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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06 03:38:52
Name 저퀴
Subject [기타] 다키스트 던전 리뷰

최근 열린 GDC 2015에서도 다뤄진 내용으로 킥스타터와 얼리 억세스(유저가 개발 중인 게임을 구매해서 개발비를 충당하는 방식입니다.)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둘 다 제대로 된 완성작이 나오는 경우가 절반이라는 이야기였죠.

완성되지 않은 게임에 유저들의 후원으로 원하는 작품을 완성한다는 목표는 이상적이었습니다만, 심한 사례는 개발비를 얻자마자 개발을 중단하는 사기 행각까지 나왔으니까요. 킥스타터조차 조금이 목표 이상으로 모아졌어도, 계획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사례가 있었고요. 그러니 요즘 유저들이 이 둘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다만 이 작품만은 달리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 게임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개발사의 홍보 영상입니다.


1. 신선한 배경

어느 가문의 주인이 저택의 지하를 발굴했더니 그 곳이 엄청난 괴물이 잠들어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가문의 주인공이 찾아와서 이 던전을 계속 탐사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흡사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캐릭터 중에서도 오컬트 학자나 성직자가, 괴물 중에서는 이교도가 보여서 독특한 분위기를 내죠. 처음 나오는 인트로만 봐도 대놓고 크툴루 신화를 채용한 느낌도 들고요.

또 게임 내적으로는 단순하게 던전 탐험만 채용된 작품이 아니라, 흡사 엑스컴처럼 본진이 될 마을을 운영해야 하는 전략적인 요소까지 겸했습니다. 그래서 기존 비슷한 장르의 작품보다 훨씬 파고들 여지가 많습니다. 엑스컴 같은 작품을 해보셨다면 꽤 비슷하다고 느끼게 되실 겁니다.


2. 던전 탐험

다키스트 던전은 전형적인 '로그라이크' 장르에 속합니다. 탐험을 해야 하고, 끊임 없이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 내 선택을 돌이킬 수 없는 전형적인 작품이죠. 그리고 이런 장르의 핵심 요소들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식량도 챙겨야 하고, 던전의 함정이나 아이템을 찾아내야 하는 부분이 대표적이죠. 그리고 전투가 가장 중요하겠죠.

그 전투는 깊이 있는 편입니다. 여러 종류의 모험가들을 모아서 파티를 짜야 하는데, 각각의 모험가는 장점과 단점이 다르거든요. 단순하게 방어나 공격에 특화된 부분부터 시작해서, 어떤 괴물에게 강한가, 혹은 탐험 중에 어떤 능력으로 아군에게 도움이 되는가까지 따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치 시스템이 핵심적입니다. 아군과 적이 총 8명까지 나란히 서는 턴제 게임이지만, 마치 SRPG처럼 위치에 따라서 행동에 제약이 생깁니다. 어떤 공격은 맨 뒤의 적에게도 쓸 수 있고, 어떤 행동은 맨 앞에 서야 할 수 있게 해놨죠. 거기다가 전투 중에서 수시로 대열이 바뀌게 되는 변수까지 생기는 등, 간단한 턴제 전투보다 훨씬 생각할 부분이 많습니다.

또 다키스트 던전은 전투만 훌륭한 게 아닙니다. 게임의 핵심인 스트레스 시스템이 있습니다. 계속 탐험을 하다 보면 캐릭터들의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고, 이걸 해소시켜줘야 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흡사 피로도 같은 개념과 유사해 보이지만, 게임의 배경을 살려서 아주 잘 갖춰진 부분입니다. 대항할 수 없을 듯한 괴물과 맞서 싸우는 게 배경이니까요.

스트레스 시스템의 절정은 제대로 스트레스 관리가 되지 않은 캐릭터는 잘 육성해봤자 능력치가 엉망인 캐릭터가 되버리는 등, 게임을 깊이 있게 만듭니다. 그래서 보통의 작품들이 어떻게든 고비만 넘겨서 육성만 시키면 난이도가 내려가는 데 비해서, 다키스트 던전은 그 반대가 될 지경입니다.

물론 이런 요소만 잔뜩 들어간 작품이 취향에 따라서 정말 재미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반대로 정말 하기 어려운 작품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다키스트 던전도 이걸 희석시키기 위한 방법도 마련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캐릭터 육성은 직접 선택지를 고르지 않게 해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도록 했습니다. 그저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싸우고 탐험할지만 생각하면 되게 했습니다. 아주 좋은 결정이죠.


