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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21 22:37:34
Name 사과씨
Subject [기타] 바이오쇼크 시리즈에 대한 짧은 생각 -상-
안녕하세요 피쟐에 첫 글 쓰는 사과씨입니다. 반가워요 :)
무슨 글을 첫 글로 쓸까하다 최근에 클리어 한 게 바이오쇼크 시리즈라 바이오쇼크 프랜차이즈에 대한 짧은 생각 적어 볼까합니다. 짧은 생각인데 내용이 길어져서 두 번에 나눠 써야겠어요. 두 번째 글은 언제 쓸 지 모르겠지만요 :)

바이오쇼크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명확한 정치적 주제의식을 가진 게임이었습니다. 간단히 뭉뚱그려 요약하자면 바이오쇼크 1은 자유의지주의(스스로를 자유주의자니 자유시장주의자라니 하고 자칭하는 대한민국의 한심한 작자들을 떠올리면 비슷하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는 이념입니다..)의 타락에 관한 내용을 묘사한 게임이었고 바이오쇼크 2는 1편의 자유 의지주의의 안티테제로 파생된 인민가족주의(집단의 극단적인 유기체화를 지향하는 파시즘의 일파?)를 테마로 한 후속작이었습니다. 1편과 2편은 손바닥의 양면 같기도 하고 뭔가 쌍으로 다뤄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의 작품이라 개인적으로는 바이오쇼크 : 랩쳐 1부, 2부 정도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네요. 

아무튼 천재(인지 자본가의 은유인지)개인의 의지와 능력이 무가치한 쓰레기들(평범한 민중)에 의해서 발목 잡히면 안된다는 개드립을 치는 1편의 체제나 집단을 위해서 개인에게 행하는 모든 행위는 (생체 실험이든 강제 노동이든) 정당화 된다는 2편체제나 아이러니하게 똑같은 비극적인 몰락을 향해 달려갑니다. 좌우파의 극단은 결국 한 점에서 만난다는 만고불변의 명제를 이보다 잘 살리기도 힘들겠네요. 체제의 변질과 몰락의 피해는 결국 힘없는 사회의 최하층 구성원에게 전가 되고 그 폭력의 가장 큰 희생양들을 바이오쇼크 시리즈에서는 체제에 의해 강제로 세뇌 되어 가혹한 노동을 강요 당하는 리틀 시스터라는 소녀들로 묘사합니다. (산업혁명 초기의 유아 노동자나 나이키 축구공울 꼬매는 제3세계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좀 유사하려나...)

바이오쇼크 1편과 2편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이 리틀 시스터들을 체제의 폭력에서 구원하여 그들이 누려야 마땅한 정당한 삶을 되돌려 주는 '선택'을 할 수 도 있고 그들을 잔인하게 죽여서 (ㅜㅜ) 당장의 게임 플레이를 수월하게 만드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후반부에 가면 알게 되겠지만 당장은 이 어린 소녀들을 죽여서 업그레이드 아이템을 빼앗는 게 플레이에 편할 지 몰라도 올바른 '선택'이 아니란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이 게임은 세인츠로우나 GTA 같은 윤리적 선택과 담 쌓은 극단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샌드박스 게임이 아니거든요...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자유도를 부여하고 그 결과를 멀티 엔딩으로 답신합니다. 체제나 개인의 삶이나 결국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인간의 선택에 따라 끔찍한 비극이 초래될 수도 있고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 결말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거죠. 

