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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03 21:30:22
Name 좋아요
Subject [일반] 내맘대로 역사교과서 위아래론
들어가며

교과서 문제 때문에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한쪽에서는 좌편향교과서 때문에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해 국정교과서 문제를 반드시 완수해야한다는 입장이고 한 쪽에서는 친일독재사관이 들어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결사반대한다고 하고 있죠.(물론 좀 더 다양한 입장이 존재는 할 것입니다만)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수준의 정보량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단편적으로 뉴스를 통해서 가끔 접하면 다행일 것이고, 이부분에 대해 깊게 사고하는 경우도 뭐 그렇게 많은 것이 대부분이겠죠. 안그래도 살기 팍팍한 세상이고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시대이기도 하니까요.

이 글을 쓰는 저조차도 뭐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임은 부정하지 못합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제가 명확히 판결할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안타깝게도 저의 식견은 그정도 수준이 못되거든요.다만 그럼에도 감히 이문제에 대해서 글을 써보는 것은 저에게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물음인 ‘역사교과서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저의 생각은 이렇다는 얘기를 ‘제 주제에’ 한번 꺼내보고 싶어서 입니다.

아마 헛점 투성이일수도 오류투성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차라리 말이나 던져놓고 혼나는 쪽이 ‘배움’을 얻기에 좀 더 낫겠다 싶어서 한번 질러보고자 합니다.


저는 역사라는걸 이렇게 생각합니다

배움이 얕은 저에게 있어 크게는 인간의 역사, 작게는 한나라의 역사는 결국 ‘지도층이 무슨짓을 했느냐’의 기록입니다. 물론 민중차원에서의 움직임도 적지 않았을 것이고 따지고 보자면 컸을 것입니다만, 하나의 사회가 구성이 되었다면 그 사회에는 반드시 사회를 움직이는 지도층이 있을 것이고, 그 지도층의 선택에 따라 그 사회의 운명이 대체로 결정되었다고 보는 시각인 것이죠.

예를 들어 임진왜란에 참전한 똑같은 조선수군이라 하더라도 이순신장군의 지휘아래 있는 조선수군이냐, 원균의 지휘아래 있는 조선수군이냐가 그 군대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본다랄까요.

그렇다보니 역사를 배우다보면 특정시대 특정국가 혹은 단체의 지도층이 공을 세운 경우도 보게 되지만 그에 준하게 잘못한 경우도 함께 보게 됩니다. 역사를 깊게 배우면 성군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시대에도 과가 있고, 암군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시대에도 공이라고 불릴만한 요소는 있고 그런걸 발견하게 되기도 하더군요.

뭐 여튼 낮은 수준에서나마 역사를 배우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단순하게 보면 지도층이 잘할 때는 나라가 흥하고, 딱히 공이 없을 때는 그냥 기존에 만들어둔 수준에서 큰 변화없이(외부 요인이 없는 경우) 꾸준히 비슷하게 가고, 과가 크면 나라가 휘청하거나 망한다고 보는거죠. 이거, 너무 단순했나요?


그런 의미에서 역사교과서의 쓸모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역사서, 역사교과서가 지도층의 정통성강화, 왕권강화를 위해서도 쓰였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뭐 그런 쓸모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아무래도 역사서를 편찬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주로 지도층에 가까운 사람들이었을 것이고, 역사서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사람들도 주로 지도층이었을테니까요. 어차피 옛날이니깐 딱히 상관없다고 여기는 것이 정확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현대의 역사서, 현대의 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입장이 좀 다릅니다.
(당장 제가 살고 있는 세상이니) 그것이 무엇이고 하니 역사서와 역사교과서의 쓸모라는 것은 ‘어떤 지도층이 좋은 지도층, 잘된 지도층이고, 어떤 지도층이 나쁜 지도층이고 나쁜 지도층인지’ 파악하는 눈을 기르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어차피 보통사람이 저는 지도층의 위치에 올라설 입장은 제로에 가깝거나 그냥 제로이니 나의 지도층이 좋은 지도층, 잘된 지도층이길 바라던지, 아니면 그런 지도층이 되도록 강제를 시키는데 힘을 보태든지 둘 중 하나의 선택만 할 수 있을테니까요. 솔직히 나의 지도층이 무슨 세종대왕 떄처럼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보다 더 나쁘게 만드는게 아닌지 관심이 있을 따름이죠. 어쩄든 현상유지라도 된다면 다른 꿈이라도 꿔보겠지만 더 나빠진다면 답이 없다고 느끼고 포기할테니.

왜 외부요인이나 적국의 문제나 그런걸 따지지 않으시냐고 물으신다면 ‘어차피 그건 내 통제영역 밖’이기 때문입니다. 타국이 엄청 세서 강력한 군대로 우리나라 쳐들어오는 건 뭐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뭐 국내도 마찬가지 아니냐 하신다면 뭐 여튼 ‘투표’는 할 수 있으니까) 그런걸 제가 직접할 수 없으니 저로부터 나온 권력을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대신 막아줄 존재에게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튼, 남이 잘했니 잘못했니 하는 문제보다는 우리의 지도층이 얼마나 어떻게 잘하고 잘못했는지를 철저히 파악하고 잘한 것은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잘못했던 것은 앞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도록 견제할 수 있는 눈과 머리를 훈련하는 것을 기본으로 보죠.


좌와 우가 아닌 위와 아래의 문제

그래서 저는 역사 문제에 있어서 좌편향이니 빨갱이니 하는 얘기, 혹은 친일이니 독재이니 하는 얘기, 즉 좌우논쟁에 있어서 그다지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저의 포커스는 ‘어느 쪽이 지도층에게 치우친 논리인가’이고 ‘어느쪽이 지도층의 의도를 위해 움직이는가’라는 점이죠. 한사회가 갖고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이니 지도층과 비지도층 중 지도층에게 힘이 더 쏠린다면 비지도층을 위해 쓰일 에너지는 더욱 적어질테니까요.

