고 갑질할 상황 자체가 발생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짧은 진료 시간, 주치의 얼굴 보기 힘듬 이런 게 불만이신 거라면 이건 시스템의 잘못이고 이 분야에서 절대 갑인 보건복지부에 의료인, 환자가 모두 을이고 피해자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환자 오래 보고 싶어요... 외래 환자 오전 오후 150 명 봐야 되면 무슨 수로 5분 이상씩 보나요. 외래 진료 거부도 불법으로 못하게 막아놔서 오는 환자 막을 수도 없고. 입원 환자 인당 30명 받아야 돌아가는 상황에 하루에 한명의 환자에게 쏟는 관심이 기록정리, 검사 결과 확인, 회진, 설명 등 모든걸 포함해서 20분을 넘기기 힘든 것도 주치의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냥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드신 게 아니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말씀이라면 어떤 면에서 의사가 갑으로 느껴지셨는지 정말 궁금하기도 합니다.
16/07/19 21:38
동의합니다. 환자-의사는 치료적 동맹 관계로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둘이 함께 A+를 받아야 하는 조별 과제라 할 수 있으며, 둘 중 하나는 A+를 받지 못하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입니다.
16/07/19 18:41
라뽀는 간단히 '신뢰관계' 정도로 이해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형성이 더 어렵다기보다,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에서 다른 관계보다 라뽀가 '더 중요하다'랄까요. 사람의 몸에 직접적인 조작을 가하고, 생활양식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라뽀가 쌓여있지 않다면 환자가 원하거나 예상한대로 처방이 나오지 않는다면 치료에 순응하지 않겠지요.
16/07/19 18:42
아마도 생명과 관계된것을 다루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의료행위란 생명이나 건강과 관련된 판단이나 대응을 내 대신 해주는것인데 저만해도 단지 가격이맞아 서비스를 거래한다는 마인드의 의사에게 맞기고 싶지 않거든요.
16/07/19 18:42
Rapport is a close and harmonious relationship in which the people or groups concerned understand each other's feelings or ideas and communicate well.
두사람의 인간사이에서 마음이 통하고, 따뜻한 공감이 있으며 감정교류가 잘 되는 것. 상호간에 신뢰하며, 감정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인간관계. 단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관계라고 생각하고 진료하는 의사,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와는 형성하기가 어렵죠.
16/07/19 18:44
사실... 라뽀 없는 장사가 없죠.
그냥 국밥집만 해도 단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관계인 경우가 오히려 드뭅니다. 김치 더 갖다드릴까요 라던지, 밥 맛있게 드셨어요? 라던지 뭐 이런 단순한 것들도 라뽀형성을 위한 것들이죠. 자영업자들을 위한 계발서 같은 것들 보면 다들 라뽀형성이 중요하다고 써놨습니다 ㅡㅡ;;
16/07/19 19:00
업계에서 라뽀가 알파요 오메가인지라 라뽀 하나로 모든 것을 쓸어담을 수 있는 곳을 말해보자면 단연 미용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40년째 같은 미용실을 가시더라구요...
16/07/19 19:32
하수는 가격으로 물건을 팔고
중수는 브랜드로 물건을 팔며 고수는 자기자신으로 물건을 판다고 하죠. 이 자기자신을 파는 것. 이것이 라뽀죠
16/07/19 22:27
'이윤 창출을 위해 환자를 치료한다.' 와 '환자를 치료했더니 이윤이 창출된다."는 결과는 같지만 담긴 뜻은 다릅니다.
의사가 서비스 제공자, 즉 이윤 창출을 위해 환자를 치료하게 되면 과잉 검사-치료의 유혹 앞에 맞설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환자에게서 얻어낼 이윤의 크기에 따라 차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환자는 1만원짜리다"라고 생각하는 의사를 만나면 어떨까요? 하지만 의사가 환자의 치료자, 즉 본연의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게 되면 이런 유혹을 넘어설 가치가 있거든요. 이용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진료비용 '5천원'어치 서비스를 받으려 할 것인지, 아니면 그 비용만큼이 아니라 본연의 목적인 '치료'를 받을 것인지에 따라 태도가 달라집니다.
