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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02 10:02:04
Name 말랑
Subject [기타] 마도물어 이야기
피지알에 글을 깨작거리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가장 남기고 싶었던 것

너는 언제 게임을 처음 했느냐 하면 유치원때 사촌형이랑 뿌요뿌요를 했다 할 것이며

너는 왜 게임을 좋아하게 됬느냐 하면 초등학교 5학년때 뿌요뿌요 2를 했기 때문이다 할 것이며

너는 왜 캐릭터에 애정을 주는 덕후가 되었느냐 하면 중학교때 디스크 스테이션 1호를 샀기 때문이다 할 것이며

너는 언제 e-sports를 경험했느냐 하면 바로 그 뿌요뿌요 대회를 본 것이다 할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 글은 제가 예전에 써던 글처럼 남들과 추억을 공유하거나 하는 글은 아닙니다.

마도물어가 그 정도의 게임은 아니었으니까요.

한밤에도 선풍기를 약풍으로 틀어야 하는 이 답답한 방구석에서 시원한 치맥을 사먹는 행위와 비슷합니다.

스스로 마도물어의 세계라는 중2병에 취해 쓰는, 취화선의 장승업의 환치기와 같다고 보시면 옳습니다.




마도물어의 발매

컴파일은 여느 때처럼 게임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당시 스타워즈를 감명깊게 본 제작진은 9부작의 거대 판타지 RPG를 기획합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당시의 RPG 유행처럼 없었지만, 제작자들의 애정은 각별했으며 해달이라는 애칭으로 불렀습니다.
당시 자신들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연령층을 감안하여 16세 여자로 설정하였습니다.
1/2/3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스타워즈에 취해 있던 컴파일은 2편부터 자신들의 게임 발매 창구였던 디스크스테이션을 통해 발매합니다.
이후 세가새턴판 마도물어가 발매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동안 유지된 마도물어라는 게임의 프레임은 이미 이 때 완성되었습니다.

첫째는 수치 대신 캐릭터의 표정변화와 음악으로 체력이나 마력, 상태이상 등을 표현하는 퍼지 파라미터 시스템
둘째는 자신이 지나친 곳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상시 확인 가능한 오토매핑 시스템
셋째는 모든 캐릭터에 음성을 입힌 매지컬 보이스 시스템

컴파일은 자신들이 최초로 만든 것도 아닌 이런 시스템을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처럼 만들었습니다. 우선 당시 기종이었던 MSX의 능력을 당시 기준으로 최대한 활용한 음성 퀄리티 때문이었으며, 이후 고집스럽게 그 시스템을 유지한 때문이었습니다.



뿌요뿌요의 등장

마도물어의 캐릭터를 이용해서 컴파일은 뿌요뿌요라는 퍼즐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이 때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만, 발매된 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시리즈를 넘어 낙하형 대전퍼즐이라는 장르의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뿌요뿌요 2가 일본을 강타하면서 마도물어와의 관계에 반전이 일어납니다. 뿌요뿌요 이후 컴파일은 이전에 만들었던 마도물어를 리메이크하면서, 뿌요뿌요의 즐겁고 가벼운 분위기를 마도물어에도 주입하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컴파일이 전성기에 접어들고 디스크스테이션이 활성화되면서 '뿌요뿌요'의 캐릭터들이 게임에 침투합니다. 대마도전략물어라던가 뿌요만유기, 키키모라 청소대작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것들은 마도물어 제작진이 제작하는 게임도, 뿌요뿌요 제작진이 제작하는 게임도 아니었던 탓에 마도물어도 뿌요뿌요도 아닌 새로운 세계를 구축합니다. 이제 마도물어는 희미한 마도물어의 오리지널리티와, 뿌요뿌요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그리고 컴파일의 모든 사원이 달라붙어 만들어진 또 다른 설정들이 뒤섞인 카오스로 변모합니다.

그리고 이런 카오스 속에서, 현재 라이트노벨 작가로 활동중인 오다 켄지의 주도하에 마도물어가 발매됩니다.



마도물어의 변주의 시작과 끝

대한민국에서 '마도전기' 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타이틀이자, 컴파일의 향이 오롯이 살아있는 최후의 마도물어. 윈도우즈의 발전된 기술력에 편승한 시리즈 최고의 그래픽과 음성. 그리고 그 동안의 마도물어가 지향해 온, 소위 안티 대작이라 불리는 대작 프로젝트 지양성을 깨부순 대작의 프롤로그 형태를 갖춘 마도물어 - 엉망진창 기말고사가 등장합니다.



