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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1/04 14:55:46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s)은 어떻게 발견되게 되었나?

감마선 폭발...


지난 글에 감마선 폭발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씀드렸었는데 오늘은 그 뒷얘기들을 좀 해볼까 합니다. 원래 감마선 폭발은 처음부터 이걸 발견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발견한 게 아니라 우연히 걸려든 경우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후 세상은 2강 체제로 개편이 되었습니다. 한 축은 자유진영을 대표하는 미국이었고 또 다른 한 축은 공산진영을 대표하는 소련이었지요. 양측은 서로 간에 있어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핵무기의 개발을 위한 핵실험과 핵무기의 생산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데 이에 비례해서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들도 높아져 갔습니다.



이걸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그러다 보니 미국과 소련 양측에서 "야, 우리 핵무기 개발 뭐 이런 거 다 좋은데 인간적으로 지구의 대기나 지구의 대기를 벗어난 외부(우주), 또는 바다 속에서 핵실험은 인간적으로 하지말자!"라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서 (그렇게 인간적인 거 따질 거면 아예 처음부터 핵무길 만들지 마!...--;;;) 1963년에 양측은 "제한적핵실험금지조약(Limited Nuclear Test Ban Treaty)"을 맺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조약은 "지하에서만 핵실험을 허용하고 그 밖에 지역에서는 핵실험을 하지말자"고 한 조약이었습니다.



조약에 서명하고 있는 케네디 대통령...


막상 조약이 체결은 되었지만 미국은 소련이 이 조약을 성실히 이행할지 확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련이라고 미국을 철썩같이 믿었을 것 같진 않지만...--;;;) 말인즉슨 음흉한 동토의 붉은 곰들이 앞에서는 안 한다고 해놓고서는 뒤에서는 호박씨를 깔지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미 국방부에서 "the Velar Satellites"라는 프로그램을 내놓게 됩니다.

이 계획은 우주 상공에 감시용 인공위성들을 띄워서 만약 우주 공간에서 핵실험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감지하고 진원지를 찾아내자는 취지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핵실험을 했다는 신호는 바로 감마선 폭발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지구의 환경에서는 감마선이 대량으로 방출될 일이 거의 없는데 예외적인 경우가 바로 핵실험을 했을 때였습니다. 실제로 이를 위해서 (얼마나 못 믿었으면) 협정이 체결된 바로 그 해인 1963년부터 위성들이 발사되었습니다.



소련 이놈들...아주 걸리기만 해 그냥...--+


한 동안은 그렇게 별 일 없이 지나가나 싶었는데 1967년에 많은 이들을 흥분시키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벨라위성계획"의 일환으로 우주 공간에 띄워진 위성들 가운데 일부가 드디어(?) 감마선 폭발을 감지해낸 것이었습니다. 감마선은 약 8초 정도 급격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감마선 폭발들이 감지가 되었고  관계자들은 삼각측량을 통해서 감마선이 발생하는 근원지를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만약 소련이 협정을 어기고 우주에서 핵실험을 한 거라면 이 자료들을 가지고 따질 생각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오래도 참았다. 그동안 핵실험 하고 싶어서 얼마나 몸이 달았냐"싶었던 거지요.



1967년 7월 2일...위성에서 최초로 감지한 감마선 폭발 그래프...


그런데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오고 맙니다. 감마선은 지구와 가까운 우주 상공이나 (미 국방부가 만약 소련이 핵실험을 진행한다면 가능성이 있는 장소들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던) 달의 뒷면에서 발생한 게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우리 태양계 내부에서 온 것도 아니었고요. 감마선은 태양계 밖 저 멀리 우주에서 날아온 것이었습니다.

최초의 감마선 폭발은 1967년에 감지가 되었지만 이게 소련의 핵실험이 원인이 아니고 저 멀리 우주에서부터 날아온 것이라는 게 확인이 되고 난 후 이 발견은 1973년에 이르러서야  논문을 통해서 일반 대중들과 과학계에 공개가 됩니다. 천문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은 신이 났습니다. 감마선 폭발이 세상에 공개되고 난 후 약 20년 동안,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1973년부터 1993년 동안 감마선 폭발의 발생 원인에 대한 서로 다른 가설만 약 135개가 제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알려진 감마선 폭발은 100개 미만이었습니다.  즉, 감지된 감마선 폭발 1건당 이의 원인에 대한 가설은 하나 이상이 제시가 된 셈입니다.

감마선 폭발의 원인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별이 폭발한 것이라는 가설에서부터 블랙홀들끼리 충돌해서 발생한 것이라는 가설까지 다양했는데 그 가운데 제일 압권은 "은하 간 핵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가설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이런 부작용이 걱정스러워서 아직까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보지 않았습니다.)



안 봐도 감마선이 막 나올 것 같다...저게 혹시 감마선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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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죠 호타루
16/01/04 15:14
수정 아이콘
정치가 엉뚱하게도 천문학의 발달을 불러온 격이군요... 인류 역사의 과학 발전은 무기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이 말이 관측천문학 분야에서 먹히는 예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뭐 하긴 항공우주학의 기반을 다진 브라운 박사도 V2 로켓을 만든 장본인이라니 예상치 못한 진일보는 정말 뜬금없이 벌어진다지만...
16/01/04 15:23
수정 아이콘
미국방부에서 쓰다가 필요 없어지면 나사에 넘긴다는 소문이 있던데
역시 천조국...
청소부하이에나
16/01/04 18:22
수정 아이콘
정찰위성이 허블급 이상이죠 그중 두대를 나사에서 받게 되었죠.
몽키.D.루피
16/01/04 15:27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고 보니까 이전 글보다 은하 핵전쟁 설이 더 신빙성 있어 보입니다.
Neanderthal
16/01/04 16:28
수정 아이콘
음...당분간 스타워즈 시리즈는 안 보시는 걸로...--;;;
16/01/04 17:01
수정 아이콘
비슷한 사례로, 1960년대 벨연구소에서 일하던 과학자들이 통신위성에서 수신되는 잡음을 연구하다가, 우주배경복사라는 어마어마한 현상을 발견한 사례가 떠오르네요. 가끔이긴 하지만 이런 사례들 (주목적은 아니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엄청난 발견으로 이어진...)이 과학의 발전에 한 몫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안군-
16/01/04 17:46
수정 아이콘
스타워즈는 Long Long Time Ago... 로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지구에 인류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은하핵전쟁으로 한번 리셋하고 다시 시작한겁니다?

...스타워즈가 미국 건국 신화라는건 다들 아시죠??
카서스
16/01/04 18:15
수정 아이콘
연구결과에 따르연 우리가 젤나가가 아닌가요?!
-안군-
16/01/04 18:16
수정 아이콘
쉿! 함부로 누설하시면 안됩니다!
식민사학자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에... 읍읍읍...
해원맥
16/01/04 21:06
수정 아이콘
황제폐하께서 지켜주실껍니다..
for the emperor!
16/01/05 01:48
수정 아이콘
좋은 본문 감사합니다만, 본문에 우회 비속어가 있어서 벌점 4점 발부합니다. 적절히 수정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Neanderthal
16/01/05 08:49
수정 아이콘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내용은 수정했습니다...--;;;
16/01/05 09:2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오마이러블리걸즈
16/01/05 08:57
수정 아이콘
우주 전쟁이라고 생각한 게 저 혼자만은 아니었군요! 이렇게 된 이상 결코 다시 전쟁!
크리넥스
16/01/05 09:38
수정 아이콘
교황님께서 성전을 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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