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6/04 20:41:49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스포) [리뷰] 아가씨(2016) - 박찬욱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다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리뷰] 아가씨(2016) - 박찬욱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다



영화 <아가씨>는 박찬욱 답지 않다. 영화에 대한 느낌을 한줄로 표현하자면 '박찬욱을 동경하는, 박찬욱 키드가 만든 작품' 같달까? 이른바 '박찬욱 월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특유의 공기와 고유한 매력은 사라지고 휘황찬란한 미장센과 촬영만이 껍데기처럼 남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이 영화가 과연 내가 알던 그 박찬욱 영화가 맞나?'

박찬욱 답지 않다

  
박찬욱이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영화세계에 천착하기 시작한 <복수는 나의 것>을 시작으로, 그의 이름 석자를 전 세계에 알린 <올드보이>에 이어 복수삼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 그리고 <박쥐>에 이르기까지 ‘박찬욱 월드’에는 관객을 압도하며 매혹시키고 빨아들이는 특유의 긴장감과 불편함이 항상 존재했다. 심장에 시한폭탄을 장착한 듯 조마조마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캐릭터들이 발산하는 특유의 긴장과 이들의 충돌과 조화를 통해 화면에 스며드는 불편한 공기, 더불어 관객을 희롱하는 듯한 특유의 에로티시즘과 과감하고 매혹적인 미장센까지. '박찬욱 월드'는 그렇게 관객들을 빨아들이며 압도해왔다.

하지만 영화 <아가씨>에는 이러한 박찬욱 특유의 매력들이 많은 부분 실종돼버렸다. 우선 긴장감이 없다. 일제강점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그녀의 이모부이자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 아가씨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 백작에 의해 정체를 숨기고 히데코의 하녀로 잠입한 숙희(김태리) 등 영화의 기본 설정과 캐릭터만 놓고 본다면 이보다 더 심리적 긴장감과 갈등을 불러일으킬만한 구조는 없다. 이른바 박찬욱의 장기가 십분 발휘될만한 판 위에서 그는 긴장감을 거세해버리고 작품의 분위기를 아기자기하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버린다. 숙희가 정체를 숨긴 채 아가씨의 수발을 들고, 그런 숙희를 뒤에서 조종하는 백작이 아가씨를 유혹하기 위해 덫을 치고, 그 와중에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지닌 이모부가 히데코를 학대하고 그녀는 이런 이모부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이 일련의 구조와 흐름 속에서 캐릭터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그 속에서 뿜어져나오는 불편한 공기 같은 건 없다. 영화는 그저 2부에 기다리는 반전을 위해 1부를 빠르게 진행시키기에 여념이 없을 뿐. 그러다보니 관객의 공감이 어렵다. 백작이 히데코를 유혹하는 과정도, 히데코와 숙희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결론이 정해져있는 듯) 너무 속전속결로 진행되다보니 영화의 이야기가 관객의 공감없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오히려 백작과 숙희가 틈만 나면 서로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겁박하는 장면이 중간중간 자주 등장하며 극의 흐름을 이완시키고 작품의 톤을 밝게 만드는데, 때로는 이것이 과하여 작품을 해치는 면이 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백작과 숙희의 가벼운 투닥거림이 극의 흐름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작품의 전체적인 채색을 망친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어찌보면 긴장감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 이완시킬 것도 딱히 없다. 오히려 너무 과도한 남용으로 작품 내의 공기를 휘저으며 일면 우습게 만드는 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기존에 보여온 박찬욱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는 결이 다르다. 이 영화에서 작품의 결을 해치지 않고, 박찬욱스럽게 극의 흐름을 이완시켜주는 자연스러운 블랙 코미디적 요소는 '자살하기 위해 목매단 히데코를 떠받치던 숙희가 그녀를 놓는 장면' 정도가 유일하다.