16/07/19 18:40
글쓴분이 의사신데 가운데 단락처럼 저런 마인드 가지고 있다면 정말 저런 의사들이 많아졌으면 싶습니다. 막상 자기 자본 투입해서 개업하고 나면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많은 갈등과 정반합을 거치면서 기존의사들처럼 바뀌어 갈것 같긴 합니다만,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수준도 더 높아지고 똑똑해진다면 저렇게 해 주는 의사의 진가를 알아보겠지만 어느 천년에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16/07/19 22:22
전문성 유지에는 직업적 안정성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따로 사업들을 벌리고 있... 나중에 개원 시의 risk-taking을 할 수 있을만큼 지금 벌린 사업들이 잘 되면 좋겠네요. 저는 저대로 노력하고, 저를 만나는 환자들도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6/07/19 18:41
글을 깔끔하니 잘 쓰시네요. 역시 timeless 님이십니다. 제가 밑에 글을 읽고 하고 싶었던 말인데 말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플라시보 효과까지 안 가더라도 의사와 환자 관계는 서로 믿음을 가지고 가는게 더 좋습니다. 물론 환자는 의사를 믿고 의지하며, 의사는 신뢰를 주어야 하는 입장에 더 가깝겠고요. 저도 젊은 소아과 의사라 대학에서 동네병원으로 오면서 보호자들 원성 들어가며 그런가 보다 하고 살고 있는데요. 보호자가 뭐라뭐라 하면 내가 아직 덜 친절하구나 하고 반성하기는 하지만, 가끔씩은 정말 병원에 와서 화풀고 가는 듯한 사람들도 있어요. 그럴 때는 내가 하는 일이 서비스업의 역할도 있다고 느낍니다. 의사에 대한 믿음이 많이 떨어졌다고 같은 병원의 연세 많으신 원장님은 그러십니다. 노무현정권 때부터 이어져 온 의사 죽이기가 문제라고(항상 조선일보 읽는 분이시긴 한데). 엊그제는 무슨 설문 전화를 자꾸해서 진료 제대로 받았냐고 물어본다던데요. 그래서 의사들의 신뢰가 떨어진다고. 저는 처음 듣는 얘기라 예예 했었죠(20년 선배신데 제가 뭐 아는게 없는 상황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제 생각이랑 달라도 제 월급 주는 분이시라서). 그렇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아직 지방에서는 의사를 많이 믿고 따라주는 보호자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환자를 하루 7-8시간 근무에 적게는 90명 많게는 180명씩 보기도 하지만 (첫개원때부터 하루 300명씩도 진료하셨던 원장님들은 같은시간에 50-100명을 더 보기도 하시지만) 그로 인해서 나오는 수익 역시 충분한 거 같고요. 저는 월급의사라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요. 제가 주변의사들 말로 느끼기에는 지방으로 올 수록 비보험과 진료 안해도, 선생님 소리 들어가면서, 충분히 아이낳고 기르면서 살 정도의 수입을 벌 수 있습니다. 성실하기만 하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서울에 의사 2/3가 절반 정도의 월급을 받아가면서 근무하는 거 같더군요. 저는 완전 촌놈이라 서울 가끔 가면 (일년에 한번정도?) 좋고, 절대 거기서 살기는 싫고 해서 지금 삶이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금수저가 아니라서 저나 아내가 서울 살고 싶어했으면 골치 좀 아펐을 거예요. 몸이 허약한 편이라서 애들한테 독감도 옮고, 지난달에는 뇌수막염도 옮고 그래도 어른이라서 이삼일 고생하고 이겨내고, 약먹고 진료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힘들지만, 그리고 대학에서 2년 휄로우까지 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의사 여전히 다른 직업에 비하면 할만합니다. 매달 25일 월급통자에 돈들어오는 거 보면 말이죠. 다만 더 활동적인 의사분들이나, 정치인들이 의사 환자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일은 막고, 언론들도 신중한 보도하고, 뭐 생각나는 건 더 없지만... 그리해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믿음이 앞으로 더 나아졌으면 합니다. 돈을 주고 받는 관계를 넘어서서,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과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의 관계잖아요. 그게 서로 좋은 일이니까요. 아이들은 큰 병 아니면 금새 다시 건강해지는데(뭐 금새 또 아프기도 하지만), 잠깐 아플 때 웃음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 할 텐데 성격이 낮가림이 심해서 어렵네요.
16/07/19 23:04
저랑 비슷한 로딩이네요.
저는 진료실에서의 페르소나를 따로 준비해뒀습니다. 그리고 진료실 밖에 나오면 본래의 저로 돌아옵니다. 진료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illness로 받아들이고, 저는 개인이 아니라 오롯이 의사로서 대응합니다. 진료실을 나와서는 진료실 일들은 다 잊고, 제 가족, 다른 일들에 집중합니다. 이렇게 하니까 마음도 편하고, 스트레스도 안 받습니다. 선생님께도 진료실에서 낮가림 없고, 밝은 의사 페르소나 만들기를 권해봅니다.
16/07/19 18:51
탐리스님께서 말씀하신 의사는 정말 [좋은 의사] 라는 카테고리에 포함시켜도 될 의사라고 사실 생각이 됩니다.
