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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15 01:37:50
Name ohfree
Subject [일반] 오른손 집게 손가락

언제부턴가 오른손 집게 손가락에 상처가 났다.

손가락 첫째마디와 두번째 마디 사이에 뭐에 베인듯한 상처가 났다.

크게 베인것도 아니고 해서 별 신경을 안쓰고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생겼던 이 상처가 아물때쯤이면 다시 생기고, 또다시 아물때쯤이면 다시 생기고를 반복했다.

처음엔 별 생각 안했는데 같은 자리에 상처가 계속되니 이 상처가 왜 생긴건지 궁금해졌다.




얼마전 술 마시다가 보게 되었다.

소주병을 따다가 잘 열리지 않자 오른손을 세우곤 온갖 힘을 다 주며 뚜껑을 열려고 하는 나의 모습을......

화장지 한장 뽑아서 따면 쉬울것을... 뭔 고집을 그리 피웠던지 기필코 내 손으로 열고 말겠다라는 의지가 손가락에 상처를 남긴 것이었다.

손가락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음에도, 궁금증이 풀렸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흐르는 피를 인디언 처럼 얼굴에 죽 칠하고는 주먹쥐고 일어섰다.

몇몇이들은 웃고, 몇몇이들은 웃지 않았다. 웃지 않은 사람들을 딱 봐놨다.
웃지 않은 이들은 술에 덜 취한 것이었다. 더 맥여야 겠다.


손가락에 상처난 것은 사실 별로 아프지 않았다.
술 마셨는데도 아픔을 느낄정도라면 그건 진짜 엄청 아픈것이다.
소주병에 약간 베인것정도로는 별로 아프지 않았다.



조금 있다 다시 소주병을 따려는데 이번에도 곱게 열리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더 힘을 줘 본다.
상처가 더 깊어졌다.

하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난 왜 그렇게 안되는걸 붙잡고 집착했을까? 포기해도 되고, 다른 방법을 찾아도 되는데......
난 왜 안되는줄 알면서 레오나에게 포탑 다이브를 했을까?
난 왜 안되는줄 알면서 블츠 그랩을 무빙으로만 피하려고 할까?
난 왜 안되는줄 알면서 술먹고 또 전화를 했을까?



다음날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살펴보았다.
간밤에 나의 집착이 평소보다 심했는지 상처가 더 깊게 패여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의 상처는 별로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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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캐리어
15/07/15 01:45
수정 아이콘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15/07/15 02:47
수정 아이콘
제 심장을 푹푹 찌르는 글이네요 크크...
사람이라는 게, 알면서도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시노부
15/07/15 09:12
수정 아이콘
공감이 가네요 ㅠㅠ; 비슷한 경험이.. 좋은글 감사합니다.
미남주인
15/07/15 12:15
수정 아이콘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칼을 쓰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찌를 때 집게손가락에 상처를 입기 쉽다고 하던데... 혹시 기억이 없다면 100%입니다. 내 안의 다른 인격이 튀어나온 걸 거예요. 함께 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면 더 생각해 볼 것도 없구요.

물론, 추리극 따위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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