연속된 캐릭터들의 붕괴


더불어 이 영화에선 캐릭터들의 치명적 매력이 붕괴했다. 사실 기존 '박찬욱 월드'의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주조연을 막론하고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올드보이>의 철웅(오달수), <박쥐>의 라여사(김해숙) 등 비중을 떠나 박찬욱 영화 속 캐릭터들은 특유의 개성과 매력을 품고 있는 인물들인 경우가 많다. 이른바 박찬욱의 손으로 빚어진 영화 속 캐릭터들은 쉽게 붕괴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가씨>는 다르다. 김민희가 열연한 히데코 정도만 제외하면 <아가씨>의 캐릭터들은 ‘붕괴의 연속’이다. 올해의 신인배우로 단숨에 떠오른 김태리가 열연한 숙희의 캐릭터는 1부에서는 어마어마한 존재감과 매력을 선보이지만, 극적 반전이 등장하고 시점이 달라지는 2부부터는 그 매력과 존재감이 쪼그라들며 평범한 소녀가 되어버린다. 이른바 용두사미의 느낌. 1부에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주체적인 캐릭터 숙희는 2~3부에 이르러 주변인이자 보조역할로 머물며 그 존재 가치가 하릴없이 소모되어 버린다. 하정우와 조진웅이 연기한 백작과 이모부의 캐릭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심지어 이들 캐릭터에는 기본적인 매력조차 없다. 거대한 유산을 상속받는 미모의 아가씨를 유혹하는 사기꾼 백작 역은 배우 하정우가 맡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껄렁껄렁하고 건들건들한 태도와 더불어 치명적인 옴므파탈의 반전 매력을 숨기고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백작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시시한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캐릭터의 비중을 떠나 기본적으로 백작에게 주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입체성 또는 양면성에 기댄 치명적인 매력이 그에겐 없다. 그러니 1부에서 백작이 그녀를 유혹하는 과정이 관객에게 어떠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주기 어렵다. 오히려 실소가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는 면에서 이러한 캐릭터의 평면성이 큰 몫을 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영화의 후반부, 히데코가 키스를 통해 입에 든 약을 백작에게 먹이려는 씬에서도 그는 그저 아랫도리를 벗은 꼴사나운 모습으로 약에 취해 쓰러져 버린다. 이때쯤에서야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이 작품의 남자들을 대하는 박찬욱의 태도를 말이다. 그는 일단 <아가씨>의 남성 캐릭터들에겐 별 관심이 없다. 이들은 그저 한낱 소모품일 뿐이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의 오묘한 멜로라인과 이들이 펼쳐내는 에로티시즘, 그리고 극적 반전과 미장센에 쏠려있다. 그것까진 다 좋다 치자.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어차피 동성애 코드를 바탕으로 한 에로티시즘과 반전이 이 영화의 중요한 핵심 포인트라고 했을 때, 남자 캐릭터들을 소모품으로 쓰고 치워버리는 것까진 이해한다. 하지만 그 처리되는 방식이 너무 무성의하고 촌스럽다. 특히나 마지막 고문씬에서 드러나는 그 소모의 방식이 너무 허접하고 조잡하지 않은가? 영화의 중후반부까지도 분화(噴火) 직전의 휴화산처럼 들끓는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이모부 코우즈키는 마지막 고문씬에서 '단지 조카에게 미친 변태 할배'로 단숨에 전락하고 만다. 이건 명백히 박찬욱 답지 않은 성의없는 연출이다. 그의 전작들과 다르게 <아가씨>에서의 캐릭터들은 입체적인 척 관객을 속이며 결국 평면적으로 소모되며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고 만다.

​총기(聰氣)를 잃어버린 천재의 여유


물론 이러한 것들을 감독이 일부러 의도했을 수도 있다. 일부러 불편함과 긴장감을 거세하고, 애초부터 캐릭터들의 매력을 빼앗고 붕괴시키는 것이 감독의 의도라면 이것을 통해 박찬욱이 얻고자 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불편함이 아닌 명쾌함을 통한 대중적인 접근? 여성 캐릭터들의 멜로와 에로티시즘에 대한 집중적 조명? 설령 얻는 것이 있다고 해도 이것은 분명 밑지는 장사다. 조금 더 대중에게 친절하게 다가가기 위해 힘을 뺄 수도 있고 예전과 다르게 설명을 많이 하며 명쾌한 결말로 나아갈 수 있다. 작품의 톤을 조금 더 밝게 유지하고 유들유들해지는 것만 가지고 누가 뭐라 하겠나. 하지만 그와 함께 박찬욱 특유의 매력마저 사라져버린다면 곤란하다. 이것이 과연 어느 하나를 택하고 버려야할 취사선택의 문제이거나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이번 작품에서의 박찬욱 감독의 연출이 안일하게 느껴졌다. 이런 식의 접근을 과연 '여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총기(聰氣)를 잃은 천재의 여유는 사양하고 싶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스스로가 만든 세계에 마냥 취해선 곤란하단 얘기다.  