아마 많은 부분에서 [의사와 환자의 상호 신뢰] 를 구축하는데에 방해가 되는 것은 [의사의 친절] 보다는 다른 많은 요인이 작용하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특히 저 개인적 경험으로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사실 의사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1. 여성 피부과 진료 시 천차만별의 가격과 패키지 푸시 등의 [영업] 행위 단순 미용이 아닌 정식 피부과에서 진료시에도 치과 못지 않은 가격의 차이와...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영업 푸시가 들어옵니다. 이게 사실 자주 반복되다보니 [이 친구들도 어차피 날 돈으로 보는구나] 하는 시선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더군요. 2.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직 계층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참 억울하다면 억울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국 의사도 먹고 살고자 하는 부분인데... 다만 개인적으로도 의협이라는 집단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는 걸 보면, 분명 뭔가 요인은 될 것 같아요. 3. 분명 친절한 의사는 많아졌습니다. 다만 친절함 속에 장삿속이 보이는 경우가 문제입니다. 어찌보면 1번과 일치하는 부분이겠지요. 의료계 배출 인원 자체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일반 서비스 직종이 겪는 경쟁속에 살아남기 위해서 친절이라는 비지니스 코드는 결국 의사건 변호사건 다 들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걸 이제와서 친절해 졌다고 한들 인식 자체가 바뀌긴 힘든게 사실일거에요. 우리가 보험 설계사가 친절하다고 해서 보험 설계사를 믿고 의지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실?? 제 개인적으로 요즘 키우는 고양이 때문에, 집 근처의 동물병원 원장님과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24시간 아무때라도 급한 일이 있으면 전화 받아주시고, 고양이가 아기 때부터 아플때 항상 자식처럼 돌봐주시고, 지금은 제게 병원 컴퓨터 부품도 따로 전화주셔서 교체를 부탁해 오십니다 크크크크크. 그런데 그 의사분이 특별히 [타 병원 대비 친절해서 일까?] 라고 생각해본다면, 그건 결코 아닙니다. 집 근처에 따로 네이버 카페에서 유명한 병원도 있고, 더 친절한 간호사들이 상주한 병원도 있고, 의료적 서비스 면으로 보면 건대 동물 병원도 바로 옆에 붙어있거든요. 그만큼, 말씀하신 신뢰 관계는 단순히 [친절함] 으로는 생성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봅니다. 환자와 의사 모두 서로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다만.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크크크크. 여튼, 의사분들 화이팅입니다!
16/07/19 23:58
환자들도 친절한 의사를 찾지 말고, 내가 신뢰할만한 의사를 찾는 마인드가 필요하겠군요.
의사 생활 하다보면 어떤 환자에게는 친절 의사로, 어떤 환자에게는 불친절한 의사로 기억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의사도 물론 있고, 반대도 있지만 대부분은 위와 같을 것입니다. 그러니 환자-의사 궁합이 중요하겠죠^^;
16/07/20 00:10
맞습니다.
환자도 [이 의사가 내게 맞는가] 를 판별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직장생활에서도 맞는 사람과 안 맞는 사람이 있는데, 하물며 전혀 얼굴 부대낄일 없던 의사와 신뢰 관계를 만들려면, [일단 나와 맞는가] 가 상당히 높은 점수 포인트가 되리라고 생각해요. 의사와 환자 서로 말이지요 ^^ 그런 의미에서 전 [의료업도 점점 서비스업 화 되어 가는 상황에서 친절은 기본] 적인 부분이고, 결국 그로 인해서 고객(환자)가 달라지진 않는다 라는 생각입니다. 그정도 친절은 동네 식당에서도 받을 수 있고, 백화점에서도 받을 수 있거든요. 요는, [내 방문 목표(목적)과 이 병원이 부합하는가, 또는 그에 합당한 합리적인 결과를 서로 도출하였는가] 가 오히려 핀포인트가 되리라 봅니다 ^^
16/07/19 19:01
의사들은 친절해졌는데
의사-환자 관계는 더 안좋아진 것 같다는 상당히 위험한 인식입니다. 환자의 태도는 의사의 의식적 친절함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큰 사회의 맥락과 개인의 경험, 상황 등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경향성이 있다'고 단정 짓는건 어리석은건 둘 째 치고 라포 형성에도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물론 환자가 잘못된 지식을 가져와서 고집부리면 안되긴 하지요.
16/07/19 19:09
이분이 6개월 하셨다는게 진료를 달랑 6개월 본게 아니예요. 인턴이야 의사 취급 못 받으니 제외해도 레지던트 4년에 소아과니 공보의 3년 깔고 펠로우 @년 하고 나와서 봉직의나 개원의 하는 건데 그 진료이력이 6개월 밖에 안한 의사의 열리지 않은 마인드로 취급당할 정도는 아닙니다.
