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12/25 03:18:47
Name 무진자
File #1 11.jpg (282.4 KB), Download : 77
File #2 22.jpg (424.7 KB), Download : 31
Subject [일반] 명동에서 프리허그 한 일기




탱자탱자놀고 한량생활을 저에게 어느 날 위기감이 찾아옵니다.

그리곤 결심을 하죠. '이번에는 살도 꼭 빼고 열심히 살아보리라,' '매사 긍정적으로 예스맨이 돼보자'

헬스를 끊고 운동하고 하던 와중에 친구에게 연락이 옵니다.

친: 크리스마스날 놀자
저: 뭐할 건데, 여튼뭐 예스맨이니까 OK
친: 글쎄
저: 프리허그를 하던 뭐하던 아무거나 하면 되겠네
( 몇 달 전 EBS 방송 볼 때 저 같은 사람을 도와주고 변화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정신적으로 변화시켜주고 도와주는
형태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때 프리허그미션을 주더라고요. 아마 이때 본 방송이 인상적이어서 은연중에 대화에
프리허그라는 단어가 떠올랐지 싶습니다. )

위의 대화가 계기였습니다.

크리스마스날이 다가오고 암만 생각해도 친구는 프리허그 안 할 것같더란 말입니다,

프리허그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혼자 하는 것을 권한다기에 24일 저녁 프리허그를 하러 나가게 됩니다.

제가 인식하는 프리허그의 취지는 재능기부의 느낌으로 서로 안아주고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힐링하는 느낌이었다면,

제가 시작한 의도는 취지와는 다르게 소극적인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위로받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서(지하철을 타거나 일상생활에서) 저만큼 살찐 사람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체중이 많이 나갑니다.  

( 저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  '이성친구없음'  '히키코모리(몇 명의 친구만 만나고 집에 주로있는)'
( 몇 년 전엔 굉장히 정상정인 몸이었으나 성격적인 소심함 때문에 이성친구가 없었습니다.
   끈(연)을 만들 생각도 안 하고 우연히 좋은 기회가 여러 번 생기려 해도 스스로 쳐내버렸죠. )   )

그래서 시작 전에 해야 할지 말지는 놓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프리허그를 자격이 있을까' '민폐만 끼치지않을까(지나가는 사람들과 우연히 눈을 마주치게 되면 불편해한다거나)'
'누구도 받아들여주지않으면 어떻게 하지' '차가울지도 모르는 주위의 시선' 등등

프리허그의 취지가 좋고 실행할 자격이 까다롭지 않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어느 정도는 상대의 외모에 따라

태도나 갖게 되는 마음이 달라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걱정이 돼서 외모가 많이 떨어지는 사람이 프리허그 하는 것에 관해 이것저것 검색해본 결과

인터넷상의 굉장히 솔직하고 원색적인 의견을 보니 더욱 두려웠습니다.

두렵지만 어쩌겠습니까, 긍정적인 예스맨이 되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도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심정이, 2시간 동안 딱 3분, (욕심으론 5분) 딱, 세 분만 오셔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딱 한 분이라도 와주시면 결과는 아쉽지만 극기도 하고 나름대로 성공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내고 피켓만 들면되는데 긴장탓에 계속 서성이길 15분 만에

피켓을 머리 위로 들쳐 올립니다. 창피하고 쑥스럽고 또 창피합니다, 주변에서 슬쩍슬쩍 보고 가는 표정과 무관심과 제 나름의 자격지심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살찐 무거운 팔이 저려옵니다.

이대론 마냥 들고있을 체력이 없겠거니 싶어서 피켓을 배쪽으로 내려잡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힐끔힐끔쳐다보지만 무관심 ( 사람들이 눈마주치면 불편하실까봐저는 최대한 먼 뒷배경을 봅니다. )  

저는 제 나름대로 시무룩한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했는데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겠네요.



그러던 와중 어머니와 같이온 소녀분이 와주십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자기 딸아이가 명동에서 프리허그하는게 소원이었는데 그걸 오늘 소원이루었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소녀분이 다녀가시고서 생각했죠, '오늘은 저 한분이 와주신것만으로도 대성공이다. 만족한다.'

하지만 고맙게도

이후 많은 분이 와주셨습니다.

