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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4/18 22:39:55
Name nickvovo
Subject 익숙해지다.
언제부터 일까요.
그의 패배는 내게 익숙해 졌습니다.


그래요, 그는 지지 않는 자였죠.
패배라는건, 그와는 먼 이야기었어요.
불리하면 유리하게 만들어서 이기고. 유리하면 굳혀서 이기고.
그는 그런 선수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죠. 그가 드디어 천하를 얻은지 일주일만에, 누군가가 와서 그의 콧대를 박살내버렸습니다.
눈이 뻐끔뻐끔해졌죠. 선수의 이름만 가리고 보면, 참 웃기는 경기였다고 생각해요.
그 이후에, 그는 또 다시 세레머니 테란에게 아슬아슬하게 다전제에서 무너지고 맙니다.
그 뒤로, 그는 점점 지기 시작했죠.

패배
누구에게나 있었던 패배.
이제 그도 패배에 익숙해 졌나 봅니다.
더 이상 강하지 않은 그를 받아들이는게 힘들지가 않네요.

이것이 한 사람의 몰락일까요.

화가납니다. 그가 약해진 모습에 화가나는게 아니라
그가 약해진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에 화가납니다.

이제는, 지면 지는가, 지면 지는가. 그렇게 가는건가요.


어쩌면, 그가 지펴준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흥미를,

조금씩 잃어만 갈 것 같습니다.
이번시즌도 개인리그는 잘 보지 못하겠네요.

부디, CJentus의 큰 염원인 프로리그 우승에 기여해주길 바랍니다.



'부진'과 '패배'가 어울리는 선수가 되버린 그의 모습이


참으로 생소하면서도, 그 생소함이 익숙해져버렸네요.


승리후의 오만한 무표정이- 더 이상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패배후의 아랫입술을 자근자근 깨물던 모습만이 기억에 남네요.



그도, 복서처럼, 나다처럼, 영원히 남아줄 수 있을까요.


정말, 어느날 갑자기, iloveoov처럼 우리 곁을 떠나지만 말아줘요.


나는 그러면 더 이상 이 판을 볼 자신이 없습니다.


지는 모습도, 좌절하는 모습도 이젠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당신은 더 이상 재앙도 마신도 아닙니다.


그래도 당신은 프로게이머로 남아 주세요

그게 나의 젊은 열정을 이 판에 열광하게 한 당신의 책임입니다.



꼭, 다시 돌아와 주세요, 구세주여.

나는 이곳에서, 구세주의 재림을 기다릴테니

당신은 나에게 구원을 내리소서.


sAviOr

그 빛나고 찬란했던

누구도 꺽을 수 없던 그의 지휘봉을

그러나

이제는 빛나지 않는 그를

이제는 엉망진창이 되버린 악보를,


다시 기다립니다.



꼭, 돌아와야 합니다.

나의 아이덴티티는 다른 저그가 아닌 당신의 저그니까요.


'프로게이머' sAviOr

그 앞길이 부디 뜻대로 이뤄지기를.
영원히, 그리고 언제나 처럼.

함께하소서.

비록 군림이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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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던이
08/04/18 22:46
수정 아이콘
비록 군림이 아닐지라도(2).
전 아직도 그의 팬이 아니지만 일종의 안티팬이지요 영웅의 팬인 저로서는 어쩔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경기력이 저에게 가져다준 그 짜릿함만은 아직 기억합니다. 다시 그의 그 경기력을 보고프네요.
낭만곰됴이™
08/04/18 22:49
수정 아이콘
제가 마재윤 선수를 응원하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몰래건물을 발견하고 춤을 추던 그의 오버로드가 또 백만년 까일 거리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그래서,
그가 마음에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많이 걱정해봅니다.
당대 최강이었던 이윤열 선수 조차도 작아보이게 만들었던 그의 포스는 이제 없고
다시 부활하려 날개짓하는 이윤열 선수 앞에서 그는 그저 또 다른 저그였을 뿐입니다.
참 많이 아쉽습니다.
오늘 경기 끝나고 신한은행 2005 스타리그 결승전을 봤는데..
바로 몇년 전에 최고의 자리에서 다투던 최강의 두 선수가
한명은 은퇴하여 코치, 한명은 별다른 임팩트 없이 그저 평범한 저그가 되어있는 것을 떠올리고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마재윤 선수도 그들처럼 그렇게 서서히 스러져가는 것은 아닐지 많이 걱정되네요.
곳곳의 아픈곳에 뿌려져 있던 럴커, 날아다니는 베슬의 경로를 미리 예측하고 와서 들이받는 스컬지
딱히 뮤짤같은 잔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상대방의 숨통을 서서히 죄어서 압살하던 그의 압도적인 포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뛰어난 판단력.. 그리고 칼날같은 감각을 자랑하던 반응속도.
이것들이 더 이상 그에게서 볼 수 없는 것이 아니길 희망합니다.
마재윤선수. 일어나세요. 부활하고 또 부활하려고 애쓰는 이윤열 선수처럼 ...
DynamicToss
08/04/18 22:51
수정 아이콘
영원한건 없나봐요

최연성 선수도 그 괴물 시절에 얼마나 오래 갈까.. 흥미 진진 했는데..

박성준에 타격 온게임넷 4강 지고 마재윤에 엠겜에서 천적 되고 그후...손목부상으로 은퇴를...

마재윤선수도 연이은 패배로 극심한 슬럼프 올지도.. 이제 이제동 선수마저 스타리그 탈락한판에..
08/04/18 23:27
수정 아이콘
그동안 마재윤선수의 부진은 자신감의 부족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너무 과도한 자신감이 자만심이 되어버렸네요. 확실히 최근들어 마재윤선수의 플레이가 회복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경기로 인해 다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08/04/19 00:26
수정 아이콘
sAivOr가 아니라 sAviOr라죠
08/04/19 01:07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마재윤 선수 싫어했던 1인인데 지금은 정말 좋아하는 선수중 하나입니다..
다만 오늘 경기는 경기 자세가 맘에 안들어서 그렇지만요..
그리고 본좌였던 선수들, 최연성 선수야 부상 때문에 그만 두게 되었더라도..
이들은 꼭 슬럼프를 겪어도 결승까지 치고 올라가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비록 본좌들이 전성기에 라이벌 조차 흔치 않는 강력함으로 한시대를 풍미했기에
우리가 본좌라는 칭호를 붙여주었지만, 전성기가 끝나 평범한 프로게이머가 되었어도,
그들은 남들과 다른 포스를 보여주며 한번식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분전하기에
우리는 본좌라는 칭호를 준걸 아깝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재윤 선수는 유일하게 저그로 본좌라는 칭호를.. 안티팬까지 승복시키며
받은 사람입니다. 지금 비록 슬럼프를 겪고 있지만, 그도 여타 본좌들 처럼
'넌 안되, 넌 먹틔야, 마막장 아냐?' 할때 다시 한번 본좌로써의 위용을 풍기며
돌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가 뭐래도... 수백명의 프로게이머들 중에서 본좌라는 칭호를 받은 4명중의
1인이니까요.......
remedios
08/04/19 01:11
수정 아이콘
너무 한순간에 망해버린것 같은 든든한 나무 금이 가니까 한번에 부러져버리듯이 뭐 그런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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