16/07/19 21:26
서비스 계약 관계에서 요구되는 친절이 갖추어졌는데도 환자-의사 관계는 예전보다 안 좋아진 상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환자-의사 관계에서는 서비스 계약 관계에서 요구하는 것 외의 다른 요소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환자-의사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인데, 그것을 위해서 의사 측에 필요한 요소, 그리고 환자 측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16/07/19 19:13
저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정직' 이 라뽀를 형성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해결할 일도 아니고, 저는 그런 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주로 접하는 의약품이 아니라 기본적인 정보 외에 당장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건, 환자분 말씀대로 잘못된 것이 맞습니다.' '굳이 영양제 드실 필요 없습니다' 환자 혹은 고객 앞에서 내 능력과 권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꺼려질 수도 있지만, 저는 이 방식으로 신뢰를 얻었습니다. (물론... '약사가 것도 몰라?' '약사가 것도 못해?' 하는 식으로 그냥 튕겨져나간 사람들도 많지만.. 뭐.. 애초에 내가 어찌할 사람이 아니니 그건;;) 물론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슨무슨과에서 진료를 받아보십시오' '내일 이 시간에 방문해주시면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를 찾아서 상담을 완료해드리겠습니다' '숙면을 위해 수면안대나 하나 사 가시고 아내분과 상의하셔서 암막커튼을 설치하여 수면에 방해가 될 요소를 없에는게 바람직합니다' 는 식으로 '일' 자체를 책임지고 끝맺음을 지어주는 것이 동시에 필요하고요. 그리고.. 저는 동네에서 불친절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개같은 성질머리로는 김제시에서 쌍두마차로 불립니다 ㅡㅡ; 간혹 성의를 친절로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고, 때로는 그런 분에게 "저에게 친절을 기대하지 마세요. 저는 할 일만 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딱 선을 긋기도 하고요. '친절한 태도' 보다는 '성의와 책임' 이 중요한게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의사분들이야 기본적으로 그걸 잘 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지만,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그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약사라는 직종이야 뭐.. 원래 커뮤니케이션 하라고 만들어놓은 직업이니 그게 자연스럽게 일체화되지만서도..
16/07/19 22:17
'직업적 정직'을 다른 말로 하면 '전문성에 대한 자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 실력과 한계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환자에게 정직해질 수 있습니다. 정직한 태도에서 나오는 당당함과 자신감은 라뽀 형성에 매우 도움됩니다. 켈로그님께서 체득하신 대로 중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16/07/19 19:33
애초에 (언젠가 겪었던 불친절함? 불만족스러움때문에 - 만족스러웠던 기억은 차치하고서라도) 적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과도 긍정적 관계를 형성해나가야되는(그러나 상대방은 별로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는) 직업의 숙명이죠. 모든 환자들이 저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봤을때 하루에 수십 수백, 한달이면 수백 수천의 환자를 봐야되는 현실 속에서 결국 목소리 크게 내는 사람들은 저 소수이지요.
16/07/19 23:52
적대적 마인드도 물론 있습니다만,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의사 시험하기' 마인드도 있습니다. 자신의 의학 지식으로 일단 의사를 시험하고 보는 데, 적대적 마인드와는 다르게 자신이 신뢰하기 위해서는 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는 태도이죠. 이것도 라뽀 형성에 매우 큰 지장을 줍니다. 그 외에도 경제적 마인드, 내가 이만큼 지불하니 적어도 이만큼의 만족감은 느껴야 겠다는 태도도 적대적 마인드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비슷하게 보험회사 실비를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이런 경제적 마인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16/07/19 19:42
기존 글에서 의사-환자가 서비스 계약관계라는 댓글이 달린 이유는, 라뽀(서로간의 유대감?)같은건 필요없어! 라는 뉘앙스가 아니었습니다.
삭제된 글 본문에 요즘엔 환자가 의사 무서워할줄 모른다는 존경이 없다라는 식의 표현이 있었으므로 거기에 대한 반발이었죠. 그 글에서는 의사로서 응당 누려야할 특권의식이나 자존심 등이 진하게 배어나와서 많은 분들이 불편했어요. 심지어 작성자는 의사도 아니신데 말이죠. 의사와 환자간에 라뽀가 형성됨으로써 더 좋은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말에는 십분 동의합니다.
16/07/19 23:17
언급하신 댓글들을 보고 글을 쓴 것은 아니고, 의사-환자 관계가 서비스 계약관계와 뭐가 다르냐는 댓글들이 몇 개 있어서 작성했습니다.
