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8/15 21:10:26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일반] [잡담] 똥꼬는 얼마나 소중한가..

치질이었다. 안지는 좀 되었지만 애써 모른척했다.

4년전인가 회사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때는 하혈도 했었다.

무거운 짐을 좀 나르거나 스트레스를 좀 받으면 요놈이 튀어나와 『안녕』했다.

아나콘다를 배출하는 날에도 튀어나와 『안녕』했다. 그런날은 휴지에 피도 좀 묻었다.


알면서 모른척했다. (그런적은 없지만) 짝사랑 하는 여자애가 누군지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그런 느낌으로...


한달 반전에 또 『안녕』 하더라. 또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그냥 왠지 마음먹었다. 헤어지기로...

주변 휴민트(구글, 유경험자)를 통해 얻은 정보로 수술 후  한 달 정도면 거의 완벽하게 일상생활 해도 지장 없다고 했다.

마침 쉬고 있으니 이때 아니면 못하겠다 싶었다. 또 미루면 또 『안녕』할테니까.





서칭 끝에 전문병원을 결정했다. 완전 큰 규모는 뭐랄까 좀 그 죽을병 걸린 사람 같아서...


첫날 검진을 갔다. 난 당일 수술도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수많은 똥꼬를 찔러보고 봐오신 선생님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똥매려운 느낌이 들었다.

카메라가 한번 더 들어온단다. 똥매려운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같이 보는데 내가 봐도 좀 심해보였다. 하지만 선생님은 절대 먼저 수술을 권유하지 않았다. 뭔가 지침이 있는듯이...

증상이랑 수술을 하게되면 어떻게 되는건지 설명은 해주시는데 결정은 해주지 않으셨다.

환자분 보다 훨씬 심하신대도 관리하면서 지내시는 분도 많고, 잘 보이지 않아도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수술 하는 분도 많다며,

이게 솔직히 암같은건 아니라 불편의 문제니 나보고 결정하라 하셨다. 좀 고민하는 뉘앙스를 보이니 1주일 있다 다시 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1주일.. 불편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대로 살라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정했다. 이렇게 우유부단하게 살 수는 없어!!(왜??)




재방문때 수술 하겠다 말씀 드렸다. 모레(광복절)가 휴일이니 내일 하시는게 어떻겠냐 해서 바로 스케쥴을 잡았다.

수술 전 이것저것 서류에 싸인도 하고 기본적인 검사도 하고 똥꼬 내압검사인가도 받았다.

여튼 뭐가 내 똥꼬로 들어왔는데 똥매려운 느낌이 들었다.



수술 당일 입원 수속을 하고(하루 입원 이었다) 또 몇가지 검사를 받았다. 똥꼬 초음파 검사를 해야한대서

똥꼬에 뭘 또 넣고 사진을 찍었다. 똥매려운 느낌이 들었다.


관장 해야한대서 관장약을 넣고 간호사님이 입원실 안에 화장실 있어요 라고 해주셨는데 관장약 넣고 와보니 다른분이 화장실을 점거하고

샤워를 하고 계셨다. 똥 쌀뻔했다.






팬티에 가운을 걸치고 핸드폰을 하며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마취 풀리기 전까지 소변 보기 힘드니 미리 보시고 팬티벗고

기다리라고 하셨다. 가운이 좀 야해서 속살이 많이 보이는데 간호사 분들이 전부 여자분 이라 첨엔 좀 부끄럽다가 이 분들 이런 꼴 하루에

수십 개는 보겠지 생각하니 나중엔 별 생각도 안 들었다.




수술은 척추 마취를 하고 진행하는데 내가 원래 주사를 굉장히 잘 맞는 편이었는데 이건 쪼끔 쫄렸다. 허리에 바로 놓으니까..

여튼 엉덩이 밑으로 감각은 제로가 되고 뭐 간호사분들이 다리를 이렇게 저렇게 하고 내 귀에는 헤드폰이 씌어졌다.

아이브, 뉴진스, 르세라핌 노래가 나오면 좋았겠지만 스페이스A, 코요테, 백지영 노래가 나와서 오히려 더 좋았다.(맞춤인가보다)


3~40분 걸린다 하셨는데 20분 내외로 끝난거 같다. 중간에 오징어를 좀 구우셨는지  탄냄새도 좀 나고 했지만

아무 감각이 없기에 간호사분들이 옮기는대로 몸을 맡기며 내자리로 돌아왔다.

두통이 올 수 있으니 6시간동안 머리를 들지 말라 하셨고 마취 풀리면 소변을 보고 그 담에 물 마셔도 된다 하셨다.

만반의 준비로 가져간 태블릿으로 KT(롤) 경기 보면서 신났다가 기아 야구 보면서 개 빡쳤다가 하니까 6시간이 되었다.


