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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8/06 13:32:10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log.naver.com/lwk1988/223538261680
Subject [일반] [서평]《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 모든 사람이 익힐 수 있는 창의성의 패턴

천장에 바닥까지 드리운 줄 두 개가 매달려 있습니다. 이 두 줄을 이어야 하는데, 두 줄은 한꺼번에 잡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렌치로 이 두 줄을 이을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렌치를 추로 써서 줄 하나에 묶어 흔들어 놓고, 다른 줄을 끌고 와서 흔들리는 줄이 가까이 올 때 이으면 됩니다.

이 방법은 렌치를 원래의 용도가 아니라 추로 쓴다는, 직관적이지 않은 발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떠올리기 꽤나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지나가는 연구원이 줄을 은근히 흔들고 지나가면 학생들은 이 방법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것입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렌치로 줄을 잇는 방법이 그저 '퍼뜩' 떠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단 한 명만이 지나가는 연구원이 힌트를 줬다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심지어 연구원이 일부러 힌트 주려고 줄을 건드린 거라고 해도 학생들은 그게 자신들이 답을 찾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보통 흔히 생각하는 천재적인 영감의 실체를 잘 보여주는 실험이며, 제가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영감은 갑자기, 전혀 맥락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같이 여겨지고 실제로도 많은 매체에서 그렇게 묘사합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이 책,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은 이처럼 사람들이 창의성을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천재들만의 소유물이라고 많이 오해하고 있다면서, 창의성을 훈련하고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원제 《크리에이티브 커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친숙성과 선호도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지나치게 높지도, 지나치게 낮지도 않는 친숙성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아지고 이를 벗어나면 선호도가 낮아지는 종 모양 그래프를 가리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브. 친숙성(familiarity)과 선호도(preference)의 관계를 보여준다.

요렇게 생겼어요.

어떤 아이디어가 창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구간이 왼쪽에서 두번째 구간인 스위트 스폿입니다. 이 책은 이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원리를 체득하고 실천하는 것이 창의성의 원동력이고, 이걸 잘 하는 사람이 천재임을 역설하기에 원제가 《크리에이티브 커브》입니다. 그러나 이 스위트 스폿이 바로 번역 제목인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번역 제목도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 앨런 가넷은 마케팅 분석 회사 트랙메이번의 설립자이자 CEO로, 트랙메이번은 《포천》 선정 500대 기업 등 수백 기업들과 같이 일했고 〈Inc.〉 500이 뽑은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앨런 가넷 역시 〈포브스〉 '세계를 이끄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같이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병적으로 패턴을 찾아내는 데 집중해 게임쇼 출연자들의 패턴을 분석해 출연에 성공한 경험을 시작으로 굴지의 기업들의 마케팅 데이터 해독을 돕고 있습니다.

이런 글쓴이가 어떻게 창의성을 다루는 책을 쓰게 된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마케터들이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는 패턴을 발견했고, 그 원인은 바로 창의성을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어떤 아이디어가 갑자기 의식 위로 떠오르는 '영감의 순간'이 있다고 믿고, 그 영감의 순간을 기다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마케팅뿐만 아니라 창의성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적용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런 '창의력에 관한 영감 이론'은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글쓴이는 이 책으로 그 결론을 알려주고자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프롤로그 성공의 패턴

PART 1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거짓말

01 꿈이 만든 작품

원곡을 찾아서 | 예스터데이로 가는 길

02 거짓말 배우기

사람들이 원하는 것 | 잘못된 패턴 | 최적의 긴장감

03 천재의 탄생 신화

창의성의 역사 | 중세를 찾아서 | 바티칸과 색주가 | 괴물과 사람 | 흰개미들의 IQ

04 재능이란 무엇인가?

그림 그리기 13년 | 전문가로 가는 길 | 예술가의 천국 | 목적을 가지는 것 | 두뇌의 가소성

05 누가 천재인가?