사실 의사를 무서워해서 도움될 것 없습니다. 아마도 그분은 '권위에 대한 신뢰'를 '무서워함'으로 잘못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이전 세대까지는 '권위에 대한 신뢰'가 상호 간 지나쳐서 '무서워하기'까지 했으니까요.
16/07/19 19:53
예전보다 의사도 병원도 티비에서, 인터넷에서 정보의 양도 많아졌죠
결국 환자는 그 병원을 선택한 것이고(그것이 그 병원이 싸서인지 가까워서인지 의사가 믿음직해서인지) 그렇다면 라뽀형성을 위한 바통은 의사가 받은거고 선 노력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환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하죠 의사가 받은 턴에서 적극적으로 라뽀형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틱틱거리는 환자도 있을거구요 예전에 와이프가 넘어져서 발에 금이 간 적이 있어요.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1cm조금 안되는 금이었어요. 부러져본적도 별로없고 전 모르죠. 2차병원?쯤 되는 동네 큰병원에서는 수술해야한다. 일단 깁스해서 입원하고 철심박은 후에 나중에 제거 수술을 해야한다. 친절했습니다. 전 믿었구요. 그런데 와이프는 당시 수술하고 입원하고 이럴 상황이 아니긴 했어요. 저는 수술을 하라고 했죠. 와이프는 싫다고 했고요. 이 정도로 수술하고 입원해야 하느냐구요. 다른 병원 가겠다구요. 저는 화가 나서 그럼 당신이 의사보다 전문가냐. 그러다가 더 커지면 어떡하냐. 이런식으로요 결국 그 앞에 작은 정형외과에 갔고 거기에 계신 나이 지긋한 의사님은 코웃음을 치면서 욕을 하더군요. Oo병원갔다왔냐고. 거긴 뭐 맨날 수술 입원이래. 걱정마슈 이런거 깁스하고 한달안에 금방붙으니까. 뜀박질만 하지 말라면서요 결과적으로는 깁스만 하고 끝났습니다. 근데 과연 첫번째 의사말은 틀렸을까요? 그건 모르죠. 수술안했다가 금간부위 벌어져서 더 커졌을수도요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가 환자에게 된통당한 경험이 있어서 최대한 안전하게 진료를 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혹은 모르죠. 그냥 수술비 입원비 먹으려고 과잉진료를 한건지는요. 저는 지금도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환자는 약자라는 겁니다. 핸드폰이야 요즘 정보가 많아서 현금완납이니 페이백이니 해서 폰팔이에게 잘 안걸리죠. 그렇지만 아무리 의료정보가 많아졌어도 환자는 의사의 결정이 어떤지 몰라요. 따를 뿐이죠. 만약 첫번째 의사가 환자님 발에 1cm금이 가 있습니다 그냥 깁스를 해서 3-4주 쉬는 방법과 수술을 하는 방법이 있어요. 비용은 어떠하고 전자의 경우 입원 필요없이 회사갈수 있지만 벌어질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후자는 비용부담이 크고 입원도 해야하고 수술을 두번해야하지만 부작용없이 나을 수 있습니다 저는 후자를 추천하지만 조심하신다면 전자를 선택하셔도 좋습니다. 지금 진료는 녹취가 되고 있고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습니다. 환자분께서 선택하시고 싸인해주세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으면 좋겠습니다
16/07/19 21:29
동의합니다. 그게 소위 말하는 선진국형(미국식) 방법이고 가장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이겠죠. 그러려면 진료 시간 자체를 늘릴 필요가 있고... 의사들도 그런 필요성은 인식하는 편입니다. 2년 전인가 의사 파업 내용중 일부로 환자 1인당 15분씩 진료하기도 있었고요.(파업 며칠 하고 며칠은 저런 진료.. 파업이 계획만 하다 포기됐지만요) 그러나 한국 현실이라는게 수가 얘기만 나오면 결국 의사 배부른 놈들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되있고 신뢰가 낮다보니 변화가 참 어려운거 같아요. 의사가 신해철법에 반발이 심한것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 그렇고... 조만간 노인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텐데 상황이 이러니 큰일이죠 정말.
16/07/19 21:31
태클은 아닙니다만, 경험상 대부분 환자들은 그걸 의사가 결정해줘야지 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사실 말씀하신 경우처럼 치료 자체가 교과서적으로 애매한경우도 많지 않구요.
