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타이탄폴의 베타 테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기대감을 가진 작품으로 베타 테스트에 임해봤는데요. 일단 그래픽 같은 부분에 있어서 중점을 두지 않는 편이고, 아직 베타 테스트는 최적화 면에서도 미완성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거의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확실히 차세대급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야 합니다. 다만 애시당초 타이탄폴이란 게임에 갖는 기대는 그 쪽은 아니어서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1. 보병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즐겨해왔던 분들이라면, 요즘 출시되는 FPS 게임을 자주 해보셨던 분이라면 타이탄폴은 그렇게 어려운 게임이 아닙니다. 생소한 전투 로봇인 타이탄이나 미래 배경의 전장은 겉만 새로울 뿐이지,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적어도 10분 안에 쉽게 적응하실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게임입니다. 고공 점프 정도는 조금 색다르긴 합니다만, 투명화 같은 요소조차 '콜 오브 듀티 : 블랙 옵스 2'에서 봤던 것들입니다. 다만 FPS를 하면 멀미가 나서 고생이다 싶은 분은 타이탄폴은 더욱 힘들 게임이긴 하겠네요.
아무리 로봇이 핵심인 게임이라 해도, 전체 플레이에 있어서는 타이탄보다 보병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저처럼 막무가내로 싸우는 유저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그러니 보병전에 대해서 언급을 안 할 수야 없겠죠.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보병이 타이탄을 잡는게 생각보다 쉬웠다는 점입니다. 기본 화기만으로도 어느 정도 피해를 줄 수 있거든요. 만일 보병이 타이탄을 오로지 중화기로만 잡을 수 있는 구조였다면, 타이탄이 나오는 시점부터 일방적인 학살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타이탄폴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균형을 아주 잘 잡았습니다.
그리고 미래 배경이라는 점을 잘 활용했습니다.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보던 스마트 건이나 실제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의 총기는 꽤 매력적이었습니다.(다만 총기 디자인은 제 취향이 아니긴 했습니다.)
다만 아직 베타 테스트인지라, 무장이나 부착물이 많이 공개되지 않아서 단조로운 느낌이 있었습니다만, 이는 정식 출시 이후로 나아지지라 믿습니다. 또한 요즘 추세에 맞춰서 좀 더 장비 선택에 있어서 꾸밀만한 요소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2. 타이탄
가장 괜찮은 부분은 타이탄 조종이 지나치게 어렵지 않다는 점입니다. 배틀필드 시리즈에서 전투기나 전투 헬기 조종은 분명히 재미야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나 조종할 수 있나요? 한참을 연습해야 하고, 저는 전투기는 아예 몰 생각조차 안 합니다. 더욱이 타이탄폴에서 유저는 아예 아무나 될 수 없는 타이탄 조종사란 설정인데, 타이탄 조종을 해매고 있다면 그게 재미있을까요? 아닐 겁니다.
좀 과하게 말하자면, 타이탄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서 보던 저너거트 강화복에서 크기만 불려놓은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병한테도 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그만큼 누구나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그렇다고 타이탄을 모는게 재미가 없지 않습니다. 로봇을 소재로 한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도 타이탄폴에서 여전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개발진이 그만큼 보병 중심의 FPS 게임에서 타이탄이란 소재를 아주 잘 살렸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조금이라도 맞지 않았다면 이 게임은 타이탄이 일방적으로 보병을 학살하는 게임이 되었거나, 아니면 아무도 타이탄을 타지 않는 보병전 중심의 FPS 게임이 되었을테니까요.