천재 만들기 프로젝트 | 언덕에서

06 크리에이티브 커브

노출된 감정 | 인종차별에 대한 학습 잠재력 | 사랑은 천천히 죽인다 | 색다름이라는 보너스

| 크리에이티브 커브 | 냉혹한 현실 | 적을수록 좋을 때 | 유창해지는 과정 | 비틀스에 감춰진 수학

PART 2 돈이 되는 크리에이티브의 법칙

07 제1 법칙 : 소비

운이 좋은 것일까? | 전진을 위한 발판 | 놀라운 원칙 | 디지털 거물 | 교묘함 | ‘아하!’ 순간의 과학 | 라테아트와 두뇌의 처리 과정 | 기초 세우기

08 제2 법칙 : 모방

신데렐라 공식 | 제약의 기원 | 대중음악의 과학 | 리믹스 컬처 | 프랭클린 메소드 | 현대식 응용

09 제3 법칙 : 창의적 공동체

마스터 티처 |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 | 군집화 | 상충하는 협업자 | 멈추고 협업하고, 들어라 | 모던 뮤즈 | 관점을 향한 경쟁 | 로프트의 놀라운 힘 | 유명 프로모터 | 내부자 vs. 외부자 | 창의적 공동체 | 중요한 여담

10 제4 법칙 : 반복

아이스크림 눈물 | 개념화 | 압축 | 큐레이션 | 피드백 | 영화의 데이터 | 틀 안으로 들어가기 | 위험한 실험 | 대통령의 데이터 | 하이디의 또 다른 직업

에필로그 당신의 패턴

소비와 제약 | 반복, 세계의 창조 | 공동체 | 헤어지는 말

감사의 말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부가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거짓말, 2부가 돈이 되는 크리에이티브의 법칙입니다. 독자가 실천해야 하는 것들은 2부에 집중되어 있지만, 1부를 따로 떼어놓을 정도로 글쓴이는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창의성의 통념을 깨는 데에 공력을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제가 맨 위에 든 실험 예화는 2부에 있는 이야기지만 1부에 옮겨놔도 큰 위화감이 없을 겁니다.

1부는 폴 매카트니의 명곡 〈예스터데이〉 창작 과정부터 시작합니다. 매카트니가 꿈에서 들은 선율이 바로 이 명곡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느닷없이 나타나는 영감이 창의력이 된다는 '창의성에 관한 영감 이론'은 많은 사람들이 창작활동의 위대함을 바라보는 통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스터데이〉는 갑자기 꿈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이미 있는 작품인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의 선율을 발전시킨 것이며 꿈결에 들린 선율을 발전해 노래로 만드는 데에도 20달의 기간이 걸렸습니다.

〈예스터데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명작과 거장들이 이와 같은 오해를 받고 있으며,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이론인 '창의성에 관한 영감 이론'에 매몰되어 실패의 길을 반복하고, 심지어는 아예 창의적인 무엇을 해 보는 것조차 포기하고 있습니다.

창의성이란 색다르면서도 가치 있는 어떤 것을 만드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런 창의성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패턴이 있습니다. 이 패턴은 인간 심리의 모순적인 두 가지 충동에서 비롯합니다. 바로 익숙한 것을 원하면서도 색다른 것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가치 있는 것은 이런 인간 심리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순적인 충동에서 위에서 언급한 종형 곡선, 크리에이티브 커브가 나옵니다. 이 크리에이티브 커브는 수많은 학자들이 언급하고 논문을 남긴 주제이지만, 이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스위트 스폿을 찾는 방법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스위트 스폿을 찾기 위해 창의적인 천재들이 사용한 패턴, 곧 소비 법칙, 모방 법칙, 창작 공동체 법칙, 반복 법칙을 알려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이 천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해, 이런 관념이 그리스 시대, 르네상스 시대, 낭만주의 시대, 우생학 시대를 거치면서 계속 바뀌어 왔음을 알려 줍니다. 즉 지금 우리가 천재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바뀔 수 있는 것이지요. 한때는 천재란 광기의 산물, 인류 진화의 퇴보의 증거로 취급되는 우울한 시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천재가 많이 나오는 유대인은 곧 열등한 민족이라는 딱지가 붙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천재가 나오지 않는 여성 역시 열등한 존재로 취급되는 모순도 있었죠.

