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펜슈타인 : 더 뉴 오더(이하 뉴 오더)는 새로운 개발사와 유통사를 맞이한 시리즈의 최신작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은 그렇다고 게임까지 바뀌지 않았다는 겁니다. 게임의 본질은 사실상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니까요.
다만 게임의 배경은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본래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하던 게임이 60년대(사실상 SF에 가깝습니다만)로 바뀌었거든요.
또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앞서서, 이 작품은 전작인 울펜슈타인의 후속작인만큼 이야기는 연결됩니다. 그러니 전작을 해보셨다면 연계되는 부분을 잘 아실 수 있겠죠. 그리고 전작을 해보지 않은 유저라도 딱히 문제될 점은 없습니다.
1. 장점
다른 모든 요소를 제쳐두고,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점은 이 게임은 오로지 싱글 플레이 하나만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플레이 시간에 대한 평가는 꼭 따져봐야 할 부분일 겁니다.
그 점에서 뉴 오더는 비판할 구석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 나온 슈팅 액션 게임의 어느 싱글 플레이보다 풍성합니다. 최소 10시간가량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본격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제법 다회차 플레이의 여지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긴 시간이 반복적이냐에 대해서 따져봐야겠죠. 플레이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그게 단순 반복이면 결코 의미 있진 않으니까요. 이 점에서도 뉴 오더는 크게 비판할 여지가 없습니다. 매 구간 새로운 배경에서 싸우고, 이는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거기다가 일직선 구조인 건 맞지만, 플레이어에게 좀 더 자유로운 플레이를 안겨다 줄 수 있도록 대부분의 레벨 디자인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또 가장 극찬할 수 있는 부분은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즉 캐릭터의 움직이나 반응은 이 게임 최대의 장점입니다. 적은 내가 총알을 온통 뿌리는 동안, 피할 곳을 찾아서 허겁지겁 달려가고, 공격받은 적은 맞은 부위에 반응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매우 생생합니다. 물론 1인칭 시점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고 부드럽습니다. 이는 액션 게임인만큼 말할 것도 없이 큰 장점입니다.
연출 면에서는 꽤 흥미롭습니다. 게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 도중에 수시로 컷신이 나오는데요. 남발한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습니다. 몇몇 장면은 인상적이고 훌륭한 편이고요.
또 배경과 이야기 면에서도 역대 울펜슈타인 시리즈 중에서는 제일 낫습니다. 개연성 면에서 진부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보이긴 해도 몰입에 큰 방해를 주진 않습니다.
그리고 둠이나 전작들을 연상케하는 특유의 개성은 아주 잘 살렸습니다. 홀로 중무장한 병사와 개조 인간이나 로봇을 쓸어버리는 재미는 탁월합니다. 설사 수많은 컷신을 모조리 생략하고, 오로지 액션에만 집중한다고 해도 뉴 오더는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2. 단점
그러나 언제나 모든 게임이 그렇듯이, 뉴 오더도 단점이 매우 분명합니다.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단연 고전 게임에서나 볼법한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탄약 줍기인데요. 최근 FPS 대다수는 탄약 따위는 그냥 근처에 있으면 알아서 습득합니다. 그런데 뉴 오더는 이걸 일일이 찾아서 직접 주워야 합니다.
왜 그래야 하나요? 이건 그냥 불편한거지, 개성이 아닙니다. 물론 바이오쇼크 같은 게임도 그랬죠. 그런데 이 게임은 등장하는 적의 수도 적고, 탄약 말고도 여러 아이템을 주워야 하니 납득 못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뉴 오더는 아닙니다.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적을 상대로 가뜩이나 탄약이 모자른 게임인데, 시체 찾아다니면서 수도 없이 키를 눌러가면서 탄약을 주워야 하는 건 그냥 재앙입니다. 이건 절대 재미있는 요소가 아니고요.
이어서 게임의 깊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면 몇 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선 특성(Perk) 시스템은 실패작처럼 느껴집니다. 개성도 없고, 게임 내에서 존재감조차 드러내지 못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왜 있는지 모를 수준이고요. 거기다가 한정된 무기의 수와 중반부부터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적의 종류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선 충분히 빠르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백병전도 저에겐 무척 아쉬웠습니다. 흔하디 흔한 QTE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잠입이 어느 정도 비중이 되고, 그런 과정에서 백병전이 자주 시도되는 게임인데 너무 평범합니다. 좀 더 살을 붙였어도 괜찮았을 것 같았는데요.
거기다가 마치 하프라이프2의 중력 건처럼 게임의 핵심 소재가 되곤 하는 레이저 커터도 딱히 매력이 없었습니다. 수시로 써야 하는 구간이 나오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복 작업인데다가, 쓸데 없이 충전하는데 시간만 잡아먹어서 싫증나는 부분입니다.
또 세이브 포인트도 약간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간혹 어려운 구간과 겹치게 되면 짜증을 불러일으키곤 했습니다. 특히나 저처럼 높은 난이도로 도전하게 되면 어이없게 느껴질 정도고요.
그리고 PC 플랫폼에 한정해서 키 배치도 약간 별로였습니다. 이는 플레이하면서 각자 알맞게 수정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 문제지만, 뉴 오더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선정적이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는 절대적인 단점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모든 유저가 받아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3. 총평
울펜슈타인 : 더 뉴 오더는 일단 최근 나온 FPS 중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이제 고전에 가까운 옛 FPS 스타일을 고스란히 가져온 게임입니다. 콜 오브 듀티나 배틀필드 시리즈에 거부감을 느끼는 옛 FPS 세대에겐 단비와도 같은 게임이고요.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에 있어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을 너무 많이 놓쳤습니다. 더군다나 이는 뉴 오더가 나오기 전의 수많은 슈팅 액션 게임이 이미 선보인 바 있는 부분들이란 점에서 더욱 아쉽네요.
그래도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최소한 실망보단 아쉬움이 더 큰 작품이었지, 후회스러운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후속작도 또한 기대되는 바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