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8/02/04 23:59:15
Name Nimphet
Subject [일반] 대한민국 장르문학에 대한 소고(小考)

레포트를 준비하면서 찾은 이런 저런 자료를 정리하면서 작성한 글이라 높임말을 사용하지 못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 머리말


  문학을 대중이 향유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구텐베르크에 의한 인쇄술의 혁명 이후에도 문학은 소수계층의 향유물일 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여가 시간이 증가하면서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도 훨씬 많아졌다. 문학을 향유하는 계층이 일부 특권계층에서 대중으로 확대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는 공급을 창출한다. 마찬가지로 책은 더 이상 고액의 사치품이 아닌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일종의 공산품으로서 대중 앞에 선보이게 되었다. 이로 인해 독자는 ‘소비자’ 라고 하는 또 다른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학의 보급, 도서의 보급 양상에서 대중문학의 등장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학은 20세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은 누구나가 작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PC통신을 통하여 작품을 내놓았다. 문학계에서도 기존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통신문학 작품들에 대하여서도 활발한 담론 교환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통신수단의 발달로 말미암아 대중의 텍스트에 대한 접근성은 더욱 높아지고, 이를 통하여 문학에 대한 대중의 참여가 활발해짐으로서 문학계의 다양성은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문학계의 현실은 그러한 희망적인 관측과는 달리 암울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사람들은 문학 대신 자기계발서나 부동산, 주식 관련 서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베스트셀러 중에서 문학작품을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나마 서점의 소설 코너에 꽂혀있는 작품들 역시 우리나라의 작품이 아닌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대다수이다. 장르소설부터 시작하여 대중문학, 그리고 본격문학까지 일본 문학이 우리나라 문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주로 통신문학의 등장 시점을 기준으로 변화하고 있는 대중문학의 측면에서 조명해 보고 최근 출판되고 있는 우리나라 장르소설들의 특징과 발전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해 본 뒤 앞으로 대한민국 문학계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2. 통신문학의 기원과 발전


  통신문학의 기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통신문학의 태동이 된 우리나라의 ‘PC통신1)’ 서비스들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웹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서비스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는 소위 ‘PC통신’으로 불리우는 서비스들이 지금의 인터넷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같은 이러한 서비스들은 수많은 게시판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자신의 창작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공간 역시 마련되어 있었다. 이 당시 PC통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에 달마다 만원 가량의 서비스 비용을 납부하여야 하였다. 뿐만 아니라 광섬유를 이용한 초고속 통신망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통신 서비스에의 접속은 대부분 전화선을 이용하여 이루어 졌으며, 여기에 사용되는 전화비용 또한 사용자들이 부담하여야 했다. 90년대 초중반 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은 얼마 되지 않았고, 또한 통신서비스의 요금이나 전화요금이 당시로서는 그렇게 싼 가격이 아니었기에 실제로 이러한 PC통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을 ‘출판’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PC통신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출판을 위해서는 상당한 액수의 돈이 필요한 데 비해, PC통신을 이용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가격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불특정 다수에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접근성의 이점뿐만 아니라, PC통신에서의 글쓰기는 텍스트에 대한 독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PC통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독자들이 작품에 대한 반응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는 창작과 비평의 측면에 있어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서 태동한 통신문학이 어떻게 해서 모니터를 뛰쳐나와 ‘책’의 형태로 독자들 앞에 선보일 수 있었는가? 표면적으로는 PC통신의 저변 확대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영화 ‘접속’이 PC통신을 소재로 하여 큰 흥행을 거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주로 젊은 층에서 PC통신은 빠른 속도로 그 저변을 넓혀나갔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통신문학의 위상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어떤 작품의 인기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일이 통신문학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의 출판사의 입장에서 책을 출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윤의 추구일 것이다. 따라서 출판사는 당연히 인기 없는 작품 보다는 인기 있는 작품을 출판하기를 원할 것이며, 여기서 독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이라는 PC통신의 특징이 작용한다. 인기 있는 작품은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읽혀질 것이다. 그러나 원고만 가지고는 사람들의 반응을 미리 알아볼 수 없다. 그러나 통신문학에서는 애초에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개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작품에 대한 반응, 감상 또한 개방되어 있다. 작품에 대한 관심도는 ‘조회수’로 명백하게 수치화되며, 해당 작품과 관련된 다른 독자들의 게시물을 통해 쉽게 작품의 인기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통신문학에 출판사들은 큰 매력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러한 통신문학의 출발점에 섰던 것이 바로 이우혁의 ‘퇴마록’과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이다. 드래곤 라자는 지금까지 10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으며, 퇴마록은 지금까지 총 850만부가 판매되어 국내 창작물 가운데 이문열의 삼국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이 두 작품의 경이적인 성공에 많은 출판사들이 앞다퉈 통신문학을 출판하기 시작했으며, 기존 문학계에서도 통신문학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오고가게 되었다. 문예잡지에서 통신문학을 비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작가와 작품들의 검증. 검증된 작품들의 출판을 통한 출판사의 안정적인 수익구조. PC통신이라는 개방된 공간을 통한 활발함 담론의 교환 등 통신문학 시장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독자와 작가, 출판사 간의 이상적인 관계 구조가 만들어지는 듯 했다. 실제로 이러한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면 아마 지금쯤 한국의 문학계는 사상 유례가 없는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학계가 지금과 같은 현실에 놓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적으로만 보였던 저러한 통신문학의 시스템은 어째서 무너진 것일까? 이에 대해서 필자는 그 이유를 1990년대, 문민정부가 실업자 구제 및 독서 권장이라는 명목으로 도서대여점 사업을 장려하기 시작한 것을 그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3. 도서대여점의 등장과 통신문학의 몰락