또 한때는 IQ가 곧 창의성의 증거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아주 낮지는 않은 IQ만 되어도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 창의성을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이란 무엇일까요? 글쓴이는 조너선 하이스티라는, 이제는 다섯 자리 가격에 작품을 팔 수 있게 된 화가의 성장기를 예시로 듭니다. 8살 이후로는 그림과 발을 끊은 이 사람은 매일 그림을 그릴 것이라 약속하고 이를 그림 커뮤니티에 끊임없이 올렸는데, 덕분에 평범한 사람이 재능 있는 사람으로 탈바꿈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1만 시간의 법칙'을 오해하고 있는데, 이 법칙의 근거가 된 연구 논문을 쓴 에릭슨 교수조차도 이 법칙이 처음 나온 《아웃라이어》가 자기 논문을 오해하고 쓴 책이라고 합니다. 첫째는 그냥 연습이 아니라 자동화되지 않은 '목적이 있는 연습'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전문가들의 목적이 있는 '평균 연습 시간'이 1만 시간인 거지 1만 시간만 연습한다고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피아니스트는 2만 5천 시간은 연습해야 한다고 하네요.

하이스티는 어느 시점에서 기량 향상에 벽을 느끼고, '아틀리에 운동'이라는 특별한 미술 교습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 사우스다코타주로 이주하는 결단을 내리기까지 합니다. 이 아틀리에 운동에서 평균 학생들은 4년간 목적이 있는 연습에 6000 시간을 투입합니다. 하이스티는 본인의 목적이 있는 연습 시간이 약 2만 5천 시간 정도였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이렇게 분야마다 목적이 있는 연습 시간이 다르고,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전문가들이 일일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기 때문에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만, 하이스티는 그런 귀중한 예를 제공해 줍니다.

이런 목적이 있는 연습이 왜 중요한가? 우리 인간의 뇌에서는 매일 1400개 이상의 뇌세포를 새로 만들어내는데, 그 기간에 가장 활동적인 영역으로 세포가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경험이 없다면 이렇게 만들어지는 뇌세포는 아무 보람 없이 죽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재능은 이처럼 목적이 있는 연습이 어릴 적부터 환경과 부모의 피드백을 통해 꾸준히 축적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재능이 쌓이면 천재가 된다는데, 천재란 무엇일까요? 같은 자연선택을 주장한 다윈과 월리스를 비교해 보면, 다윈이 월리스보다 책을 부지런히 썼고, 월리스는 자연선택을 알리기보다 우생학과 싸우는 데 집중하느라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창의성이란 널리 채택되는 창의적 산물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천재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몰입》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미하이 착센트미하이 교수는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란 호칭을 얻는지를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영역, 장, 개인. 글쓴이는 앞의 두 개를 소재, 문지기라고 바꿔 부릅니다. 첫째 요소는 표준 규범이자 관습이며 과거의 창의적 산물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형식적인 소재에 속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요소는 창의적인 것과 아닌 것을 판단합니다. 셋째 요소인 개인은 기교뿐만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를 팔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창의적인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춘다고 해서 또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창작품이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야 합니다. 언제요? 바로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스위트 스폿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인간의 뇌에는 서로 다른 보상 체계가 있습니다. 하나는 안와전두피질에 있는 접근 반사 기능과 회피 반사 기능입니다. 처음 접하는 것은 회피하지만, 반복적으로 접하면 회피가 줄어듭니다. 이는 회피 반사 기능이 단순노출효과로 인해 줄어들기 때문인데, 그러나 접근 반사 기능에는 별 영향이 없었습니다. 즉 사람은 친숙한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요소는 도파민입니다. 색다른 것은 중뇌에서 동기를 활성화하고 도파민을 방출시키지만, 반복해서 접하면 도파민 방출량이 줄어들어 동기 활성화가 약해집니다.