서슴없이 다가와서 안아주신 여성분들
한국여성분과 사귀는 듯한 정말 잘생긴 외국인 남자분
여러 엄마를 따라온 여러명의 어린이들
( 저보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나오는 등장인물같다고하며 푹신하다고하더군요 )
소녀들
중국소녀
젊은 남자분들
지나가던 아저씨들
외국인남성분
커플중 남자분만 허깅해주신분들도있었고,
( 남자왈" 이거 남자도 되는거에요" 저 " 물론이죠~" )
커플중 남자분이오셔서허깅해주시고 가셨다가 잠시후 커플이셨던 여성분도 다시오셔서 안아주시고 가셨습니다.

( 피켓들고 서있는 와중느낀게 길물어보는 외국인들이 제법 많다는것이었습니다. 한6분이상 됐던것같습니다.
지리를 전혀 모르는지라 대답을 못해드려서 죄송했습니다. )

안아주신 한분,한분, 일일이 마음에새기고 기억하려고했는데 나중에는 한번에 여러분이 오셔서 당황도하고
감격도해서 세는것을 잊어버렸습니다.

1시간에 약 30여분들께서 온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인터넷에서 본대로 어느한분이 용기를내서 시작해주시면 다른분들이 쉽게 와주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1시간 이 후 잠시 쉬었다가 프리허그 조금더하고 집에오려했는데

프리허그할 다른 좋은장소있나하고 찾아(명동구경)돌아다니다 보니 지하철 시간이 애매해져서 아쉬움을뒤로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출구근처에있는 트리와 조악하게 만든 피켓을 찍어보았습니다.


지하철타고 오면서든생각이 그동안 나태했던것과 어떤 일을 하고싶었지만 정말 그 조금의 약간의 용기가없어서

하지못한일들이 아쉽게느껴지더군요. 조금만 더 용기를냈으면 인생이 많이 바뀌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남았습니다.



프리허그를 하고나니 기분도 좋고, 또 한번 해보고싶습니다. 여전히 두렵고 쑥스럽지만 보상이 더욱 더 달콤하고 뿌듯합니다.

조만간 다시 한번 나가볼까 고민이 됩니다,

다시용기를내보거나 고민을 해보아야겠습니다. 또 한다고해도 여전히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말 따뜻하고 보람된 밤입니다.

