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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08 01:27:45
Name 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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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타이타닉의 비운의 악역 칼 헉슬리...


오랜만에 타이타닉을 보았다. 역시 예전에볼때 느꼈던것처럼 명작은 명작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옛 추억을 곰씹어 보았다.

그러면서 15년전 봤을때나 지금이나 한곁같이 느낀건 악역으로 나오는 칼 헉슬리(빌리 제인 역) 가 악역은 커녕 솔직히 가장 불쌍한 피해자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영화에선 천하의 나쁜놈으로 그려지고 관객이나 약혼녀에게 모두 외면받는 찌질한놈으로 나오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쁜놈이었나 싶다.


오히려 약혼하고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자기 여친이 왠 기생오라비와 같은 놈과 눈이 맞아 누드화를 그리질 않나 도주를 하지 않나 도주하는 와중에 정사를 벌이지 않나...
그와중에 약혼녀는 미안해하기는 커녕 당당하게 맞서면서 기생오라비같은 놈을 두둔하고 자신이 약혼녀에게 선물한 다이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상황에 안 빡칠 사람은 없을거다.


헉슬리의 나쁜점이라면 당대 상류층이 가지는 속물근성정도였고 약혼녀를 힘들게 했던건 부인이 정숙하고 얌전한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라는 여성관이었는데 그냥 당시 평범한 상류층이 가지는 가치관이자 생각이었을뿐 특별히 모가나거나 잘못되어보이지는 않는다. 당시 시대는 여성에 대해 보수적이었고 그 시대의 교육을 받은 칼 헉슬리의 여성관은 딱히 엄청 이상하고 문제있어 보이진 않다. 물론 활발한것을 좋아하고 자유분방한 약혼녀와는 성격적으로 맞지가 않았을 테지만...

그래도 약혼녀를 사랑하고 있다는건 영화내내 여러번 보여주는데 커다란 다이아를 선물하여 약혼녀의 마음을 산다던가 추워하는 약혼녀를 위해 자신의 외투를 덮어준다던가(하필 그 외투에 다이아가 들어있었던게 패착이지만) 타이타닉이 침몰하려하자 혼자 구명보트 안타고 기생오라비와 타려는 약혼녀를 살리기위해 기생오라비의 자리는 이미 다른데 구해뒀다라는 구라를 치던가....

잭도슨의 달달한 꼬시기에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이것도 그가 살면서 배우고 경험한 자신 나름대로의 구애법이었을것이다.


특히 기생오라비에 빠져있는 약혼녀에게 자기도 외투를 벗어서 덮어주면서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돌리기위한 하지만 패배가 뻔히 보이는 경쟁을 할때 뭔가 찡했다.  여친은 이미 듣도보도 못한놈에게 눈이 돌아가 있고 내 속은 타들어가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외투를 벗어주고 그녀의 안위를 먼저 챙기려고 한건 분명하니까...

물론 그도 사람인지라 기껏 노력해 구명보트에 태워보낸 약혼녀가 갑자기 다시 배로 뛰어내려 기생오라비같은놈에게 찾아갈때 이성의 끈을 놓고 기생오라비에게 총질을 할수 밖에 없었다. 싸이고 쌓인 자신의 감정을 애써 꾹꾹 눌러놨는데 막판에 가서 다시 약혼녀는 기생오라비같은놈을 향해 달려가니 울화가 치미고 분통이 터질수 밖에 ...


그런 일련의 감정을 하나하나 이해하게 되니 타이타닉의 전형적인 악당이라는 칼 헉슬리가 뭐 그렇게 까지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가장 불쌍한 놈이라고 생각되어 동정심이 더 들었으면 들었지....



굳이 따로 예를 들자면

나는 어엿한 직장이 있는 전문직이고 어느정도 명예와 재산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부인도 그 지위에 걸맞게 좀 조신하고 얌전한 현모양처였으면 하는데 결혼을 얼마앞둔 약혼녀는 자유분방하고 구속되는 걸 싫어하는 여자다. 어느날 그녀가 클럽에 가서 춤추고 놀다가 왠 얼굴은 좀 곱상하게 잘생긴 백수와 눈이 맞아 결혼식 얼마 납두고 잠적, 그와중에 서로 정사까지 한걸 알게 되면 ....




