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3/29 10:25:09
Name 최유형
Subject [일반] 주말에 고시엔 다녀온 이야기
0. 모바일로 올리느라 사진은 없는 노잼 고시엔 후기입니다.

1. 주말에 고시엔 다녀왔습니다. 피치항공으로 금요일 밤 8시 50분 인천발 - 일요일 밤 8시 10분 오사카발 이었는데, 금요일 숙소 도착이 새벽 2시, 일요일 집 도착이 11시 50분 도착이었습니다. 체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이렇게 못 다니겠네요.

2. 작년 여름에 이은 두번째 고시엔 방문이었습니다. 잠시 설명충이 되어보자면 여름에 전국적으로 지역예선부터 토너먼트로 단 한 경기만 져도 끝인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 일명 여름 고시엔, 혹은 고시엔이라는게 있고, 각 지역 가을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우수한 팀이 선발된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 일명 봄 고시엔, 혹은 센바츠라는게 있습니다.

3. 일단 작년 여름과 비교하면 크게 2가지가 달랐습니다. 우선 온도. 이러다 쪄 죽겠구나 싶었던 8월의 간사이에 비하면 응달에 있으면 좀 추운데 싶던 이번 방문이었습니다. 두번째는 열기? 아침 8시 첫 경기인데 7시부터 입장권 구입줄이 수백미터를 늘어섰던 여름 고시엔에 비해 이번엔 훨씬 수월하게 표를 구입했습니다. 그래도 근 4만 8천석이 다 차더군요.

4. 수준이 높진 않습니다. 폭투, 사사구, 에러가 남발합니다. 무사 1루는 거의 무조건 번트, 1사 1루도 높은 확률로 번트. 근데 이게 제법 효과적이네요. 송구 실수도 잦고, 애매하면 야수선택으로 올 세입. 이런 번트 수비 잘하는 팀이면 잘하는 팀이구나 싶어요.

5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찾아가서 보게 됩니다. 제가 본 가장 열심히 하는 야구선수들이에요. 빼빼 마른 애들이 내일이 없다는 듯(여름 고시엔의 경우 지면 3학년 은퇴 경기니…) 죽어라고 뜁니다. 볼넷에도 뜁니다. 투구에 맞아도 뜁니다. 공수 교대에도 뜁니다. 이렇게 뛰다 보니 엄청 스겜입니다. 아직까지 2시간 반을 넘긴 경기를 못 봤습니다. 경기 시작하고 한 시간 내외면 5회가 끝나있어요. 심판들도 열심히 합니다. 단순한 내야 땅볼도 성심 성의껏 아웃! 전광판도 열심입니다. 체감상 공이 들어오자마자 카운트가 올라가요. 아 응원은 또 어떤가요. 야구 아주 조용히 보는 스타일인데, 작년 여름에 자리 없어서 응원단 바로 옆자리 잡았다가 홀딱 반했습니다. 북과 브라스, 목소리와 율동으로 선수들만큼 땀 흘리는 응원단이 함께 합니다.

완벽에 가까운 야구라면 메이저리그를 보면 되겠죠. 우리 동네 팀을 응원하려면 한국프로야구 보면 될테구요. 하지만 봄과 여름 고시엔에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들만의 야구를 볼 수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3/29 10:46
수정 아이콘
재밌게 다녀오셨네요.크크크
저도 터치, H2, 다이아몬드에이스, 라스트이닝 등등 야구만화들을 재밌게 봤었는데, 기회가 되면 가서 보고 싶네요.
최유형
16/03/29 10:52
수정 아이콘
저도 이게 다 아다치 미츠루 때문이죠ㅠㅠ 다이아몬드 에이스는 요즘 제일 핫한 고교 야구 만화 같던데 한번 보고 싶더라구요~
16/03/29 11:02
수정 아이콘
저도 작년 여름에 다녀왔는데 나름 보는 재미가 있지요... 흐흐
최유형
16/03/29 11:12
수정 아이콘
엇 작년에 이미 훌륭한 후기를 남겨주셨네요~ 읽으면서 작년에 쪄죽을뻔했던게 떠올랐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6/03/29 11:32
수정 아이콘
저는 2009년경 교세라돔에 돔구경을 갔다가 중학교대회를 우연히 500엔쯤 내고 들어간 기억이 있네요.
당시 추정키로는 오사카 중학교의 지역대회라서 엄청엄청엄청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라는 그 느낌이 정말 크게 와닿았습니다.
아이들 발육도 달랐고, 다른애들과는 비교안되는 피지컬의 꼬마돼지형이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네요..
아참 응원온 중학생들 치..마..도.. 헙