온기를나눠주신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 반갑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질럿퍼레이드
15/12/25 03:24
수정 아이콘
용기있으시네요 메리크리스마스 ^^
귀연태연
15/12/25 03:45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엡실론델타
15/12/25 03:51
수정 아이콘
엄지척 해주고 싶네요 정말
잊지못할 크리스마스 이시겠네요!
15/12/25 04:09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사실 프리허그 하는 분들에 대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냥 저와 사고방식이 다른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속내를 풀어주시니 조금은 알 거 같네요. 허그를 받고 싶은 분도 계시는 거군요. 방법보다도 마음 안의 무언가를 바꾸신 과정 자체가 뜻깊게 느껴집니다. 글 감사합니다.
양주오
15/12/25 06:15
수정 아이콘
미리 밝혀두자면 직전까지 저는 프리허그를 흉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먹먹하고 뭉클한 탓일까 별안간 우리들의 꿈이 무엇인지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피켓을 들어 프리허그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는 건지 아니면 그분께 다가가서 안아주는 사람이 되는 건지 포옹은 주고 받아 함께 하나가 되는 거잖아요. 왜인지 다 읽고 나니까 거리에서 우연히,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을 만날 거란 꿈을 꾸긴 보단 직접 피켓을 꾸려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이 되는 용기를 가지고 싶어졌어요.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제야 정말 메리 크리스마스 같은 기분이네요.
15/12/25 08:08
수정 아이콘
와...용기에 감탄했어요!
뭘해도 해내실 분일듯 !!!
파란아게하
15/12/25 08:55
수정 아이콘
우와 좋아요
메리크리스마스
양념반자르반
15/12/25 09:29
수정 아이콘
저도 뭔가 프리허그에 대해서 왜 하는거지?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다음부턴 하는 분이 보이시면 저도 용기를 내서 다가가도록 하겠습니다!
15/12/25 11:12
수정 아이콘
따뜻한 마음 여기까지 잘 전달되었습니다 ^^
cottonstone
15/12/25 11:20
수정 아이콘
오 따뜻따뜻. 저도 가서 안아드리고 싶네요. :D
코나투스
15/12/25 13:46
수정 아이콘
댓글로라도 마음전해드립니다^^!
슈퍼집강아지
15/12/25 14:49
수정 아이콘
마음이 포근해지네요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15/12/25 15:17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앞으로도 무엇이든 해내실수 있을거예요~
15/12/25 15:57
수정 아이콘
와... 멋있으세요. 프리허그를 하는 취지를 잘 몰랐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저도 해보고 싶네요.
좋은 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한 성탄절 보내세요! :)
오프로디테
15/12/25 16:18
수정 아이콘
정말 멋있으세요! 좋은글, 좋은기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15/12/25 20:33
수정 아이콘
복된 성탄절 보내셨네요.
내년에는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겁니다.
행복의이연
15/12/25 21:08
수정 아이콘
프리허그를 하는 분에게 다가가고 싶어지게
프리허그를 직접 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이네요^^
15/12/25 22:18
수정 아이콘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P
last fantasy
15/12/26 21:16
수정 아이콘
힐링되는 글을 너무 늦게 봤습니다. 항상 화이팅 하시길 빌게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2759 [일반] 암흑물질은 어떻게 공룡을 절멸시켰나?... [53] Neanderthal10597 15/12/26 10597 22
62756 [일반] [스압] 아크릴 컴퓨터 케이스 제작기 [28] 제작진22819 15/12/25 22819 36
62754 [일반] 눈에 보이는 물질도 모르겠는데 어찌 암흑물질을 알리오... [89] Neanderthal12964 15/12/25 12964 16
62753 [일반] 우주의 종이접기 [19] Colorful9912 15/12/25 9912 8
62752 [일반] 제 개인적으로 바라보는 새누리와 야권 지지자의 거울론 [81] 삭제됨9589 15/12/25 9589 2
62751 [일반] 명동에서 프리허그 한 일기 [19] 무진자8420 15/12/25 8420 53
62750 [일반] 전 세계에서 연평균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도시 Top10 [10] 김치찌개6913 15/12/25 6913 1
62749 [일반] 현재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국내 영화배우 Top10 [17] 김치찌개7177 15/12/25 7177 1
62748 [일반] [야구] kt 장성우 명예훼손 불구속 기소 [16] 이홍기7120 15/12/24 7120 0
62747 [일반] 황효진 스베누 대표 해명 인터뷰 기사가 떴습니다. [80] 자전거도둑21281 15/12/24 21281 0
62746 [일반] '청풍상회에서 페북에 올린 글에 대한 상인회 입장', 강화풍물시장 [86] Smiling Killy15138 15/12/24 15138 5
62745 [일반] 그래미(Grammy)마저 속인 희대의 사기 밴드... [21] Neanderthal14801 15/12/24 14801 0
62744 [일반] 슈가맨에서 보고 싶은 가수들 [144] IRENE_ADLER.22082 15/12/24 22082 0
62743 [일반] 안철수의 혁신안은 결국 그저 말뿐인건가요 [192] 에버그린14403 15/12/24 14403 9
62742 [일반] 크리스마스 이브는 도대체 정체가 뭘까? [36] 구라리오10146 15/12/24 10146 7
62741 [일반] LG G5 프로토타입 유출 및 사양 [62] CoMbI COLa12978 15/12/24 12978 1
62740 [일반] 내가 부동산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 [52] The Special One11780 15/12/24 11780 4
62739 [일반] 12/23 헌법재판소 주요 결정들 [14] NightBAya7605 15/12/24 7605 12
62738 [일반] 만남 이벤트 후기 (2편) [8] 두꺼비7297 15/12/24 7297 2
62737 [일반] [MLB] 김현수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단식.jpg [38] 김치찌개9669 15/12/24 9669 1
62736 [일반] [리뷰] 저도 써보는 최근 본 영화 4편 이야기 [4] 로랑보두앵5257 15/12/24 5257 0
62735 [일반] 잠 못 이루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새벽 [8] The xian5591 15/12/24 5591 3
62731 [일반] 헌법재판소 "한일협정, 위헌심판 대상 아니다" [42] 군디츠마라9034 15/12/23 903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