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입한 지는 이제 두 달이 갓 넘겼지만 눈팅은 햇수로 5년 차인 청년급 피지알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미리 5년차에 접어든 피잘러라고 밝히는 이유는 제가 가입하고 쓰는 첫 글이 정치성향에 관한 글이기 때문이고, 또 저는 많은 피지알러들의 성향과는 조금 다른 보수적 가치관, 반민주 비새누리적 스탠드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제 아이디나 닉네임을 검색하시고 ‘이 분 분탕질 하러 오셨네요’ 이런 소리를 듣게 될까봐 하는 걱정에.. ^^ 제가 드는 모든 근거나, 결론 도출과정이나, 사고의 흐름이 완벽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렇겠죠. 그래도 한 개인의 한계라고 봐주시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의견이 오고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4년을 참고 기다린 가입을 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에 얻은 한 깨달음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시듯, 저희 집도 부모님과 제 정치적 성향이 많이 다릅니다. 부모님은, 전북 고창 출신의 어머니의 영향으로 두 분 모두 민주당을 지지하십니다. 특히나 어머니는 열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팬이시죠. 맨 처음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투표장에 가셨을 때부터, 가장 최근의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전라도를 지역 기반으로 삼는 정치인들과 민주당에만 표를 주셨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처음 정치적 경향이 생겼을 때부터 당시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전체적인 기치라고 할 지 사상이라고 할 지, 그런 것에 더 이끌렸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민주당과 한겨레의 스탠스가 저에게 반감을 일으켰다고 할까요. 이는 후에 더 자세히 말하겠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정치적 성향은 사실은 제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삶의 궤적이나 제 삶의 궤적을 보았을 때에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성향입니다. 현재의 저희 집은 표면적으로는 꽤나 잘 사는 집일 겁니다. 나름 부유하다는 지역에 아파트가 두 채,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가 3개, 저의 대학 등록금을 큰 부담 없이 내고 할머니의 요양병원비를 전부 부담하시며 삼천만원 대의 차를 일시불로 긁으시는....... (물론 이러면 가계 재정에 부담이 옵니다만). 통계적으로도 중산층과 상류층의 경계선 사이의 있는 집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새누리 당의 정책적 방향에 호의를 보이신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본인에게 더 이득이 가도요. 제 경우를 보자면, 저 역시 아직 젊은 세대라 진보적인 면이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도 제가 옳다고 혹은 제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추진하면 참 호감이 갑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투표를 할 때는 역시 새누리 당에게 마음이 기울게 되더라고요.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는 물론 교육감 선거도 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이 이리도 한 사람의 상황과 위배되는 정치적 성향을 낳는 것일까? 그리고 나름의 답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인생의 가장 강렬한 정치적 경험에 의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저희 어머니의 예를 계속 들어보자면, 사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지금보다 더 바쁘기도 하셨던 건 사실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나 정책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으셨죠. 논란이 됐던 BBK나 사대강에 대해서도 별 말씀 하신 걸 들어본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던 어머니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가 된 시절부터는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갖기 시작하셨습니다. 때마침 활성화 된 종편의 정치프로그램을 유심히 보시고, 공중파든 인터넷 신문이든 가리지 않고 정치에 관한 기사를 보셨습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수렴했습니다.