좋은 경험 하신것 같아 부럽네요~
16/03/29 11:34
수정 아이콘
그리고 당시 일본 야구문화 이런걸 정말 잘 몰랐었는데..
교가 나오고 도열하고 인사하고 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던 기억도 나네요
최유형
16/03/29 13:04
수정 아이콘
교세라돔에서 중학교 경기라... 좋은 구경 하셨네요... 물론 야구 이야기 입니다. 응원온 중학생 이야기 아니구요.... 야구라니깐요~

각자의 나라마다 제각기 다른 야구 문화가 있으니깐요~ 개인적으론 중남미 (도미니카, 쿠바, 푸에르토리코...) 같은데에서 야구 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16/03/29 11:34
수정 아이콘
2011년에 오사카 공항에서 환승대기 하는동안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 티비앞에서 고시엔 보더라고요.. 결승급인줄 알았는데 그게 16강 경기인거에 놀랐네요
최유형
16/03/29 13:08
수정 아이콘
단일 스포츠 대회로는 일본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어요. 결승전 시청률이 잘나오면 30%가 나온다네요.
정치경제학
16/03/29 11:34
수정 아이콘
아름답네요~
최유형
16/03/29 13:10
수정 아이콘
야구를 많이 좋아한다면 살면서 한번정도는 경험해볼만한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곧미남
16/03/29 11:53
수정 아이콘
와 자리가 무려 4만 8천석이군요.. 제가 지난주에 삿포로가서 시범경기 보고왔는데.. 거기 tv에서도 고시엔이 나오더군요
최유형
16/03/29 13:11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4만 7천 500석 정도... 반올림 했습니다. 고시엔이 출전 고교가 각 지역을 대표하다보니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는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삿포로까지 가셔서 시범경기를 보실 정도라니...하드코어 팬이시군요...
곧미남
16/03/29 19:10
수정 아이콘
하하하 하드코어팬은 아니구요 4년전 삿포로돔 투어를 할때 느낀건 경기를 봐야한다! 이런 마인드로 맘 편히 시범경기 봤습니다.
VinnyDaddy
16/03/29 14:39
수정 아이콘
전 1999년에 우연히 NHK에서 봤던 중계장면이 정말 문화컬쳐였습니다.
아마 4강쯤 됐었을 겁니다.
1) 관중석에서 웬 50대 아저씨 한 명을 잡아주는데 자막에 <○○○선수 부친> 헐...
2) 다음 공 던지고 관중석 다른쪽 잡아주는데 벤치에 못 들어간 야구부원들이 수두룩...
3) 결승타 얻어맞으니 맞은 선수들 죄다 주저앉아서 펑펑 눈물...

