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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01 21:45:26
Name 길이
File #1 00.jpg (84.6 KB), Download : 62
Subject [일반] [사진]친구에게 들은 귀신이야기(사람에 따라 혐오스러울수 있습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혐오스러운 장면이 내포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 혹은 내용, 혹은 귀신이야기가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제 친구는 해군 헌병대를 나왔습니다.

흔히 말하는 군대 귀신이야기이겠거니, 생각하신다면 오산. 그 친구는 진해 본부에서 근무해서, 위쪽지방의 험난한 육군 부대의 귀신이야기 같은건 없다는군요(여담이지만 저는 부산해경을 나왔습니다. 부산에서 살고 있어서 왠만한 친구들보다는 위험하지 않은 생활을 했습니다. 물론 귀신이야기는 전혀 못 들었고요. 쓰읍...). 그런데도 귀신이야기라니...? 군대의 귀신이야기에 관심이 있는데다가, 그 친구가 말을 꽤 잘했거든요. 글로 잘 표현이 될지 모르겠네요.




그 친구가 복무하던 중에 후임으로 약간 이상한 친구가 있었답니다. 어렸을때부터 귀신이 보였다나... 그래서 친구가 그 후임한테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정'퇴마'라고요. 어쨋든 그 친구한테서 이것저것 물어봤답니다. 어쩌다가 귀신을 보게 됐냐고.

정퇴마라는 후임의 집은 부모님이 맛벌이를 하셨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맛벌이를 하시는 바람에, 정퇴마는 혼자서 노는 날이 많았답니다. 그래서 집 주위를 돌아다니며 놀았다는데 자신을 반겨주던 옆집 할머니가 있었답니다. 이것저것 과자도 주고, 이야기 상대도 해주고... 가끔 그 할머니댁에 놀러가며,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날 저녁, 친구랑 늦게까지 놀다 정퇴마가 집에 들어왔는데 아버지가 그 옆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는 겁니다. 정퇴마는 너무 어려서 죽었다는 말은 몰랐지만, 더 이상 그 할머니를 볼수 없다는 것만 알았답니다. 그리고 그 할머니가 나중에 좀 커서 알게 됐는데, 무당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쨋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며칠정도 지난 후... 정퇴마가 집에 돌아오니, 뭔가 안에 사람이 있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요즘엔 잘 없지만, 그 후임집이 좀 오래된 곳이여서 보일러실(?)이란 곳이 있답니다. 보일러를 놔두는 곳인데 좀 축축하고 어두운데... 아파트 사는 분들은 잘 상상이 안된다더군요. 창고같은 곳으로 보면 된다는데 어쨋든,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들이 오실 시간이 아니었는데 이상해서 보일러실로 가봤답니다. 가보니 위 이미지처럼 생긴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양팔을 축 늘여놓고 있다더군요. 정퇴마가 어려서 그랬는지,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신기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그 사람한테 다가갔답니다.

맨발에 백색 옷... 헝클어진 검은 긴머리... 전형적으로 묘사되는 귀신이미지였답니다. 정퇴마가 그 사람한테 가서 이것저것 말도 걸어보고 쿡쿡 찔러도 봤다는데 전혀 움직이지도 않았답니다. 그리고 문뜩 '이것에 대해 딴 사람한테 이야기 하면 안된다'란 생각을 했답니다. 어린애가 붙임성이 있었는지, 대답없는 그것에 이것저것 혼자 말도 걸고 놀았답니다. 그날부터 그 귀신은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답니다. 집에 다른 사람이 없을때는 "다녀왔습니다" 인사도 하고 들어갔고, 나갈때면 "다녀오겠습니다", "집 잘지켜요" 이렇게 말도 하고 다녔답니다. 그냥 어린마음에, 집에 사람이 있으니 인사를 하고 다녀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사를 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 자신을 배웅하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음성이 들리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기분이 항상 들었답니다. 보일러실에서 자신에게 잘 다녀오라고, 다녀왔냐고 하는 느낌을요.

그 순간부터 자신은 귀신을 볼 수 있게 됐답니다. 귀신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어보니, 귀신이 사람일때 죽었던 모습 그대로라고 하더군요. 목을 매서 죽은 사람은 혀를 길게 늘어뜨린 채로... 높은데서 떨어진 사람은 머리가 헐어 붕괴한 채로... 여러가지 잔인한 모습을 봤다고 하더군요. 배가 터진 귀신은 자신의 내장을 질질 끌고 다니고... 팔이 짤린 귀신은 짤린 팔을 들고 다닌답니다. 계속 보다 보니 저 귀신은 어떻게 해서 죽었다는 것도 어림짐작이 가능하답니다. 차에 치인 귀신, 목을 맨 귀신 등등... 보일러실의 검은 귀신은 무슨 귀신일까 생각하긴 했지만, 별로 이상히 여기지 않고 지나갔답니다.

