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정책적 개입, 즉 공동체 집단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가에 따라서는 AI 기술혁신이 야기하는 파괴적 흐름을 그저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이들을 포용하고 성장의 과실을 넓게 나누는 길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그는 LLM에 가져올 충격을 사람들이 과장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회의 놀라움과 과대평가가 지나가고 나면 지금의 조급함이 더 느려질 것이며, 만약 기업들이 생각만큼 AI에서 확대된 이윤을 얻지 못한다면 거품은 더 잘 꺼질 거라고 말합니다.)
AI의 측정 가능한 효과는 무엇인가?
1947년 이후 미국의 GDP 성장률은 연평균 약 3%, 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약 2%를 기록해왔다. 일부 예측에서는 AI가 성장을 두 배로 끌어올리거나, 최소한 기존보다 더 높은 성장 궤적을 만들어낼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아세모글루는 8월 호 학술지 Economic Policy에 게재된 논문 「The Simple Macroeconomics of AI」에서, 향후 10년간 AI가 미국 GDP를 1.1~1.6% 정도만 ‘완만하게’ 증가시키고, 생산성 향상은 연간 약 0.05%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한다.
아세모글루의 이러한 평가는 AI가 얼마나 많은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최근 추정치를 토대로 한다. 예컨대 2023년 OpenAI, OpenResearch,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의 연구에서는 미국 직무 업무의 약 20%가 AI 기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024년 MIT FutureTech과 생산성 연구소(Productivity Institute), IBM의 연구진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자동화가 가능한 컴퓨터 비전 업무의 약 23%가 향후 10년 이내에 이윤을 낼 수 있는 형태로 자동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 아니라, AI가 평균적으로 약 27%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10년간 0.5%의 생산성 증가를 무시해선 안 됩니다. 0%보다는 나으니까요.”라고 아세모글루는 말한다. “하지만 산업계나 기술 저널리즘에서 내놓고 있는 약속과 비교하면 실망스럽기는 합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이며, 이후 새로운 AI 활용법이 등장할 수 있다. 아세모글루가 논문에서 지적했듯이, 그의 계산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활용을 포함하지 않는다. 또 다른 이들은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재배치되면서, 아세모글루의 추정치를 넘어서는 추가적 성장과 생산성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는 이것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그는 이어 “어떤 것은 포함하고, 어떤 것은 포함하지 않았는지 투명하게 밝히려 노력했습니다. 누군가는 제가 제외한 부분이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또 제가 포함한 수치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어떤 일자리인가?
이런 추정을 통해 AI에 대한 우리의 직관은 더 선명해질 수 있다. 많은 전망이 AI를 ‘혁명적’이라고 부르는 반면, 좀 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아세모글루의 연구는 우리가 예상하는 변화의 규모를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30년을 떠올려 봅시다.”라고 아세모글루는 말한다. “AI 때문에 미국 경제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요? 누군가는 극단적 낙관론을 갖고, 챗봇 때문에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거나, AI 덕분에 어떤 사람들은 이전보다 10배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초생산적’ 근로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일부 직종만 영향받겠지만, 기자도, 재무 분석가도, HR 담당자도 여전히 존재하게 될 겁니다.”
만약 이 말이 맞다면, AI는 대규모 컴퓨팅 파워로 방대한 데이터를 인간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제한된 범위의 사무직 업무에 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요약, 시각적 매칭, 패턴 인식 등과 관련된 사무직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라고 그는 덧붙인다. “그리고 그런 분야는 전체 경제의 약 5% 정도죠.”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때로 AI에 회의적인 인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현실주의자라고 여긴다. “저는 비관론자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면서도 “생성형 AI를 더 잘 활용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업계가 집중하는 분야는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인다.
기계 활용성인가, 노동자 대체인가?
아세모글루가 “AI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할 때, 그는 구체적인 개념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가 AI에 대해 중점적으로 우려하는 사항 중 하나는, AI가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기계 활용성(machine usefulness)’을 지향하느냐, 아니면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려는 시도로 ‘일반 지능’을 모방하느냐 하는 점이다. 예컨대 바이오테크 연구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고객 서비스 업무를 자동화된 콜센터 기술로 대체하는 것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그의 판단에 따르면, 기업들은 주로 후자, 즉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방향에 집중하고 있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현재 AI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라고 아세모글루는 말한다. “노동자에게 전문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자동화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죠.”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이 문제를 최근 화제가 된 저서인 『Power and Progress』(2023)에서 심도 있게 논한다. 이 책의 주요 질문은 간단하다. 기술이 경제 성장을 만들어내지만, 과연 그 성장을 누가 가져가는가? 소수 엘리트인가, 아니면 노동자들도 이득을 공유하는가?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사람들을 고용한 상태에서 노동 생산성을 높여주는 기술 혁신을 선호한다. 이 방법이 경제 성장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속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세모글루가 보기에, 생성형 AI는 사람 전체를 모방하려는 데 주력한다. 이는 그가 오래전부터 “그저 그런(so-so) 기술”이라고 불러온 것의 한 예시다. 사람보다 약간 낫거나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지만, 인건비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 기업 입장에서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도입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콜센터 자동화 기술이 그렇다. 이것이 항상 사람보다 생산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비용 절감 측면에서 기업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채택된다는 것이다. 노동자를 보완하는 AI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대형 기술 기업들에서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 있는 듯하다.
