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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8/16 22:30:05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972704893
Subject [일반] 내가 충분히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날들.
저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생각해보면, ‘좋은’ 건 ‘좋은’ 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잘 하는 것과 잘 대하는 것들을 하나로 묶어서 말하곤 합니다. 그렇기에, ‘좋다’는 건 상당히 단순한 의미인 동시에 다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로 저에게 다가오곤 합니다.

그리고, 저는 요 몇 주, 혹은 요 몇 달의 기간 동안에 제가 제가 생각하는 만큼, 충분히 ‘좋은’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워낙 단순한 만큼, 또 복잡하기도 하고, 그러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걸 이뤄내기는 쉽지 않은 목표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은 사람이, 혹은 제가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도 훨씬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상당히 지쳐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되는 게 쉽지도 않고, 또, 그렇게 보이는 것도 너무나도 멀어서 가까이 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머나먼 길과 또 머나먼 고행과 뭐 그런 것들.

어찌보면 살짝은 예전의 냉소와 비꼼이 일종의 방패거나 두꺼운 갑옷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런 부족함과 고됨을 가리기 위한 일종의 위악으로써요.

모르겠습니다. 제가 느끼는 이러한 감정이 예전이라고 달랐었는지, 요즘의 제가 왜 이렇게 도피와 회피를 꿈꾸게 되는 건지, 왜 이렇게 최근의 일상은 고통스러운 것인지. 누구나 고통받으며 살지만, 제가 느끼는 고통의 범위는 왜 더 큰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인지.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한 게 문제인건지, 혹은 좋은 사람이라는 목표가 문제인 건지.
그렇다고 내가 이 목표를 놓아버리는 건 너무나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 까지도.
그냥 지금은 깊은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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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왕
25/08/16 22:45
수정 아이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견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그 행동, 말에 절로 그 향이 스며들더군요.
본인은 자각을 못 할지도라도요.

무엇때문에 고통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또한 언젠가 지나갑니다"(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
그리고 삶은 누구에게나 다 어렵습니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 바랍니다.
일월마가
25/08/16 22:55
수정 아이콘
지금 글쓴이님이 하시는 고민만으로 충분히 좋은 사람이시라 생각하구요.. 제가 어릴때부터 20대 후반까지 비슷하게 고민하던 주제인데... 30대 후반이 되어가며 내린 결론은 ..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나의 욕망에 충실하며 살자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 그것이 나쁜 이미지로 박히더라도.. ) 뭐 추후에 다시 바뀔 수도 있겠지만 내가 선의로 말하고 행동해도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를 많이 겪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좀 내려놔지게 되더라구요. 결국 사람이란 존재가 흑과 백이 선명하지 않고 회색이라고 봅니다. 동양학에서 많이 언급되는 '태극' 인 거죠.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그런 인간이라 보구요. 다 각자의 역사를 쓰면서 산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이 지금 고민하시는 것처럼 항상 무탈하진 못하겠지만 .. 이런 고민을 충분히 해봐야 사람의 정신이 성숙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일월마가
25/08/16 23:06
수정 아이콘
더 첨언을 하자면 .. 저는 좋은 사람이 되야된다는 마음이 가득했을 때엔 인생에 대한 갈피를 못잡고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는데 .. 오히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나 자신의 개성과 색깔을 선명하게 살려보자는 마음이 드니까 훨씬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견고한 마음 속의 토대가 생기더라구요.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참 쉽지 않았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한.. 50대가 되야 완성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크크.
고민시
25/08/16 23:47
수정 아이콘
토이의 좋은사람
25/08/17 07:48
수정 아이콘
40이 다 되어가면서 개인적으로 느낀것은 좋다 나쁘다는것은 상대방에 따라 상대적이라는겁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나쁜 사람이겠죠. 절대적인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25/08/17 10:32
수정 아이콘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역설적으로 좋은 사람이 아니게 됩니다. 기왕이면 멋진 사람이 되어보시는게 어떨까요.
안군시대
25/08/17 11:35
수정 아이콘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주변의 평가일겁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같이 전국민이 아는 사람이 아닌 이상 결국은 주변 사람들의 평가밖에는 없겠죠. 그런데 그 평가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내가 잘한다고 해서 꼭 평가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날 좋게 봐주는 것으로 알았는데, 알고보니 이익관계상 그랬던거고, 실제로는 뒷담화가 오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있고요.
그래서 그냥 주관을 가지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게 오히려 득이라는게 제가 나이를 들어가며 내린 결론입니다. 사람들의 평가를 내 힘으로 바꿀 방법은 없더군요.
모링가
+ 25/08/17 12:10
수정 아이콘
같은 행동을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얼마든지 평가는 바뀔 수 있습니다
상대를 배려해서 한 행동임에도 심각한 질책을 받을 때가 있고, 싸가지없이 툭 던진 말인데도 감동의 눈물을 흘릴 때도 있지요.

순간순간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져보시죠.
과거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해 사고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됩니다. 그러다보면 좋은 사람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내 생각을 잠식하고 이윽고 무의식적인 행동마저 지배하게 될 거에요.
그러기 위해선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고, 거기서 교훈을 얻고, 마침내 과거와 이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번개맞은씨앗
+ 25/08/17 12:26
수정 아이콘
세상에는 두 유형의 사람이 있어요.

좋은 사람 vs 더 좋은 사람

실수가 있고 허점이 있다고 좋은 사람이 아닌 건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도 실수가 있고 허점이 있는 거니까요. 우리는 신이 아니죠.

평범한 사람 vs 훌륭한 사람

내가 여러 면에서 평범하다는 걸 알고,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훌륭해지려 하는 것 그런게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라 봐요.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지 마세요. 타인에게도 관대해지세요. 선택은 좋은 것과 더 좋은 것 사이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aDayInTheLife
+ 25/08/17 13:25
수정 아이콘
모든 댓글들은 잘 읽었습니다.
분명 ‘좋은 사람’이라는 게 모호하고 어려운 개념이라는 걸 이해하면서도 놓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참 어렵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로 써주신 내용들을 명심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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