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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01 19:50:12
Name 절름발이이리
Subject [일반] 터프가이의 비밀
어려서부터 나는 고통에 강한 편이었고, 그 참을성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었다.
주사 맞고 질질 우는 나보다 몇살 더 많은 아이들을 보며,
'그깟 주사에 울다니 한심한 뽐새하고는..' 혀를 차면서 주사를 맞이 했던게 두서너살 때였다.
어른스러운 아이라는 칭찬은 짜릿했다.
그 외에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국민학교에 들어가 기전이었는데, 지하철 자동문에 손가락이 낀 적이 있었다.
몹시 아팠지만 고통스러워하되 결코 울지 않았고, 객실의 어른들은 고통을 참는 결의에 찬 아동을 보며 "하 고놈 대단허네"하고 나를 다들 한마디씩 칭찬했다.
아팠지만 좋았다.
그때부터였다, 고통의 쾌락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은 뻥이고
그 후에도 나는 다쳐도 울기는 커녕 흥 이까이꺼 그냥 대충 하면서 사는 아이로, 또 어른으로 자라났다.
그 기질은 지금도 어느 정도는 여전한데
나는 고양이를 4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기가 맥히고 코가 맥혀서 병원에 가보니 고양이 알레르기란다.
등급은 extream high, 최고 등급. "님 뒤질랜드 상태임" 이라고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그냥 살고 있다. 이따금 뭐가 몸에서 계속 나고 코는 막히지만 터프하게 산다. 고통은 쾌.. 아니 참으면 되니까.
여전히 이 신체에 대한 자부심이 조금은 남아있다. 터프가이의 로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말 근육을 키우기 위해 몸무게를 인위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다음부터였다.
약 5kg을 약 2,3개월 내에 꾸역꾸역 올리고, 뭘 막 먹기 시작했는데..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느무 괴롭다. 내 위가 소리친다. 저 하늘에 닿을 때 까지!
주사도, 치과도, 고양이 알레르기도 아닌 배고픔이 나를 몹시 괴롭혔다. 설마 다른 사람들은 이런 통증을 겪으며 매일을 산 것이란 말인가?
밥한끼 걸러도 호홍호호홍 하면서 살 던 내가, 11시 30분에 배를 부여잡다니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인가.
손이가요 손이가 까까에 손이가, 초코파이 받겠다고 목숨걸고, 종교활동 하러 떠나던 구닌을 혀를차며 바라보던 내가 아니었던가.
내 잘난 참을성은 5kg에 휘발되는 것인가?
그래서 새삼 이런 생각을 한다. 단지 내게 통각세포가 적을 뿐이 아니었던걸까 하고. 혹은 뇌에 뭔가 문제가 있거나.
단지 고통을 덜 느껴서, 견딜만해서 잘 견딘게 아닐까 하고.
그 뿐 아니라 나의 자랑일 많은 것들이 단지 그럴만 해서 그렇다고 생각해보면
터프가이의 로망은 얄팍하기 그지 없다.
내 배에는 그지 있다.
어떻게 끝내지 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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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토스
15/06/01 19:53
수정 아이콘
이리님이 터프가이셨군요
세츠나
15/06/01 19:54
수정 아이콘
뭔가 그 대상이 고통이건 댓글이건 "괜찮아. 튕겨냈다." 하는데서 쾌감을 느끼시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http://i.imgur.com/3AVaVXi.jpg?1
파란아게하
15/06/01 20:00
수정 아이콘
참을성에 대한 프라이드라니
이리하여 이리님의 키배 전투력의 비밀이 밝혀지는군요
퀘이샤
15/06/01 20:06
수정 아이콘
본문글이 터프가이를 표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세츠나
15/06/01 20:28
수정 아이콘
남들이 인정하는 터프가이나 사전적 의미의 터프가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자기만족으로 '크...난 터프해' 하는 식의 터프가이겠죠.
일종의 중2병...개인적으로 저는 그 나이대에 괜히 어려운 책을 읽어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중2병이네요.
초5~중2 사이에 모비딕을 읽고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그냥 데미안 정도나 읽지...
이것도 '크...난 이런 책도 읽어' 하는 식의 자기만족이죠. 솔직히 지금은 '읽었다'는 사실 말고는 내용도 인물도 기억 안납니다.
퀘이샤
15/06/01 20:34
수정 아이콘
음... 제가 알고있는 것보다 배경지식이 많아야 할까 싶기도 하지만...
본문을 읽어서는 도저히 포인트를 못잡겠네요...
절름발이이리
15/06/01 20:35
수정 아이콘
제 개드립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면 안됩니다.
퀘이샤
15/06/01 20:37
수정 아이콘
개드립도 대충 잡을 포인트가 있어야하는데...
인터넷 코드에 뒤떨어진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혼란스럽습니다...
오쇼 라즈니쉬
15/06/01 20:07
수정 아이콘
확실히 맷집 하난 끝내주시는 것 같아요
birkenau
15/06/01 20:17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15/06/01 20:29
수정 아이콘
이 글 스
王天君
15/06/01 20:31
수정 아이콘
이말년 패러디를 이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키큰꼬마
15/06/01 20:32
수정 아이콘
하하하하 절름발이 이리님 글 읽고 정말 처음으로 웃었습니다. (좋은 의미로 웃은겁니다요.)
jjohny=쿠마
15/06/01 20:39
수정 아이콘
이리 끝내시면 됩니다
동네형
15/06/01 20:44
수정 아이콘
댓글센스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15/06/01 20:46
수정 아이콘
모냐 이 드립은? 커피믹스 드립같은 맛이 나네요.
켈로그김
15/06/01 20:48
수정 아이콘
아픈만큼 성수칸당
DarkSide
15/06/01 21:10
수정 아이콘
상남자다잉
F.Nietzsche
15/06/01 21:23
수정 아이콘
리듬파워근성님에 대한 오마쥬가 보이는 글이지만 퀄러티는 한참 못 미칩니다...흐흐
15/06/01 21:57
수정 아이콘
리듬파워근성님에 대한 오마쥬가 보이는 글이지만 퀄러티는 한참 못 미칩니다(2)
CalmDown
15/06/01 22:17
수정 아이콘
저도 한때 그랬었죠 훗
중1때 손가락 골절되서 견인해서 맞추는데 얼마나 아프던지.. 물론 꿋꿋이 소리 하나 안내고 참아냈었죠 한창 중2병 초기였으니까요 훗훗
이상용
15/06/01 23:14
수정 아이콘
열심히 먹으세요. 살은 잠깐이지만 근육은 영원할겁니다 후훟
15/06/01 23:26
수정 아이콘
제가 쓴 글인줄..
사람은 합리화에 능하고 자신이 믿는 가치 역시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된다고 본다면 통각에 대한 추론은 아마도 사실과 부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알파스
15/06/01 23:30
수정 아이콘
그것보다 더 신기한게 두서너살때가 기억난다는 점이네요.
놀랍네요.
人在江湖
15/06/02 09:40
수정 아이콘
합쳐서 아홉살?....
절름발이이리
15/06/02 11:58
수정 아이콘
기억이 나는건 아니고,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15/08/30 17:30
수정 아이콘
비만인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살이 살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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