하여간 타이타닉을 보며 계속 동정이 가던 캐릭터다... 생긴것도 좀 불쌍하게 생겨서 그런가...
많은 사람들이 타이타닉을 보며 잭도슨과 로즈의 사랑이야기에 집중하고 감동받지만 난 사랑에 실패한 칼에게도 더 관심을 가져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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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13/06/08 01:29
수정 아이콘
디카프리오가 잘못했네요
나이트크롤러
13/06/08 01:30
수정 아이콘
하지만 누명씌울때 라든지 마지막에 쌩판 모르는 여자애 안고서 아이가 있으니 구명선에 태워 달라느니 하는거 봐서는
좋은놈은 아닌거 같아요
순두부
13/06/08 01:32
수정 아이콘
네 저도 뭐 좋은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방과후티타임
13/06/08 01:30
수정 아이콘
디카프리오가 나빳네요
사실 근데 본지 오래되서 디카프리오와 케이트윈슬렛 빼놓고 다른 캐릭은 잘 생각이 안나는데......
Love&Hate
13/06/08 01:33
수정 아이콘
기존의 가치룰 수호하려거나 기존의 가치에 전형적으로 행동하는 입장은 늘
공격당하기 마련입니다.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역사에서도 그런 예는 무수히 많죠
클라우제비츠
13/06/08 01:34
수정 아이콘
주인공의 뿅뿅한 관계가 워낙 몰입이 되다보니 괜히 악질처럼 나오죠.. 입장바꿔보면 눈돌아갈 듯..
13/06/08 01:40
수정 아이콘
영화 초반에 나온 탐사팀이 진짜 안습이죠. 타이타닉 인양하려고 전 재산 쏟아붇고 스폰 잡고 잠수함 내려보내서 드디어 타이타닉 찾았는데 로즈 도슨 할머니가 옛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려고 다이아를 바다에 던질 때 '아아아 안돼!!!!! 당신이 이렇게 하면 저 탐사팀 폭크망크야!!!' 하면서 괴성을 지를 뻔 했습니다.
순두부
13/06/08 01:44
수정 아이콘
저도 그때 그럴거면 대체 왜 그 긴이야기 들려준거냐 라는 생각이....
흰코뿔소
13/06/08 14:04
수정 아이콘
저도 그렇습니다. 왜 저 팀을 가지고 노나요 -_ -
A.디아
13/06/09 02:26
수정 아이콘
때려주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고생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저런...
기사도
13/06/08 02:27
수정 아이콘
다시 생각해보니 디카프리오가 나쁜남자였네요
돼지불고기
13/06/08 02:29
수정 아이콘
약혼자 뺏겨, 다이아 사라져, 과정은 어떻든 살아남았지만 세계 대공황......
가상 인물이라지만 기구하죠(...)
미메시스
13/06/08 03:29
수정 아이콘
심지어 약혼녀가 얼굴에 침도뱉죠 (...)
시나브로
13/06/08 07:58
수정 아이콘
+권총 자살로 생 마감하죠(...)
13/06/08 03:29
수정 아이콘
타이타익은 아무리 봐도 여성형 판타지라는 생각밖에는...
여성형 포르노...
막말이 아니라 정말 여성관객의 오르가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영화였죠.
13/06/08 03:37
수정 아이콘
로맨스 영화의 절대 다수가 여성형 판타지 아닌가요? 우리들에게는 매우 해로운 영화들입니다...
13/06/08 13:10
수정 아이콘
저 영화는 해로운 영화다...
안산드레아스
13/06/08 04:24
수정 아이콘
디카프리오같은 남자라면.. 흠야... 쌰방
일탈과 스릴의 감정을 잘 후볐죠
13/06/08 08:55
수정 아이콘
뭐 남주가 디카프리오라면 여성 판타지고 뭐고 남자가 봐도....
하늘보리차
13/06/08 03:37
수정 아이콘
당시 학생시절 극장에서 타이타닉을 봤었는데
그 때도 애틋한 사랑이나 안타깝다는 생각은 안들고 이게 아름다운 내용인가 싶더군요.
영화에서 타이타닉 호에 탑승하기 전 상황은 자세하게 알려주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유추해보자면
모녀는 가장을 잃고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고 약혼을 한 뒤 상류층 생활을 유지하는데 칼 헉슬리에게 전적으로 의지했음....

그런데 약혼녀로서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의 특등실 티켓+생활비는 물론이고 엄청난 가치의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다 받아 챙긴 상태에서
외간남자와 간음을 하고 다이아몬드까지 챙겨서 도망갔죠.
사전에 계획한 바는 아니나 객관적인 행적을 짚어 봤을 때는 모녀사기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네요.
안산드레아스
13/06/08 04:16
수정 아이콘
지금 생각하면 빡치죠.
어차피 사랑이라고 해도.. 약혼남 몰래 클럽에서 만난 외간 남자랑 정사하고 논 것이니.
물론 극중에서 디카프리오가 매력있고 순수한 역이어서 그렇지..
단지 여자 꼬시는 바람둥이 한량이었다면 둘의 사랑도 감동적이지 않습니다. 케이트 윈슬렛 역시도 문란한 여자 소리 듣기 딱 좋았을 거구요.
R.Oswalt
13/06/08 06:33
수정 아이콘
심지어 케이트 윈슬렛이 그토록 외치던 "짹! 짺!"은 기억이 나지만 그의 이름인 이 글을 보고 나서도 긴가민가하네요...
못생기진 않았지만 하필이면 그 기생오라비가 올타임급 기생오라비라니...
시나브로
13/06/08 08:04
수정 아이콘
몇 년 전에 타이타닉 다시 보면서 했던 생각이

