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게임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인 레드 드래곤은 출시 전부터 전작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배경이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바뀌고, 해전이 구현되었다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국군과 북한군이 모두 나온다는 부분 때문이었죠. 여태껏 수많은 게임이 나왔지만, 이 게임만큼 국군에 대한 묘사가 자세한 게임이 없었거든요. 북한군도 마찬가지고요. 홈프론트처럼 어처구니 없는 수준의 북한군이라면 꽤 나오긴 했습니다만.
다만 단순히 그 부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워게임 : 레드 드래곤은 밀리터리를 좋아하고, RTS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관심을 가져볼만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치밀하게 깊이 있는 현대전을 체험한다에 있습니다. 자신이 내세운 전술과 그에 맞는 병력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싸울수록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죠. 보병 한 분대, 전투기 한 대를 소중히 쓸수록 승리에 가까워지는 게임이고요. 애시당초 자신만의 부대, 즉 덱을 꾸미는 부분부터 상당한 매력을 가진 게임입니다.
- 분명히 이야기만 들으면 어려워보입니다만, 생각보다 불편한 요소는 많이 제거해낸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워게임의 핵심 시스템인 덱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단 전작까지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미국이나 소련 같은 강대국은 어차피 그 국가의 유닛만으로 덱을 꾸리는게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약소국일수록 그 국가만의 덱을 맞추는게 너무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번 작은 특정 국가끼리 연합 덱을 맞출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대한민국과 일본은 블루 드래곤이란 연합으로 묶여서 공용 덱을 만들 수 있는 식이죠. 덕분에 부족한 전력을 연합 국가의 유닛을 쓰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죠.
또한 해전이 구현되었습니다. 로마 II 이전의 토탈워 시리즈처럼 육군과 해군이 별개인 것도 아니고, 전장에 따라서는 서로 영향을 주고 한 덱 안에 묶이게 되는 방식입니다. 다만 해전은 모든 국가가 고유의 해군을 구현할 수 없다 보니, 진영 자체가 하나의 해군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해군에 익숙해지기 좀 어려웠습니다. 원체 게임 자체가 복잡한데, 해군 자체도 잘 몰랐거든요.
- 이렇게 함대 간의 교전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 함대가 내 지상 부대를 타격하는 것도 생각해야 하는게 이번 작품의 특징입니다.
국군과 북한군에 대한 묘사는 그 어떤 게임보다 좋습니다. 일단 유닛들의 대사 더빙부터가 깔끔합니다. 북한군도 국군과 같은 대사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만, 거부감이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리고 유닛명부터가 한국어로 되어 있습니다. 가령 소총수라 한다면 유닛명도 알파벳으로 'Sochong-Su'라고 써져 있습니다.(모든 진영이 각자의 언어에 맞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전장의 묘사가 5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거나, 일부 유닛이 고증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거나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그러나 불쾌함을 느낄 정도의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민감할 수 있는 북한군과 국군 간의 캠페인 시나리오의 묘사도 국군에 대한 비하나 혹은 북한군에 대한 미화는 없는 편입니다. 말 그대로 일종의 시뮬레이션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 이게 무려 80년대의 한반도라 합니다...
그러나 이 게임이 완벽한 건 아닙니다. 게임 자체의 성향을 고려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캠페인 시나리오 자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출시 때부터 제공되는 것들은 네 가지 뿐이고, 한 쪽 진영으로만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다회차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 양 자체가 많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무료 DLC로 추가될 예정이라 합니다만, 그걸 고려해도 이 게임을 PvP를 좋아하지 않은 유저가 선택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만일 캠페인 시나리오가 양쪽 진영으로 모두 플레이할 수 있다거나, 별도의 PvE 컨텐츠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작품입니다. 그래도 전작과 달리 스커미쉬가 좀 더 나아졌다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 당장 이 시나리오는 소련으로 일본 침공만을 경험할 수 있고, 일본 입장에서 소련을 막는다거나 하는 선택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소재가 소재다 보니, 익숙한 유저가 아니라면 참 어려운 게임이건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분명히 좀 더 배려를 한다면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아쉬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멀리서 바라볼 때의 유닛 아이콘이 좀 더 단순하게 그려진다거나 하는 식이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이건 아예 게임을 처음 접해보는 유저들에게 해당되는 부분이고, 게임에 적응한다면 단점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정리하자면 워게임 : 레드 드래곤은 장르적 한계와 소재가 가진 복잡함이 모든 유저에게 매력을 주기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단점도 없는 게임도 아니고요. 그러나 여러 면에서 충분히 더 다양해진 컨텐츠가 들어갔고, 기존의 캠페인이나 덱 시스템도 개선이 되었습니다. 그런 부분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훌륭한 후속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워게임 시리즈를 좋아하시거나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