  사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2006년도에 개정2)되기 전까지는 소비자가 어떤 도서를 구입하는 순간 해당 도서의 배포권이 사실상 그 소비자에게로 이양되기 때문에3)영리를 목적으로 한 대여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그리 양성화 되지 않았던 도서대여점이 90년대 중반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한 이유는 당시 IMF로 인하여 생겨난 많은 실업자들이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사업을 찾고 있었고, 여기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도서대여점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실업자들의 구제와 국민들의 독서 권장이라는 이유로 도서대여점 창업을 권장하였고, 이를 위하여 저작권법의 개정까지 시행한다4). 이러한 정부의 시책과 맞물려 도서대여점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여 98~99년도에는 15,000개까지 늘어나게 된다.5)

  이러한 도서대여점의 등장은 도서 구입에 있어서의 기회비용을 극단적으로 높게 만들어 버렸다. 대여점이 생겨나기 전에는 도서 구입의 목적이 소장이든 독서이든 필연적으로 구입의 과정을 거처야 하였지만 도서대여점이 생겨나고부터는 도서 구입비용의 10분의 1 수준의 금액만 지불하면 보통 3~4일의 기간동안 충분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가능했으므로 구입의 목적을 작품의 소장에 두지 않는다면 대여점을 통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판매량 감소로 직결되었음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처럼 대여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독자들은 더 이상 통신문학 작품들에 6~7000원 가량의 금액을 지불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통신문학이나 장르문학은천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향유할 수 있는 문화로 인식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한 출판사들은 통신문학이나 장르문학을 출판하는데 있어서 질의 문제를 그리 크게 고려하지 않게 되었다. 대여점의 증가는 판매량의 감소를 가져오기는 하였으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15,000개의 대여점 개수만큼은 고정적인 판매량을 약속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도서대여점의 숫자가 가장 많았던 1999년, 2000년도는 본격적으로 초고속 통신망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절이었고 이에 따라 중,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어린 독자들이 통신문학 시장에 대량으로 유입되기 시작하였다. 장르문학이나 통신문학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커져만 갔고 이들 중 일부는 직접 작가로 데뷔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굳이 작품의 질에 대한 검증을 받지 않더라도 출판하기만 하면 전국의 대여점 개수만큼 팔려나가는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여점 체제를 통하여 통신문학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게 되었지만 질적으로는 커다란 퇴보를 맞이하게 되었다.

  대여점이 등장하기 이전의 성인 독자층은 이러한 통신문학이나 장르문학의 질적 하락에 실망하여 등을 돌리게 되고, 통신문학의 주요 독자층은 성인 독자층에서 학생 계층의 어린 독자들로 이동하게 된다. 통신문학에서 발걸음을 돌린 독자들은 일본문화 개방 이후 조금씩 수입되기 시작한 일본 대중소설들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으며 이는 뒤에서 다시 설명할 일본문학 열풍의 시발점이 된다.