'와, 칼 헉슬리역 캐스팅 진짜 잘 했다. 연기 진짜 잘한다.'였는데 이런 글 보니까 반갑고,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단약선인
13/06/08 09:08
수정 아이콘
영화상에 그런 인물이 어디 한두명입니까... 저두 이상하게 그런 사람들 편이 되는 성향이 있어서...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 여기서도 그 잘생기고 매너좋고 성공한 약혼자를 차버리고 듣도보도 못한 애딸린 홀아비한테 가는
그 여자는 참으로....(부들부들) 저는 그 약혼자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서.....
'라스트 모히칸'에서도 그 자길 위해 대신 화형 당하는 남자를 놔두고.... (부들부들)
난멸치가싫다
13/06/08 09:22
수정 아이콘
이 분야류 갑은 톰과 길동이아저씨죠. 특정 계층의 판타지를 위해 고통받는...
산적왕루피
13/06/08 09:34
수정 아이콘
둘 다 보살이 되었을 듯...
김승남
13/06/08 09:58
수정 아이콘
저도 겨울연가 보면서, 최지우씨가 악역이고 사실은 박솔미씨가 착한 사람이라고 누누히 주장하고 다녔었는데,,
비슷한 경우죠 흐흐
13/06/08 11:33
수정 아이콘
저도 영화보면서 순두부님같은 생각을 했더랬죠, 특히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서 자기 하인(?) 옷 주머니에서 권총을 빼앗아 잭과 로즈에게 돌진하는 장면에서는 깊은 빡침을 공감했습니다;
김연아
13/06/08 14:05
수정 아이콘
선완얼이죠

사실 대개의 여성판타지는 신데렐라스토리인데
당찬 여주를 선호하는 제임스 카메론에겐 있을 수 없는 일

그래서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하는데..
엘더스크롤
13/06/08 14:47
수정 아이콘
나쁜놈 맞는거같은데요.

로즈같은 경우도 억울한경우죠 자기가 사랑하지않는사람과 부모님들 때문에 강제로 결혼해야하는데 누가 좋겠습니까?
여기서 많은분들이 잘못알고있는것이 있는데 저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닙니다.
마침 우울하고 힘들때 백마탄 왕자인 잭이 나타난거죠.
순두부
13/06/08 14:52
수정 아이콘
뭐 로즈도 억울한경우고
저 남자도 억울한경우죠.

사랑하던 사랑하지 않던간에 어쨋던 로즈집안은 집안이 기울면서 남자쪽의 경제력에 손을 빌리게 되고 실제로도 많은 경제적혜택을 보아왔던게 사실입니다. 남자도 약혼녀를 위해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 호 티켓과 고가의 다이아를 주었고 그밖에도 여러 경제적 뒷받침을 해줬죠.

근데 그러한 노력이 왠 기생오라비같은넘이 등장해서 여자를 낚아채가면서 다 물거품이 되어버린거니
엘더스크롤
13/06/08 14:56
수정 아이콘
낚아채가는게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거죠.
낚아채간다는 말은 잘못된거라고 봅니다.
순두부
13/06/08 15:10
수정 아이콘
그 남자입장에서죠. 남자입장에선 누가 나타나 자신의 약혼녀를 낚아채간거니까

그리고 그냥 연인사이도 아니고 약혼까지 한 사이니 그렇게 여자가 떠나버리는건 자신에 대한 배신이죠. 약혼을 안한 사이면 모를까... 약혼도 서로간의 하나의 약속인데 그걸 여자가 일방적으로 폐기한거죠
13/06/08 17:38
수정 아이콘
배신은 배신이지만 노예제가 있을 때 노예가 주인 몰래 도망쳤다고 비난하는 꼴이 되니까
현대적인 시각으로는 별로 동감이 안 가네요.
저 시절 약혼이 지금처럼 자기 의지대로 될 것도 아니고...
순두부
13/06/08 17:45
수정 아이콘
영화에서 아무리 봤지만 저 남자가 강제로 약혼했다는 묘사는 없었는데요.
저둘의 관계가 애시당초 주인과 노예 관계도 아니고 남자는 그저 여자 환심사기위해 신부집안에 잘해 준 죄밖에 없죠

약혼이 싫었다면 신부측 집안에서 경제적 도움을 거부하던가 할 일이고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강제로 뭘 어떻게 해볼수있는 상황도 안됩니다.