16/07/19 22:03
그게 시스템으로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의사는 치료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환자가 선택을 하게끔요 못하겠으면 의사에게 일임한다는 동의서라도 받게요
16/07/19 21:38
실제로 현실은 선택지를 주고 다 설명해주는 의사보다 '나만 믿고 따라오라' 라고 하는 온정적 간섭주의적 의사를 환자들이 훨씬 선호합니다. 후자가 라뽀도 더 좋은 편이고 시스템적으로도 전자보다 열등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봅니다. 심지어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볼 때는 더 심합니다. 여차저차 설명하는 것보다 한 가지 길을 정해주는 의사가 의사 사이에서의 진료에서도 훨씬 인기입니다. 라뽀라는게 그렇게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떨어지는 개념이 아닙니다.
16/07/19 21:53
선호하든 어쨌든 따라가기로 했으면
의사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책임은 객관적으로 잘못된 진료를 했을때만 의사에게 씌우고 환자도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16/07/19 21:52
좋은 말씀이고,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실제로 오프에서는 저렇게 말씀을 드리면 `그건 의사인 당신이 알아서 치료해야지 왜 나에게 선택하게 만듬?`하고 열내는 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특히 나이드신 분들일수록 더하고, 나이가 비교적 젊을 것으로 보이는 소아 환아의 보호자들 중에서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환자나 보호자로 하여금 계속 선택을 하게 만든다면 라뽀가 완전히 부셔집니다.
이해가 안 되시겠지만 - 저도 학생 때까지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왜? - 현실이 그렇더라구요. 이런 점을 봤을 때 말씀하신 시스템 형성은 의료인들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의료인만이 노력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댓글을 다 적고 나니 비슷한 말들이 많네요 (...) 아무튼 현실이 그렇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6/07/19 21:58
네 사실 시스템 형성은 의료인보다는
국회에서 일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신해철법도 의료수가도 영리병원도 별의 별 이슈가 많은데 지금처럼 의사의 희생으로만 유지되기 보다는 시스템적으로 의사도 환자도 보호되고 라뽀도 좋지만 서로 한발짝씩 물러나서 약간 드라이한 관계가 되는게 더 좋지 않나 싶어요 의료인과 환자 둘다 노력해야하지만 지금은 의료인의 턴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반농담으로 배우신 분들이 조금만 감내하시라능-_-;;
16/07/19 23:11
병원을 선택한 것으로 바톤이 넘겨진 것이 아니라 그제서야 출발선에 선 것입니다.
라뽀는 상호 관계이면서 동시에 일어나는 화학작용입니다. 누구의 선 노력이 필요한가로 접근하는 것보다, 서로 이해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16/07/19 23:32
궁극적으로는 Timeless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만(제 본 댓글에서도 환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썼습니다)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라는 정도의 뜻이었습니다. 무조건 의사가 감내해라 이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라뽀는 의사와 환자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죠. 순대국집을 갔는데 주인장이 불친절하다고 손님이 웃으면서 말걸수는 없는거니까요 깍두기좀 더 드릴까요? 국물 더 드릴까요? 하면서 친절하게 서비스하는데 아 좀 밥먹게 말좀 걸지 마쇼 시끄럽네 하면 손님이 이상한거죠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불신 같은 것이 많이 깔려있는 듯 해 보이거든요.
16/07/19 23:47
맞는 말씀입니다. 그럼에도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는 힘은 근본적으로 환자가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의사는 불신을 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고, 여기에 환자의 신뢰가 더해지면 라뽀 형성되면서 좋은 진료가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전국민이 각자 신뢰할 수 있는 주치의를 갖고, 주치의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과와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문과 의뢰 시 환자들이 다시 '신뢰'를 첫걸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아픈 것도 서러운데 말이죠.
16/07/19 23:50
근데 좀더 나아가면....
저는 그걸 단순히 환자가 해야한다 의사가 해야한다보다는 국회의원들이 좀 일해서 법안 만들어서 시스템 적으로 해결하는게 가장 좋다고는 생각합니다 위에서 좀 쓴 내용이지만요.... 의사와 환자의 라뽀를 더 크게 형성되도록 도와주지만 아이러니하게 그 관계는 더욱 드라이하게 만들어주는...그런 시스템, 제도 말이죠... 니가 해라 내가 하랴 이런식으루 싸우지 말구요 흐흐 근데 그게 될까요....?
16/07/19 23:55
우리나라 문화는 시스템화 하면 할수록 망가지는 것 같습니다.
계속 발의되는 의료 관련 법규나 제도화 중에 의사-환자 모두 환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윈-윈 해야 하는 관계를 법규나 제도화로 더 해치고 있지 않은지 우려됩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감염관리 관련 법규가 만들어졌는데, 지원은 거의 없고 의무만 부여하면서 병원들 다 혀를 내두르고 있습니다. 거의 이런 식이라서...