  기존의 성인 독자층과 달리 이들은 활자매체보다 TV나 영화 같은 다른 시각매체에 더욱 익숙한 세대였다. 이들에게 있어 문학은 TV드라마와 같은 다른 유희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며 기본적으로 책은 ‘빌려서’보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통신문학에 요구했던 것은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깊은 여운, 혹은 감동 같은 것이 아닌 쉽게 읽고 넘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이들은 암울했던 당시의 암울한 사회 분위기나 학교에서의 스트레스에 대한 도피처로 통신문학을 선택하였다. 이들은 그러한 통신문학의 향유자이자 창작자가 되었으며 이들의 현실로부터의 도피의식과 문학에 대한 태도는 출판되는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현실의 주인공이 이세계로 이동하여 활약하는 소위 ‘차원이동’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이 시기부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깊은 문학적 성찰이나 담론의 교환이 이루어질리 만무하였고, 통신문학이나 장르문학은 ‘문학’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 채  ‘판타지’ 혹은 ‘무협지’와 같은 용어로 대체되었다.


4. 일본문학의 대두와 한국문학의 침체


  장르문학과 통신문학의 추락으로 대중문학은 급격히 퇴보하였고, 순수문학은 여전히 관념적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작품들만을 내놓고 있었다. 이처럼 양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한 한국문학은 쇠퇴 일로를 걷게 된다. 허리가 잘려버린 한국문학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 2,30대 젊은이들이 일본문화의 단계적 개방과 함께 수입되기 시작한 일본 소설들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 이 ‘두 무라카미’로 대표되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요시모토 바나나, 아사다 지로 등의 작가들이 등장하였다. 그러다 잠시 에쿠니 가오리, 요시다 슈이치 등의 감성소설들이 팔리던 시기를 거쳐 가장 최근의 서점가는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오쿠다 히데오 등의 일본 작가들이 점령하고 있다. 불과 5~6년만에 벌어진 일이다.  

  어째서 일본문학이 채 1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문학시장을 잠식하게 되었는가? 이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하다. 현재의 일본문학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수요를 한국문학이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통신문학이나 장르문학은 지속적인 질적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퇴보하고 있었으며, 본격문학계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독자들의 취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시장의 축소를 독자들의 수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현대적 감성과 풍부한 소재로 무장한 일본작품들이 주목받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기성 문학계에서는 이러한 일본문학 열풍을 단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규정하고 그리 대단치 않게 생각하였다. 일본문학의 실질적인 독자층이 2~30대 여성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그 근거로 삼고, 우리나라의 여류 작가들이 우수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현상을 일종의 장르에 대한 열풍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일본문학은 추리나 미스터리 등 장르문학의 기법이나 내용을 차용한 작품들을 내놓으면서 그 영향력을 더욱 넓혀가고 있고, 이른바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를 통하여 통신문학이나 장르문학 시장까지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일본의 대중문학은 본격문학이나 장르문학, 혹은 다른 서브컬처들과의 활발한 담론의 교환을 통하여 그 형태나 내용, 소재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다. 장르문학 작가들이 대중문학이나 본격문학계에 진출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일 또한 드물지 않으며, 이들 장르는 서로 분리되거나 대립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질적이나 양적으로 크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서양문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적 이질감이 덜하여 국내 독자들에게 훨씬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문학계 전체가 일본 문학에 잠식당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5. 한국 대중문학의 부흥을 위한 노력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는 대중문학 공모전인 뉴웨이브 문학상을 주최하였다. 무려 1억원의 원고료를 내건 이 문학상이 주목받은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이렇다 할 대중문학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만 보더라도 추리소설에만 일본미스테리대상, 에도가와란포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아유카와테즈야상, 메피스토상 등이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중간소설(middlebrow fiction)로 불리우는 문학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통신문학이나 장르문학 부문에서도 일본의 라이트노벨 형식을 모방하여 일러스트의 삽입이나 양장제본을 통하여 소장가치를 높이고 자사 작품의 대여점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사람들의 구매의욕을 높이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형 라이트노벨을 표방하고 나선 시드노벨이나 젬스노벨과 같은 소설 브랜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미약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독자들과 유리되어 있었던 기존 문학시장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높게 평가받을 만 하다.  

