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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05 08:06:13
Name leeve
Subject [일반] 나의 왕따 이야기 - 1
적어도 나에게 있어 가난은 죄였다.

장남인 큰 아버지는 머리가 좋았다. 개천에서 용난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자라기엔 그곳이 너무 좁았던 것 같다.
큰아버지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유학을 갔고 할아버지는 큰 아버지에게 소위 몰빵을 했다.

덕분에 오형제 중 셋째로 태어난 아버지에게 할아버지가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국민학교까지만 배우고 농사일을 돕던 아버지는 스무살 되던 해에 정말 달랑 차비만 들고 도시로 상경했다.



아버지는 가진 것 하나 없고 촌놈인데다 누가봐도 못생겼다.
어머니도 가진 것 없기로는 매한가지였지만
집에 남아있는 흑백사진 속 어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면 절대 외모적으로 어울리는 한쌍은 아니었다.

곱디곱던 어머니는 그래도 그런 아버지가 좋으셨나보다.

가진것 하나 없던 남녀의 신혼살림은 보잘 것 없었다.
아버진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밑천도 없고 배운 것도 없던 이십대 중반의 가장에게 가난은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가난에게 패배했다.



양장점을 하던 아버지 가게에는 손님 대신 아버지 친구들만 가득했고, 아버지 친구의 손엔 언제나 카드나 화투가 쥐어져 있었다.
아버지의 손에도 그랬다.

갚지 못한 은행 빚은 노름 빚을 불러왔고, 어머니는 나를 낳자마자 생활전선에 불려갔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은 머리가 좋았다. 너무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형을 엄하게 대했다.
솔직하게 말해 어머니 스스로도 왜그랬나 후회할 정도로 형에 대해 체벌이 심했다.

그럼에도 형은 비뚤어지지 않았다.
심성이 착했던건지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던건지 매일 악착같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집에왔다.



제각기 이유야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가족은 늘 바빴다. 그런곳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지만 어린이집은 내가 갈수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잘못된 형의 양육방법에 대한 반성이자 반작용 이기도 했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러 가야했기에 어쩔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방임되었다. 늘 혼자였다. 친구와 어울리기엔 이사가 너무 잦았고 단기간에 친해지기엔 난 너무 조용한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예를 들면 씻는 법이라든가 양치질 같은 것들 말이다.

고백하건데 나는 행색이 더러웠고 꼬장꼬장한 아이였다.

유치원을 다닐때 글자를 친구가 대신 써준 기억으로 유추해보면 한글도 늦게 배웠다. 구구단은 초등학교 3학년쯤 다 외웠던 것 같다.



그래도 생긴건 엄마를 닮아 어릴 땐 이뻤던 덕에 초등학교 2학년때 인기투표에선 1위도 해봤다.

그런데 그 나이쯤 되면 위생청결이란 개념이 생기는 것 같다. 나만 빼고.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온다거나 목 주름사이에 때가 껴있다거나 하는 일련의 일들 외에도 나의 더러움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많았다.

결정적인 사건은 수업 중에 코를 후비고 또 그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꼬고 있던 것을 주변 자리에 앉아있던 아이들이 본 것 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왕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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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5 08:21
수정 아이콘
너무 짧아요~~~ 빨리 더 써주세용~~~~
15/08/05 12:15
수정 아이콘
새벽에 잠이 안와서 한참 누워있다 안자고 쓰다보니 많이 짧네요.
시간 날 때 얼른 마저 써서 올리겠습니다.
스테비아
15/08/05 08:54
수정 아이콘
첫글부터 찡하네요ㅠㅠ 다음 글 기다리겠습니다
가을방학
15/08/05 10:06
수정 아이콘
글 내용은 안타깝지만..
필력은 정말 좋으시네요.
다음편 기대합니다!
15/08/05 10:26
수정 아이콘
더더더
웨케 글들을 짤라서 올리십니까 다들 ㅠㅠ
5픽미드갑니다
15/08/05 10:41
수정 아이콘
그렇게 그는 절단신공 하나로 피지알 인기쟁이가 되었다...
tannenbaum
15/08/05 11:13
수정 아이콘
그렇게 그는 절단신공 하나로 피지알 인기쟁이가 되었다...(2)
DDong이다
15/08/05 11:46
수정 아이콘
저도 초등학교때 왕따를 당한적있는데 그땐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또 가정폭력이 심했던지라 소심해지고 힘들어하고 해서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는데... 생각하기도 싫네요 ㅠ
15/08/05 12:23
수정 아이콘
사실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죠 크크
저도 맘속으로는 담담하게 되새길 수 있지만 누군가와 어릴 때 이야기가 나오면 기억 못하는 척 모르쇠하고 삽니다.
허리부상
15/08/05 12:10
수정 아이콘
아직 자세한 내막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릴적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아이들을 괴롭혔던 적이 있는데 늘 부끄럽습니다. 왜그랬을까 내가;;
어릴적의 나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알아듣지도 못할것 같아요.. 당해봐야 알지..
리듬파워근성
15/08/05 12:38
수정 아이콘
으으 나쁜 놈들 코 후비는 게 뭐 어때서...
저 신경쓰여요
15/08/05 13:03
수정 아이콘
자기들도 코는 후비고 살면서... 부들부들 원빈도 코는 후빕니다. 이 놈들아 원빈도 한 번 왕따 해봐라!

그래도 이렇게 글을 올리실 정도면 마음 속에서 어느 정도의 정리가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다음 편이 궁금하면서도 동시에 가슴 아플 것 같아서 못 보겠다는 양가감정이...
블루레인코트
15/08/05 17:10
수정 아이콘
아니.. 이렇게 글을 기승전절단으로 쓰시는 분들 운영진들 제재 안먹이나요? 흠.. 호오~ 이렇게 읽다가 엥? 이렇게 반응하는거 너무 싫어요. 이분들께 빨리 피지알 차원의 경고메시지 보냈음 하네요 빨리 나머지 글 쓰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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