같은 당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성향을 지닌 두 사람이 나왔는데 어쩜 어머니의 태도가 이렇게 다를까. 제가 내린 결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에 어머니는 박근혜 후보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날 선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왜냐하면, 어머니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둘러싼 가난이, 박정희 대통령의 의도적인 외면 때문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66년생인 어머니는 어린 시절에 참 가난 했습니다. 얼마나 가난했냐면, 9살 시절, 식모 겸 업둥이로 경남의 어느 집에 보내졌다고 할 정도로요. 아무 것도 모르고 그 곳에 간 어머니는 2주가 지난 뒤 어느 날 화장대 위에 있던 돈을 몽땅 훔쳐서 무작정 아무 기차나 탔다고요. 돌아온 어머니에게, 아무도 알은 체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저 놀다 들어온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다들 무심하게 대했다라나요. 그 이후에도 어머니는 가난에 치여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했고, 여상에서 학생회장을 할 만큼 뛰어난 성적에도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셨죠. 어머니는 그 가난과 결핍된 일상의 큰 원인 중 하나가 국가 주도의 개발 당시 전라도를 의도적으로 소외한 것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정치적 원인이 말이죠. 그런 전라도민을 일깨워주고, 정치의 전면에 드러나게 해 준 것이 김대중이라는 정치인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에게도 어머님의 부모님에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난하고 비교적 낙후된 전라도의 촛불 같은 분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후보로 나갔던 97년 대선의 개표방송을 보면서 어머니가 흥분에 잠을 못 이루시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래서 어머니는 이번에 동교동계 김대중 인사들이 박근혜 대통령 쪽을 응원하는 것을 보고 매우 실망하셨습니다. 한화갑인가 하는 사람이 어떻게 박근혜에게 갈 수 있냐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절대 박근혜 후보를 찍지 않겠다고 말을 하시더군요. 그에 비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언급이나 전두환 대통령 혹은 삼당합당 같은 것을 언급하시는 것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제 첫 투표였던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사퇴한 후 치룬 나경원 의원 대 박원순 변호사의 투표에서도 네가 원하는 사람을 찍고 오라고만 하셨을 뿐이죠.






그럼 제 얘기를 해볼까요. 저희 엄마만큼이나 저도 어렸을 적엔 참 가난했습니다. 우선 8살에 부모님이 이혼하셨거든요. 그 날도 무지막지하게 싸우시다가 아빠가 잠깐 집 밖으로 나간 사이에 엄마는 제게 양말을 신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15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전 아빠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이혼을 하셨죠. 여관인지 여인숙인지 혹은 친척집인지, 어디서 묶었는지도 생각이 안 나는 곳에서 며칠을 지낸 뒤 엄마와 저는 정말 허름한 단칸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정말 허름하다 못해 화장실도 없는 집이었죠. 옷장과, TV와, 앉은뱅이 책상과, 냉장고가 들어가면 두 사람이 누울 자리가 겨우 나오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샴푸를 제대로 쓰지 못해서 머리에 서캐가 생겼고, 근처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너무나 무서워서 검은 봉지에 대충 큰일을 보고 멀리 가져다 버리고, 엄마가 일을 하다 늦게까지 안 오는 날이면 12시의 스포츠라인(이 맞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까지 억지로 보다가 너무 무서워져 정말 큰 소리로 울부짖었던 기억이 나네요. 초등학생의 집에 책이 단 두 권 있었습니다. 조선왕조 500년과 목로주점. 그나마도 목로주점은 어디선가 주워온 책이고요. 매일 같은 바지를 입고 가서 놀림을 받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분식점에서 1200원 어치 시켜 먹는 게 유일한 외식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자체가 제 인생에서 힘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당시의 전 ‘엄마가 생각하기에 엄마가 행복하려면 이렇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한 거겠지’라고 말하며 딱 두 번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울고 십년이 넘도록 언급한 적이 없었습니다.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되어 성을 바꾸러 법원에 가기 전까지는 정말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죠.

그나마 어머니가 성실하게 일하셨기에 조금씩 살림이 나아졌습니다. 제가 12살 때는 너무나 성실하고 가정적인 지금의 새아빠(사실 그냥 아빠라고 부릅니다)와 엄마가 재혼도 하셨죠. 그 뒤로 책도 많이 사고, 학원도 다니고, 적어도 매일 같은 옷을 입지는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동생도 생겼고요. 불행 중 다행인지 저는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를 해서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월~일 학원에 가고, 밤 늦게 끝나도 불평하지 않고, 쉬는 시간과 잠잘 시간을 쪼개서 숙제를 하고 단어를 외웠죠. 그 무렵엔 제 부모님도 미친 듯이 일하셨습니다. 두 분의 가게를 내셨거든요. 여러 곳에서 빚을 얻어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아버지는 매일 18시간을 일하셨습니다. 엄마도 갓 돌 된 동생을 어린이집에 보내며 열심히 일 하셨고요. 당시의 저희 가족들은 매일 매일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한 일들을 미친 듯이 해치우며 살아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래저래 빚으로 만든 가게라 부모님은 도저히 실패해서는 안 되셨던 거고, 저 역시 정말 간절했거든요.  