결론적으로 내게 이 영화는 '치기어린 소년의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스크린 뒤에서 관객을 향해 느물느물하게 웃고 있는 소년 박찬욱이 보이는 느낌이랄까? 결국 박찬욱 감독이 가장 공들인 장면이자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씬은 '히데코의 낭독씬'과 '히데코와 숙희의 섹스씬'일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소년의 장난'치고는 영화가 너무 쓸데없이 길고 거창하다. 즉,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작품의 본질에 비해 미장센과 촬영기법으로 둘러싸인 그 포장지가 너무 과하고 휘황찬란하다는 느낌이다. 적어도 그의 전작들은 그 화려한 포장지에 걸맞은 작품성과 재미, 그리고 긴장감이 있었다. 감독이 자기 꼴리는 대로 영화를 만들면서도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놓치지 않고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성공하는 것이 박찬욱의 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대중의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타협한 것일까? <아가씨>는 오히려 줄타기 줄을 두껍게 여러 겹으로 안전하게 만들어놓고도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로 곤두박질치며 밧줄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느낌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인제
16/06/04 21:12
수정 아이콘
박찬욱은 금자씨->박쥐->스토커->아가씨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점점 그래오지 않았던가요? 미장센에 점점 천착하고, 이야기는 점점 여백을 많이 두고 루즈해지고, 캐릭터는 점점 더 박찬욱 의도에 제한된 채로 움직이고.. 저는 그래서 오히려 아가씨가 박찬욱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거장 취급은 받고 투자가 끊길일은 없으니 그냥 내 맘대로 만들겠다! 이런..
쿼터파운더치즈
16/06/04 21:18
수정 아이콘
저도 이렇게 봤네요
Eternity
16/06/04 21:45
수정 아이콘
미장센에 대한 천착은 <올드보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이어져온 박찬욱의 특질이라 특별히 덧붙일 말은 없고(말씀하신대로 점점 더 심해지긴 했죠), 결국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캐릭터의 긴장감와 작품의 분위기(이른바 박찬욱 특유의 불편함)인데요. 이야기의 여백이나 루즈함에 관계없이 그의 전작들은 항상 인물 간의 팽팽한 긴장감과 불편한 공기가 작품을 지배해왔지만, <아가씨>에선 이러한 것들이 싹 사라진 느낌입니다. 캐릭터들 사이의 긴장감은 없고, 이야기의 결론은 불편함이나 모호함보다는 (감독의 말을 빌면) 명쾌함이 자리잡고 있죠. 박찬욱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꼴리는 대로 만들면서도 관객들과의 접점을 벗어나지 않는 한계에 아슬아슬하게 다다른 영화가 <박쥐>라면, <아가씨>는 그 접점에서 살짝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것이 감독이 너무 막나가서인지, 관객 눈치를 보고 타협해서인지 확언할 순 없지만 저는 둘다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봐요. 어떤 부분에선 너무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에만 몰두하고, 또 어떤 부분에선 너무 관객을 의식해서 친절해지고 말이 많아진 느낌? 그래서는 저는 '박찬욱 답지 않다'는 의미에서 '박찬욱스럽다'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박찬욱스러운 느낌만 남았달까요.
Knights of Pen and Paper
16/06/04 21:33
수정 아이콘
이명세 감독처럼 미장센에 천척하다 망가질까봐 걱정됩니다.
유스티스
16/06/04 21:51
수정 아이콘
비슷하게 보셨군요.

이건 논외이긴한데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박찬욱의 영화라고 치부되지 않나요? 제 고3이 끝나고 처음 본 영화라 잊을 수가 없어서...
Eternity
16/06/04 22:20
수정 아이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도 박찬욱 영화 맞죠. 다만 자주 거론되거나 조명되진 않더라구요. 저도 큰 관심은 없고..
16/06/04 21:52
수정 아이콘
오늘 보고 왔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동감합니다.
후후후무섭냐
16/06/04 21:55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습니다. 마치 엘프사 고전 에로게를 보는 느낌이어서..
16/06/04 21:58
수정 아이콘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의 영상미와 철학적 질문들을

박찬욱 감독이 따라하고파 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예술영화같은 흥행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부른 '망작'이었다고 봅니다.
16/06/04 21:59
수정 아이콘
영화의 쩌는 때깔(?)과 더불어 캐릭터들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면서 관객들 역시 영화속으로 매몰시켜버리는 것이, 박찬욱 감독의 힘이라 생각했는데,
때깔은 여전하지만 본질적인 힘이 좀 아쉬웠습니다. 이쪽 방면은 외려 나홍진이 더 나은 것 같네요.
아 물론 영화가 구리다는 건 아닙니다. 잘 만든 영화에요, 다만 기대치가 워낙 높다보니..