16/07/20 00:01
그렇군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관계자는 아니라서 더는 말씀드릴 것이 없고.... 시스템화가 해서 망가지는게 아니라 시스템화를 겉핥기로 대충 만들어서 그런게 아닐까요?? 아무튼 의사와 환자 모두 윈-윈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16/07/19 19:58
라뽀 형성이 중요합니다. 특히 주치의랑요. 그런데...저는 걱정인게 저와 어머니는 동일한 질환으로 10년 넘게 동일한 주치의 선생님 진료를 보는데 이제 곧 은퇴하세요. 은퇴하시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네요. 어머니께선 임상 간호사 분만 바껴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신데 말이죠.
16/07/19 23:23
그 동안의 주요 건강 관련 이벤트를 잘 정리해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후임 주치의 선생님이 누가 됐든, 환자의 병력과 서사(내러티브)를 아는 것은 향후 지속적인 진료를 위해 필수이니까요. 좋은 분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16/07/19 20:52
개인적으로 의심이 많은 스타일이라;;; 친절함도 좋지만.. 여러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해주시는 의사분들에게 신뢰가 형성되는것 같습니다..
특히나 너무 확언하시는 분은 경계하는 편입니다..라뽀 형성(?)을 위해 확언하시는거 같기도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한의원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한의사분들이 근거가 약한 부분에 있어서까지 너무 확언을 하세요...
16/07/19 23:27
환자-의사 관계도 궁합이란 것이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의사를 주치의로 삼으세요.
사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확언하는 분이라면 문제 없습니다. 제가 파견 수련 받았던 우리나라 세 쌍둥이 권위자 산부인과 교수님은 확언하시는 스타일이었는데, 산모들의 충성심이 대단했습니다. 저 역시 그 분의 팬 중 한명입니다. 저는 아직 그만큼의 전문성이 없어서 확언과 가능성들을 조합하고 있지만요.
16/07/19 20:59
뻘소리인데....종종 그런 생각이 들었어서....
타임리스님 병원이 집근처에 있었으면 좋겠고 켈로그김님 약국이 집근처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16/07/19 21:41
글쓴분을 하루에도 몇번~몇십번을 귀찮게할 현직 약팔이(제약영업사원)으로서 병원을 쭉 보면
약을 강하게 쓰시는 원장님이 병원이 잘된다고는 말씀 못드리겠는데 약하게 쓰면 많은분들이 폐업위기까지 가시드라고요. 어떤 강남에 유명한 소아과 원장님은 환자부모님 모아놓고 이 약을 왜 쓰는가 왜 약을 처방을 안해주는가 를 친절하게 한 환자를 30분가까이 보시는 분도 있지만.. 그 원장님은 빌딩만 5채를 가지신 분입니다.. 보통 원장님은 그러면 굶어죽죠. 거기다 서울 및 수도권 소아과는 아시겠지만 동네 아줌마들 커뮤니티에 지대한 영향을 받아서 '병원을 다녀왔는데 애가 열이 안떨어지구 선생님은 가만 있어보라그러고 ㅜㅜ'이런 소문 퍼지기 시작하면 환자 쭉쭉 줄어요. 답이 없습니다.. 수가제도가 개혁이 되어서 글쓴분같은 선생님들이 환자 및 보호자와 라뽀를 가질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모를까.. 하루에 70~80명 보셔야되는 선생님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 되겠죠.. 슬픈얘기지만 항생제든 해열제든 약 다 때려박아서 빠른 효과를 보여주는것만큼 라뽀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급여되는 맥시멈까지 약 때려박아도 낫기만 하면 (그렇게 보이기만 하면) 선생님들 다시 찾아옵니다.
16/07/19 22:09
저는 하루에 100명 이상 봅니다.
그러면서도 지금 항생제 써야하는 이유와 안 써도 되는 이유 다 설명하고, 충분한 동의를 구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초기에 저와 라뽀 형성을 잘 하고 나면 이후 진료부터는 제 방침대로 치료가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 방침이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같다면, 저희 의원 다른 원장님 진료를 권합니다. 그것이 저나 환아-보호자에게 이득이니까요. 말씀하신대로 처음부터 폭탄 처방해서 치료 효과로 라뽀 형성을 한 경우에는 결국 제 치료로 안 나았을 경우 다른 병원 갑니다. 그렇게 다른 병원에서 저희 병원으로도 많이 오고, 저희 병원에서도 다른 병원으로 많이 갑니다. 하지만, 제대로 라뽀 형성이 되었다면 제 치료 방침대로 하면서 호전이 느린 경우에도 좋아질 때까지 함께 갈 수 있습니다(사실 좋아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차이 나지도 않습니다).