  이러한 노력과 동시에 기존의 순수문학계에서도 끊임없이 대중문학이나 장르문학과 활발히 담론을 교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순수문학계에서는 대중문학이나 장르문학을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편협한 시각이 문학과 독자와의 괴리를 가져오고, 지금처럼 일본문학에 의해 문학시장이 잠식당해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을 기존의 작가들이나 비평가들은 지각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일본 소설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대하여 ‘한국 작가들의 이데올로기 노출의 단순 문학에 독자들이 질린 것 같다’고 평한 일본 네티즌의 대답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6. 맺음말  
  몇 년 전부터 한류열풍이 아시아를 휩쓸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매체를 통하여 심심찮게 들려온다. 우리나라의 스타들이나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가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한류열풍의 중심이 되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중 일본의 문학이나 서브컬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게 된다면 이러한 한류열풍에 그리 순순히 기뻐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드라마, 영화에서는 일본 원작의 리메이크가 붐이다. ‘올드 보이’를 비롯해 ‘플라이 대디’ ‘사랑 따윈 필요 없어’ ‘미녀는 괴로워’ ‘연애시대’ ‘101번째 프러포즈’ 등도 일본 소설이나 만화를 따온 것들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 해도 일본 소설이나 만화 10여 편이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 내 일본 문화’ 특집에서 ‘한류(韓流) 모국, 일류(日流) 선풍’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내에서 번지는 일류 현상을 심층 분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일본 내 한류가 ‘겨울연가’로 격류를 탔다면, 한국에서 일류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침투하여 (한국인들에게)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한류가 눈길을 타고 들어가 일본 열도에 화려한 눈꽃을 피웠다면, 일류는 가랑비처럼 소리 소문 없이 내려와 한국인의 정서에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일류의 선봉에 일본의 대중문학이 서 있다.

  용비어천가 제 2장에 보면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 새 곶 됴코 여름 하나니...”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처럼 어느 나라의 문화가 튼튼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문화의 뿌리가 튼튼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문화의 뿌리, 그 문화의 근간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문학이다. 아시아의 한류열풍은 분명 환영할만한 현상이고 우리 대중문화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문화의 기초가 되는 문학계가 튼튼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응용학문의 학문적 뿌리가 되는 기초학문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문화가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해 나가기 위해서는 일본문학에 잠식당하고 있는 한국문학의 부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문인들과 비평가들의 각성이 필요한 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주석


1)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되었던 천리안이나 하이텔, 나우누리와 같은 텍스트 기반의 통신 서비스를 지칭하는 공식적인 용어는 ‘VT통신’이나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PC통신’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실제로 웹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와 구분하여 ‘PC통신’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PC통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2) 법률 제8101호 법제명 변경 및 전면개정 2006. 12. 28.("저작권법"에서 변경)



3)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저작권법 제20조), 배포란 저작물의 원작품 또는 그 복제물을 일반공중에게 대가를 받거나 받지 아니하고 양도 또는 대여하는 것을 말한다(저작권법 제2조 제15호), 영리를 목적으로 판매용 음반을 대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이 배포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이를 계속하여 배포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43조). 다만, 2006년 12월 28일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43조는 삭제되었다.


4) 법률 제4746호(도서관및독서진흥법) 일부개정 1994. 03. 24.



5) 통계청 자료, 시도ㆍ산업ㆍ조직형태별 사업체수, 종사자수(사업체기초통계,'93-'05)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실 본문 중 대여점과 장르문학 시장과의 관계 부분은 추측에 가깝습니다.

그런 관계로, 본문의 내용 중 틀린 부분이 있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가차없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이 글을 올리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이 부분에 대하여 자세히 아시는 관계자 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함입니다.)



PS : 원문이 한글에서 작성된 문서라 편집상 문제가 약간 있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8/02/05 00:19
수정 아이콘
용어가 일관되게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르문학이라면 보통 SF/미스테리/환타지/공포 등의 매니악한 일부 대중문학을
가리키는데, 종종 대중문학 전체를 아우르는 의미로 쓰이고 있네요. 가령 하루키, 류 등의 소설을 '장르문학'이라 칭하긴
무리 입니다. 한국 대중 문학의 몰락을 다루고 싶으셨다면 보다 넓은 시각이 필요할테고 (제목부터 고치셔야 할 테고)
장르문학 자체만을 다루고 싶으시다면 범위 외의 것들은 빼는게 좋겠습니다.