하지만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비쥬얼적인 면에 대해서 이야기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타이탄이 지나치게 가볍다란 생각은 들 때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전력질주해오는 타이탄과 부딪쳐도 멀쩡한 신호등이나, 무겁디 무거운 타이탄을 짊어지고 있어도 유리창조차 멀쩡한 자동차는 게임을 굉장히 어색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또한 타이탄과 보병과의 싸움도 은근히 단조롭습니다. 물론 베타 테스트라서 모든 장비를 써볼 수 없는 것도 고려는 해야겠죠. 하지만 둘 간의 싸움이 일방적인 총격전으로만 흘러갈 때가 많았습니다. 만일 타이탄용 지뢰 같은 부비트랩이나, 아니면 타이탄을 넘어뜨린다거나 하는 식의 다양한 양상이 나온다면 훨씬 풍족한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더욱이 타이탄폴은 오로지 멀티플레이 대전 밖에 없는 게임이니까요.
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좀 더 다양한 형태의 타이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세 가지 종류의 타이탄은 약간 몰개성한 감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가령 벽을 타고 다닌다거나, 하늘 높이 활공한다거나, 하다 못해 겉모습을 마음대로 치장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3. AI
AI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입니다. 일단 타이탄폴의 AI 병사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며, 다른 FPS 게임의 AI 병사와 달리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에서 보던 레인 병사에 가깝다는 부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AI 병사들은 베타 테스트인걸 감안해도 게임의 몰입에 방해가 될 때가 있습니다.
아주 대표적인 예가 전술적 행동조차 하지 못하는 AI 병사들이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한다거나(아무리 멍청해도 2~3명이서 1명을 상대로 거점 하나 못 지키는건 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씩 버그 수준으로 이동조차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은 좀 심하다고 봅니다. 특히 타이탄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가 되면 이들의 역할 자체가 굉장히 희미해집니다. 애시당초 타이탄의 화력에 보병 자체가 분쇄되는 수준이긴 해도, 엄폐조차 하지 않고 달려들다가 죽어나가는 AI 병사들은 좀 아니다 싶거든요.
차라리 게임의 시간이 흐를수록 투입되는 병사의 수가 늘어난다거나, 아니면 더 강력해지는 식이 낫지 않을까 싶을 때가 있어요. 물론 FPS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이라면 최소한 AI 병사들은 학살하는 재미가 있겠습니다만, 대다수의 유저는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AI 병사들과 싸우는 순간순간이 너무 지루합니다.
4. 맵
전장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보면, 생각보다 개발진이 신경을 많이 쓴건 맞습니다. 고공 점프로 왔다 갔다 하면서 전술적인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소가 굉장히 많습니다. 하면서도 잘 만들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소가 없는 평지에서 싸움이 시작되면 많이 지루해집니다. 이는 대다수의 장비 그리고 타이탄이 시가지에 가까운 복잡한 장소에서의 싸움만을 고려한 구성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타이탄의 미칠 듯한 화력에 숨을 엄폐물이 없는 보병은 일방적으로 당하고, 타이탄 간의 싸움도 재미가 없게 되더군요.
이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개선되리라 생각하는데, 첫째로는 훨씬 다양한 성격의 장비 추가가 시급하고, 둘째로는 대체적으로 맵에 있어서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평지는 안 만들었으면 하게 되더군요.
5. 총평
분명히 타이탄폴은 아주 균형 잡힌 FPS 게임입니다. 타이탄이란 소재가 게임의 진입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해놓은 점도 마음에 듭니다. 단순히 콜 오브 듀티 따라잡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나 6 대 6 대전을 보완할 요소인 AI 투입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부분이고, 베타 테스트에서 아직 가다듬지 못하여 엉망인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좀 더 보완해서 그럴 듯하게 만든다고 쳐도, 한계가 분명해보이는 부분이고요.
그리고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멀티플레이 대전 밖에 지원하지 않는 게임입니다. 그렇다고 부분 유료화의 온라인 게임도 아니며, 비슷한 금액을 내고 하는 패키지 게임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컨텐츠의 양이 풍성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발진은 앞으로 출시 이후로도 타이탄를 추가시켜준다고 합니다만, 막상 출시 시의 타이탄이나 무장, 맵의 종류가 여타 FPS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많이 아쉬울 부분이라 봅니다. 특히 치장성 컨텐츠는 배틀필드4나 콜 오브 듀티 : 고스트에 비해서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