16/07/19 22:20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말이 100명이지 하루에 그렇게 보시면 어느정도 환자를 기계적으로 보실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으실텐데... 이런 라뽀까지 형성하신다니요. 일개 영업사원인 제 생각의 한계이겠지요 ㅜ 앞으로도 좋은 진료 부탁드리겠습니다.
16/07/19 23:39
환자는 기계적으로 볼 수 없는 게 저마다 다릅니다.
변비로 고생하는 아이가 왔을 때 그것이 식사 내용 때문인지, 어떤 질환 때문인지, 부모의 지나친 화장실 훈련 때문인지 등등 다르거든요. 그래서 진료 후에는 늘 피로합니다. 교과서에도 적혀있습니다. 진료 끝나고 피곤하지 않으면 임상 추론을 게을리 한 것이라구요. 물론 베테랑은 다르겠지만^^:; 라뽀를 쌓으려고 어떤 다른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고, 진료에 충실하고 저와 궁합이 맞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16/07/20 05:40
업무 중에 잠깐 읽고 쓰는 것이어서 댓글들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본문이 이미 지워진 상태에서 댓글 몇 개 읽다 만 글과 연관이 있는 듯 싶습니다. 한 가지 더 하고 싶은 건 rapport를 형성하는 데 있어 상하관계나 위계질서는 전혀 무관한데, 그 지워진 글과 댓글들에선 때때로 그렇지 않다는 뉘앙스를 읽은 듯 싶습니다. 한국은 동네서 진료 보는 의사가 최소 본과 4년, 인턴, 레지던트 약 5년 가량에 남성일 경우 군의관/공보의 기간이 추가되고 심지어 병원 펠로우도 약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진 10년 세월 혹은 그 이상을 의료만 공부 한 사람들이죠. 내 몸에 관해 전문적 판단을 가장 잘 내릴 수 있는 사람인 건 분명합니다만 그 이상의 권위를 요구한다면, 글쎄요. 단적으로 미국 의사-환자 관계를 생각해 봐도 소위 '선생님' 뉘앙스는 거의 들어 있지 않는데도 신뢰 관계 형성은 한국보다 잘 되는 편 아닌가요?
16/07/20 10:37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저는 의사인데, 처음 일을 시작할 때와 비교해서 제 진료태도가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된 것이 스스로 느껴집니다.
평생 접해본적 없던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씩 맞닥뜨리다보니 상상도 못했던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진료시간이 다 끝날때쯤 온 환자라도 편의를 생각해서 당일 검사를 해드리기도 하고, 대학병원이니 가능한 일이겠지만 삭감될걸 알면서도 최선의 치료를 위해 무리해서 처방을 해드리기도 합니다. 근데 시간이 갈수록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어차피 구멍가게 돈내고 물건사가듯 취급받는데, 고마움도 몰라주는데, 그냥 딱 원칙대로만 하자'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꼭 필요한 진료내용 이외에 감정적 소모가 요구되는 대화도 최소화하게 됩니다. 환자가 의사를 단순 의료서비스직으로만 대할수록 의사도 환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거두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존중해주시는 환자분께는 저절로 더 잘해드리고 싶어지더군요. 믿어주시고 잘 따라주시는 분들이 더 많긴 한데, 소위 진상이라고 불리는 환자를 겪다보면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트라우마처럼 남아 비슷한 상황이 오면 방어적으로 진료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담이긴 한데, 여자의사라서 더 무시받는 일이 많다고 느낍니다. 젊은 여자면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두르고 있든 뭘 하든 무조건 아가씨라고 부르며 다짜고짜 반말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젊은 남자의사에게 총각이라고 부르는 환자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16/07/20 14:07
의사 개인에게 상처가 하나씩 쌓이면 수동적&방어진료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제가 의학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우리 후배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할까 항상 고민이에요. 2015년 '의사상(좋은 의사란 무엇인가)'을 정하고, 핵심역량도 만들었지만 실제 현장과 거리가 있으니.. 괜히 의사가 된 후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 내적 갈등과 상처만 지어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저는 역치가 높아서 그런지 운이 좋아서 그런지 10년 동안 제 진료행태를 바꿀 정도의 트라우마가 없었습니다. 의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상-현실 간극 속에 굳건히 버텨줄 멘탈 강화 훈련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여자 선생님들이 겪는 아가씨 등 흔한 사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를 여자의사회나 의학교육에서 꼭 다루었으면 좋겠습니다.
16/07/20 15:48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환자-의사 관계 강의록으로 써도 좋겠네요. 많은 수의 환아를 진료하심에도 불구하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제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저도 환자 진료에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6/07/21 00:03
격려 감사합니다. 교수나 선배 의사들의 모습을 의대생 교육의 히든 커리큘럼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 의사들이 더 잘 해야 하죠. 같이 화이팅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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