이렇게 회피 반사 기능과 중뇌의 동기 활성화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뇌 반응 때문에 색다른 것에 자극을 받으면서 친숙한 것을 찾게 됩니다. 이 상반된 동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 커브가 나타납니다. 이는 개인의 선호도일 뿐만 아니라 대중의 선호도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이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거쳐, 크나큰 인기를 끌다가 진부해지고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인 어떤 것을 만들고자 지나치게 낮은 친숙성을 고르다가 실패를 겪습니다.

그 예가 초기 페이스북의 경쟁자인 캠퍼스네트워크인데, 페이스북보다 더 다양한 기능이 있었으나 그것이 지나치게 당시 인터넷의 인간관계와는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기능적으로 열등한 페이스북은 오히려 그 열등한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친숙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고, 캠퍼스네트워크의 다양한 기능은 페이스북에 점차 들어가면서 사람들의 잠재적인 반발심을 자극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잘 활용한 거장이 바로 비틀스입니다. 비틀스는 시타 등 실험적인 시도와 소리를 선보이고 청중들의 반응이 좋으면 횟수를 천천히 늘려나가다가 너무 많아졌다 싶으면 바로 버렸습니다. 그래서 비틀스의 음악 전체도 팝 기반인 1기, 실험적인 2기, 다시 팝으로 돌아온 3기로 나눌 수 있게 됩니다. 즉, 비틀스는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잘 쓸 줄 알았기에 거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비틀스와 페이스북은 이런 시기를 맞출 수 있었을까요? 글쓴이는 수많은 분야의 거장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상업적 성공에 최적화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패턴을 찾아냈습니다. 그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소비, 모방, 창작 공동체, 반복입니다.

제1법칙은 소비입니다. 로버트 배런 교수가 찾아낸 결과, 기업가들이 기회를 발굴해나가는 과정은 패턴 인식으로 행해집니다. 패턴 인식의 첫째 모델은 어떤 것의 기본적 속성을 추상화한 프로토타입이고, 둘째 모델은 대표사례입니다. 경험을 쌓아나갈수록 이 패턴 인식이 발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 아이디어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패턴 인식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의도적인 소비를 통해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최고책임자 테드 사란도스는 전문대생일 때부터 수많은 영화 비디오를 보고 자신이 단골로 다니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맞춤형 영화를 추천하기 시작했는데, 지금 본인이 넷플릭스에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하는 일을 일찍부터 소비를 통해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테드뿐만 아니라 잘나가는 화가, 요리사, 작곡가 등도 소비에 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쓴이는 20% 법칙을 제시합니다.

깨어 있는 시간의 20%를 자신의 창작 분야에 속한 자료에 소비한다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어떤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친숙한지, 즉 그것이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어디쯤에 해당하는 것인지를 직관적으로 전문가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지음, 이경남 옮김 -

이런 20%의 소비는 위에서 설명한 예화와 같은, 번뜩이는 '아하!'의 순간이 떠오를 수 있게 하는 수많은 힌트를 제공합니다. 뇌의 활동을 측정해 보면, 실은 '아하!' 순간이 올 때에는 우뇌가 열심히 일하고 있을 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좌뇌가 논리적으로 정보를 처리한다면 우뇌는 연상과 비유로 정보를 처리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뇌의 정보 처리 과정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좌뇌가 쉬고 있는 샤워 중 같은 때나, 조합, 힌트 등을 통해 우뇌의 정답이 우리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됩니다. 20%의 소비는 이런 우뇌가 사용할 수 있는 연상과 비유의 공간을 넓혀 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수많은 시간을 들어 컨텐츠를 소모하고 있음에도 창의적인 것을 만들지 못하잖아요?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모방이 필요합니다.

