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실력은 진화하고 있다. 엄청난 물량, S급만 보여줄 수 있었던 컨트롤, 당대의 지배자들만이 가지고 있었던 ‘5전제 운영’을 대다수의 선수들이 보여준다. 탱크가 물밀듯이 진군하는 광경, 벌처 4부대가 화끈하게 싸움을 벌이는 광경, 스테이시스 필드로 병력을 묶고 병력을 각개격파하는 장면, 화려한 셔틀 컨트롤에 이은 견제 등은 더 이상 압도적으로 리그를 지배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럴 때일수록 ‘정찰’의 중요성은 더해진다. 과거 kimera님은 ‘백안’이라는 능력이 박성준에게 있다고 하였고, 오늘 그 능력은 투신의 결승 진출에 일등공신이 되었다.


  정보를 지배하면, 판을 지배한다.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전략시뮬레이션’이다. 이는 선택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RPG의 경우에는 레벨업이라는 요소가 있어, 압도적인 차이가 존재하나, 전략시뮬레이션은 그렇지 않다. 누가 더 좋은 선택을 하고, 좋은 운영을 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갈린다. ‘실시간’이라는 형식은 선수들에게 피지컬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선수들의 빠른 판단 역시 요구한다. 그리고 이 빠른 판단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정찰’이다. 질레트 때의 박성준과 프링글스 시절 마재윤이 그랬고, 곰티비 시절에 김택용이 그랬다. 이 선수들은 빠른 판단에 도움이 되는 ‘육감’ 역시 갖추고 있었지만, 탁월한 정찰능력이 경기를 지배하고, 스타를 지배한다는 사실에도 충실했다.


  1경기를 두고 혹자는 “화랑도, 이런 저그맵”이라 할지 모르겠으나, 박성준의 역뮤탈은 그의 저글링 정찰로부터 비롯됐다. 단 4기의 저글링을 투자하여 얻은 커세어-질럿-리버 체제 정보는 박성준에게 역뮤탈이라는 카드를 떠올리게 했고, 그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정찰의 미덕을 알고 있는 투신 - 단 4기의 저글링으로 승기를 잡다


  지나치게 움츠린 손찬웅, 과감한 판단을 내린 박성준

  안드로메다에서 치른 2경기는 정보가 얼마나 승패에 큰 영향을 주는지 크게 깨달을 수 있는 경기다. 2경기를 이야기하기 전에, ‘비수더블’ 운영의 핵심인 커세어에 대해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많은 매니아들이 알고 있듯이 커세어는 정보 획득이 힘들어 그동안 감으로 때려 맞춰 왔던 토스들에게 큰 역할을 해왔다. 오버로드를 찢는 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로, 물론 오버로드를 찢어 인구수에 타격을 주는 것은 당연 좋은 일이지만, 토스들이 저그전에서 커세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알고 싶어서다.” 그렇기에 토스들은 커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고, 김택용은 더 나아가 프로브-커세어로 이어지는 정찰을 통해 저그의 선택을 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손찬웅의 커세어는 여기에 충실하지 못했다.



  미니맵을 잘 관찰하면 손찬웅의 커세어는 자기 본진 계단에 있었다. 스커지로 커세어 한기를 떨어뜨린 탓에 손찬웅의 커세어는 지나치게 움츠러들었고, 이 오버로드는 토스의 멀티 파괴 정보를 획득한다. 그리고 박성준의 히드라가 손찬웅의 앞마당에 도착할 때까지 손찬웅은 어떠한 정보도 없었다. 정보전에서 다시 패배한 것이다. 손찬웅의 앞마당에 히드라가 들이닥치자 손찬웅의 커세어는 박성준의 오버로드를 찢으러 갔고, 찢기에도 성공했으나 앞마당에 있던 몇 개의 캐논은 히드라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박성준은 인터뷰에서 “즉흥적으로 내린 판단이었다.”고 말해, 속임수가 아니었고 자신의 판짜기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음을 밝혔지만 정찰력 그것 하나만으로 투신의 클래스는 2008년 여름에 다시 입증되었다.



  손찬웅은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3경기는 날빌로 끝나버린 경기였고, 특별히 평을 할 것은 없지만, 김태형 해설위원이 지적한대로 손찬웅은 질럿 3기까지 기다렸다 저그를 찔렀고, 3기가 한번에 당도했을 때 박성준은 3해처리 체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드론 정찰을 나가지 않은 것은 박성준의 실책이었다.

  

  정찰의 다른 방법, 공격

  김연우님은 “이윤열 vs 오영종의 신한 S2 결승 5차전은 정보력에서 이윤열이 앞서고 있었고, 이 원동력은 찌르기에 있었다.”고 평했고 이 진단은 이 경기를 보는데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MC용준은 “뮤탈 어떻게 막습니까?”라고 말했지만, 기대에 못미친 뮤탈 컨트롤과 좋은 스톰 사용으로 실제로는 경기가 끝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물리적인 부분이 아닌 정보적인 부분에서 이미 경기는 끝나있었다.



  투신의 뮤탈 찌르기는 공격적이지 않았다. 6~7기의 뮤탈 찌르기 이후 박성준은 더 이상 키보드에 m을 누르지 않았다. 다만 박성준이 자신 있게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단 몇기의 뮤탈로 토스가 아직 로보틱스를 올리지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후 단 럴커 4기로 손찬웅의 손발을 묶은 박성준은 저글링 디파일러의 어택땅으로도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클래스가 있다.

  혹자는 박성준의 결승진출을 두고, 운이 그를 도왔다고 이야기한다. 토스만을 계속해서 만난 저그가 결승에 올라가는 것은 네임드 테란만 계속 만나는 것보다는 당연히 쉽다. 나도 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아울러 박성준이 EVER 스타리그 2008을 우승한다고 본좌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 경기로 박성준은 자신이 클래스가 있다는 것을 여전히 증명했고, 많은 시청자들은 투신의 압도적인 경기력에 즐거워했다. 그리고 그 클래스의 중심에는 ‘정보력’이 있었다.


@ 이 리뷰는 포모스의 매니아 칼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