그렇게 입학한 기숙사형 외국어 고등학교는 수업료가 비싼 편이었지만 그 대신 사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럭저럭 비슷한 규모의 지출이었습니다. 그 학교는 한 가지 수행평가를 실시했는데, 바로 신문 일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매주 학년에 상관없이 전교생이 한 편의 가치 판단의 여지가 있는 기사를 골라 붙이고 요약한 뒤 자신의 의견과 해결 방안을 제시해 보는 수행평가였습니다. 학교에는 많은 신문사의 신문이 들어왔습니다. 학생들의 수만큼 조선일보가 들어왔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코리아 해럴드, 코리아 중앙? 등 몇몇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신문들이 100부~300부 사이로 들어왔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저는 매일 서너 개의 신문을 골라 자습시간 내내 읽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치적이 스탠스가 정립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한겨레라는 신문사와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에 대해 큰 반감을 가지게 되었죠.

2007년 당시에는 지금보다 외국어 고등학교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혹은 제가 더 관심을 많이 가진 시기였을 수도 있고요. 헌데 이 한겨레라는 신문은 외국어 고등학교의 교육과 그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너무나 폭력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좋은 지역에 살며, 기득권층인 부모를 만나, 입시 한번 잘 해보려고 하는, 돈 많은 부르주아지들, 인성보다는 성적과 경쟁만 강조하는 비뚤어진 교육’ 같은 것들이었죠. 저는, 정말 너무나, 너무나 억울하고 분노했습니다. 어째서?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죠. 당시의 저는 강남에 속하는 송파구에 살고 있었지만, 그 송파구의 가장 가난한 지역인 거마지구의 판자촌에서부터 자라난 아이였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떠들 때, 피시방을 택할 때, 드라마를 보고 예능을 볼 때 단어를 외우고 학원에 가고 숙제를 했었습니다. 미안하다 사랑하다, 풀하우스,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쟁쟁한 드라마를 한 번 보지도 않고요. 일요일마저 반납하며 공부한 내 노력은, 나와 같은 이 친구들의 땀에 대해서는 아무런 무게를 부과하지 않은 채 어쩜 저렇게 쉽게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또한 중학생 때의 저는 외국어 고등학교에 가면 정말 영어로 토론하고, 자유롭게 발표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고 쓰는 공부를 하게 되리라고 기대했습니다. 중학교에서의 공부는 왠지 너무나 쉽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와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과 나에게 맞는 커리큘럼으로 자유롭고 모두가 열심히 하는 분위기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숙사형 특목고를 선택했던 것이었습니다.(이는 공부9단 오기10단 이라는 책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 책 속의 민사고는 당시의 제가 바라던 학습 환경이었거든요) 부모님은 금전적 부담 때문에 외국어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 내가 택하고, 내가 노력해서 이뤄낸 내 삶의 첫 번째 성공과, 나의 열정과 이 친구들의 순수함을 저렇게 곡해해서 볼 수 있는 가에 대한 엄청난 반감과 억울함, 분노. 이 감정은 제 주위에 모든 친구들이 느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대부분이 ‘시험은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실력을 평가하기 어렵고 또 공부하는 자세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시험을 거치고 온 아이들끼리도 주요과목에 수준의 차이가 있으니 보충 수업 혹은 수준별 수업은 당연히 필요하다’라는 의식을 가진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신문의 어조는 이런 것들을 무슨 사회악같이 표현하고 있었어요. 문제는 시험이나 등수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닌데 말이죠.

