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mk.co.kr/news/stock/11190063
두산그룹이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이 사실상 무산되었습니다. 이사회에서 주주 눈치를 봤다거나 주총에서 부결된 게 아니라 계엄 사태로 주가가 폭락해서(...)입니다.
이전 사태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두산그룹은 그룹의 알짜 캐시카우인 '두산 밥캣'의 지배권을 높이기 위해 이리저리 나누고 합병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밥캣의 지분을 가진 두산 에너빌리티의 가치를 후려치고,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두산 로보틱스의 가치를 뻥튀기시켜 에너빌리티 및 밥캣 주주들을 엿먹이려한 사건이죠.
대충 여기에 금감원이 개입해서 무한 반려하다가 두산그룹은 두산 밥캣의 공정가치는 절대 인정 못하고 저평가된 시가에서 경영권 프리미엄만 조금 붙여서 합병비율 조정하는 걸로 결론이 나며 금감원의 무한 반려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후 외국계 자문사들이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낸다거나 많은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거나 하며 주주총회에서 찬성표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는데....
계엄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며 모든 게 어그러졌습니다.
정확히는
['주식매수청구권'] 때문입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에게서 일정 가격에 회사가 사주는 권리입니다. 물론 회사도 자금의 한계가 있어서 무한정 사줄 순 없으니 한도액을 정하고, 그 한도액을 넘으면 합병이 무산됩니다.
두산 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 예정 가액은 20,890원, 로보틱스는 80,472원입니다. 근데 현재 에너빌리티의 주가는 대략 17,300원, 로보틱스는 52,000원입니다.
주가가 매수가액보다 낮은 게 뭐가 문제냐면,
[합병에 반대표 던지면 현재 17,300원짜리 주식을 회사에서 20,900원에 사주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안그래도 합병 꼴받는데 무조건 반대 던지죠. 꽁으로 20%가량 차익 먹는 건데. 그룹 입장에선 반대표 자체도 문제지만 너도 나도 반대표 던지면 한도 초과로 합병이 무산됩니다.
지분율 높은 국민연금도 '오늘(10일)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높으면' 표결하고 그 외는 기권하기로 했습니다. 에너빌리티 기준 오늘만 20%이상 올려야 표결한다는 뜻이라 사실상 기권해버린 겁니다.
에너빌리티가 계엄 사태 이전에 대략 2만원~2.1만원 선에서 놀았던 거 생각하면 두산그룹 입장에선 날벼락 맞은 셈이죠.
결론은? 꼬시다. 사실 주총에서 부결나는 게 제일 깔끔하다 생각했는데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이 돼 버렸네요. 물론 의지의 두산그룹이면 다시 또 재추진 할 가능성도 꽤 있다고 봅니다만...
에너빌리티나 밥캣 주주분들께는 합병 무산 이전에 주가가 개박살난 것에 심심한 위로를 표합니다. 저도 여기 주주는 아니지만 다른데 물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