“업계가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한, AI의 보완적 활용이 기적처럼 저절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아세모글루는 말한다.
역사는 AI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가?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다른 한 연구 논문인 「Learning from Ricardo and Thompson: Machinery and Labor in the Early Industrial Revolution — and in the Age of AI」(2023년 8월, Annual Reviews in Economics 게재)에서, 기술이 흔히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설계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 논문은 AI와 관련된 오늘날의 주요 쟁점을 다룬다. 특히, 기술이 노동자를 대체하더라도 결국 생겨나는 성장은 시간이 흐르면 사회 전반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주목한다. 종종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을 예로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기술 이점이 널리 퍼지는 것은 결코 자동적이지 않다고 본다. 이들은 19세기 영국에서 기술 혜택이 확산되기까지 수십 년에 걸친 사회적 투쟁과 노동자들의 활동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생산성 향상 몫을 요구할 수 없을 때 임금은 쉽게 오르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평균적인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많은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으며, 남아 있는 이들의 일자리 질을 저하할 수도 있습니다. … 오늘날 자동화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산성 향상이 임금 상승으로 직결된다는 단순한 관계보다 훨씬 복잡합니다.”라고 이들은 논문에서 썼다.
논문의 제목에서 언급된 E. P. 톰슨(E. P. Thompson)은 영국의 사회사학자이고,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는 애덤 스미스 다음으로 경제학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받는 경제학자다.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리카도의 입장 또한 이러한 문제에서 변화를 겪었다고 주장한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기계가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며, 사회에도 이롭다는 주장으로 학문적·정치적 커리어를 쌓았습니다.”라고 아세모글루는 말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생각을 바꿨는데, 이는 그가 얼마나 개방적인 사고를 했는지 보여줍니다. 그는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기만 하고 그 외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죠.”
아세모글루와 존슨은 이러한 리카도의 지적 진화가 시사하는 바가 오늘날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기술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리라고 보장하는 필연적 법칙은 없으며, AI가 미치는 영향을 긍정·부정 어느 쪽이든 간에 사실에 근거해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에 가장 적절한 속도는 무엇인가?
만약 특정 기술이 이점과 문제점을 모두 안고 있다면, 그 문제점을 완화해 나가는 동안에는 기술 도입 속도를 더 신중하게 조절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사회적 피해가 크고, 이 피해가 기술의 생산성에 비례할 경우, 더 높은 성장률이 역설적으로 더욱 느린 최적 도입 속도를 요구합니다.”라고 그들은 논문에서 썼다. 이 모델에 따르면, 최적으로는 처음에는 기술 도입을 천천히 진행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가속화하는 편이 낫다.
“시장 근본주의나 기술 근본주의자들은 기술을 항상 최대한 빠르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라고 아세모글루는 말한다. “하지만 경제학에는 그런 법칙이 없습니다. 더 신중한 검토, 특히 피해와 위험 요소를 피하기 위한 접근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AI를 조작적 도구로 사용하거나, 자동화에만 치중하고 노동자에게 전문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경시한다면, 결국 방향 수정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아세모글루는 말한다. 물론 다른 이들은 혁신의 부작용이 작거나 예측 불가능하므로, 그 어떤 규제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아세모글루와 렌스맨의 9월 호 논문은 어디까지나 혁신 도입을 다룬 모델을 제시한 것일 뿐이다. [[이 모델은 지난 10여 년간 여러 기술이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치켜세워지고, 그 파괴적 성격이 부각되며 과도하게 찬양된 흐름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아세모글루와 렌스맨은 특정 기술의 장단점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충관계를 더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추가적 논의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I 도입의 ‘적절한 속도’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만약 기술을 좀 더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구상을 실제로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 아세모글루는 “정부 규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미국이나 전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장기적 가이드라인이 어떤 형태로 마련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두 번째로 그는, AI를 둘러싼 ‘과대 선전(hype)’이 잦아든다면 AI 활용에 대한 급박한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느려질 것”이라고 덧붙인다. 만약 기업들이 예상만큼 빠른 이윤을 얻지 못한다면, 규제보다도 이 시나리오가 더 가능성이 클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빠른 속도를 내는 이유는 벤처 캐피털리스트와 다른 투자자들이 ‘범용 인공지능(AGI)’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으며 과대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아세모글루는 말한다. “저는 이 과대 선전이 결국 기술 분야에서 잘못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많은 기업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너무 일찍 AI에 영향을 받고 있죠. 우리가 그 논문을 쓴 이유는, 이 기술을 좀 더 신중하고 이해를 갖추어 다룬다면 거시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세모글루는, 과대 선전(hype)은 곧 AI 경제학의 실질적 요소라고 말한다. 특정 방향의 AI 연구와 투자 흐름을 형성하여, 결국 우리가 접하게 될 AI 도구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속도가 빠르고 과대 선전이 심할수록, 방향을 수정하기가 어려워집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시속 200마일로 달리는 차를 180도 회전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 일과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