《제5도살장》 등의 역작을 남긴 소설가 커트 보니것의 석사 논문은 모든 이야기를 긍정적·부정적 감정과 시간의 그래프로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곤경에 빠진 남자'(행운 - 불운 - 행운), '남자, 여자를 만나다'(중립 - 행운 - 불운 - 행운), '신데렐라 이야기'(불운 - 행운 - 불운 - 지고의 행복), '프란츠 카프카 이야기'(불운 - 극단의 불행) 네 가지지요. 나중에 정교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 이야기를 도표로 나타낸 결과, 두 가지의 새로운 스토리 유형을 찾아냈을 뿐, 보니것의 유형론이 옳았음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보니것이 말한 대로 '곤경에 빠진 남자'가 가장 인기 있는 유형임도 발견했습니다. 어째서 이런 정해진 패턴이 있는 것일까요? 이런 정해진 패턴은 TV의 광고 관습에 영향을 받는 TV 드라마 등 외부의 영향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재미있게도 창작자들은 이런 제약을 즐기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제약은 오히려 창작자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런 제약은 창작자가 친숙함과 참신함 사이의 균형점인 스위트 스폿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항상 제약을 의식하고 창작을 하면, 스위트 스폿을 찾는 체계적인 방법을 창작자가 익힐 수 있게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제약은 창작가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색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창작가에게 자유를 준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지음, 이경남 옮김 -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자민 프랭클린도 젊었을 때에는 자신의 형편없는 글솜씨를 부끄럽게 여기고, 수준 높은 글을 읽고 기사를 모방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모방한 결과물을 뒤섞어서 가장 세련된 글로 만드는 훈련을 했습니다. 글쓴이는 이렇게 청중이나 독자들에게 먹힐 친숙성과 색다름을 훈련시키는 '프랭클린 메소드'를 모든 창작자들이 본받아야 할 문화유산이라고까지 격찬합니다.

소킨과 프랭클린이 그랬듯 이러한 패턴들은 ‘모방’이라는 방법으로 가장 잘 습득할 수 있다. 존경하는 사람을 따라 하고 그들이 이룩했던 성공사례들을 다시 구축할 수 있다면,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정확한 지점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패턴을 흡수하는 데 한걸음 가까이 갈 수 있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지음, 이경남 옮김 -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창의적 공동체입니다.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존재는 없습니다. 독불장군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조차도 수천 명의 사람을 고용해서 함께 일합니다. 수많은 연구 결과에서 창의성은 주변 사람들과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창의적 공동체에는 네 가지 유형의 인물이 필요합니다. 마스터 티처, 상충하는 협업자, 모던 뮤즈, 유명 프로모터.

마스터 티처는 제약을 가르치고 의식적인 훈련으로 제자들을 돕습니다. 대단한 업적을 이룩한 사람의 삶을 살펴 보면 이런 마스터 티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스터 티처를 만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창의적인 군집이 있는 곳으로 이주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스승을 열심히 찾아 질문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기를 좋아합니다.

상충하는 협업자는 결함을 찾아내고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입니다. 의외로 손발이 너무 잘 맞는 사람은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마찰이 일어나더라도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기보다는 경합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줍니다. 재능이 밀집한 공간은 마스터 티처를 만나기 좋을 뿐만 아니라 상충하는 협업자를 찾기에도 좋은 환경입니다.

