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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24 17:57:27
Name 퐁퐁퐁퐁
Subject [일반] 심장이 쿵 내려앉은 이야기
올해, 심쿵하다는 표현이 유행했잖아요. 그쵸? 저도 입버릇처럼 그 말을 썼지만 진짜 그 느낌이 어떤지는 몰랐어요. 특히, 심장이 쿵쿵 뛰는 건 잘 알겠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는 일은 도대체 어떤 걸까요. 나름 살 떨리는 고백도 해 봤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도무지 그 말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점심시간에 드디어 알게 되었어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어떤 건지요.

전날 술을 잔뜩 마시고, 제로 콜라로 해장을 하고 나니 속은 괜찮아졌는데 점심 때 밥이 그리 당기지 않았어요. 삶은 달걀 두 개에 사과 한 알을 먹고 점심 산책을 나갔어요. 좋아하는 귀걸이 가게에나 갈까 하고 말이죠. 어차피 전철 한 정거장 정도 거리라 그냥 슬슬 걸어가고 있었어요. 오늘따라 건널목에서 유난히 신호가 안 바뀌더군요. 핸드폰 보는 것도 지루해서 고개를 들었어요. 외국인 무리가 있더군요. 이 동네가 워낙 외국인들 많은 동네라 별다를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여자분과 눈이 마주쳤어요.

소설에서처럼 햇살이 그 여자분의 얼굴을 비춰주더군요. 연극에서 주인공을 비추는 불빛처럼요. 그 분은 아주 뽀얬어요. 푸르스름한 흰 얼굴 말고요, 연한 복숭아빛이 도는 혈색 좋은 뽀얀 얼굴 말이에요. 얼굴은 갸름한데, 볼살이 살짝 있는데다 목이 아주 길었죠. 곱슬거리는 진저색 단발 머리조차 아주 따뜻해 보였어요. 눈이 마주치니 살짝 웃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요. 시간이 멈춘 것 같더군요.

시사회 같은 데 가서 예쁘다는 연예인들을 보면 ‘우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말 그대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그냥 정신없이 보게 되는 거예요. 뭐라고 생각할 틈도 안 주고. 사실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는 건 정말 실례고 지금에 와서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살면서 다시 보기 힘든 그런 아름다움이었거든요. 굳이 비슷한 사람을 생각해 본다면, 앤 헤서웨이가 열 다섯살이라면 그런 얼굴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랄까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갈 길을 가고 없더라고요. 찰나에 스쳐지나가서 그렇게 아름다워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도 한참 정신이 없었어요. 여자인 제가 봐도 이 정도면, 남자가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만약 제가 하루만이라도 저 얼굴일 수 있다면, 그림실력이 되든 안 되든 하루 종일 거울을 보면서 그 얼굴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소녀와 성숙한 여인의 사이에 있는 듯한, 그러면서도 요정 같았던 그 얼굴을 도대체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정말 알 수가 없네요. 그래도 덕분에 하나는 알았어요. 심쿵하다는 게 도대체 어떤 건지요.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것 같고, 그냥 온전히 그 사람한테만 스포트라이트가 가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에요.

만약, 여자를 좋아했더라면 상사병에 걸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그냥 아름다운 여자를 봤다는 기억으로만 남을 것 같네요. 하지만 지금도 제 머릿속엔 또렷해요. 건널목에서 살짝 나를 올려 보던, 그 여자의 아름다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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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생 밀수업자
15/08/24 17:58
수정 아이콘
눈이드기여.
15/08/24 18:01
수정 아이콘
요즘 유행하는 댓글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천상미인 본 눈 삽니다!"
흐흐 여성분인데 심쿵한 대상이 여성이라서 다행이려나요. 흐흐
제네식
15/08/24 18:01
수정 아이콘
눈하고 뇌 삽니다.
나이스데이
15/08/24 19:00
수정 아이콘
2/3이닝 6실점 정인욱 팔아요.
사티레브
15/08/24 19:04
수정 아이콘
전 얼마전 고터에서 9호선환승할때 이여자는 귀족이다 싶은 느낌의 여자분을 보고 오랫동안 멍때렸는데..
superiordd
15/08/24 19:05
수정 아이콘
20년전...교회수련회에서 사슴과 같은 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아이를 봤는데....그 모습이 오랫동안 잊혀지지가 않더라고요.
(천사인가..!!!)


알고봤더니(3년후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 그 유명한 이민정이더군요. (초딩때부터...동네 평정했다는....!!)
리비레스
15/08/24 19:15
수정 아이콘
호오...저도 한번 보고 싶군요...쿵까지는 아니어도 스페인 론다행 고속버스 탈때 매표소 근처 편의점 알바생 보고 눈이 휘둥그래진 기억이 떠오르네요. 뭐야 저정도 얼굴 몸매면 모델 하고 있어야 되는 거 아냐 하는 생각과...
피누스
15/08/24 19:25
수정 아이콘
말로만 듣던 선녀네요. 저도 언젠가 꼭 보고 싶습니다...
8월의고양이
15/08/24 19:49
수정 아이콘
한 10년전 고등학생때 늘 집에 가던 버스를 탔는데 우와... 그 버스에 뒷자석쪽에 보면 위로 쑥 올라온 그 좌석에 어떤 남학생이 앉아있었는데 첫눈에 반한다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창밖으로 빛이 들어오는 곳에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데 심장이 두근두근 하더군요. 단정한 머리에 흰피부에 넓은 어깨까지... 순간 그 남학생이랑 눈이 마추쳤는데 눈을 못떼겠더라구요. 멍하니 보다가 ㅠ집앞 정류장에서 내렸죠ㅠㅠ
15/08/24 20:43
수정 아이콘
[저 이번에 내려요.] 하셨어야죠.
칼라미티
15/08/25 05:54
수정 아이콘
대자연을 보고 압도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저도 한번 겪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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