하반신의 감각이 좀 돌아오고 좀 움직일수 있게 되었지만 소변이 마렵진 않아 누워서 시간만 보냈다.

무통주사를 달아주시면서 아프면 누르시고 눌러도 아프면 간호사 호출벨을 누르라 하셨다. 내가 다른건 대충 들어도 이걸 듣길 참 잘했다.


같은 방에 계신분이 껐는지 모르겠는데 입원실 불이 10시 30분에 꺼져버렸다. 요즘 백수라서 나한텐 대낮인 시간인데 말이다.


여튼 어두운 방에서 유투브 보다가 더 이상 볼게 없게 되자 잠을 청했는데 마취가 풀린틈으로 고통이 몰려왔다.

이게 가만히 있으면 좀 불편하긴 하지만 참을만한 고통인데 문제는 똥꼬에 힘들어갈때다. 나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괄약근에

힘을 자주 주는지 몰랐다. 잠들었다가 내가 괄약근 조이는 고통에 깨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나중엔 무통주사 버튼을 반 자동으로

누를 지경이었다. 새벽까지 몇 번을 아픔에 깼는데 새벽에 간호사분이 무통주사는 이미 다들어갔구요 계속 아프시면 진통제 놔드릴게요

라고 해서 영혼을 가져가셔도 좋으니 놔 달라고 했다.


아침에 간호사분이 소변 보셔요 하셔가지고 마침 좀 마려운건가 싶어 화장실을 갔는데 세상에 글쎄 오줌 싸는데 괄약근이 이렇게나 많이

간섭하는지 몰랐다. 오줌 한 번 싸는데 몇 번을 천장을 올려봤는지 모르겠다.


퇴원전 의사 선생님이 똥꼬에 무슨 조치를 해주셔서 집에는 나름 편하게 왔다. 이제는 관리와의 싸움이다.

좌욕도 열심히 하고 주신 약도 잘 먹고 거즈도 잘 붙이고 해야한다.


지금도 사실 아프다. 근데 이 아픔이 괄약근에 자극 갈때 살짝 아프고 만거라 이제 좀 적응 되었다고나 할까?(혹시 M?)









