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치포인트를 보신 분들은 아실것입니다.
인생 운칠기삼.
전에도 썼습니다만....

많은 분들의 어제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그런데....이 이야기가 의외로 없어서 ....

어제 경기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은 로키2 대반전이랄 수 있는 프로토스 본진드랍과 3시 멀티의 지속적인 견제입니다만 그 이면에 숨겨져버린 작은 운명적인 장면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김구현선수는 뛰어난 콘트롤로 초반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합니다.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주도권을 잡은 뒤 운영에 허점을 보였구요.그러나 그것은 후반 힘싸움에서 그렇게 시나브로 밀리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판,거의 정신을 놓은 듯한 플레이는 물론 이제동선수의 현란한 멀티플레이에서 기인합니다만,투포지를 착실히 돌리며 업그레이드에서 이제동선수와 뒤질것 없었던 김구현 선수는 기막힌 배신을 당하면서 심리적으로 무너집니다.바로 본진 프로브 한마리에 의해 업그레이드중이던 포지가 날아간것이죠.

소심쟁이라 그런지 중반부터 저는 그 포지가 신경쓰였고,어느덧 그 포지가 날아간 시점에 멍하니 서있는 프로브위로 들이닥친 이제동선수의 본진드랍....

김구현선수의 빼어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은 어제의 승부의 향방을 보여주었습니다.옛날 자신의 일꾼으로 커맨드를 때려 잡던 베르트랑선수의 경우야 유별난 커맨드 사랑에 대한 경종이려니 할 수도 있지만...김구현선수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결승무대에 아직 익숙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지요.

만일,포지가 깨지지 않고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다면,업그레이드차이로 완벽하게 밀려버린 양상이 되풀이되었을까요?그럴지도 모르지만....왠지 그 프로브는 저주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말하기엔...이제동선수...얼굴에서 느껴지는 것처럼....완벽하게 고독하고 철저하고 무지막지한 승부사가 되어버렸고, 그를 넘기엔 김구현선수는 모자랐다고 말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경기력이었습니다.

승자에게,축하를... 패자에게 ,격려를...프로브에게....저주를....

그리고,오영종 선수이후 무렵 3년도 넘게....6시즌도 넘게....우승자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osl의 우승에 도전한 프로토스 총사령관 송병구 선수가 종족의 체면을 살릴지.....궁금하군요.