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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25 20:52:47
Name The Seeker
Subject [일반] 본격 자기소개 시대
계속 가지고 왔었던 생각인데, 밑에 강레오씨 인터뷰 기사를 읽고, 확신이 들어서 씁니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하면 피로해 질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된건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남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보통 '뒷담화'라고 불리는 남에 대한 판단, 걱정을 빙자한 비판 등등 말입니다.

그러면서 확실히 느끼는 것은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남에 대해서 안 좋은 점을 이야기 할 때,
남에 대해서 잘못 된 점을 이야기할 때,
자신은 당연히 모르겠지만 바로 자신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제 여자 친구가 자신의 회사에 징징대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피곤하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이 해결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늘어나서 정말 힘들다고요.
근데 제가 그 친구를 만나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것은 너무 징징대고, 힘든 일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정적인 사고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피곤하다는 말을 해서 전화 통화를 끈을 수도 없게 만들어서
저는 잠도 못자고 굉장히 힘들었었습니다.

결국 여자친구는 신기하게도 저에게 자기소개를 한 것이었습니다.(물론 저는 그걸 여자친구에게 말 할 순 없었습니다. 하아...)

또다른 이야기를 해보면, 저에게 친한동생 A가 있습니다. 그 동생은 저도 같이 아는 B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A는 B에 대해 술도 맨날 퍼마시고, 여자를 시도때도 바꾸는 것을 즐기며, 돈을 벌지도 않으면서 낭비하고,
성격이 굉장히 욱하면서, 남의 비판을 전혀 듣지 않고, 고집이 정말로 쎄다고 욕을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신기하게도 그 A는 자기소개를 저에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별로 다를 바가 없는 놈들이거든요...
A에게 너도 똑같다고 이야기하지만 되돌아오는 말은
"형, 그래도 내가 그 놈보다는 낫잖아."입니다.
그리고 A가 욕하는 B 또한 A에 대해서 똑같이 말합니다.
제가 다를바가 없다고 이야기 하면 똑같은 말이 되돌아옵니다.
"형. 그래도 내가 그 놈보다는 낫잖아."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것이니라.'
마 7:2

지금은 대자기소개시대입니다.
"나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 너의 모습 말인가 ?
원한다면 주지, 찾아라 !
너에 대한 모든것을 그 사람에게 두고 왔다 ! "

당신의 거울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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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베스트
15/06/25 20:58
수정 아이콘
격렬하게 혐오하는 대상이 자기 자신의 파편인 것은 여러 곳에서 흥미롭게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덕분에 제가 얼마나 끔찍한 사람인지를 생각해봅니다.
깡디드
15/06/25 21:10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부터 관심있어하는 주제인데 혹시 관련하여 연구한 자료를 아시는 게 있으면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일간베스트
15/06/25 21:13
수정 아이콘
제가 연구자료를 읽을 정도는 아니고... 문학 쪽에서 많이 봤습니다.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김승옥이나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들을 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를 오가며 읽었습니다.
깡디드
15/06/25 21:16
수정 아이콘
감사감사합니다
사티레브
15/06/25 21:02
수정 아이콘
동족혐오
라라 안티포바
15/06/25 21:04
수정 아이콘
예전에 비정상회담볼때, 이탈리아 패널인 알베르토가
'친구나 가까운 사람이 누군가를 흉보고 뒷담화하면, 난 너와 만났을때 즐거운얘기, 좋은얘기, 좋은사람 얘기 하고싶다' 며 화제를 바꾼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거보고 난 이후에 저도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요나가사까먹
15/06/25 21:10
수정 아이콘
어렸을때부터 누나랑 엄마가 서로 신경질내면서 싸우는걸 많이 봐와서 여자친구한테 "나는 예민한 사람이 제일 싫다" 라고 했는데 어느순간 제가 그 모습을 보이고있더라고요... 충격이었어요
절름발이이리
15/06/25 21:11
수정 아이콘
제가 잘생긴 사람들을 비판하고 싶어지는 이유가 이거였군요
이치죠 호타루
15/06/25 21:15
수정 아이콘
요즘 들어 니체였나요,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라는 말을 거의 머릿속에 달고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의 느낌은, 제가 그런 심연이 된 듯한 느낌이었죠.
Timeless
15/06/25 21:33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내가 비판하고 있는 그 누군가가 나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는데, 글로 읽으니까 확 와닿네요.
Rorschach
15/06/25 21:33
수정 아이콘
그래서 다른 사람의 어떤 부분이 싫을 땐 내 자신이 그런모습을 가지고있는건 아닌가 항상 생각해봅니다.
사악군
15/06/25 21:45
수정 아이콘
흠..저는 저랑 다른 단점을 극히 싫어하고 저랑 비슷한 단점은 감싸주게 되던데..
토다기
15/06/25 22:16
수정 아이콘
최근에 한 뒷담화(?)는 지각상습범이랑 돈 안 갚는 사람 뿐이라서.... 전 그래도 주변 사람들 지각범 리스트(?)에도 없고 살면서 돈 빌려본 적도 거의 없어서

아직도 생각나는 게 훈련병 시설 동기 형한테 다른 동기애 뒷담화 함부로 하는 거 아냐라고 혼났었는데(그 이후로 남의 이야기는 정말 잘 안하려 합니다. 칭찬도 뒷담화가 되는 느낌도 들고), 잘 생각해보면 제가 뒷담화한 동기나 저나 도긴개긴이었던 것 같습니다.
깡디드
15/06/26 00:09
수정 아이콘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만약 자신의 단점을 타인에게서 더 크게 찾는다면 배우자를 찾을 때에 다양한 유전자의 배합이 가능하도록 작용할 수 있겠네요.
공허의지팡이
15/06/26 07:16
수정 아이콘
제일 불쾌한 감정이 치솓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서 내 단점을 발견할 때인것 같습니다.
그런 감정이 솓을 때가 곧 기회이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인것 같아요.
감마스터
15/06/26 07:22
수정 아이콘
욕하면서 닮아간다. 옛날부터 들어오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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