만약 나에게 요놈이 다시 튀어나와 『안녕』한다면 나는 자결 할 것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드렁큰초콜릿
24/08/15 21:33
수정 아이콘
많이 힘드신건 알겠네요..
24/08/15 21:53
수정 아이콘
힘드신 와중에도 재밌게 글 쓰시네요 흐흐
혜정은준은찬아빠
24/08/15 21:54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그냥사람
24/08/15 22:11
수정 아이콘
크크크 생생한 후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평안하시기를
애플프리터
24/08/15 22:29
수정 아이콘
침대에서 돌아누울때도, 갑자기 재채기/기침하거나 오래 앉아있을때도 쉴새없이 움직이더군요. 개인적인 평가는 이두/삼두근보다 더 중요한 근육입니다.
조메론
24/08/15 22:30
수정 아이콘
안녕 크크크
미친 필력이십니다
수술 후 관리 후기도 나중에 꼭꼭 올려주세요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바보처럼
24/08/15 22:30
수정 아이콘
관리 잘 하세요 전 2006년에 한번하고 2020년에 한번 더 했어요 ㅠ 첫번째 수술땐 입원했을때만 아팠고 퇴원하고 나서는 그다지 고생 안했던 것 같은데 두 번짼 정말 고생많이 했어요 ㅠ
24/08/15 23:08
수정 아이콘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고등학생때부터 불편하게 살았는데, 서른넘어서 사당역 근처 ’대항병원‘에서 굿바이 했습니다. 더 빨리 할걸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리한
24/08/15 23:56
수정 아이콘
첫 대변 보실때 고통스럽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ㅠㅠ
저는 한 보름은 칼로 후비는 고통이 찾아와서.. ㅠㅠ
여행가요
24/08/16 00:05
수정 아이콘
유익하군요
캡틴백호랑이
24/08/16 00:06
수정 아이콘
하... 가야하는데... 더 못가겠어요... 가야하는데...
다람쥐룰루
24/08/16 00:14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 심한데 참는분들이 많더라구요
좌욕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고 약산성 세정제로 세척하면 좋습니다.
표면이 약간 볼록헤졌다가 치료된적이 있었는데 그뒤로는 별 이상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중입니다.
Dr.Strange
24/08/16 00:15
수정 아이콘
오늘도 비자발적 야근 크리인데... 잊지말고 의자에서 자주 일어나야겠습니다... 쾌차하시길
24/08/16 03:34
수정 아이콘
[똥매려운 느낌이 들었다.]
지그제프
24/08/16 04:39
수정 아이콘
으악!
평온한 냐옹이
24/08/16 08:36
수정 아이콘
글 재미있게 잘읽고 갑니다.
resgestae
24/08/16 09:18
수정 아이콘
치루는 결정 그런거 없습니다..바로 수술부터 급하게 잡더라고요.
똥고 관리 잘해요 우리....
서지훈'카리스
24/08/16 09:38
수정 아이콘
치질 재수술 했습니다. 조심하세요
24/08/16 14:33
수정 아이콘
유게인줄 알았습니다 크크크 쾌차하시길 빕니다!
자연스러운
24/08/16 17:26
수정 아이콘
왜 아픈걸까요? 안녕하는 친구를 불로 지져놓은건가요? 칼루잘라 놓은건가요?
밀어놓고 재봉틀로 박은건 아닐것같은데
24/08/17 01:34
수정 아이콘
저도 남일 같지 않네요. 몇년전 수술하고 1주간 무통주사 처방 받았었습니다. 관리합시다.
숙성고양이
24/08/18 07:45
수정 아이콘
저도 그 날 이후부터는 항항상 물로 씻고 있습니다
스틱코
24/08/18 11:36
수정 아이콘
재 수술 너무 무섭습니다.......... 제발 평생 [안녕]하는 일이 없기를......
24/08/18 23:15
수정 아이콘
무섭네요 나이먹으니 처음 안녕당했는데 쓰리던데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095 [일반] [잡담] 똥꼬는 얼마나 소중한가.. [24] 언뜻 유재석5656 24/08/15 5656 29
102094 [일반] 월스트리트저널 7.26. 기사 해석 (냉동창고 회사가 24년 최대 IPO를 발행하다) [10] 오후2시5305 24/08/15 5305 4
102093 [일반] [펌] 이스라엘은 어쩌다 히틀러를 찬양하는 극우의 나라가 됐을까 [80] 가라한7999 24/08/15 7999 8
102092 [일반] [서평]《애린 왕자》·《에린 왕자》 - 고전의 옷을 입고 온 살아 있는 사투리 [7] 계층방정3718 24/08/15 3718 6
102091 [일반] 루머: AMD, AGESA 1.2.0.1a를 통해 9700X/9600X TDP를 105W로 상향 조정 예정 [12] SAS Tony Parker 4582 24/08/15 4582 1
102090 [정치] 오늘 kbs1 광복절 기획 독립영화관 편성 영화 [63] 카린9534 24/08/15 9534 0
102089 [일반] 금연 한달째입니다. [33] 지그제프4941 24/08/15 4941 7
102088 [일반] [노스포] 간만의 부활, 박훈정의 마녀 유니버스 <폭군> [17] 빼사스8696 24/08/15 8696 1
102087 [일반] 생후 3일된 쌍둥이 아기와 산모, 이스라엘 폭격에 폭사.. [87] Capernaum9893 24/08/14 9893 7
102086 [일반] 대리운전, 투잡 or 알바로서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소소한 팁 [43] 청운지몽8922 24/08/14 8922 22
102085 [일반] 노스포) 에이리언 로물루스 재밌네요 [40] 아재8171 24/08/14 8171 4
102084 [일반] 페미니스트들이 정말 손가락을 몰래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155] 사부작18617 24/08/14 18617 55
102083 [일반] 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동결인데.. [31] 겨울삼각형10655 24/08/14 10655 0
102082 [정치] 의료대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입니다. 노조 총파업 투표 [94] 소금물14635 24/08/14 14635 0
102081 [일반] 2018년보다 길어질 2024년 폭염 [65] 핑크솔져8529 24/08/14 8529 2
102080 [일반] 실제인지 의문이 드는 웨딩촬영 조공문화.jpg [154] 캬라17261 24/08/13 17261 4
102079 [정치] “친일 한국 정부 덕에”…일 자민당, 사도광산 등재 만족감 [84] 철판닭갈비16479 24/08/13 16479 0
102078 [일반] 수능 영어 전설의 추가보어 사건.jpg [45] 윤석열11336 24/08/13 11336 0
102077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23. 나는용 답(龖)에서 파생된 한자들 [12] 계층방정5020 24/08/13 5020 4
102076 [일반] 지하아이돌을 보러가볼까 [42] 푸른잔향10735 24/08/12 10735 7
102075 [일반] 하츄핑! 사랑의 하츄핑을 보자! [31] ESG11006 24/08/12 11006 7
102074 [정치] 한동훈 “이길 수 있다”던 ‘엘리엇 배상’ 패소 [46] 베라히17100 24/08/11 17100 0
102073 [일반] 고등어가 영어로 무엇일까? [46] pecotek12811 24/08/11 12811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