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개봉하자마자 후딱 보고왔습니다. 스포일러 없이 본 감상을 말하자면, 솔직히 감독이나 배우들의 네임밸류를 생각하면 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보러간게 후회될 정도로 나쁘지는 않았던, 딱 오케이 정도의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트레일러에 나오는대로 영화는 주인공 미키가 외계행성 개척을 위한 우주선에 부활 가능한 '익스펜더블'로 지원하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빡센 설정인게, 단순히 미키를 리스크 있는 작업에 투입된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재활용 가능한 소모재로 활용한다는 느낌이더라구요. 그러다가 우연히 작중 설정에서 절대 금기시되는 '멀티플', 즉 살아있는 상태에서 또다른 복제가 생겨난 상황이 발생하면서 내용이 전개됩니다.
.........근데 이런 꽤나 빡센 설정과 스토리에 비해 영화 자체의 감정선은 심각한 느낌이 전혀 안듭니다. 일단 미키 자체가 능력도, 수완도, 패기도 없는 소심하고 무능한 인간이라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게 결국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익스펜더블이었고, 그 떄문에 우주선에서도 사람취급을 제대로 못받는 상황이 묘사되긴 합니다. 그런데 원작 소설이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영화에서는 작중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대해 어떠한 감정이입을 할 여지를 거의 주지 않습니다. 미키가 '소모'되는 장면들은 나름대로 인상적이지만 매우 빠르게 지나가고, 심지어 갈등의 시작이 되는 멀티플도 그렇게 심각하게 전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단 기본적으로 원판이 로버트 패틴슨이다보니 그와중에 금방 여친도 사귀고, 계속 죽어나가는 와중에서도 뭐 할거 다 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미키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영화에서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에 대해 다소 감정적 거리감을 갖고 보게 됩니다. 이게 좋은 의미로는 가볍고 깔끔하다면, 나쁜 의미에서는 약간 슴슴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부분은 메인 빌런이었습니다. 토니 콜렛과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마샬 부부가 두 사람의 연기와는 별개로 너무 클리셰적이라 좀 뻔한 느낌입니다. 이게 지금 현실이 더 기막히고 지독하다보니 더 그런 느낌을 받는 걸수도 있긴 합니다만, 봉준호의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위에서 말했던 대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볍고, 악당들도 밍숭맹숭하다보니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확 임팩트있게 다가왔던 장면들이 별로 없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우주를 배경으로 했다지만 영화에서 전개되는 공간 자체는 좀 협소한 편이라 비주얼적으로 압도되는 느낌도 거의 없습니다. 저는 선택지가 없어서 아이맥스로 봤는데, 굳이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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