보통 바이오쇼크 시리즈가 1인칭 시점에 무기를 바꿔가면서 싸우는 게임이라 1인칭 FPS 게임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이런 장르적인 구분은 바이오쇼크 시리즈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1인칭 시점은 특정 공간과 맥락에 완벽하게 내가 녹아 들어가 등장인물이 되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최적의 장치이고 모든 상황과 스토리 진행이 메탈기어 솔리드와 같이 플레이 따로 내러티브 따로 진행되는 게임과 달리 1인칭 시점에서 리얼타임으로 진행됩니다. 상대방이 얘기를 하고 있거나 무슨 결정적인 단서를 알아내거나 건물이 무너지는 상황에도 여타 게임처럼 컷신 보여주고 플레이 진행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 플레이어는 딴 짓을 할 수도 있고 고개를 돌릴 수도 있고 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어요. 최대한 현실을 모사하기 위한 연출을 위해 1인칭 FPS 형태를 취한 것이지 해당 장르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스토리를 어거지로 가져다 붙인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FPS 게임 자체로서 완성도가 후지다는 건 또 결코 아닙니다. 3편인 바이오쇼크 : 인피니트는 후술 하겠지만 FPS게임성 측면에서는 약간 애매모호 합니다. 허나 최소한 1이나 2는 FPS 게임으로서의 장르적 완성도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 실감 나는 게임성도 내가(플레이어가) 처해있는 상황과 결부 해서 생각할 때 더욱 실감나고 몰입이 되는 게 이 게임의 훌륭한 포인트입니다. 눈 앞의 스플라이서를 드릴로 갈아 죽이고 렌치로 쳐 죽이는 것 그 자체가 재미있는 게 아니라(아니 그 자체도 좀 재미있긴 합니다만;;) 뚜껑 열리는 궤변을 늘어 놓는 저 미친 놈을 꼭 때려 잡고야 말겠다는 일념 혹은 저 불쌍한 리틀 시스터들을 구원해야 겠다는 사명감이 머리 속에 꽉 차 있기 때문에 더 미친 듯이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는 얘기지요. 요컨데 내러티브와 게임 플레이의 절묘한 밸런스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바이오쇼크 : 랩쳐 2부작은 개인적으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인터랙티브 컨텐츠'가 나아가야 할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 희대의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게임이라는 카테고리에 가둬 놓기가 애매할 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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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지핱
13/05/21 22:50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스토리텔링이 좋은 컨텐츠가 저도 좋아요!
사과씨
13/05/21 23:07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게임할때 스토리텔링과 개연성, 캐릭터의 매력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같은 게이머에게 갈 수록 악화되는 패키지 한글화 현황은 너무 슬프네요 어엉 ㅠ
13/05/21 22:53
수정 아이콘
저도 바이오쇼크 시리즈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스토리에 관한 부분은 3편도 1,2편 못지 않게 재밌는데(사실 취향이 맞으면 3편 스토리가 더 나은 면도 있구요) 스토리의 자유도가 너무 낮기도 하고 FPS게임으로 보면 약간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기대치가 높긴 했지만.. 말씀하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엔딩이 바뀌는 식의 게임은 최근에 디스아너드도 정말 재밌었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사과씨
13/05/21 23:11
수정 아이콘
저도 인피니트 리뷰에 적어볼 생각이지만 여행님 생각과 많이 비슷합니다. 디스아너드 저도 해보고픈데 한글화가 발목잡네요 ㅠㅠ pc 사양이 넘 구려서 겜은 보통 플삼이로만 즐기고 있거든요...
쇼쿠라
13/05/21 23:37
수정 아이콘
3편은 평점 리뷰등이 엄청 좋아서
기대 많이 했는데 개인적인 기대치에는 많이 모자라더군요
그래픽도 좋고 분위기 음악도 발군이지만
정작 fps본연의 전투가 영 재미가 없으니;;
보스도 거의 없는편이라 그런지 너무 전투가 재탕이 아니였나 싶네요

거기다 스토리가 흠
다른분들은 정말 좋다고 하시던데
저는 어떤 영화와 거의 흡사한 스토리라
어느순간 다 예측이 가능하더군요
나쁜 스토리는 아닌데 다른 리뷰에서 본거처럼
충격적이거나 그런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머 이건 개인적인 평이고 대부분의 평가는 좋은편이니
한번쯤 해보시는거도 좋지 싶네요
사과씨
13/05/22 10:33
수정 아이콘
뭐 이런저런 부족한 점이 있긴했지만 1회차 플레이에는 부족함 없는, 오히려 명작이라고 할만한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클리어하고 돌이켜 생각하다 보니 아쉬운 구석이 하나 둘 생각나기는 하는데... 뭐 어쩔 수 없죠 :) 사실 제일 문제는 비한글화 ㅜㅜ
13/05/22 00:0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이번작 너무 기대했는데 매우 실망임...
사과씨
13/05/22 10:35
수정 아이콘
엘리자베스가 Will The Circle Be Unbroken 부르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사실 만족했습니다 :)
LingTone
13/05/22 01:37
수정 아이콘
바이오쇼크 2편은 제작사가 달라서 그런지 살짝 완성도가 떨어지는 듯 하고...
무엇보다도 1편이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맵도 독특하고 게임의 볼륨도 충분했죠. 전투도 재미있었고.
인피니트는 미술적인 분위기 묘사는 상당히 좋았지만 FPS 장르의 본질인 전투가 영 밋밋합니다.
바숔1도 사실 전기충격+렌치로 거의 다 때려잡는 플레이가 많았지만 재미없었다거나 밋밋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안 들었거든요.
그리고 전체주의와 극단적 자유지상주의를 비판하던 1편과 달리 인피니트의 주제는 뭐 딱히 와 닿는게 없어요.
사과씨
13/05/22 10:38
수정 아이콘
전작 생각하면 '순혈주의에 기반한 종교적 광신주의'가 기존의 자유의지주의나 인민가족주의에 대응되는 인피니트의 테마가 되었어야 하는데 스토리와 설정이 복잡해지다보니 이런 부분이 드라마틱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서 좀 아쉽긴했어요.
쭈구리
13/05/22 03:47
수정 아이콘
여담이지만 바이오 쇼크(and 데드 스페이스)의 모티브가 된 게임인 시스템 쇼크 2(1999)가 최근에 GOG.com과 스팀에 들어왔더군요. 판권 문제로 재발매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른 회사가 판권을 사서 유저 패치를 적용한 후 퍼블리싱을 한 모양입니다.
사과씨
13/05/22 10:39
수정 아이콘
으흠 데습이 바이오쇼크와 같은 뿌리를 가진 게임이었군요~ 그건 몰랐습니다.
호랑이기운
13/05/22 08:05
수정 아이콘
제일 중요한걸 안쓰셨네요 ^^
현재 아마존에서 바이오쇼크 1 2합본을 5불에 판매중이니 즐기고픈분은 거기서 구매 가능합니다
사과씨
13/05/22 10:39
수정 아이콘
가장 알찬 정보를 제공해주셨네요 :) 감사합니다~
어니닷
13/05/22 12:18
수정 아이콘
한글이 지원되는 건가요?
호랑이기운
13/05/22 14:56
수정 아이콘
1 2 모두 개인이 한글화해서 배포되어있습니다.
번역 퀄리티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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