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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18 10:05:21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애플 흑역사...
요즘 애플처럼 잘 나가는 회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애플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잡스의 철학도 과감하게 버리고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늘린 아이폰 6과 아이폰 6 플러스가 대박을 치면서 최고의 글로벌 IT 기업의 입지들 다시 굳건히 다졌고 이에 걸맞게 증시 역사상 최초로 애플의 시가총액이 7000억 달러(약 767조원)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애플도 당연히 매번 출시하는 제품마다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애플 제품들이 시장에 나왔다가 별 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진 경우들이 있지만 이러한 “애플 실패작들” 가운데서도 단연 독보적이고 항상 이런 리스트의 1위 자리를 거의 놓치지 않는 제품이 있으니 바로 Apple III 컴퓨터입니다. 애플을 거의 말아먹을 뻔 했다는 이 제품은 무엇이 그렇게 문제였을까요?

애플 창립의 시발점이 되었던 Apple I 과 이를 더욱 개선하여 가정용 컴퓨터의 새 시대를 연 Apple II 의 성공에 힘입은 스티브 잡스는 이제 사무용 컴퓨터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고 이 분야를 접수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1980년 5월 Apple III을 시장에 출시합니다. 하지만 Apple III는 단순히 좀 저조하게 팔린 제품 정도가 아니라 스티브 워즈니악의 표현을 빌리자면 “100% 실패작”이었습니다.



애플 I


애플 II


[애플 III]


애플 III이 가지고 있던 문제는 우선 잡스의 오판으로 인해 컴퓨터 본체에 팬을 설치하거나 통풍구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잡스는 조용하게 구동하는 컴퓨터를 원했고 엔지니어들은 그래서 효과적인 열 배출을 위해 알루미늄 케이스로 Apple III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의 계산과는 달리 Apple III은 효율적으로 열을 배출하지 못했고 메인보드가 과열되면서 스크린에 텍스트가 왜곡되어 나타난다든가 납땜한 부분이 녹아내려서 칩들 사이의 연결이 끊어진다든가 하였고 심지어 플로피 디스크를 집어넣었을 때 플로피 디스크가 컴퓨터 본체의 열 때문에 손상을 입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칩이 소켓에서 빠져나와버리기도 했지요. 이렇게 칩이 빠져나오는 경우에는 해결책으로 애플 III 본체를 살짝 들었다가 바닥에 쿵 하고 내려놓아서 칩을 다시 소켓에 끼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출시된 모든 Apple III 컴퓨터는 단 한 대의 예외도 없이 나중에 수리를 해야만 했고 가격도 만만치 않게 비싸게 책정되어서 소비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Apple III을 위한 소프트웨어도 별로 없어서 실제 사무용 컴퓨터로서의 활용도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잡스 본인도 나중에 이 Apple III가 애플사에 “무한대의, 계산할 수 없을 만큼”의 손해를 끼쳤다고 실토했을 정도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소비자들이 “앞으로 다시 애플 제품을 구매할 지가 의심스러웠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아무튼 이 Apple III 컴퓨터는 애플의 기억에서나 잡스의 기억에서도 지워버리고 싶은, 애플의 흑역사 가운데서도 거의 탑의 자리에 올라앉아있는 희대의 망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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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티븐슨
15/02/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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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갈아넣기가 실패한 사례군요..? 크크
수면왕 김수면
15/02/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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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를 갈아넣지 않아서 실패한 사례일지도요?
순규하라민아쑥
15/02/18 10:11
수정 아이콘
잡스의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것만 고르면 넥스트, 히드라...도 있죠.
애플에 있던 시절 얘기는 아니지만.
지나가다...
15/02/18 13:18
수정 아이콘
넥스트는 하드웨어 판매야 폭망이었지만 넥스트스텝을 남겼기 때문에 그렇게 나쁜 기억은 아니었을 듯합니다.
15/02/18 10:14
수정 아이콘
애플에서 흑역사급 기기 만든게 꽤 되지만 애플3은 그중에서도 TOP급 망작이죠.