또한 저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교육부 총리도 참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외고생들은 어문계열 과에만 진학할 수 있게 만든다, 라는 말이 이쯤 나왔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 이건 정말 충격과 공포였고 일종의 무너짐과 같았던 말이죠. 친구들은 다양한 꿈이 있었고, 또 아직 꿈이 없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순수하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었어요. 이과인 친구들도 일반고와 비슷한 수준의 비율로 있었고요. 근데 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 했길래 그러한 벌을 받아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정책은 실제로 시행되지는 않았고요. 하지만 그들은 희대의 망작인 등급제로 정말 많은 사람의 인생을 한 번씩 말아먹어주더군요. 그것만으로도, 섣불리 평등과 경쟁의 완화를 위해 급진적 정책을 거론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좋은 시선을 주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번 대선, 안 그래도 박근혜 후보에게 더 마음이 있었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절대 표를 주지 않겠다 라고 마음먹게 한 공약은 ‘지방대 로스쿨, 의전, 치전, 약대에는 지방대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만 지원하게 하겠다,(그러나 주소지가 지방인지 아닌지는 상관 안함)’, 공기업 인력 선발 시 학벌 블라인드 하겠다, 그러나 지방대 학생들에게는 쿼터를 배정해준다‘ 라는 요지의 공약이었습니다. 의전을 준비하는 친구가, 약대를 준비하는 선배가 다들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가 뭘 잘못한 걸까, 하라는 대로 가장 잘 따라간 사람들인데, 왜 우리를 이렇게 못살게 구는 걸까. 부모를 잘 만나서, 돈이 많아서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고 치부하는 것은 얼마나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시선인가.


그리고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저는 누가 무슨 짓을 벌여도 ‘빨갱이와 친한 놈은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나, ‘독재자의 자식은 절대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삶을 부정당한 것만큼이나, 내 삶과 내 가족을 파괴하고 죽인 놈들이 있다면, 그 자들을 돌보자는 사람을 혹은 그 자들의 정체성을 이어받은 자들을 인정하고 뽑아줄 수 있겠습니까. 저 역시도 그 전쟁의 참혹함과 독재치하의 어두움을 겪었다면 지금의 제 이유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제 동생은 이런 것들을 알지만 실감하지는 못한 채 자기가 짊어져야 하는 노인 인구에 대해 세금에 부담을 느끼고 복지를 확대하는 정치세력을 미워할 수도 있겠죠. 내 피와 땀과 노동을 전부 가져가는 구나, 하고요.


각설하고, 저는 그 이후로 민주당과 한겨레에 대한 강한 반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쭉- 가지고 있고요. 아마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요.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삶을 사는 태도에 있어 제가 가진 신념이 있는 것이고, 그나마 한국이라는 나라의 정치생태계에서 새누리당이라는 당이 그와 비슷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비교적 저소득층이 왜 새누리당을 찍는 지도 알 것 같습니다. 정말 가난한 사람에게는, 네가 애쓰지 않아도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주겠다, 라는 말보다는 네가 노력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을 주겠다 라는 말이 훨씬 더 매력적이니까요. 그게 내가 안될 확률 같은 건 사실 잘 보이지 않는 다는 걸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들의 수만 봐도 알 수 있겠죠.

제 부모님이 성공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정말 엄청난 인고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3년을 해도, 적자였어요. 어머니는 빚이 너무 많아서 밤이면 잠이 안 오셨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사기도 당하고, 이자를 한 달에 천 만원이상 내야 할 때도 있었고, 아빠는 일주일 내내 하루 18시간을 일해야 했고. 그런데 주위의 사람들은 그러한 노력과 인내를 너무나 가볍게 보고 자기도 환경만 있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저희 아버지보다 늦게 출근 하지요. 저희 아버지는 지금도 직원 쉬는 날엔 밤 12시, 나오는 날엔 3시에 출근을 하시거든요. 아, 일요일엔 새벽 6시에 하시네요. 저 역시 외고에 갔다고 논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태생이 게으르고 미루기를 좋아하기 하지만, 어찌됐든 당시의 웬만한 수험생들보다는 훨씬 많이 공부하고 시간을 쏟았죠. 그리고 그에 합당한 결과를 얻었고요.

저는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자리 특채로 뽑아주는 데는 유명환 장관처럼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곳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만 봐도 재야에서 대가없이 노력해 온 인재들이 달콤한 결실을 얻는 것처럼 삶에서의 외면적 성공의 결실도 그러한 노력들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반민주 비새누리의 스탠스를 갖게 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