모던 뮤즈는 협업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그리고 창작자의 삶이 순탄하지 못한 역경을 지나갈 때 강력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훌륭한 모던 뮤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살 수 있게 시에서 대여해 준 로프트 같은 공간이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유명 프로모터는 창의적인 작품이 인정받을 수 있게 해 주는 인물로, 이제 갓 데뷔한 창작자를 기꺼이 두둔해줄 신뢰도와 권위 있는 인물입니다. 흔히 노벨 수상자들이 20대에 일반적인 학자보다 더 많은 논문을 낸 것을 수상자 본인들이 뛰어났단 증거로 인식하는데, 인터뷰를 해 본 결과는 뜻밖에도 그들의 멘토들이 자신의 공적을 그들에게 나눠준 결과였습니다. 즉 그들은 일찍부터 좋은 프로모터를 만난 것이지요. 이런 신인들은 프로모터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창작에 가장 이상적인 팀은 유명 프로모터도 신인도 아닌 그 중간급의 플레이어들이 모인 팀이지만, 유명 프로모터와 신인이 섞인 팀도 중간급 플레이어 팀과 같은 이득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잡지 표지에 실린 유명 기업가나 배우, 음악가 혹은 시인을 보면 외로운 ‘창의력에 관한 영감 이론’에 다시 한번 솔깃해지기 쉽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만나본 거장들은 히트작을 내기 위한 그들의 여정에서 자신에게 꾸준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창의적 공동체’를 구축했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지음, 이경남 옮김 -

안타까운 점은 이런 창의적 공동체가 대부분 백인 남성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여성과 소수 인종 등은 이런 창의적 공동체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창의적 작품을 만들기에 처음부터 불리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데다 할당제를 편다면 소수자들은 창의적이지 못한 작품밖에 못 만든다는 편견을 강화할 것입니다.

마지막 과정이 반복입니다. 아이스크림 회사 벤앤제리스는 해마다 6~12개의 메뉴를 만들어 내는데, 메뉴 하나를 개발하는 데에 18~24개월이 걸립니다. 즉 2년 후의 소비자 성향까지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개념화, 압축, 큐레이션, 피드백을 거칩니다.

개념화에서는 수많은 제약을 고려해서 폭넓은 아이디어를 생산해 냅니다.

압축에서는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선택의 폭을 좁힙니다.

큐레이션에서는 직접 먹어봅니다.

피드백에서는 팬들의 반응을 받아 메뉴를 도입할지, 이미 있는 메뉴를 퇴출할지 결정합니다.

이렇게 메뉴가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창작 과정의 핵심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브에서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마지막은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입니다.

글쓴이는 밴앤제리스의 개념화, 압축, 큐레이션, 피드백 4단계가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데이터를 이용한 반복 과정이기도 합니다. 영화 흥행, 대통령 선거 등을 예측하는 데 쓰인 데이터 분석 기법은 이제는 저렴한 가격, 심지어 무료로도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청중에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야말로 청중이 좋아할 만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고, 창의적인 창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기반의 반복적 과정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다듬는 것은 창작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법칙이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지음, 이경남 옮김 -

에필로그는 J. K. 롤링의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흔히 롤링 역시 갑자기 떠오른 영감 이론의 예로 생각되지만, 롤링 역시 어렸을 적 닥치는 대로 소설을 읽고, 5년간 창의적인 반복의 노력을 쏟아부었고, 훌륭한 프로모터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글쓴이는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마스터하는 것은 성공의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창작가들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스위트 스폿을 때리는 영화나 소설, 음악, 음식, 그림, 장비, 회사를 창조하는 일정한 행동 패턴을 따랐다. 그들은 거침없는 소비를 통해 친숙하지만 ‘과도하게 친숙하지는 않은’ 생각으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갑작스러운 영감의 순간을 위한 씨를 뿌렸다. 그들은 모방을 통해 그들 분야에 필요한 제약과 공식을 터득했고, 정확히 필요한 만큼의 색다름을 적용하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공동체를 만듦으로써 자신의 기술을 다듬고 자극을 받으며 자신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줄 협력자들을 찾아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타이밍을 알고 반복 과정에 몰두함으로써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이용하여 작품을 개선하고, 친숙성과 색다름의 이상적인 배합을 만들어냈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지음, 이경남 옮김 -

그러나 그것을 얼마나 빨리 마스터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사실 창작에서의 성공은 배고픈 예술가이든 광고회사의 대표이든 얼마든지 배워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저 밖에 어딘가 패턴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찾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사실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마스터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지음, 이경남 옮김 -

어쩌면 이런 패턴을 빨리 익힐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천재인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서 글쓴이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로 마칩니다.