오늘 무도에서 주호진(파주스님)이 말했죠. 웹툰에서 중요한건 그림실력만이 아니라, 스토리와 정서다...
그림실력은 여전히 세계일류인데, 스토리와 정서(?)는 약간 아쉽네요.
롤링스타
16/06/04 22:08
수정 아이콘
저는 박찬욱 감독 영화는 JSA랑 올드보이만 재밌게 봤어요.
거장인지는 모르겠고 제 싸구려 입맛에는 확실히 안맞음.
믿고 거르는 감독 중에 하나네요.
지니쏠
16/06/04 22:0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괜찮게 봤는데 너무 혹평일색이네요. 상업영화로서 몰입감 있고 화면 예쁘고 볼거리 많고 카타르시스도 있고 하면 훌륭한것 아닌지. 주제의식 이야기도 많이들 하시던데 요즘 많이 부각되는 페미니즘적인 모습도 많이 포함되어있고, 동성애를 다룬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히데코 이외의 캐릭터들이 아쉬웠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래도 히데코의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어서 김민희 원탑 영화라고 생각하면 뭐 크게 점수를 깎고 싶지 않습니다.
Eternity
16/06/04 22:18
수정 아이콘
사실 이 리뷰 자체를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을 기준으로 해서' 쓰다보니 엄격한 면이 있긴 합니다. 아무리 <아가씨>가 아쉽다해도 충무로의 다른 양산형 영화의 감독들과는 비교불가의 영역이긴 하죠. 어쨌든 박찬욱은 이미 언터쳐블 영역인 만큼, 박찬욱은 박찬욱과 비교해야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암튼 지니쏠님의 말씀에도 공감은 합니다.
쇼미더머니
16/06/04 22:18
수정 아이콘
'요즘 많이 부각되는 페미니즘적인 모습'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나더군요. 에프 영화의 클래식으로 여겨지는 안토니아스 라인이나 델마와 루이스, 하다못해 에린 브로코비치나 최근의 캐롤(저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과 비교했을 때 이 영화의 이야기가 명백하게 억압당하고 이용당하던 두 여자가 도망치고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음에도 그 모습들이 왜 감동이나 통쾌함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걸까 궁금해지기만 하더라고요. 단순히 새로움에 대한 추구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 때문에 여성성, 여성주의를 옹호하는 남성들의 이야기에는 항상 기분 나쁜 비린내가 끼어 있죠.
지니쏠
16/06/04 22:33
수정 아이콘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때문에 만든, 비린내가 끼인 영화라고 보진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하신 영화들과 비교해서 통쾌함이 없으셨다면, 쇼미더머니님이 최근 일부 왜곡된 페미니즘 문화때문에 받은 피로감이 영화에 투영된 것은 아닐지요.
쇼미더머니
16/06/04 22:42
수정 아이콘
좋게 보셨다는데 굳이 시비걸고 싶진 않습니다. 비린내니 뭐니 거칠고 관심법적인 수사를 버리고 쉽게 말씀드리자면 그 두 여자에 대한 연출자의 진심어린 연민이 없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도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보기 좋아라고 나열해 놓은 전시에 불과했어요 제가 보기엔.
광기패닉붕괴
16/06/04 22:39
수정 아이콘
서로를 속여먹으려 들던 두 여자가 왜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성별, 계급과 같은 거대한 장애물들에 대해 영화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아서라 생각합니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고 벽을 넘어요. 여성 성장 영화인데 가장 중요한걸 너무 얄팍하게 다루고 있으니......
쇼미더머니
16/06/04 22:47
수정 아이콘
네, 그런 점도 있죠. 박감독이 그런 것을 설명하는 것을 촌스럽다고 여길 수도 있고, 그것을 '불필요한 설명'이라고 느끼고 그것에 할애되어야 할 에너지를 미술에 쏟아 붓는 것도 그의 자유이지만 이에 따라 그런 식의 화법에 걸맞는 관객층을 획득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겠죠.
16/06/05 01:21
수정 아이콘
네..영화의 중요한 변곡점이 두 여자의 심경 변화..특히,히데코의 심경 변화로 말미암아 이중 트릭이 이루어지는데 숙희를 향한 히데코의 감정 고조를 충분히 관객에게 납득시키지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부분의 실패로 영화가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극대화 시키지 못하고 구렁이 담 넘어 가듯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밋밋해져 버렸다고 생각 합니다.
alphamale
16/06/04 22:5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화면 예쁘고 볼거리 있고 페미니즘 적이고 동성애를 다뤘고, 근데 그게 끝이죠. 그걸 다 넣었다고 맛있는 음식이 되진 않으니까요.
Nasty breaking B
16/06/04 23:08
수정 아이콘
저도 무척 만족했습니다. 화면이 너무 아름답고 세련된데다, 이야기의 몰입도도 높고 풀어가는 구성도 마음에 들었어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에 좀더 씬을 할애해 설득력을 부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영화가 너무 제 취향이라 딱히 까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덧붙여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구요.
다리기
16/06/04 22:09
수정 아이콘
확실히... 박찬욱 영화라서 기대했던 것도 있었는데 엔딩 크래딧 올라오기 전엔 박찬욱 영화다 하는 생각도 못했네요 크크