여자입장에선 자신의 어머니가 강요를 해소 그게 부담이 될수있지만 그건 신부쪽 집안의 개인사정일뿐이고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뒷통수 맞은 꼴 밖에는 안되죠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고 도와줄때 남자가 그걸 받으라고 강요를 했을까요 협박을 했을까요

남자입장에선 약혼녀를 포함 여자집안에서 돈은 있는대로 받아가고 뒷통수 쳤다는 생각밖에 없을 겁니다
Epilogue
13/06/09 09:01
수정 아이콘
 '비운'이라. 저는 필연이라고 보는데 말이죠.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는 자유로운 것이고, 인물들의 행동에 어떤 가치판단을 할 것이냐 하는 문제 또한 자유로운 거니까, 이런 토의 자체는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창작자가 제시한 구도를 거부하는 건 아주 적극적이고 발전적인 읽기 방식이죠. 다만 본문 내용에 공감은 하지 않습니다. (일단 인물을 선악으로 구분짓는 것에 회의가 있습니다. 어쩌다가 우리가 착한 놈 VS 나쁜 놈의 이분법을 즐기게 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차치물론하겠습니다만.)
 그 근거는….

1.
 우선 '칼은 약혼을 강제하지 않았다' ≠ '로즈도 약혼을 원했다'.
 로즈의 집안(가족)과 로즈 본인의 의지는 당연히 별개입니다. 칼이 경제적으로 무슨 지원을 하든, 로즈가 그것을 애정으로 갚아야 할 의무는 없어요. 결혼이라는 사회적 결속은 못내 허락할지언정 없는 마음을 강제로 생기게 할 수는 없죠. 오히려 시대에 비해 근대적인 자아를 가진 로즈는 돈으로 자신을 '사려는' 칼이 못마땅했을 겁니다. 사랑을 하고 싶은 처녀가, 사랑은커녕 매매를 당하는 판국이니까요. 심지어 상대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매매인 줄도 모르는 인물이구요.

2.
 결과적으로 칼이 '여자 집안에서 돈을 받아갔는데, 여자는 나 말고 다른 남자를 택했다, 이건 배신이다' 라고 여기고 있는 거라면, 이건 부자 캐릭터 특유의 인간적 미성숙이 드러나는 것이죠.
 [내가 당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돈을 쓰겠다] ← 이건 죄가 아닙니다.
 [내가 당신에게 돈을 썼으니 당신은 내게 환심을 줘야 한다] ← 여기서부터는 죄죠. [현실의 수많은 남자들이 착각하며 사는 것]이기도 하구요. 저기에 '돈' 대신 다른 어떤 것(노력, 시간, [애정], 희생…)이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외투를 벗어줬으니 돈만 쏟은 건 아니다, 애정도 있었다'라는 시선에도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
 따라서 칼이 거절당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필연이었는데, 이를 확정하는 장면이 바로 총질이었죠. 지금 영화 내용이 상세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칼이 쏘려던 것이 잭이었는지 로즈였는지 둘 다 였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누구를 노렸든 마찬가지입니다.
 애당초 사랑하는 사람이 내 것이 되지 않는다고 총질을 한다면, 그게 사랑일까요. 사랑이라는 게 내가 원하는 걸 갖는 건가요, 아니면 상대가 원하는 걸 주는 건가요.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못할 때 어느 쪽을 우선하는 게 성숙한 사랑일까요. '당신이 저걸 원한다면, 내가 그걸 부숴버리겠어. 그러니 나를 보라고!' 이거 동생 미워하는 유아들의 방식이잖아요. 그런 애정이 연애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딱히 이상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칼이야말로 로즈를 3등실로 등떠민 핵심인물이었다고, 저는 보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애당초 칼이라는 인물 없이 로즈 혼자 타이타닉에 올랐다면 어땠을까요. 그렇게나 빨리 창문에 김 서리는 관계가 되었을까요?
13/06/09 09:42
수정 아이콘
로즈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는 건 잭을 사랑하고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당당한 여성으로 나오면서도
막상 칼이 선물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한 채 잭과 사랑에 빠지고 칼을 외면하면서도 보석은 끝까지 가지고 있었다는거죠.

카메론이 뭔 생각으로 이런 여성상을 만들어냈는지는 모르겠는데 결국 '내 마음은 내 것이고 마음이 없는데 사랑할 수는 없지만 이왕 호구가 준 건데 챙기기는 해야지. 그리고 선물로 준 거면 내 거 아닌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서 로즈의 마음이 빛바랠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가령 제인 에어가 로체스터 가를 떠나면서 파혼 위자료를 두둑이 챙겼다면 그보다 더 우스울 수 없겠죠. 이 쪽은 도리어 당연한건데도 말입니다. -_-;
WhySoSeriuS
13/06/09 10:34
수정 아이콘
여성형 환타지라 그렇습니다.
남자는 원래 여자를 설레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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