망한 기기중에 몇몇개는 스펙은 괜찮게 뽑혔지만 가격대가 자비없어서 망한것도 있지만 이건 그냥 설계가 폭망
랜덤여신
15/02/18 10:24
수정 아이콘
오늘날의 기술로도 어려운 팬리스를 당시에 시도했다니 나름대로 선구자적이긴 하군요. 시대를 너무 앞서간...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팬 소리가 지금보다도 컸을 테니, 팬을 없아고 싶다능 생각이 들 법도 하네요.
Neandertal
15/02/18 10:27
수정 아이콘
실패의 와중에도 잡스의 그런 실험 정신은 평가해 줄만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팬은 당연히 설치되어야 한다고 믿던 시대였을 테니까요...
익명의제보자
15/02/18 10:31
수정 아이콘
안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텐데, 어디서 많이 본 까라면 까 하라면 해 를 시전했으나 실패한 것 정도가 아닌가 싶기도... 크크크
동네형
15/02/18 19:20
수정 아이콘
자유비행을 꿈꾸며 줄 안매고 번지하는건 시대를 앞서기보단 자살행위아닌가 싶은데요. 개인적으로 아는거 없이 본인이 원하는걸 현실무시하고 어거지로 밀어붙이는 진상고객사가 생각나네요. 안된다고 하는걸 어거지로 해달래서 오픈날 밤새고 해줬더니 성능안나온다고 원복해달라 그러면 환장합니다. 그나마 그 고객사는 원복요청이라도 해달라 했지 이건 요구대로 만들어줬더니 시장에 판매까지 강행한거죠 쫓겨나는게 문제가 아니라 이정도면 횡령이나 배임보다 더 심한 폐급 행위라고 봅니다
15/02/18 10:42
수정 아이콘
저런 실패들이 모여서 오리지널 아이폰이 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애플3은 뭐 그냥 망한거지만, 넥스트 시절의 OS에 대한 property는 결국 iPhone OS가 되어 아이폰에 탑재가 되죠.
iOS 6까지의 지향점이 결국엔 넥스트 OS가 이루고자 했던 것을 대부분 이루었다는 점에서 대단합니다. 이루고자 하는 것은 기어코 이루고 만다는 의지..
참 배우고 싶은 부분이예요.
15/02/18 10:49
수정 아이콘
apple I은 모니터가 없는건가요?

나무로 되어 있어서 수제품 같네요
jjohny=쿠마
15/02/18 10:56
수정 아이콘
회로기판만 있는 제품이었다고 하네요. 컴퓨터 형태가 된 건 애플 2부터라고...
http://morror.enha.kr/wiki/애플%201
15/02/18 12:25
수정 아이콘
그럼 저건 사용을 어떻게 하죠?

