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도 막 에어프라이기 바스켓 식세기에 돌리고 감탄하며 쓰는 글입니다.


뜬금없이 (의류)건조기랑 식기세척기에 꽂혀서 당근에서 업어왔습니다. 사실 건조기야 명불허전이라 더 말할 필요조차 없으니 패스.

식기세척기는 사실 꽂혔다가 머리가 좀 식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별로 필요가 없지 않나?' 싶었습니다. 1인 가구라 설거지 양이 별로 많지 않으니까요. 단지 제가 설거지를 매우매우매우 싫어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굳이 돈 쓰고 공간 차지하는 식기세척기를 둘 필요까지는 없겠다고 결론 내린 순간... 당근에서 6인용 무료나눔 뜨길래 바로 주워왔습니다. 무료나눔은 못참지 크크.


그리고 대략 2주간 써 본 감상은... ['와 이거 물건이네']

식기세척기는 단순히 현재의 설거지만 줄여주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설거지 부담을 없앰으로써 뒷처리 고민 없이 그릇, 도마, 조리도구 등을 마구마구 쓸 수 있게 해서 더 자유롭게 요리하고 챙겨먹을 수 있게 만드는 물건이었습니다.

자취러라면 아시다시피 설거지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행동을 제약하는 디버프입니다. 대파 하나만 썰어넣을까 싶더라도 도마랑 칼 설거지 생각에 그냥 스킵하고, 반찬통에서 반찬 조금만 꺼내려다가도 꺼내는 젓가락, 담는 반찬그릇 씻을 생각에 안먹고 맙니다. 도마를 쓸 때도 썰어 놓고 종류 별로 바로 바로 다른 그릇에 옮겨 놓는 게 편한데 설거짓거리 줄이겠답시고 불편하게 도마 한구석에 밀어놓고... 파스타도 팬에 볶는 거 생략하고 걍 냄비 째로 물 버리고 소스 부어버린다든지... 아니 이런 걸 넘어 아예 음식 자체를 포기하고 걍 라면만 끓여먹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하지만 냄비 째로...

디버프가 풀리니 아예 행동패턴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설거지 걱정 때문에 못하던 디테일에 더 신경 쓰고 조리 효율 자체도 높아졌습니다. 당연하지만 요리, 식사도 템빨이라 도구를 많이 쓰면 쓸수록 더 편하기에...

솔직히 별 기대 안했는데 만족도가 정말 높아서 놀랐습니다. 단순히 고통의 절감 자체는 건조기가 훨씬 높긴 한데, 생활의 변화는 오히려 식기세척기가 더 높은 느낌이랄까요? 괜히 로청과 함께 삼신기라 불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참고로 식기세척기는 3인용, 6인용, 12인용이 있는데 무조건 거거익선입니다. 저도 1인 가구라 3인용 고민했는데 의미 없는 고민이었습니다. 가능한 큰 거 사세요. 식기 자체 양은 적을지 몰라도 작은 건 커다란 후라이팬, 냄비가 안들어갑니다. 어차피 작은 접시나 그릇은 손으로 설거지하는 게 더 빠릅니다. 식기세척기의 진가는 손으로 설거지 하기 귀찮은 커다란 후라이팬, 냄비 등을 대신 세척해주는 것에 있습니다. 최소 6인용은 돼야 28cm 후라이팬이 들어가요. 그거 따로 설거지 할 바엔 안사는 게 맞음... 클 수록 다양한 걸 넣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6인용만 해도 후라이팬, 냄비 좀 썼다 싶으면 한 끼 돌리기에 적당한 크기기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식사 후 그릇부터 에어프라이어 바스켓, 브리타 물통까지 넣어서 식세기 돌려버리는데 자잘한 관리 스트레스가 줄어서 좋습니다. 굳이 바삭함 떨어지게 종이호일 왜 깜? 어차피 식세기 이모님이 다 해주시는데...

무설치형과 설치형이 있는데 가능하면 설치형을 삽시다. 그릇 적재하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게 끝나는 마법. 무설치는 일일이 물 떠다 넣어야하는 게 번거로운데다가 제품 선택지도 거의 없습니다. 자타공인 똥손인 저도 연결 가능할 정도니 모두 가능하실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식기세척기 사십쇼! 체질이라는게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