3. 세련된 완성도

보통 게임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가 다 돈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리고 개발비가 적은 작품일수록 좀 더 효율적인 완성을 위해서 포기하는 부분이 듣는 부분, 즉 나레이션이나 음악입니다. 사실 없어도 플레이에는 큰 지장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다키스트 던전은 이 부분에서도 훌륭합니다. 우울한 나레이션만으로도 게임의 분위기를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음악도 60달러짜리 거대 자본이 들어간 게임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조화를 이룹니다. 작년에 나온 차일드 오브 라이트나 배너 사가 같은 작품조차 이런 부분은 취약했는데, 다키스트 던전은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인터페이스 면에서도 꽤 좋았습니다. 모바일 출시도 고려하고 있는 작품인데도 괜찮습니다. 보통 모바일과 병행해서 출시하는 작품의 인터페이스는 PC로는 부족함이 있고, 모바일로는 복잡함이 생길 우려가 있는데, 다키스트 던전은 전반적으로 쾌적합니다. 특히 최근 나온 작품 중에서 '디스 워 오브 마인' 같은 작품이 모든 행동을 마우스로만 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비해서, 키보드 사용까지 적절히 지원하고 있고요.


4. 문제점?

굳이 문제점을 뽑자면 언어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RPG고, 요즘 이 장르에서 한국어가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된다고 굳이 지목하냐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스트레스 시스템을 내세운 게임이다 보니, 생소한 단어가 많이 나와서 그렇습니다. 당장 검색해서 무슨 뜻인지 찾아봐야 할 정도니까요. 다만 이걸 게임의 단점이라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투 시스템부터 전반적으로 적응하는 데 시간이 요구됩니다. 그에 비해서 튜토리얼이 '아주 약간'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글로 써서 보여주는 정도라서 잘 짜여진 튜토리얼들에 비교하면 크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진 않게 됩니다. 더욱이 이 작품은 익혀야 할 요소들이 좀 있기도 하고요.


5. 총평

솔직히 말해서 문제점이라 적은 부분을 문제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들, 무시하고 넘어간 부분들을 다 따져봐서 단점을 지목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게 60달러짜리 거대 자본이 들어간 작품도 아니고, 그 정도의 지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이 작품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품입니다. 어느샌가 그 부분들은 전부 고쳐질 수도 있을 겁니다. 다시 언급합니다만, 이 작품은 고작 20달러에 불과합니다. 한화로 계산해도 2만원이 조금 넘습니다. 국내에 정식 출시되는 어지간한 모든 장르의 게임보다 더 저렴합니다. 그리고 추가 지불 없이 앞으로 계속 더 작품은 발전될 겁니다.

제 기준에선 그저 호평만 하고 싶은 작품이었네요. 로그라이크류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에게도 추천하고 싶고, 최근에 유저끼리 한국어 패치도 제작한다고 하니 기대하셔도 될 겁니다. 거기다가 아직은 PC만 있습니다만, 앞으로 모바일 출시도 예정된 작품이니 모바일 유저 분들도 기대하셔도 좋을 작품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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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06 09:17
수정 아이콘
오 좋아하는 스타일이네요~
근데 현재완성도는 어느정돈가요?? 이게임도 나중에 능력자분들이 번역해주시면 더 재밌게할수있을듯...
15/03/06 09:25
수정 아이콘
다소 버그가 보이고, 밸런싱 면에서 좀 더 피드백을 받아서 고쳐야 한다는 점을 빼고는 대부분은 완성된 작품입니다. 정식 출시 때까지 남은 건 추가 던전과 몬스터 그리고 캐릭터 클래스 정도 밖에 없고요.
첫걸음
15/03/06 09:55
수정 아이콘
오 재밌어 보이네요 얼리엑세스에서 구입하면 되나요? 로크라이크류는 죽을때 마다 슬퍼지긴 하지만 한번 해봐야겠네요
피로링
15/03/06 11:46
수정 아이콘
이 게임 신의 한수는 나레이터 성우 기용입니다. 목소리가 진짜 쩔죠 (개인적으로는 다른 부분은 한글이 그다지 필요없는데 나레이션 부분만은 따로 자막을 넣어서 한글패치가 가능하도록 해줬으면 좋겠습니다.)...얼리억세스임에도 불구하고 의욕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서 이쪽계열에서는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뽑아도 될듯합니다. 이런류 게임이 다 그렇듯이 스트레스를 주는게임이라 호불호가 갈릴게임이긴 한데, 로그라이크적 완성도는 높습니다.
인생은서른부터
15/03/06 15:16
수정 아이콘
이 게임의 진정한 묘미는
가끔씩 튜토리얼 중 생기는 전사자인걸로..
닷지..크리티컬!...닷지...크리티컬!
15/03/06 15:47
수정 아이콘
캐릭터의 스트레스를 깎기위해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를 올린다 !!
15/03/06 16:51
수정 아이콘
스트레스 받아서 멘붕온거 보는게 꿀잼
길바닥
15/03/06 20:40
수정 아이콘
다음팟에서 까막이 몇일 하는걸 봤는데.. 굉장히 흥미있게 봤던 게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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