야하긴 드럽게 야하던데... 음
바일모
16/06/04 22:23
수정 아이콘
박찬욱 광팬이었는데 아가씨 이후로는 접었습니다. 대실망.
쇼미더머니
16/06/04 22:26
수정 아이콘
스토커 이후에 박감독이 남성들이 떼로 나오는 '난폭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침대에서만 여성 둘이 난폭해지는 영화를 찍게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박감독님은 그냥 남자들 나와서 싸우다가 허무하고 비참하게 끝나는 JSA나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류 쪽으로 쭉 계속 파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왜 그 쪽에 대해 반성을 하시면서 금자씨 쪽으로 트셨는지..
16/06/04 22:40
수정 아이콘
스포있음을 제목 맨 앞으로 당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ternity
16/06/04 22:53
수정 아이콘
수정했습니다.
16/06/04 23:50
수정 아이콘
이전 리뷰글에는 다른부분을 언급했지만, 그 외에도 음악은 또 왜 이렇게 촌스럽고 못쓰는건지, 많이 아쉽네요.
박찬욱 영화에서 음악만큼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것도 없었는데.
괜히 덩달아 봉준호 <옥자>도 기대가 안됩니다. 이 작품이랑 봉준호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지만.
16/06/05 00:11
수정 아이콘
박찬욱 감독의 이름의 걸맞지 않는 스토리 개연성, 억지로 반전을 추구하는 등 대 실망 했습니다
감독이 뭘 추구하는지 말하는지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었으며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았어요