장르문학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는 어차피 토양 자체가 일본보다 훨씬 열악 했습니다. 창작의 바탕이 되는 고전들의 번역에 있어서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까요.
08/02/05 00:28
수정 아이콘
epic님//글을 쓰면서 용어의 혼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쓰면서도 계속해서 든 의문점은 과연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장르문학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pgr21여러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08/02/05 00:31
수정 아이콘
용어 사용에 있어서 일관성이 부족해보이는 건 저도 epic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만
솔직히 우리나라의 대중 문학에서 장르문학이 현재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딱 분리해서 말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글 쓰신 분도 그 점에 대해 고심하신 듯 해요...
08/02/05 00:32
수정 아이콘
그런데 이거 전에 한 번 올라온 글 아닌가요...?
08/02/05 00:33
수정 아이콘
shovel님//맞습니다. 한번 올렸던 글인데 주석 부분을 포함한 이런 저런 부분을 수정해서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08/02/05 00:38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어디선가 읽었는데... 하는 느낌... 인데 여기였었네요 (;;;)
흐르는 물
08/02/05 01:27
수정 아이콘
대여점 이후로 인터넷 불법 다운 이야기도 있어야 합니다.

그나마 소수가 대여점 부수로 장사가 돼다가 그것까지 안돼게 만들었거든요.

돌빼 같은 것도 짧게나마 언급되어야 할 사항이고요.
천개의달빛
08/02/05 09:25
수정 아이콘
열심히 쓰신글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코멘트 달아봅니다.
1."장르문학과 통신문학의 추락으로 대중문학은 급격히 퇴보하였고, 순수문학은 여전히 관념적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작품들만을 내놓고 있었다"
장르문학, 통신문학, 대중문학, 순수문학의 정의에 대한 어느정도 사전 합의가 있어야 글이해가 쉬울것 같습니다.
2.일본문학의 대두가 통신문학/또는 장르문학의 퇴보와 어떤 개연성이 있는지요
3.대중문학의 현재의 침제가 통신문학에 대한 외면때문이라면 그 부분에 대한 내용이 좀 더 구체적이면 좋겠네요
4.주제를 좀 좁히고 단순화하시면 더욱 좋은글이 될것같아요.
일본문학의 대두나 한국대중문학의 퇴보를 통신문학과의 연관에서 찾아보려는 시도가 좋아 보입니다.
彌親男
08/02/05 22:48
수정 아이콘
흐르는 물님// 책은 인터넷 불법 다운이 심각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단 모니터와 같은 화면으로 장시간 글을 읽으면 눈이 쉽게 피로해질 뿐더러(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읽는 매체인 PMP, MP3, 핸드폰에서는 더 심각합니다.) 500 ~ 1000원으로 쉽게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불법 시장이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장르문학의 침체에 대해서 살펴보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장르문학을 소장'한다는 것을 별로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르문학을 쾌락을 위주로만 하는 쓰레기 문학이라고 치부하고 순수문학만이 진정한 문학인 것 마냥 얘기합니다.(당장 지하철에서 어떤 사람이 라이트 노벨이나 판타지 소설, 무협소설을 읽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속으로 '에잇, 저 오덕후 같은.' 이라고 생각하는게 대부분이겠죠? 그렇다는 사람들이 이제는 각 신문사 신춘문예 당선작도 안 읽는 실정입니다.) 반면 이웃나라에서는 라이트노벨같은 쾌락을 극도로 추구하는 장르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시선이 관대하죠. 이것은 물론 차차 개선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아직 일본과 같이 되려면 수십년을 걸릴 듯 합니다.
StaR-SeeKeR
08/02/05 22:59
수정 아이콘
장르문학... 순문학 같은 문단의 배척과 사람들의 선인겹 때문에 참 힘들죠.
특히나 대여점 소설들이 꺵판 쳐놓은 게 많아서 -_-;
그나마 요새는 영화나 외국소설들의 영향으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서 좋아보입니다.
판타지는 물론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 SF 등등에서 약진이 있는 현재의 모습을 보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073 [일반] 행복? 당신은 왜 행복하신가요 [19] susimaro4286 08/06/30 4286 0
5525 [일반] '교수인형' 연재만화 추천합니다 [10] 우리고장해남4802 08/04/28 4802 0
4331 [일반] 대한민국 장르문학에 대한 소고(小考) [10] Nimphet3564 08/02/04 3564 0
3565 [일반] 공모전을 위해 설문조사를 합니다. 도와주세요!! 기사도3034 07/12/11 3034 0
2371 [일반] UCC를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 [3] 마샤™3070 07/08/19 3070 0
1814 [일반] 지하철에서 생긴일. [11] 둥이3480 07/07/06 3480 0
1544 [일반] 재미있는 기회가 있어서 글 올려 봅니다(구인글입니다) [2] MC_Leon3351 07/06/09 3351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