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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9/02 10:20:59
Name 구름지수~
Subject '올드' 이윤열에 대한 잡담.

어느덧 인크루트 스타리그 16강의 멤버가 정해졌다. 조추첨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누구하나 빠짐없이 최고의
선수들뿐이다. 그러나 먼지모를 마음속 허전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 수많은 선수들 가운데 이윤열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탈락의 순간을 함께 했음에도 그것을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려 꽤나 시간을 들였음에도 이 우매한 마음이 그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가 보다. 하긴 그가 아직도 리그의 시작이라 여겨지는 16강을 넘어 8강을 향하지 못하는 모습이 이제 조금은 익숙해져가고 있었으니 이제 그보다 조금더 빨리 떨어진다 한들 그것에 적응해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일은 아닐 것이다. 그의 탈락이 이제 충격과 이슈가 아닌 받아들일만한 일이 되어버린 지금, 그래서 내맘속이 이토록 허전한 걸까.



우스운 일이다. 내가 도대체 언제부터 이윤열의 팬이었다고 그의 탈락을 이렇게 슬퍼하는 것일까. 뼛속까지 임빠인 나에게 그는 최고의 적수였고 언제나 조금더 빨리 탈락하고 주저앉길 바라는 악역의 전부였다. 피나는 인고의 세월을 지나 황제의 거룩함을 이루었던 임요환의 골드로드를 하늘이 내린 눈부신 재능으로 순식간에 덮쳐 자신의 것으로 만든 그의 모습은 언제나 질투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얄밉도록 강했던 그가 지길 바라고 바랄수록 그는 악착같이 승리해냈다. 결국 언제나 우위에 서있을 것이라 믿었던 황제의 자리마저 압도해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불안함에 더욱더 그의 추락을 빌었고 마침내 그는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좋을줄만 알았던 그순간이 내눈앞에 펼쳐지자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고 악역이었지만 언제나 최강의 믿음을 보여주던 그가 보여준 '약한 모습'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추락했고 어느새 '올드'의 한 축으로 들어와 수없이 약한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바닥으로 푹 꺼져버린 그의 모습을 보며 지난날 내가 왜 그를 그토록 싫어했는지 이해하기 힘들어 졌고 이제 다시금 그의 어깨에 조그마한 날개라도 달아주고 싶은 맘으로 그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보여주었다. 내 하찮은 응원의 힘은 아니겠지만 하여튼 그는 해냈다. 바닥을 치고 다시금 하늘로 높이 올라섰고 마침내 골든마우스를 손에 움켜지었다. 그 순간 만큼은 난 황제의 팬도 저그의 지지자도 아닌 그저 이윤열을 맘속 깊이 축복해주고 싶은 동갑내기 이름없는 한 관중이었다.



나에게 이윤열 부활의 해로 기억하고 싶었던 그해가 지나 어느덧 한해의 반이 꺾인 지금까지 참 빠르게도 달려왔다. 그동안 이윤열은 다시금 조용히 '올드'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올드'라, 참 서글픈 말이 아닐까 새삼 생각해본다. 막연한 기대감은 가지고 있으며 멀지 않은 기억을 더듬어보면 찬란한 영광의 순간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 그래서 현실에서 점점 도태되어도 조금만 손을 뻣으면 다시금 그 눈부셨던 순간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허우적 거려보는.. 그리고 이내 그것이 쉽지않은 아니 이제 다시는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닐까 생각하고 마는.. 그것이 서글픈 '올드'가 아닐까. 이제 이윤열 당신이 그런 '올드'로 불려진다는게 참 서글프다.



오늘 3년만에 학교에 복학하였다. 어느덧 '내것'이라 생각하고 펄펄 뛰어다니던 캠퍼스는 이미 후배 녀석들의 것이 되어버렸으며 나의 동기들이 내가 참여하는 실험의 노땅 조교로 내앞에 서있었다. 스포츠, 연예면보다는 경제, 사회면에 조금씩 더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뉴스를 보다보면 어느덧 1시간이 금새 지나갈정도로 재미 비슷한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늙었다고 생각하기엔 일하는 곳에서 받는 사회 초년병으로써의 어린놈 취급이 나를 헤깔리게 한다. 그래 '우리'는 이제 20대를 꺾어가는 나이이다. 이제는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저 생기 발랄한 이들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때이자 미래를 바라보며 어린아이처럼 한없이 걱정하고 고민해야하는 때이다. 더이상 어리지도, 그렇다고 완벽히 어른이지도 않은 이 시기에 당신 이윤열은 벌써 '올드'라 불린다.



내 인생에서 젊음을 가장 크게 만끽했던 순간에 그대는 하나의 판을 당신의 재능과 젊음의 힘으로 제압해 냈었다. 군생활과 여러가지 악재가 겹쳤던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통을 겪던 순간 당신은 바닥을 치고 다시금 정상을 밞으며 성숙함을 더한 진정한 강자로 거듭났었다. 더이상 어리다고 말하지도 난 이제 어른이야라고 외치기도 모호한 이 고민의 순간 당신은 '올드'라 불리며 방황하고있다. 그대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나의 모습에서 당신의 모습을 발견해왔다. 지금 우리는 또한번 새로운 미래로 향하기 위해 뜀박질을 준비할 때이다. 나는 대학이라는 곳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영광의 미래를 열기위해 잔뜩 움추려 내자신을 갈고 닦는다면 이윤열 당신은 어떤 눈부신 미래를 위해 지금 그토록 움추리고 있는 것인가. 나로썬 알수 없는 그대가 꿈꾸는 빛나는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지금 그렇게 잠시 움추리고 있는 것이라면 나 그대를 기다리고 있겠다. 그대가 다시금 '올드'라는 20대 꽃다운 나이때에 들어서는 안되는 그 칙칙한 단어를 벗어던지고 다시금 하늘높이 올라설때 나 그대와 다른 곳에서 그대처럼 날아올라 또다시 그대를 축복해 주겠다.