https://www.youtube.com/watch?v=Y_LbJRqqUGI
[라스트 미팅]이라는, 고시엔에서 탈락한 팀들의 눈물과 마지막 인사를 담은 영상입니다.
작년에 우연히 봤었는데 오늘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뭔가를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나... 하고 돌이켜보게 됩니다.
최유형
16/03/29 18:01
수정 아이콘
아 이영상 오래간만이네요 ~ 보다보면 항상 찡해집니다.
my immortal
16/03/29 16:47
수정 아이콘
타임아웃이 없는 스포츠인 야구에서, 졸업이라는 타임아웃이 있는 고교야구.. 뜨거울 수 밖에 없죠.
최유형
16/03/29 18:02
수정 아이콘
넵 정확하게 짚어주신듯 합니다~
아가인
16/03/29 19:47
수정 아이콘
아 매번 우메다에서 고베갈때 내리고 싶었던 그 곳 다녀오셨네요. 혼자 간 여행 이 아니고 시즌이 아닐때가 많았지만 다음엔 꼭 가고싶네요.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보고 싶네요.
최유형
16/03/30 16:20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언젠가는 꼭 기회가 닿으시길 기원합니다.
프로아갤러
16/03/30 01:34
수정 아이콘
일본 고등학생들 대회아닌가요 대단하십니다
최유형
16/03/30 16:26
수정 아이콘
고딩 대회맞죠~ 좋아하니깐 좀 무리를 하게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4362 [일반] [야구] 내야수 한상훈, 한화와 계약해지 [44] 이홍기7601 16/03/30 7601 0
64361 [일반] [KBL] 1516 시즌 파이널 리뷰 및 팀 리뷰 2 [21] ll Apink ll3904 16/03/30 3904 8
64360 [일반] 신발 사이즈에 이은 신발 관리 방법 [35] aura9070 16/03/30 9070 1
64359 [일반] 지금 나는 나에게 알맞은 신발 사이즈를 신고 있는가? [96] aura95837 16/03/30 95837 11
64358 [일반] 김현수 선수에게 남은 선택지 정리 [83] 어리버리12503 16/03/30 12503 2
64357 [일반] [프로듀스101] 주결경 에 관한 이야기 [75] naruto05115117 16/03/30 15117 9
64356 [일반] 군대 말투 다나까 관련한 이야기 [35] CoMbI COLa7056 16/03/30 7056 0
64355 [일반] 출사 :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32 (6. 세 개의 발) [26] 글곰4122 16/03/30 4122 54
64353 [일반] 레슬매니아 32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25] DERET4757 16/03/30 4757 1
64352 [일반] 세월호 끔찍했던 구조상황. [62] 정치경제학9348 16/03/30 9348 16
64351 [일반] 샘김/DAY6/스컬&하하의 뮤직비디오와 라붐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7] 효연덕후세우실3557 16/03/30 3557 0
64350 [일반] [야구] 김현수가 윤석민처럼 마이너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 추가사항 [79] 삭제됨9717 16/03/30 9717 1
64349 [일반] 철도망으로 보는 우크라이나 [16] 이치죠 호타루8173 16/03/30 8173 11
64347 [일반] 기재부 장관 "저출산 대책 효과없어, 이민정책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182] 군디츠마라13215 16/03/29 13215 2
64346 [일반] CGV 메뚜기족 단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69] 카스트로폴리스21123 16/03/29 21123 1
64345 [일반] 왜 프랑스에서는 일요일 영업이 논쟁 거리가 될까? [23] santacroce10862 16/03/29 10862 22
64343 [일반] 카이로행 이집트항공 여객기 공중납치돼 [35] 어리버리9123 16/03/29 9123 0
64342 [일반] 미국 4.9% 실업률의 이면: 점점 사라지는 9 to 5 일자리 그리고 유럽의 고민 [37] santacroce10516 16/03/29 10516 41
64341 [일반] 제2의 고난의 행군 [5] 토다기5038 16/03/29 5038 0
64340 [일반] 그냥 요즘 음악 듣는 이야기(스포티파이,EDM...) [11] 삭제됨3849 16/03/29 3849 1
64339 [일반] 설리 인스타, 결국 논란으로 [239] 시린비19910 16/03/29 19910 1
64338 [일반] 9.11테러, 히어로 무비 그리고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35] 마스터충달7454 16/03/29 7454 8
64337 [일반] 주말에 고시엔 다녀온 이야기 [22] 최유형5593 16/03/29 5593 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