잠재된 창의성에는 셀 수 없는 시간과 나날, 몇 해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은 더 이상 신비의 영역이 아니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지음, 이경남 옮김 -

대학원생 생활을 지내면서 여러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연구실 관리에는 반쯤 손을 놓아두고 학생들에게 논문을 내라고 닦달을 한다고 하기도 하던가요. 그러나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논문을 많이 낼 수 있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이 책에 따르면 자신의 성과를 나누는 유명 프로모터로는 이상적인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개인적인 연구 능력을 교수님들이 폄하하거나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학계에서 학생을 신뢰하고 후원하는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 되겠습니다. 이상적인 교수님이라고 하면 프로모터뿐만 아니라 마스터 티처로서도 우수한 교수님이시겠지만요.

그리고 이상적인 연구실이라면 마스터 티처, 유명 프로모터뿐만 아니라 상충하는 협업자나 모던 뮤즈와 같은 동료들이 있는 연구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학자는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고 나서는 학자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직종에 종사한다면 외로움을 찾는 게 아니라 공동체와 협력을 중시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약과 모방은 제가 창의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흔히 클래식은 틀에 박혀 있고 대중음악은 자유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클래식 피아노를 취미로 연주하다 보니 느끼는 점은 대중음악이 클래식보다 더 틀에 박혀 있고 제약도 많다는 것입니다. 벌스 - 코러스 - 브리지 배치의 제약, 4/4박자, 빡빡한 제한 시간, 코드 진행의 제약 등등.

오히려 이런 수많은 제약 때문에 대중음악 작곡가들이 더 높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음악사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클래식이 너무 고이고 고이다 보니 지나치게 실험적으로 가다가 극 고인물, 아니지 석유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크리에이티브 커브로 따지면 너무 지나치게 친숙성이 낮은 것들만 만들어내는 현상이지요. 바흐, 베토벤, 쇼팽 등등도 당시로 따지면 너무 실험적인 작곡가 아니었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긴 하지만, 클래식이 대중음악에 비하면 너무 제약이 많이 풀려버려서 창의성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편 유명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생각해보면, 스타크래프트는 블리자드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맵이 있었지만 좁은 입구와 2개의 기지 자리를 제공하는 로스트 템플 형태의 맵이 프로 대회의 기본으로 자리잡았고, 리그 오브 레전드는 맵 스타일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맵 자체가 고정이고 게임 방식도 EU 스타일로 고착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제약이 플레이어의 창의성과 게임의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이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원히 인기가 지속되는 창의적 아이디어란 없으니, 게임의 수명을 늘리려면 패치가 곧 필수이긴 하지만요.