불안함과 수많은 고민거리에 머리가 복잡한 그대와 나.

이 움추림의 어둠을 깨부시고
한번더 날아오르길.

그대와 나를 응원해본다.

이윤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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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02 10:35
수정 아이콘
20대 중반이나 후반을 향해가고 있는 스타광팬이라면
당연히 느낄만한 것을 아주 가슴에 와닿는 글입니다.




말없이 추게로.
더블인페르노
08/09/02 11:14
수정 아이콘
한해한해 지날수록 예전에 싫어하던 올드, 준올드를 응원하고 있는 저의 모습이 보입니다
미소천사선미
08/09/02 11:46
수정 아이콘
더블인페르노님//
저도 그 말에 공감이 많이 되네요. 지금 성적을 못 내고 있는 올드,준올드 거의 다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젠 올드,준올드 경기가 있으면 승패결과를 꼭 보게 되네요,
08/09/02 12:17
수정 아이콘
오늘 3년만에 학교에 복학하였다. 어느덧 '내것'이라 생각하고 펄펄 뛰어다니던 캠퍼스는 이미 후배 녀석들의 것이 되어버렸으며 나의 동기들이 내가 참여하는 실험의 노땅 조교로 내앞에 서있었다. 스포츠, 연예면보다는 경제, 사회면에 조금씩 더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뉴스를 보다보면 어느덧 1시간이 금새 지나갈정도로 재미 비슷한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고 늙었다고 생각하기엔 일하는 곳에서 받는 사회 초년병으로써의 어린놈 취급이 나를 헤깔리게 한다. 그래 '우리'는 이제 20대를 꺾어가는 나이이다. 이제는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저 생기 발랄한 이들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때이자 미래를 바라보며 어린아이처럼 한없이 걱정하고 고민해야하는 때이다.


이 문구때문에 제가 로그인을 했습니다.

추천합니다.
라구요
08/09/02 13:56
수정 아이콘
남자...............
특히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누구나 외칠겁니다........... 추게로...

사진 한장만이라도 첨부해본다면......더더욱 멋진 글이 될듯........
마지막 남은 올드의 자존심........
산들바람-
08/09/02 14:08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추게로~
王天君
08/09/02 15:03
수정 아이콘
엉엉엉. 정말 공감 100프로...
캠퍼스가 자기 것인마냥 느껴졌던 그 옛날을 그리워하는 복학생들...
08/09/02 15:20
수정 아이콘
감동적이네요 추천합니다
Kevin Spacey
08/09/02 16:06
수정 아이콘
그저 파이팅입니다. ^^
IntiFadA
08/09/02 16:28
수정 아이콘
30대라....

그래도 공감은 갑니다. ^^
좋은 글~ ^^d
08/09/02 22:26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 개인적으로 올드라는 말에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충분히 다시 살아날 수 있을정도의 선수라고 보고 기대하는건 부담을 주는 걸수도 있겠지만요.
언제나그랬죠
08/09/02 22:34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와 동갑내기라면... 저랑도 동갑이네요^^
많이 공감이 갑니다. 어느덧 캠퍼스에는... 후배들 가득
선배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20대 중반의 어중간한(?) 위치...
글 읽으면서 많이 공감이 갑니다.

추천합니다.
狂소년
08/09/02 23:29
수정 아이콘
이글은 추게로 가진 못할 것 같습니다.
공감층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랄까요.

하지만 저도 공감층이기에. 외쳐봅니다
추게로.

정말 와닿는 글 잘 읽었습니다.
윤열이는요
08/09/03 00:27
수정 아이콘
무슨 글이든 제목에 '이윤열'이란 이름이 있으면 그저 가심이 콩닥콩닥
슈페리올
08/09/03 02:09
수정 아이콘
센티함이 극에 달한 이 새벽에 읽다보니 눈시울이 ㅠㅠ

정말 와닿는 글 잘 읽었습니다. 22
써빙맨
08/09/03 07:02
수정 아이콘
눈팅회원으로써 오랜만에 로그인을 하네요...
30대 중반인 저도 글쓴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동감합니다...
추게로~~~~~~
누리군
08/09/03 09:57
수정 아이콘
흑......................................................
추게로~


중간에 휴학 1년반, 공익으로 2년 2개월, 총 4년이 후딱 날아가버리고
내년에 3학년 복학인데.. 하아....
[AGE]MadDream
08/09/03 10:23
수정 아이콘
30대 중반인 저도 글쓴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동감합니다...
추게로~~~~~~ (2)
08/09/03 20:58
수정 아이콘
저도 이윤열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anderer
08/09/03 23:17
수정 아이콘
요즘 게임게시판 글은 좀 줄은 것 같지만 좋은글이 많네요. 갑시다 추게.
토쉬바
08/09/04 14:08
수정 아이콘
저도 30대 중반입니다만, 왠지 제 자신을 잃어버리고 40에 가까워 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
잠도 설치고, 담배도 많이 늘었습니다.
사회도 어수선하고 입지도 슬슬 좁아진다는 불안감에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다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사회적으로 한창일 위치인데 너무 주눅이 들어있었네요.
저도 힘 내겠습니다.
올드들이여 파이팅!!!!
혁이아빠
08/09/06 20:46
수정 아이콘
아직도 최고로 갈수 있어요 ,, 윤열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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