저 회로기판을 다른 기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건가요?
15/02/18 16:26
수정 아이콘
애초에 일반 개인 소비자 판매형이 아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15/02/18 22:23
수정 아이콘
네...
王天君
15/02/18 10:54
수정 아이콘
흐흐 지금 잡스 전기 읽고 있는데 재미있네요.
스티브 잡스라 쓰고 갑의 횡포라 읽는다...... 돌아이도 이런 상돌아이가 없어서 꿀잼입니다.
김티모
15/02/18 11:32
수정 아이콘
그 아이맥 1세대에 붙어나왔던 동그란 USB마우스도 참 욕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크크크
Neandertal
15/02/18 11:45
수정 아이콘
그 제품도 워스트 제품 탑텐에 꼭 들어가더군요.
카랑카
15/02/18 11:49
수정 아이콘
흑역사도 있지만 대단한 공로도 있네요
애플하면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애기만 하던데
그당시 컴퓨터는 기업들의 전유물인데 그걸 가정으로 보급한 애플 II는 PC의 역사에 있어서 꼭 언급을 해야하는 기기입니다.
PC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한 대단한 작품이죠.
개인적으로 아이폰보다 더 대단하다고 여깁니다.
인생의 마스터
15/02/18 12:07
수정 아이콘
예전 잡스는 내부기판 디자인이 안 이쁘다고 공돌이들에게 다시 만들라고 한적도 있다죠.
카랑카
15/02/18 12:14
수정 아이콘
커헉! 진짜인가요. 스티브잡스가 골때리는 인물이긴 한데 그정도일줄은 몰랐네요.
지나가다...
15/02/18 13:25
수정 아이콘
매킨토시 만들 때 그랬던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기술자들이 "누가 컴퓨터 기판을 들여다본다고 그럽니까?"라고 투덜대니까 "내가 보거든?"이라고 말했다능...
카랑카
15/02/18 16:06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에피소드네요. 잡스가 욕먹는 이유가 있네요.
모른다는것을안다
15/02/18 13:36
수정 아이콘
전 아이폰6 공개됐을때 인터넷 반응보고 아 이거 망하겠구나 했었는데 대박친거보고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때 욕했던 분들도 사서 쓰고있으실듯한 느낌....
칸나바롱
15/02/18 14:51
수정 아이콘
원래 인터넷반응은 믿을게 못되고 한국에서야 원래 아이폰이 약세니까요..
15/02/18 16:34
수정 아이콘
저도 당연히 잘될거라 예감했습니다만 당시엔 그런 댓글 달면 수 많은 반대의견을 상대해야 하는 분위기였죠.
단지 의견을 내기 위해서 근거를 조목조목 밝혀야 하는 피곤함이...
때문에 저처럼 굳이 의견을 밝히지 않은 분들이 계셨을거구요.

긍정적 전망을 밝힌 분들도 있었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겠지요.
내일은
15/02/18 16:36
수정 아이콘
아이폰6는 디자인 때문에 까인건데
갤럭시가 안드로이드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것만 봐도 디자인은 생각보다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특히 대체제가 없는 아이폰은 그간 욕먹었던 작은 화면을 포기하고 큰 화면으로 간게 신의 한 수죠. 사람들은 디자인이 안좋아서 폰을 바꾸는 것 보다는 더 큰 화면을 원해서 폰을 바꾸는 수요가 훨씬 더 많으니까요.
동네형
15/02/18 19:23
수정 아이콘
인터넷 반응은 대중반응이 아니고 스마트폰은 대붕의 기기니까요. 애플의 판매량은 개인적으로 디자인보다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이 훨씸 크다고 봅니다. 갤럭시랑 디자인 바꿔서 니와도 그맘큼 팔릴겁니다 그러한 브랜드 이미지를 진짜 잘만들고 뽑았죠 잡스랑 애플이
15/02/18 15:06
수정 아이콘
어렸을적에 아버지가 애플2를 구해다 주셔서 열심히 게임하면서 잘 써먹었더랬지요. 디스크를 구하기 힘들고 학원에서 배웠던 GW-BASIC이 실행되지 않아서 당시에는 꼬진 컴퓨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뚜껑을 열면 슬롯이 있었는데 IQ 2000에서는 돌아가는 재믹스팩을 가져다 끼워도 절대로 실행이 되지 않았어요 흐흐
내일은
15/02/18 16:41
수정 아이콘
제가 애플을 처음본게 1984년에 친구네 집에서 본 애플II가 처음인데 울티마3 참 열심히 했던 기억 납니다. 흐흐
지금은 가로수길이 된 신사동에 써어드웨이브(third wave)라고 게임 복사해주는 유명한 컴퓨터 가게가 있었는데 참 열심히 들락날락 했던 기억 나네요. 당시는 잡지에 광고하는 그런 가게도 실제로 가보면 몇 평 안되는 소규모 매장에 사장님과 동네 초딩들이 시시덕 하면서 게임 복사 해가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그 때 사장님들은 다 뭐하고들 계시는지 크크크
*alchemist*
15/02/18 17:10
수정 아이콘
저거 말고 LISA도 참 흑역사지요... 이런저런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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