그렇게 얼마간 지나서, 놀라운 것을 목격했답니다. 길을 가다가 자기 집 보일러실에 있는 귀신이 도로에 서 있었답니다. 물론 생긴건 비슷했지만, 뭔가 다른 귀신이란 느낌이 들었답니다. 그 귀신도 고개를 푹 숙이고 팔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답니다. '다른데도 비슷한 애들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는 찰나, 그 귀신이 고개를 쓰윽... 들어서 어딘가를 쳐다보는 겁니다. 그 귀신이 쳐다보는 곳을 보니 팔이 짤린 귀신이 지붕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도망가고 있었답니다. 보일러실에 있는 귀신과 닮은 그 귀신은 그 귀신을 쏜살같이 지붕을 타고 쫓아가서 그걸... "잡아먹었다" 이 말로밖에 표현이 안된다더군요. "잡아먹었다".


정퇴마가 말하길, 일단 편의를 위해서 자신이 개념을 표현할 말을 만들었답니다. '검은귀신'과 '하얀귀신'이라고요.

흔히들 말하는 귀신... 그러니까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귀신은 '하얀귀신'이랍니다. 사람들을 놀래키거나 가위에 빠지게 하거나 하는 건 모두 '하얀귀신'입니다. 그리고 하얀귀신도 등급이 있는데, 가장 낮은 등급이 흔히 말하는 달걀귀신이랍니다. 달걀귀신은 사람을 건드리거나 할수 없고, 단지 그냥 사람을 놀래키는 것만 할 수 있답니다. 하얀귀신의 등급은 그 귀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한다더군요. 가장 낮은 등급인 달걀귀신이 표정이 없다고 하는건 이 때문이랍니다. 고통스럽고 무서운 인상을 쓰고 있는 귀신일수록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검은 귀신은 저 보일러실에 있는 귀신이거나 방금 말한 하얀귀신을 잡아먹은 귀신입니다. 이 귀신은 절대 움직이지 않고, 한 지점에서 가만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답니다. 누가 말을 걸어도 움직이지 않고, 전혀 반응이 없답니다. 그리고 그 귀신이 움직일 때는 오직 하얀 귀신이 나타날 때랍니다. 하얀 귀신이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면 고개를 들고 그 귀신을 쳐다본답니다. 그 귀신과 눈이 마주치면 하얀 귀신을 쫓아가 잡아먹는다고요. 정퇴마가 나이가 들면서 이것저것 책을 찾아봤는데, 자기 생각으론 그게 아마 예전에 흔히 말하는 수호신이나 지박령이 아닐까... 란 생각을 했답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하얀 귀신을 잡아주고, 존경받는 귀신으로 살아온거 같다고요. 그러다가 점점 세상이 변해감에 따라 자기들의 입지가 좁아짐에 따라 그런 모습으로 변한 것 같다고요.

그 후로, 가끔 정퇴마 가위에 눌릴 때가 있답니다. 특히, 누군가가 자신을 끌고 문지방을 넘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저 문지방을 절대로 넘으면 안된다'란 생각에 발버둥쳤지만, 보통사람들이 가위에 눌렸을 때처럼 저항할수 없었답니다. 공포에 질려 문지방에 넘어가려는 순간 보일러실 문에 빼꼼히 열리고 그 보일러실 귀신이 고개를 빼 문지방 저쪽을 보는 것 같았답니다. 항상 그 순간 가위가 풀렸다고 하네요. 아마 보일러실의 검은 귀신이 항상 자신을 지켜주고 있었던거 같다고 생각한답니다.














p.s 이야기는 2부작입니다. 뒷 이야기는 자칫 지루해질까봐 추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p.s2 다른 분들도 재밌는 이야기 공유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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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01 21:54
수정 아이콘
흥미롭습니다 ^^
그렇구만
11/03/01 21:55
수정 아이콘
색다른 블리치를 보는 느낌..크
FakePlasticTrees
11/03/01 21:56
수정 아이콘
밤에 불끄고 보다가 숨 넘어 갈 뻔....-_-; 제목에 [그림] 이나 [사진] 추가 하시는게 어떨지?
허클베리핀
11/03/01 22:06
수정 아이콘
오 글 재밌네요~ 참고로 저도 해경나와서 반갑네요! 피지알에 해경출신 찾기가 꽤 별따기라서;흐흐
11/03/01 22:55
수정 아이콘
길이 님// 빨리 2편 올려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베이컨토마토디럭스
11/03/01 22:57
수정 아이콘
길이님도 귀신일수도....................................
ridewitme
11/03/01 23:09
수정 아이콘
2부 어서요 ㅠㅠ [m]
이것슨무리수
11/03/02 02:47
수정 아이콘
밤에 불끄고 보다가 숨 넘어 갈 뻔 (2)
11/03/02 11:55
수정 아이콘
아침에 본건데 사진보고 깜짝..
어쨌든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11/03/02 15:12
수정 아이콘
빨리 2편 올려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2)
하나린
11/03/03 03:57
수정 아이콘
우와 진짜 신기해요. 이런 이야기 좋아합니다!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파란무테
11/03/05 16:52
수정 아이콘
귀신, 저는 이 부분에서 믿지 않았지만,
제가 아는 동생의 귀신들림을 보고, 실제 있는 현상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연약한 중학생이었던 동생(여자)이, 얼마나 강력한 몸부림과 몇명의 장정들의 힘으로도 잘 억제할 수 없었던 그 광경.
그 이후로,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 사단의 존재에 대해서 항상 열려있는 사고를 하고 다니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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