제작자인 오다 켄지는 이 작품을 '마도물어의 본가가 아닌 외전이다' 라고 발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위에서 언급한 마도물어의 오리지널리티를 철저하게 지키며 제작하였고, 아르르의 계속되는 여행으로 끝을 맺었던 1-2-3의 스토리를 마침내 끝내고 그 이후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시발점 역할을 하였습니다. 당시 몇 명 되지도 않던 컴파일의 독자 영상 제작팀 카방클 스튜디오의 인원을 갈아넣어 오프닝과 엔딩도 깔끔하게 제작하였습니다 - 한글판에선 짤렸지만. 그저 인연이 닿아있었을 뿐이었던 캐릭터들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향후 전개될 마도물어 스토리의 복선까지 깔끔하게 깔아놓았습니다. 이후 제작된 마도물어가 단순 캐릭터 스핀오프던가(마도사의 탑), 보너스 제작이던가(엘리시온의 비밀), 회사가 박살난 상태에서 제대로 구상을 구현하지 못한(SS판 마도물어) 것을 감안하면, 이 작품이야말로 컴파일 최고이자 최후의 마도물어라 할 것입니다. 결국 제작자가 공인한 외전이었던 이 게임은 그 완성도와 이후 마도물어의 진행상황, 그리고 마도물어의 신규 팬을 긁어모은 공 등을 합하여 사실상 본편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그 위력은 오직 엉망진창 기말고사의 연장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도물어도 아닌 루루의 철권 봄방학을 마도물어 2기 ARS에 끼워넣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97년 뿌요뿌요 SUN의 실패와 주력으로 게임을 공급하던 세가 콘솔이 실패하면서 98년 화의신청을 한 컴파일은 세가에 뿌요뿌요 시리즈와 마도 캐릭터의 판권을 매각하였고, 마도물어/뿌요뿌요 설정을 재검토하게 됩니다. 당연히 여기에는 그 직전 마도물어인 엉망진창 기말고사가 기둥이 됩니다. 그 바탕은 마도물어와 뿌요뿌요 세계관을 분리하여, 마도물어의 천년 후의 세계를 뿌요뿌요 세계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캐릭터의 설정과 캐릭터간의 관계, 캐릭터가 사용하는 1인칭 용어까지 상세하게 통일 설정하였습니다. 설정상으로는 그 전에 있던 북유럽/그리스/로마/중동 등의 오만 신화를 뒤섞은 마도물어 세계관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오다 켄지의 소설 제목에서 차용하여, '진마도' 라고 부릅니다.

문명세계의 포화로 인한 신계의 정화작업을 리리스라는 존재가 자신의 육체를 바쳐 틀어막고 마도물어라는 혼돈의 세계를 재창조하고, 신계의 군단장이었던 루시퍼가 사탄의 이름으로 이를 관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를 후회하던 리리스는 정신만은 오롯이 남아 자신의 힘을 계승한 아르르의 힘을 빌려 세계의 인과율을 창조한 창조주를 격파하고 마도세계를 소멸시킵니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사탄이 마도세계를 그리워하여 새롭게 창조한 네버랜드가 뿌요뿌요의 배경이 됩니다. 

이러한 설정은 이후 컴파일이 마도물어에 사실상 손을 떼버리면서 SS판 마도물어와 뿌요워즈 정도에서만 사용되었습니다. 제작자가 쓴 진 마도물어 소설 역시 저작권 등의 이유로 일부만 연재한 채 중단되었고, 이후 세가의 손에 의해 마도물어가 전개됩니다. 그리고 컴파일은 뿌요뿌요와 마도물어의 캐릭터를 쓰지 못하고 ポチッとにゃ~라는 게임으로 자신들이 마도세계를 이어가려는 발버둥만 치다가 2003년 완전히 도산합니다.



세가의 마도물어와 컴파일의 망령

세가의 경우 초창기에는 마도물어 캐릭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예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뿌요뿌요 피버 시리즈를 통해 세가는 아미티-라피나-시그라는, 자신들만의 ARS를 창조하고 마도물어 캐릭터를 보너스로 등장시킵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뿌요뿌요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뿌요뿌요는 '전통' 의 이미지가 생겨버렸고, 당연히 뿌요뿌요의 영광을 캐리하던 마도물어 캐릭터들의 등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집니다. 결국 뿌요뿌요 7 이후 세가는 마도물어를 적극 수용하여 지속적으로 뿌요뿌요 신작에 마도물어 캐릭터들을 집어넣게 됩니다. 마도 캐릭터들의 해석은 기존과 다르기 때문에 + RPG의 주인공이던 캐릭터들이 뿌요뿌요라는 퍼즐게임으로 무대가 한정되어버린 탓에 여전히 마도물어 본가 팬들에게 욕을 먹고 있지만, 어쨌든 세가는 마도물어도 휴대폰용으로 이식해주는 등 나름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컴파일 멸망의 주원인이었던 무 니이타니가 주도한 컴파일 프로젝트 역시 비슷하게 가동되었습니다. 마도물어 1-2-3을 윈도우용으로 복각하고, 마도물어 음악관과 타나카 카츠미의 음반을 취입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마도물어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컴파일 운영 당시 일본의 취업난과 그로 인한 청년들의 실업을 불쌍히 여겨 300명 직원이던 컴파일에 120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경영의 신 무 니이타니 답게 이 세 프로젝트 모두 깔끔하게 실패하였고(...) 컴파일 게임의 영업권은 그대로 컴파일하트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얼마 전에 한글화되었던 성 마도물어입니다. 



말랑의 여름나기는, 이 게임 시리즈 이야기나 하면서 지낼까 합니다.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6-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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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소미
14/06/02 10:23
수정 아이콘
성마도물어 마도물어를 추억하면서 했으나.........
하늘의 궤적
14/06/02 11:10
수정 아이콘
하아 크래쉬 선더스톰 루크와이도 아레이아드 암흑의검이여 베어라 베어라 베어라 베어라

아레이아드 스페셜!

죄송합니다...
잔인한 개장수
14/06/02 11:12
수정 아이콘
화이어스톰! 파요엔!
큰애기남편
14/06/02 13:27
수정 아이콘
에잇 파이어 아이스스톰 브레인다무도 파요엔~
사악군
14/06/05 21:32
수정 아이콘
저도 컴파일게임좋아했어요..어찌보면 시대를 너무 앞선 게임취향은 아니었는지? 디스크스테이션의 많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미니게임식 슈팅게임들은 현재 핸드폰 캐주얼게임포맷에 어울리죠.

컴파일은 게임이 캐주얼하게 즐기기엔 하드하고 매니악했던 시절에, 소녀취향의 라이트하고 캐주얼한게임을 매니악한 캐릭터성으로 뽑아내던 회사죠..
스푼 카스텔
14/06/11 18:18
수정 아이콘
마도물어 관련 글 연재 너무 기대되네요 ~
혹시 안드로이드 게임으로 복각 된 것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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