마지막으로는 창의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노력과 연습의 산물이며 사회적 현상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소비, 목적 있는 연습, 창의적 공동체, 반복이라는 패턴을 제시합니다. 이 패턴은 왕도가 아니며 지름길도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할 수 있는 길도 아닙니다. 그러나 성공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고 글쓴이는 확신합니다. 천재는 외로운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다. 결국 창의성은 개인과 사회의 상호 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것과 같은, 창의성을 낳는 상호 작용의 방법을 실천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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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때까치
24/08/06 13:54
수정 아이콘
다 좋은 말이고 끄덕끄덕 하면서 읽다가 우뇌 좌뇌 나오는 순간..... 아 사짜였나.......... 하는 실망감이 드네요.
계층방정
24/08/06 14:26
수정 아이콘
글쓴이도 좌뇌 우뇌 개념이 식상하다는 건 인정하는데, 창의적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려면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 때와 갑자기 '아하!' 하고 답을 떠올릴 때의 뇌 반응 차이를 보면, '아하!' 순간에서는 뇌의 오른쪽 반구가 활성화되는 신호가 나왔다고 하거든요.
안군시대
24/08/06 14:55
수정 아이콘
좋은 내용이네요. 좋은 내용을 오히려 제목이 가리고 있지는 않은가 싶을 정도로요.
제가 대학생때 과외하던 학생들에게 했던 이야기와가 떠오르네요. 머리는 명석한 편인데 성적이 도무지 오르지 않는 학생들을 보면, 자기만의 독창적인 공부법이 있다고 믿고 있다던지, 기존의 암기위주 학습법은 잘못됐고,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던지 등등의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었거든요. 오히려 그런 태도가 발전을 가로막기도 하죠.
계층방정
24/08/06 20:19
수정 아이콘
좋은 지적이네요. 이 책이 마케팅 기업가가 쓴 책이고 분류도 경영으로 되어 있어서 기업 종사자들을 예상 독자로 보고 제목을 저렇게 정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지나치게 독창적인 길을 찾겠다는 태도가 오히려 창의성에 해로울 수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짐바르도
24/08/06 20:47
수정 아이콘
반 정도 읽다가 반납한 책이라 리뷰 적을 건 없지만 저자가 한국어 편집자 꿀밤 때려도 무죄...
계층방정
24/08/06 21:22
수정 아이콘
안군시대님의 말씀대로 번역 제목이 문제일까요.
24/08/06 22:4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정운 박사가 말씀하신것에 공감합니다.

“창조는 편집이다.”

하늘에서 어떤 영감이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머리 속에 들어와 있는 수많은 지식들 중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려면 일단 머리 속에 많이 집어 넣어야 합니다.(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책을 적게 읽은 사람은 거의 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선배들의 좋은 면들을 모방하려고 노력해야겠죠.

좋은 아이디어는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쉽게 떠오른다는 느낌이 든다면 정말 좋은 아이디어 인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장기간 꾸준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계층방정
24/08/07 07:45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창조에 대해 이 책과 비슷한 통찰을 이미 보여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미 머리 속에 들어와 있는 수많은 지식들'의 가치가 크고요. 그리고 우리의 무의식 중에서는 그런 수많은 지식들을 가지고 비유와 연상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빠는외계인
24/08/06 23:15
수정 아이콘
원제가 크리에이티브 커브인가요? 진짜 한국어판 제목만 봤을때 환멸스럽네요. 출판사의 독단적인 잘못이든, 이래야만 책이 팔리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든지 간에 부정적인 감정이 팍 올라와요. 물론 누군가는 대중에게 받아들여질수 있는 가치를 창출해야 하고 그걸 최대한 활용해야할 필요도 있겠지만 모든걸 돈으로만 환원시키려는 분위기가 너무나 싫습니다
계층방정
24/08/07 08: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책 중에 “이 책은 마케팅 서적도 아니고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이 책은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대단한 성공을 낳는 패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침서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말씀하신 대로 지나치게 돈에 모든 것을 초점을 맞추는 책 제목이 된 것이 아쉽게 느껴지네요. 저는 보통 독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말씀하신 것도 그렇고 여러 댓글들을 보니 너무 황금만능주의적인 번역 제목인 것 같아요. 원제는 《크리에이티브 커브: 적시에 적절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방법》(The Creative Curve: How to Develop the Right Idea at the Right Time)입니다. 저 원제를 어떻게 번역할까 검색하다 보니 이런 책 리뷰도 있는데 이 리뷰도 번역 제목은 여지없이 비판하는군요. https://inuit.co.kr/2420

그리고 이 리뷰에서는 《히트 메이커스》라는 책을 언급하면서 이 책은 내용 면에서 히트 메이커스의 후속작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두 책의 글쓴이는 서로 상관 없는 다른 사람입니다) 히트 메이커스라는 책에도 흥미가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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