다만 영상미는 좋았습니다
풍경이라던지 저택의 세세한 묘사라던지..
구밀복검
16/06/05 00:23
수정 아이콘
미장센 논하기도 난감하다 싶은 것이, 이쁜 거 여기저기 깔아두었다고 미장센이 아니니까요. 컷의 활용을 최소화하면서 한 컷에서 최대한 필수적인 정보와 의미와 시각적 요소를 표현하며 압축적인 울림을 주는 것이 핵심인데, 아가씨 같은 경우는 페이스 조절이 안 되고 브레이크 없이 컷이 넘어가는 터라 밀도 있는 컷 연출이 안 되죠. 의미있는 정보들도 거의 없고요. 대부분의 컷들이 무가치하게 소모됩니다. 미장센이 아니라 미개센...
청보랏빛 영혼 s
16/06/05 04:11
수정 아이콘
남자 캐릭터들이 매력없었던건 의도된거 아닐까요?
여자입장에서 영화를 보고든 느낌은 '남자? 구지 안 필요하구나'라는 겁니다
아가씨는 머리를 틀어올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남자 행세를해서 해외에 도피하고 거기다 성적 쾌락도 사랑까지 모두 얻게되죠
이 영화에서 제대로된 남자구실을 하는 캐릭터가 없는대도 영화는 해피엔딩이다에 의미를 둬봅니다
Magicien
16/06/05 04:14
수정 아이콘
저도 되게 재밌게 봤는데, 혹평이 많네요 ㅠㅠ 아쉬워요...
김민희라는 배우가 이렇게 괜찮은지도 처음 느꼈고...
두 여자캐릭터가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에 대한 서술만 좀 더 넣어줬으면 하는 아쉬움
초보저그
16/06/05 08:44
수정 아이콘
저도 보면서 박찬욱 감독 특유의 불편함이 빠지고 형식미, 영상미만 극단으로 추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박찬욱 감독이 한국에서 영화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이기에 이번 영화는 칸 영화제를 노렸다던지 한 번 정도 실험을 했다고 하면 괜찮습니다. 다만, 예전의 박찬욱 영화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이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주머니속에그거..
16/06/05 12:14
수정 아이콘
네이버 평점이 7점 이길래 7점 이상이면 괜찮겠지 싶어서 갔는데....역시 한국 영화 평점은 -1을 해야 밸런스가 맞아요...
벨리어스
16/06/12 21:40
수정 아이콘
전 너무도 좋았네요. 어차피 영화란게 자기가 좋으면 장땡인 것이니.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5571 [일반] 베이징 세대가 kbo에 등장할거 같습니다. [48] 그시기10406 16/06/05 10406 3
65570 [일반] 노가다로 돈모으기 대실패! [55] 물리쟁이13618 16/06/05 13618 42
65569 [일반] (스포) [리뷰] 아가씨(2016) - 박찬욱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다 [34] Eternity9844 16/06/04 9844 10
65568 [일반] 프로야구 올스타전 유사성에 대하여 [33] Bomb범7442 16/06/04 7442 0
65566 [일반] <삼국지> 삼국시대 명장의 기준. [10] 靑龍6301 16/06/04 6301 3
65564 [일반] 복서 무하마드 알리. 향년 74세로 사망. [25] Igor.G.Ne7404 16/06/04 7404 6
65563 [일반] [프로야구] 응원단 관련 폭행사건에 대한 역대급 기아 야구단 입장 [59] 삭제됨12248 16/06/03 12248 6
65562 [일반] 광주 위안부소녀상 모금 횡령 의혹 마무리? [9] bluff4637 16/06/04 4637 4
65561 [일반]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 따라 가며 [7] The xian4890 16/06/04 4890 4
65560 [일반] [참여요청] 아동 성추행 목사를 잡으러 갑시다. (feat. 그것이 알고 싶다) [47] 곰주11084 16/06/04 11084 17
65559 [일반] 여론 참여 심사 게시판에 안건이 있습니다 (6/3 ~6/8) [15] OrBef4563 16/06/03 4563 0
65558 [일반] 2016년 가온 주간 스트리밍 차트 1위 정리 [4] Leeka4369 16/06/04 4369 0
65557 [일반] 어제 있었던 잡담 같은 경험담 [13] 맥주귀신4708 16/06/03 4708 3
65556 [일반] 영남권 신공항 문제, 어떻게 보시나요? [148] 도연초11575 16/06/03 11575 0
65555 [일반] [스포] 정글북 보고 왔습니다. [6] 王天君4769 16/06/03 4769 0
65554 [일반] [스포] 초인 보고 왔습니다. 王天君2996 16/06/03 2996 1
65553 [일반] [스포] 사돈의 팔촌 보고 왔습니다. [5] 王天君7354 16/06/03 7354 1
65552 [일반] [스포] 로미오와 쥴리엣, 맥베스 보고 왔습니다 王天君2855 16/06/03 2855 0
65551 [일반] [KBO] 여러분의 팀은 안녕하십니까? (SK 이야기) [28] 부모님좀그만찾아4200 16/06/03 4200 2
65549 [일반] "슬픔 이겨내자"며 용서한 '곡성 공무원' 유족들 [19] 군디츠마라7161 16/06/03 7161 16
65548 [일반] 바보 바보 바아~보 [13] 소야테3647 16/06/03 3647 9
65547 [일반] [배구] 삼성화재, FA 보상 선수로 부용찬 지명 [15] 지니팅커벨여행3938 16/06/03 3938 1
65546 [일반] SNS나 페이스북으로 링크 퍼가기 오류 수정됐네요. [2] homy3113 16/06/03 3113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