일각에서는 검정교과서에서의 역사교육을 ‘자학의 역사’라고 하더군요. 잘한 점은 이야기하지 않고, 자존감을 낮추는 역사는 가르친다고 말이죠. 글쎄, 근데 전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지도층이 잘못한 것을 적은 것’이기 때문이죠. 앞서 얘기했던 ‘역사라는 것은 지도층이 뭔짓을 했느냐의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말입니다.

지도층이 잘못한걸 역사에 기록한다고 제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패배감에 젖거나 할 일은 단연코 ‘전혀’ 없습니다. 왜냐면 그건 제가 한게 아니고, 제 부모님이 한것도 아니고, 심지어 저희 조부모님이 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죠. 그 흑역사들의 주역은 지도층이고 지도층의 부모님이고 지도층의 조부모님들 아니겠습니까? 그게 왜 저에게 있어 ‘자학’이 되겠습니까. 그럴 수가 없는 노릇이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흑역사의 책임에 스리슬쩍 비지도층까지 끌어들이는 모양새라고 생각하는데 뭐 그렇게 하고 싶은 의도는 짐작할만 합니다만 여튼 저는 별로 그런 프레이밍 안에 저를 가둘 마음은 없네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나온 명언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큰 힘을 지는 지도층은 그만큼 큰 책임을 져야한다고 봅니다. 그러니만큼 역사 앞에서는 다소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냉엄한 평가를 받아야, 그리고 그 냉엄한 평가를 국민들이 널리 알아야 과거의 실책, 과거에 민중을 상대로 사용한 술수들을 사용할 수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사실, 역사교과서에 흑역사 좀 덜 쓰인다고 저한테 무슨 이익이 되고, 소위 ‘국뽕’ 좀 채운다고 저한테 무슨 이익이 되겠습니까. 역으로 흑역사 좀 많이 적고 잘못된 면 많이 적는다고 뭐 크게 손해가 있겠습니까.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독자들께도 뭐 그렇게 딱히 이익이 되거나 손해가 될만한 면은 없겠죠.(자긍심이니 뭐니하는 한푼 실체없는 이익은 여기서는 이야기 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지도층 입장에서는 이익이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그동안 흑역사 없었던 것처럼’ 포장할 수 있고, 그래서 자신들이 지도층인 것에대한 정당성을 강화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뭐 이를테면 IMF 문제를 접근할 때 ‘일반 국민들이 흥청망청해서 망했다’는 프레이밍을 씌워두면 당시 정치, 경제적 결정권이 있었던 지도층은 그 과실과 책임 문제에 있어서 한발자국 빗겨나가고, 면죄부 아닌 면죄부가 주어지는 모양새가 된다고 할까요. 솔직히 IMF의 여파로 소득불평등화가 가속화되고(=원래 많이 가진 사람들은 더 많이 가지게 되었고) 많은 일반국민들이 해고가 되어 엄청난 고통을 겪었는데 IMF가  ‘국민들이 흥청망청해서’라고 가르치는 것에 대해 ‘비지도층’으로서 억울해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 싶네요.


좌편향, 우편향이 아닌 비지도층향

저는 국정교과서고 검정교과서고 그런 이야기 사실 이번에 처음들어본 얘기이고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어느쪽이 선택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알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하게 지향하는 것은 역사와 역사교과서는 ‘비지도층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어느 사회이든 간에 지도층은 적고 비지도층은 많으니까요.

어느쪽 교과서가 되었던 간에, 어느 시대의 어느 지도층에게도 면죄부를 주지 않는 교과서, 철저히 비판하고 흑역사도 적극적으로 알려서 지도층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국민을 길러낼 수 있는 교과서가 우리나라의 기초 역사교과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로 비지도층인 저를 위해서 말이죠.

이상 저의 편협하고 수준 낮은 역사교과서론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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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마시쪙
15/11/03 21:53
수정 아이콘
현행교과서에 대한 왜곡은 국가 주도의 허위 사실 유포이고 집필진에 대한 명예훼손 수준입니다.
이런 억지가 먹힌다는는건 우리 사회의 미개성과 천박함을 보여주는거라 단언합니다.
MoveCrowd
15/11/03 23:24
수정 아이콘
빨리 다수의 믜개함 위로 올라가서 꿀이나 빨아야죠.
좀 답이 많이 없습니다.
솔로11년차
15/11/03 22:09
수정 아이콘
위에서 아래로 가는 흐름을 빠르게 하자는 것이 진보, 천천히 하자는 것이 보수, 흐름을 막자가 수구, 아래에서 위로 올리자가 꼴통이죠. 친일과 독재는 지도층에 친일과 독재세력이 다수 포진해있기 때문일 뿐, 좌우와는 관계가 별로 없구요.
-안군-
15/11/03 23:41
수정 아이콘
근대 이전의 역사서는, 권력층에게 유리하도록 각색하거나, 불리한 내용을 지우거나, 관점에 따라 왜곡하거나... 하는게 거의 당연했습니다만,
현대로 오면 올수록 '가감없는 사실의 기록', '사상이나 종교 등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서술'이 사학의 주류로 자리잡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서에 어떤 '의도'를 담는다 -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킨다 - 라는 것 자체가, 시대를 거스르는 거라 봅니다.

어쩌면, 국정교과서에 친일 옹호 및 독재 미화를 하는 내용이 전혀 안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2017년에 국정교과서가 나왔는데, 그런 내용이 전혀 안 들어가 있다면, 지금 우리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역사 기술을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국가 주도로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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